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책에서 "초지능"은 다양하고 보편적인 인지 영역에서 현시대의 가장 뛰어난 인간보다 훨씬 더 우수한 지능체를 일컫는다. 이 정의는 여전히 꽤 모호하다. 단지 이 정의만을 따른다면 각기 다른 수행능력을 가진 여러 가지의 시스템들이 초지능으로 분류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속도적 초지능의 입장에서는 물질세계에서 시간 지연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속도적 초지능은 디지털 세계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다. 가상현실에서 살면서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다룰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나노 수준 정도의 작은 단위의 인공 팔다리나 부속물이라면 인간의 팔다리 같은 거시적인 수준의 부속물보다 더 빠르게 작동할 것이기 때문에, 나노 크기의 물리적 조종장치(manipulator)를 가지고 실제 물리적 세계와도 상호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한 시스템의 특성 주파수는 그 길이 단위[length scale]에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5). 이처럼 빠른 지성체는 인간처럼 느려터진 존재들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속도의 지성체와 주로 상호작용을 할 것이다.
집단적 지능의 통합 정도를 서서히 높인다면, 종국에는 이것이 하나의 통합된 지능, 즉 느슨하게 서로 연결된 작은 인간 지성체의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하나의 단일한 거대 "지성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인간의 뇌를 완벽하게 모방한 전뇌 에뮬레이션에 성공하는 것은, 이미 만들어진 에뮬레이션을 더 향상시키는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어렵다. 최초로 새로운 에뮬레이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스캔 기술이나 이미지 해석 능력에서 엄청난 수준의 기술적 도약이 필요하다. 또한 이 단계에는 수백 대의 대용량 스캐너를 사용하는 대규모 공장 단지 같은 상당한 정도의 물리적 자원이 필요할 것이다.
인간 전뇌 에뮬레이션이 가능해지면 저항성은 일단 감소했다가 시간이 지난 후에는 다시 증가할 것이다. 즉 그때에는 가장 눈에 띄게 비효율적으로 구현되던 것들이 효율성이 극대화되도록 고쳐지고, 가장 가능성이 큰 알고리즘상의 변화가 시험될 것이고, 조직적 혁신을 위한 가장 쉬운 방법들이 실행될 것이다.
요약해보면, 인간 수준의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었을 때, 이런 프로그램들을 빠른 속도로 아주 많이 구동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하드웨어적 기반이 이미 존재할 가능성, 즉 하드웨어 공급 누적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소프트웨어 저항성은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더 어렵지만, 어쩌면 하드웨어 저항성보다는 더 낮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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