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금융 이해력(Financial Literacy)이 화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팬데믹 셧다운 같은 경제적 위기에 봉착했을 때 개인이 대응할 능력을 기를수 있도록 국가 시스템이 나서야 한다는 접근이다. 이때 필요한 능력은 단순한금융지식(Knowledge)과 다르다. 학계에서는 금융 이해력을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로 설명한다. 복리가 왜 중요한지, ‘월 이자 2%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고리대인지, 계약에서 약관을 살펴보는 게 어째서 필수적인지 등을 개인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순히 잘 아는 것을 넘어, 최근에는 금융에 대한 태도 (Attitude)와 개인의 금융 행동(Behavior)까지 포괄해 전반적인 금융 역량(Capability)을 중요시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런 역량을 갖춰 생애 전반에 ‘돈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는 ‘금융 웰빙(Well-being)이 정책의 목표가 되기도 한다. - P13

수업 자료의 빈칸을 채워가며 학생들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하나였다. 최대한 빨리 저축을 시작해야 훨씬 수월하게 노후 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점이다. 저축을 할 시간도 길어지거니와, 복리의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리글리 씨는 이 교훈을 한 문장으로 압축해서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시간은 돈을 만드는 기계다(Time is money maker)."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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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11-27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금융이해력을 장착하기는 쉽지 않죠..^^;; 이해보다는 감의 영역이라서뤼...ㅎㅎ

겨울호랑이 2023-11-27 23:18   좋아요 0 | URL
yamoo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이론보다 직관과 통찰이 더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금융은 수학적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
 

‘선거와 국가적 어젠다‘ 하면 저 일화가 떠오른다. 국민연금이나 세금정책 같은 것들. 선거 때만 되면 의제로 떠오르지만 대개는 표를 잃을 만한방향으로 전개되지는 않기 마련이다. 돈 더 내라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으니까. 그럼에도 어떤 국가적 어젠다는 치열한 논쟁을 거쳐야 한다. 각 정당은 자신들의 세계관에 따라 정책 방향을 다투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타협은 불가피하다. 충분한 논의 후 이견을 조정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 P3

서울시의 의중은 무엇일까? 당장 눈에 띄는 ‘서울의 이익‘은 김포시에 일부위치한 수도권 매립지 활용이다. 그러나 단순히 매립지 하나 때문에 서울의 지리경계를 기형적으로 넓히는 것은 비합리적인 듯 보인다. 이번 서울 확대 논쟁에서 중요한 것은, 서울이 사실상 독자적인 도시행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점이다. 여기서 ‘독자적‘이라는 것은 인천·경기와 협의할 필요 없는 도시행정을 의미한다. - P13

인구 유출을 막는 핵심이 ‘생활권역확보‘라면, 행정구역 확대보다 당장 중요한 것은 광역 교통망이다. 시의 경계를 넓힌다고, 교통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도시철도는 광역철도보다 국비 지원을 받기 어렵다.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메가시티‘가 공허한 이유는 정책에 ‘사람의 이동과 교류‘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 P15

다만 국민의힘 정책 이슈는 공통적으로 지속성에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국민의힘이 지금의 정책 이슈 주도권을 총선까지 계속해서 가져갈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불확실성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던진 정책 이슈들의 효과는 ‘앞으로 알아봐야‘ 하거나, 실현하려면 길고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 P17

대학원 이공계 연구실은 한국연구재단 같은 정부기관이나정부 부처에서 연구 과제를 따내 연구실운영 재원을 마련한다. 교수는 대학에서 임금을 받지만 그 교수의 연구실에 속한대학원생, 박사 후 연구원들의 인건비는 이런 연구 과제 예산에서 대부분 마련된다. 정부 R&D 예산 삭감이 대학원 연구실의 연구와 인력 축소로 직결될 수 밖에없는 이유다. - P26

그런데 1, 2, 3순위 응답(중복)을 살펴보니 결과가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가 강력하게 검찰개혁을 추진하지 못했기때문(43.9%)‘이라는 응답이 1위로 올라선다. 2위도 주목할 만하다. ‘적폐 청산 등 문재인 정부의 국정 방향이 오히려 검찰의 힘을 키웠기 때문(42.7%)‘이라는 응답이다. 3위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했기 때문(38.7%)‘이다. 1순위 응답에서 1위였던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때문‘은 5위로 처졌다. 많은 응답자들은 검찰개혁이 실패한 이유를 ‘문재인 정부 탓‘이라고봤다. 검사 집단의 반발 때문 (31.8%)이라거나, 국민의힘 반대 때문(20.2%)이라는 응답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 P33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검찰개혁 방안은 ‘위법한 잘못을 저지른 검사를 파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한다(84.5%)‘였다. 마침 이번 조사 직전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를 보복기소한 검사가 국회에서 탄핵된 사건이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진보층의 92.7%, 중도층의 81.2%, 보수층의 81.6%가 찬성했다. - P35

한국은 해양 세력인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지만, 미국은 아시아 대륙 국가가아니다. 한국은 아시아 대륙 국가인 중국과 경제협력을 하고 있지만, 한국은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다. 노태우 정부 이후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과 경제협력을 해온 것이 역대 정부의 정책이었다.
숙명의 지정학에서 벗어나기 위한 지혜이자 몸부림이었다. 그 결과 탈냉전 30년동안 우리는 성장했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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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의 서울 쏠림은 여러 후폭풍을 낳는다. 특정 세대, 특정 연령대의 공간적 쏠림은 세대간, 성별간 불평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에서 1인 가구로거주하는 것은 상당한 비용을 수반한다. 높은 주거비와 물가를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일자리가 많다고 해서 그 일자리들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20대 여성들이 많이 진출하는 각종 서비스일자리, 특히 IT,
콘텐츠, 서비스 업종의 경우 이직이 잦고 비정규직도 상당하다. 높은 생활비를 감당하면서 안정적으로 자산을 형성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세대간 성별 간 자산불평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될 우려가 있다. - P15

20년간의 가장 큰 변화를 요약하자면, 대학 인근(신촌·안암·관악 등)을 제외하고는 테헤란로와 강남대로(논현·역삼, 삼성), 잠실 (삼전·석촌)을 중심으로 뭉쳐있던 동네들이 전부 사라지고, 구로, 금천(가산,독산), 동작(상도. 노량진), 영등포(영등포당산), 강서(가양·화곡) 등으로흩어졌다는 점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20대는 더 이상 강남으로 가지 않는다.  - P17

검찰집단에 우호적인 이들의 범위는 대략 17~32% 사이에 있다. 검사 출신의 총선 출마에 찬성(17.7%)하고, 현 정부는 검찰 독재가 아니다(32.4%)라고 응답하는 이들이다. 반면 검찰 집단에 부정적인 이들의 범위는 앞서 확인했듯 대략 57~72% 사이다. 최소치로 보면 17% 대 57%, 최대치로 보면 32%대 72%다. 어떻게 보든 ‘반검‘ 여론이 두 배 이상이다. 이것이 검찰을 둘러싼 여론의 현주소다. - P31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함께 하는 제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검사가 특정 사건을 수사하면서 기소 판단까지 하면 객관적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응답은 39.7% 나왔다. 수사권 조정에 힘을 싣는 의견이다. 반면
‘검사가 특정 사건을 수사하면서 기소 판단까지 해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은 40.4%였다. 수사권조정 찬반 의견인 ‘견제론‘과 ‘효율론‘은이번 조사에서 팽팽히 맞선 셈이다. - P33

응답자 다수는 검찰의 독립된 수사를보장해야 한다고 여긴다. 정치권력, 법무부 장관, 심지어 여론으로 대표되는 국민자신의 의사에도 맹종하지 않는 게 좋은수사라고 생각하는 이가 적지 않다. 그러나 검찰이 검찰개혁까지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보는 이는 소수다.  - P33

연금 개혁은 수치를 조정하는 일이다. 결국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겠지만, 정부가 자신의 안을 내고 그것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끌어갈 책임이 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처음부터 의견이 다른 주체들에게 합의하라고 하면 논의가 힘을못 받고 공전하기 쉽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정확히 그렇다. 사실상 연금 개혁 의지가 없다고 본다."  - P40

이번 개편 시안의 가장 뜨거운 쟁점은 ‘고교학점제와 내신 상대평가의 어색한 동행‘에서 발생한다. 내신 절대평가가동반되지 않은 고교학점제는 파행으로치달을 거라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 P45

납은 인체에 흡수되어 헤모글로빈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를 억제하기 때문에빈혈을 일으키며, 고혈압, 만성신부전, 불임 등 건강 문제를 초래한다. 무엇보다 신경독성이 심각한데, 특히 아동기 노출은인지기능 저하의 원인이 된다.  - P48

바이든 선거 참모들은 ‘바이든이 싫다고 해서 아랍계 유권자들이 아랍인 혐오 감정을 감추지 않는 트럼프를 찍지는않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말한 대로 반바이든 정서가 극에 달한 미시간주가 심상치 않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정치 칼럼니스트 윌 번치는 "정치적으로 볼 때 미시간주 상실은 바이든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라고 말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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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가 말하는 바는 이렇다. 검찰의 영향력이 커진 배경에는 ‘정치‘가 있다. 검찰이 정치에 직간접으로 영향력을행사하는 일들이 잦아지면서 검찰의 힘자체가 커졌다. 영향력이 커진 이유에 대해 3순위까지 응답한 결과를 보면 이는더욱 뚜렷해진다.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을 검찰 수사에 맡기기 때문이라는 응답과 정치권이 비리에 연루되는일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큰 폭으로 오른다. 거꾸로 말하자면, 검찰의 힘을 다스릴 수 있는 존재가 결국 정치라는이야기다. - P18

조사 결과 시민들의 검찰 이슈 이해도는 짐작보다 훨씬 높았고, 검찰 공화국비판에 대해서도 절반 이상이 동의했다. 진영 논리에 따라 응답이 갈리되 제 식구감싸기나 돈 문제 등에 대해서는 모두가 비판적이었다. 검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많은 대목에서 ‘빨간불‘이었다. - P19

국민의힘 관계자 다수는 인요한 혁신위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 공천 개혁이라고 내다봤다. 최재형 혁신위에 참여했던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인요한 혁신위 합류를 거절한 이유이기도 하다.  - P21

2020년 2월 방영환씨가 부당해고를 당하게 된 발단 역시 사납금제였다. 당시 회사가 방씨에게 제시한 근로계약서는 겉보기에는 전액관리제를 시행하는 듯 했다. 그러나 계약 세부를 들여다보면 사실상의 사납금제가 유지됐다.  - P25

기업이 언론사를 인수하는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YTN 매각이 한국 언론 역사에서 이례적 사건인 이유는 YTN이 ‘보도전문채널‘이라는 특수한 지위를 가져서다. 보도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전체 방송 시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방송채널로, 국내 보도전문채널은 YTN과 연합뉴스TV 두 곳뿐이다. 여론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방통위가 허가한 사업자만이 보도전문채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 P26

언론사의 상품인 뉴스 자체가 돈이 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기업, 특히 건설업계에서 언론사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는 건 홍보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호반건설은 <서울신문>의 지분을, 중흥그룹은<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 지분을보유하고 있으며, 태영그룹은 SBS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 P27

주요 R&D 예산은 3조4000억원 삭감되었지만 그 와중에 글로벌 R&D 예산은대폭 증액되었다. 글로벌 R&D는 해외 연구팀과 협력하는 공동연구나 인력교류사업을 의미한다. 올해 글로벌 R&D 예산은 5075억원이었다. 6월 예산안에서 내년도 글로벌 예산은 20% (1031억원)가늘어난 6106억원으로 잡혔으나, 8월 최종 예산안에서는 무려 2조8000억원으로늘어났다.  - P29

골딘이 주목하는 건 이른바 ‘탐욕스러운 일자리 (greedy work)‘다. 금융이나 법률 분야 등에서 예측 불가능한 장시간노동을 요구하며, 이를 대가로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일자리다. 이런 일을 하려면 저녁이나 주말의 긴급한 호출에도 언제든 지체 없이 대응할 수 있는 ‘온콜(on call)‘ 상태여야 한다. - P31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튕겨나가지 않게 하려면, 육아휴직 확대보다는 골딘이 말하는 ‘유연한 일자리‘가 더 시급하다는 제안이 그래서 나온다. 이때의 유연화는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고용의 유연화‘가 아니다. 고용은 불안하지 않으면서도, 일할 시간과 장소를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근무 형태와 시간 등이 유연한‘ 일자리를 의미한다. - P33

현재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중동 갈등에서도 AI 무기는 인권침해와 관련해 심각한 논점을 지니고 있다. 이스라엘의 AI전쟁 기술은 국제사회에 그 실체가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전쟁 현장에서는 이미 활발히 사용 중이다.  - P37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9.19 군사합의 파기로 연결하는 것은 아무런 논리적 연관성이 없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양쪽에 있는 극단주의자들이 평화를파괴한 것과 다름없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사실 하마스도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오슬로 협정을 반대했다.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과 하마스는 오슬로 협정 체결 후에 이를 반대하기 위해서 적대적 의존관계를 형성했다. - P44

‘비인간화‘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효율적인 심리적 수단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어떤 사람들은 작은 생쥐에 연민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외부인에 대한 ‘악마화‘다. - P47

풀뿌리 운동의 에너지는 프리덤 코커스(Freedom Caucus)라는 의원 그룹으로 제도화됐다. 이 에너지의 다음 희생자들은 공화당 하원의장 존 베이너와 나머지 영건 두 명, 폴 라이언과 케빈 매카시였다. 1970년대 이후로 꾸준히 보수화되던 공화당은 2010년 선거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정치 초보와 티파티 프리덤 코커스 성향 의원들이 공화당의 보수화를 주도해왔다.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은 공화당 의원 이념의 중간값보다오른쪽에 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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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청이나 행정안전부가 있는 정부청사 같은 공공기관에도 이 일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야한다고도 덧붙였다. "청년 159명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정부는 사과 한마디 없어요. 그런데 한 명, 한 명의 죽음은 어떻게대하겠어요? 이태원 특별법 제정은 청년들이 더 이상 허망하게 죽지 않도록, 이들을 귀하게 여기는 법을 만들자는 거예요." - P14

처음에는 참사 현장에 있었으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던 둔감함, 도와주지 못하고 황급히 자리를피해 나왔던 수치심, 이런 감정들 때문에 나 자신이 너무 징그러웠다. 죄책감을 넘어 자기비하로 치달았다. 상담을 받고 관점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점은 명확히 안다. 하지만 단순히 운으로 살아남은 거니까 당시사람들의 죽음과 내가 연관되어 있다고 느낀다.  - P16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생존자분이 이런 말을 해주셨다. ‘그때 나에게 왜 백화점에 갔냐는 사람은 없었다‘고. 이게 무슨말일까? 2017년 이태원 핼러윈 축제 때 참여자가 20만명정도 됐다. 참사 당일엔 10만명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내가 2017년에 참사가 발생한 바로 그 사고지점에서 사진을 찍었더라. 사진 속 모두 편안하고 즐거워 보였다. 우리는 늘 그래왔듯 지난해에도 그곳을 갔던 것뿐이다. 놀다가 죽은 게 아니라, 일상을 살다가 죽은 거다.  - P17

"경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재산을 지키는 거잖아요. 그건 저희한테 헌법 같은 거거든요. 우리 구역에서 이렇게 많은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는 건, 허탈감 정도로 설명할 수 없어요. ‘우린 다 실패한 거다‘, 이 말이 나올 수밖에요. 현장에서 아무리 최선을 다했어도, 대한민국경찰은 실패한 거예요."  - P21

피해자들의 바람처럼 용산구청·용산경찰서 관계자들은 처벌을 받게 될까.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 두 재판의 주요피고인들에게 제기된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이다(일부 피고인들은 허위공문서 작성·행사로 추가 기소됐다). 고의로 저지른 범죄가 아니라, 과실로 저지른 범죄이기 때문에 그만큼 입증하기가 까다롭다.  - P24

이태원 특별법의 목적은 진상규명과재발 방지, 피해자 권리 보장이다. 우선 법안은 이 참사를 ‘재난관리 책임기관들이 예방, 참사 대응 및 수습 등 전방위적관리 및 대처를 하지 못해 발생한 사회적 재난‘이라고 규정한다. - P26

민주당이 잘못한 점이 너무너무 많다. 말로만 개혁을 외치고 기득권 앞에서 머뭇거렸다. 탐욕스럽게 위성 정당을 만든 것도 그 중 하나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대통령, 지방 권력, 의회 권력 다 가지고 있었는데도 대한민국 구조를 바꾸지 못했다. 그 이유가 결국 연합정치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싸움의 목적을 잃은 채, 윤석열 정부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데서 멈췄다. - P31

선거구가 갑자기 변경되면, 선거는이미 인지도를 확보한 현역 국회의원들에게 유리하다. 젊은 정치인 육성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단체 ‘뉴웨이즈‘ 박혜민 대표는 "어느 지역으로 어떻게 출마해야 할지 결정하기에 상황이 불안정하다. 총선에 출마하려던 청년정치인들이 갈피를못 잡고 지역구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 P33

 "검증 과정에서 후보자의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의혹이 문제가 된 경우라면 검증 부실, 실패라고 볼 수 있지만 문제 소지가 확인됐는데도 후보자로 지명됐다면 단순히 검증에만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적절하지 않다는 보고를 해도 대통령이 결정하면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 탄핵 등으로 인재풀이 줄어들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기조를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 P36

2020년 의료계 파업 때는 전공의들이 집단 휴진의 주축이되었다. 이번에도 전공의와 의대생 상당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고 있지만 2020년 투쟁 이후 동력이 많이 소진되었고, 구속 수사 등에 대한 두려움으로 단체행동은 주저하는 분위기다. - P39

세계 무역시장의 질서가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게끔 바뀌어가는 중이다. 이것은 ‘협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좋든 싫든 유럽과 미국 등 강한 나라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게임 체인저로 삼고 전 세계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선진국의 이런 행보를 ‘탄소 제국주의 (Carbon Imperialism)‘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특히 IT 등 신산업에서 미국과 아시아에 뒤지고 있는 유럽은 녹색산업을 무기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U CBAM은 서막에 불과할 것이다. ‘탄소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전락할 것인가.  - P41

이스라엘의 압제에 허덕이는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는 것이 이란 혁명의 종착점이다.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란은 이라크에 있는 시아파의 성지 카르발라를 거쳐 예루살렘으로 진격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최고 정예부대명은 고드스 군단, 즉 예루살렘 군단이다. 테헤란에서 카르발라를 거쳐 예루살렘으로 가는 이란혁명에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함께 한다.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은 중동 평화에 팔레스타인이 여전히 중요한 변수임을 드러냈다. - P47

1993년 미국이 중재한오슬로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합의한 ‘양국 해결론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으로 간주돼 왔다. 이 협정에 따라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이 이뤄지려면 이스라엘이 우선 서안지구 내정착촌 철거 등 후속 조치를 취해야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오히려 그 반대로 나갔다. - P49

전자는 ICBM의 실전성과 생산성을 확보하는 길이고, 후자는 러시아의 핵 독트린을 본뜬 북한판 전술핵 사용 독트린과 기술개발의 길이다. 북한으로서는 윤석열 정부가 오히려 고마울 수 있다. 윤 정부의 대북 강경 노선을 빌미로 거리낌없이 전술핵 사용을 전제로 한 핵 독트린의 명분을 쌓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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