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시청이나 행정안전부가 있는 정부청사 같은 공공기관에도 이 일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야한다고도 덧붙였다. "청년 159명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정부는 사과 한마디 없어요. 그런데 한 명, 한 명의 죽음은 어떻게대하겠어요? 이태원 특별법 제정은 청년들이 더 이상 허망하게 죽지 않도록, 이들을 귀하게 여기는 법을 만들자는 거예요." - P14
처음에는 참사 현장에 있었으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던 둔감함, 도와주지 못하고 황급히 자리를피해 나왔던 수치심, 이런 감정들 때문에 나 자신이 너무 징그러웠다. 죄책감을 넘어 자기비하로 치달았다. 상담을 받고 관점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점은 명확히 안다. 하지만 단순히 운으로 살아남은 거니까 당시사람들의 죽음과 내가 연관되어 있다고 느낀다. - P16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생존자분이 이런 말을 해주셨다. ‘그때 나에게 왜 백화점에 갔냐는 사람은 없었다‘고. 이게 무슨말일까? 2017년 이태원 핼러윈 축제 때 참여자가 20만명정도 됐다. 참사 당일엔 10만명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내가 2017년에 참사가 발생한 바로 그 사고지점에서 사진을 찍었더라. 사진 속 모두 편안하고 즐거워 보였다. 우리는 늘 그래왔듯 지난해에도 그곳을 갔던 것뿐이다. 놀다가 죽은 게 아니라, 일상을 살다가 죽은 거다. - P17
"경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재산을 지키는 거잖아요. 그건 저희한테 헌법 같은 거거든요. 우리 구역에서 이렇게 많은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는 건, 허탈감 정도로 설명할 수 없어요. ‘우린 다 실패한 거다‘, 이 말이 나올 수밖에요. 현장에서 아무리 최선을 다했어도, 대한민국경찰은 실패한 거예요." - P21
피해자들의 바람처럼 용산구청·용산경찰서 관계자들은 처벌을 받게 될까.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 두 재판의 주요피고인들에게 제기된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이다(일부 피고인들은 허위공문서 작성·행사로 추가 기소됐다). 고의로 저지른 범죄가 아니라, 과실로 저지른 범죄이기 때문에 그만큼 입증하기가 까다롭다. - P24
이태원 특별법의 목적은 진상규명과재발 방지, 피해자 권리 보장이다. 우선 법안은 이 참사를 ‘재난관리 책임기관들이 예방, 참사 대응 및 수습 등 전방위적관리 및 대처를 하지 못해 발생한 사회적 재난‘이라고 규정한다. - P26
민주당이 잘못한 점이 너무너무 많다. 말로만 개혁을 외치고 기득권 앞에서 머뭇거렸다. 탐욕스럽게 위성 정당을 만든 것도 그 중 하나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대통령, 지방 권력, 의회 권력 다 가지고 있었는데도 대한민국 구조를 바꾸지 못했다. 그 이유가 결국 연합정치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싸움의 목적을 잃은 채, 윤석열 정부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데서 멈췄다. - P31
선거구가 갑자기 변경되면, 선거는이미 인지도를 확보한 현역 국회의원들에게 유리하다. 젊은 정치인 육성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단체 ‘뉴웨이즈‘ 박혜민 대표는 "어느 지역으로 어떻게 출마해야 할지 결정하기에 상황이 불안정하다. 총선에 출마하려던 청년정치인들이 갈피를못 잡고 지역구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 P33
"검증 과정에서 후보자의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의혹이 문제가 된 경우라면 검증 부실, 실패라고 볼 수 있지만 문제 소지가 확인됐는데도 후보자로 지명됐다면 단순히 검증에만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적절하지 않다는 보고를 해도 대통령이 결정하면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 탄핵 등으로 인재풀이 줄어들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기조를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 P36
2020년 의료계 파업 때는 전공의들이 집단 휴진의 주축이되었다. 이번에도 전공의와 의대생 상당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고 있지만 2020년 투쟁 이후 동력이 많이 소진되었고, 구속 수사 등에 대한 두려움으로 단체행동은 주저하는 분위기다. - P39
세계 무역시장의 질서가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게끔 바뀌어가는 중이다. 이것은 ‘협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좋든 싫든 유럽과 미국 등 강한 나라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게임 체인저로 삼고 전 세계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선진국의 이런 행보를 ‘탄소 제국주의 (Carbon Imperialism)‘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특히 IT 등 신산업에서 미국과 아시아에 뒤지고 있는 유럽은 녹색산업을 무기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U CBAM은 서막에 불과할 것이다. ‘탄소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전락할 것인가. - P41
이스라엘의 압제에 허덕이는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는 것이 이란 혁명의 종착점이다.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란은 이라크에 있는 시아파의 성지 카르발라를 거쳐 예루살렘으로 진격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최고 정예부대명은 고드스 군단, 즉 예루살렘 군단이다. 테헤란에서 카르발라를 거쳐 예루살렘으로 가는 이란혁명에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함께 한다.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은 중동 평화에 팔레스타인이 여전히 중요한 변수임을 드러냈다. - P47
1993년 미국이 중재한오슬로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합의한 ‘양국 해결론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으로 간주돼 왔다. 이 협정에 따라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이 이뤄지려면 이스라엘이 우선 서안지구 내정착촌 철거 등 후속 조치를 취해야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오히려 그 반대로 나갔다. - P49
전자는 ICBM의 실전성과 생산성을 확보하는 길이고, 후자는 러시아의 핵 독트린을 본뜬 북한판 전술핵 사용 독트린과 기술개발의 길이다. 북한으로서는 윤석열 정부가 오히려 고마울 수 있다. 윤 정부의 대북 강경 노선을 빌미로 거리낌없이 전술핵 사용을 전제로 한 핵 독트린의 명분을 쌓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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