고르기아스 / 프로타고라스 - 소피스트들과 나눈 대화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고르기아스>는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인 고르기아스 그리고 고르기아스의 숭배자들인 폴로스, 칼리클레스 간 이루어진 대화이며, 주제는 '수사학이란 무엇인가' 이다.

 

소크라테스와 고르기아스 간 이루어진 대화

 

소크라테스는 고르기아스에게 수사학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한다. 고르기아스는 수사학이란 설득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는 기술이라 말을 하고, 이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연설가들이 올바르게 알지 못하면서 설득을 한다며 고르기아스를 비판한다.

 

'수사학은 무엇과 관련있는 지식인가요? 연설과 관련있는 지식이오.'(449e)
'고르기아스님, 수사학이야말로 모든 것을 말하기로 성취하고 달성하는 기술들 가운데 하나이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수사학에서 쓰는 이들 말하기들은 실제로 무엇과 관련있나요?' '인생의 가장 중대하고 가장 좋은 일들과 관련 있소.'(451d)
'고르기아스님,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것으로 그대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그것이 대체 무엇인지 답변해 주시오.' '인류에게는 자유의 원천이자 개인에게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다른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오. 나는 그것이 설득이라고 주장하오.'(452e)
'그렇다면 수사학은 정의나 불의와 관련하여 확신을 낳는 설득의 생산자이지, 사람들을 가르치는 설득의 생산자는 아닌 것 같군요.'(455a)
'연설가는 사실 자체가 어떠한지는 전혀 알 필요가 없고, 대신 비전문가들에게 전문가들보다 더 많이 아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득의 묘안을 생각해내기만 하면 되니까요.'(459c)
'그대가 누군가를 연설가로 만들 경우, 그는 미리 알고 있건 나중에 그대한테 배워서 알고 있건 올바른 것들과 불의한 것들을 반드시 알고 있겠군요.(460b) 이 논리대로라면 올바른 것들을 배운 사람은 올바른 사람이기도 하겠네요? 그렇다면, 연설가는 반드시 올바른 사람이고, 올바른 사람은 반드시 올바른 것들을 행하려 하겠지요?'(460c)
'그러나 잠시 뒤 그대가 연설가는 수사학을 불의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자,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그대가 하는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소.'(461a)

 

소크라테스와 폴로스 간 이루어진 대화

 

소크라테스는 수사학이란 혼이나 몸을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기술인 척 하는 아첨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내가 보기에 수사학은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어림직작에 능하고 조금은 용감하며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재주를 타고난 혼의 활동인 것 같소. 나는 그것을 한마디로 아첨이라고 부른다오.'(463b)
'혼을 돌보는 [기술]을 나는 정치학이라고 부르지만, 몸을 돌보는 [기술]은 체력단련과 의술이라는 두 분야가 있다는 게 내 주장이니까요...그리하여 이들 네 가지 기술이 두 가지는 몸을 돌보고 두 가지는 혼을 돌보며 언제나 가장 좋은 것을 추구하자, [아첨]이 이를 눈치채고는, 자신이 바로 그 분야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이오.'(464b)
'나는 수사학이 아첨의 한 분야라고 말했네, 폴로스.'(465a)

 

폴로스는 그럼에도 연설가들이 힘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항변을 한다. 그런 폴로스에게 소크라테스는 진정한 힘은 좋은 것이며, 불의를 행하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불의를 당하는 것이 불의를 행하는 것보다 좋기 때문에, 자기의 즐거움으로 행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연설가들도 참주들도 그들의 나라에서 가장 힘없는 자들이라는 게 내 주장일세. 그들은 자신들에게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행하기는 하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사실상 아무것도 행하지 못하기 떄문일세.'(466e)
'자네 말처럼 힘은 좋은 것이지만, 지성없이 아무거나 좋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행하는 것은 나쁘다는 데 자네도 동의하고 있네.'(467a)
'누가 다른 것을 위해 무엇을 행하면, 그가 원하는 것은 자신이 행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 행위의 목적이 되는 것이겠지?(467d) 사람들이 이런 모든 행위를 하는 것은 좋은 것을 위해서네.'(468b)
'참주든 연설가든 누군가 그렇게 하는 것이 사실은 더 나쁜데도 자기에게는 더 좋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처형하거나 국외로 추방하거나 재산을 몰수한다고 가정해보게. 그런 사람이 자기 나라에서 큰 힘을 가진다는 것이 가능할까?'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468d)
'그대는 불의를 행하기보다는 오히려 불의를 당하고 싶으시겠네요?' '나는 어느 쪽도 원하지 않네. 하지만 불의를 행하거나 불의를 당해야 한다면, 나는 전자보다 후자를 택하겠네.'(469c)
'불의를 행하는 불의한 자는 아주 비참한데, 불의를 행하고도 응분의 대가를 치르고 처벌받지 않는다면 더 비참하고, 응분의 대가를 치르고 신들과 인간들에게 처벌받는 다면 덜 비참하다는 것이 내 의견일세.'(472e)
'두 개의 훌륭한 것 중에 어느 하나가 더 훌륭하다면, 즐거움과 이익이라는 두 측면 중 한 측면에서 또는 두 측면 모두에서 다른 것을 능가하기 때문에 더 훌륭한 것일세.(475a)
'불의를 행하는 것이 더 수치스러운 것은 그것이 불의를 당하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고 고통의 측면에서 또는 나쁨의 측면에서 또는 두 측면 모두에서 불의를 당하는 것을 능가하기 떄문이 아니겠는가?'(475b)
'올바른 것은 훌륭한 것이라는데 우리는 동의했지? 훌륭한 일을 당하는 것은 좋은 일을 당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는 사람은 좋은 일을 당하는 것이겠지?'(477a)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는 수사학은 불의를 행하지 않을 때만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폴로스, 불의를 행하는 것은 온갖 나쁨을 가져다주기에 사람은 무엇보다 불의를 행하지 않도록 자신을 지켜야 하네. 그리고 자신이든 자신이 돌보는 다른 사람이든 불의를 행하면 최대한 빨리 응분의 대가를 치를 수 있는 곳으로 자진해서 가야 하네.(480b)...나는 수사학이 불의를 행할 의도가 없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네.'(480b)

 

소크라테스와 칼리클레스 간 이루어진 대화

 

카리클레스는 소크라테스와 폴로스간의 대화에서 자연과 관행이 혼동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자연속에서는 불의를 당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자연 속에서 대다수가 개인보다 강하며, 대다수에 의해 제정된 법은 자연에 맞는다고 반박한다.

 

'자연과 관행은 대게 서로 상반되지요. 자연에서는 불의를 당하는 것처럼 더 나쁜 것은 무엇이든 더 수치스럽지만, 관행에 따르면 불의를 행하는 것이 더 수치스럽기 때문이지요.(483a).... 내 생각에 법을  제정하는 것은 힘없는 사람들, 즉 대중인 것 같아요.(483b)... 그러나 내 생각에 더 나은 사람이 더 못한 사람보다, 더 유능한 사람이 더 무능한 사람보다 더 많이 갖는 것이 정의라는 것을 자연 자체가 분명히 보여주는 것 같아요.'(483d)
'그런데 자연에서는 대다수가 개인보다 더 강하지 않은가?(488d) 그렇다면 대다수의 법은 더 강한 사람들의 법일세... 대다수의 법은 동등한 몫을 갖는 것은 옳고, 불의를 행하는 것이 불의를 당하는 것보다 더 수치스럽다는 것 아닌가?'(488e)

카리클레스는 사치와 무절제 등이 미덕이라고 주장하고, 소크라테스는 좋은 것과 즐거움은 다른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리고, 단순히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는 것은 아첨이라는 폴로스와 대화 결론(수사학은 아첨이다)으로 돌아간다.

'나는 더 훌륭하고 더 지혜로운 사람이 더 열등한 사람들을 다스리고 이들보다 더 많이 갖는 것이 자연의 정의라고 믿어요.(490a)... 그럴 재력만 있다면 사치와 무절제와 자유야말로 미덕이자 행복이죠.'(492c)
'결핍과 욕구는 모두 괴로운 것이라는데 자네는 동의하는가?(496d)... 마시는 것은 결핍의 채움이자 즐거움이겠지?(496e)... 목마를 때 마신다고 자네가 말할 때, 그것은 누군가 괴로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낀다고 말하는 것이 된다네.(496e)... 그러면 좋은 것들은 즐거운 것들과 같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것들은 괴로운 것들과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기 때문이지.'(497d)
'이런 즐거움들 가운데 몸에 건강이나 힘이나 몸의 다른 미덕을 가져다주는 것들은 좋은 것이고, 그와 정반대되는 것들을 가져다 주는 것들은 나쁜 것인가?(499d)... 그 대상이 몸이든 혼이든 그 밖의 다른 것이든 이처럼 더 좋은 것인지 더 나쁜 것인지는 따지지도 않고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는 것은 아첨이라고 주장하네.'(501c)

 

카리클레스는 이후 논쟁을 중단하고, 소크라테스 혼자 대화를 이어간다. 좋은 것을 위해 즐거운 것을 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건하고 불의를 행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좋은 것을 위해 즐거운 것을 행해야 하네.(506c)... 인간들에 대애서 적절한 것을 행하는 것은 올바른 것을 행하는 것을 의미하고, 신들에 대해서 적절한 것을 행하는 것은 경건한 것을 행하는 것을 의미하네.(507b).. 부당하게 따귀를 맞거나 몸이나 지갑이 잘리는 것이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세. 나는 정당한 이유 없이 나를 치고 나를 자르고 내 자신을 잘라가는 것이 더 수치스럽고 더 나쁘다고 주장하네.(508e)... 신들께서 오늘날까지도 승인하시는 그 법이란 다름 아니라 올바르고 경건한 삶을 산 사람들은 죽은 뒤 축복받은 사람들의 섬들에 가서는 고통에서 벗어나 완전한 행복 속에 살게 되지만, 불의하고 신을 부인하는 삶을 산 사람은 타르타로스라 불리는 응보와 심판의 감옥으로 가게 된다는 것이네.'(523b)

 

제목은 고르기아스지만, 주된 대화는 오히려 카리클레스와 이루어진 대화편이었다. 수사학이 당시 아테나이 청년들이 성공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요즘사법고시, 로스쿨 정도의 위상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공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심지어 인문학도 성공하기 위해서 의무적으로 하는 시대다. 그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원론적이지만, 의미있는 대답을 한다.

 

'우리는 불의를 당하지 않기보다는 불의를 행하지 않도록 더 조심해야 하며, 특히 사적으로나 공적으로 훌륭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며, 누군가 어떤 점에서 나빠진다면 처벌받아야 하며, 처벌받고 응분의 대가를 치름으로써 올바르게 되는 것이 본래 올바른 것 다음으로 가장 좋은 것이며, 모든 아첨은 그 대상이 자기 자신이든 남들이든 소수이든 다수이든 피해야 하며, 수사학은 다른 활동과 마찬가지로 정의를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 말일세.'(527c)

 

진부한 이야기같지만, 같은 이야기가 2500년에 걸쳐 계속 나오는 것은 그것이  우리가 이루지 못한 목표이기 때문 아닐까. <고르기아스> 전편에는 개인적, 사회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추구해야 하며, 지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것을 위해 즐거운 일을 할 수 있는 세상. 우리는 그런 세상을 언제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에게 '좋은 것'은 무엇이고, '즐거운 일'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ps. 소크라테스는 제화공, 축융공, 요리사, 의사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대화편의 거의 모든 논증에서 이들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에, '소크라테스의 4대 천왕'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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