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오디세이 2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3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미학 오디세이2>에서는 <미학 오디세이>에 이어 근대 이후 현대 예술(미술) 중심으로 미학(美學)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작가가 생각하는 현대 예술이 그 이전 시대의 예술과 구분되는  특징은 무엇일까? 작가는 그것을 '의미 정보의 분리'라 해석하고 있다.


1. 현대 예술과 의미 정보의 분리


'현대 예술은 그림 밖의 어떤 사물을 지시하지 않는다. 지시하는 게 있다면 오직 자신뿐이다. 여기서 의미 정보에서 미적 정보로의 전환이 시작된다. 예술 작품의 정보 구조를 우리는 둘로 나눌 수 있다. 가령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 ~ 1640)의 <파리스의 심판>을 생각해보라. 우린 이 작품 속의 장면이 어떤 장면인지를 이미 알고 있다. 


[그림1] 파리스의 심판 (출처 : http://cfile27.uf.tistory.com/image/1172CC3B4FFCF6B2366F4D)


이게 바로 그 작품의 '의미 정보'다. 이제 이 내용을 머리에서 지워버려라... 그럼 그림 속엔 순수한 형태와 색채만 남는다. 이게 바로 작품의 '미적 정보'다. 의미 정보를 중시한 고전 회화에선 형태나 색채가 주제에 종속되어 있었다. 하지만 재현을 포기한 현대 예술엔 내용이나 주제가 있을 수 없다. 다만 색과 형태라는 형식 요소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 즉 미적 정보만 있을 뿐이다.'(p43)


2. 화폐의 금태환 금지... 화폐와 신용의 결합


현대예술과 의미의 분리라는 지점에서 한 가지 다른 생각이 들게 된다. 다소 엉뚱하지만 1971년 달러의 '금 태환 정지'선언과 현대 예술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1971년 이전에는 '금(金 gold)'와 '달러 dollar'는 서로 묶여 있었기에 달러 발행액도 제한적이었다. 이와는 달리 금과 달러의 연관고리가 끊어지는 조치가 금 태환 정지다. 이 시점 이후 달러와 금은 제갈길을 가게 된다.


가. 달러 위기


'1950년대 말부터 서구의 눈부신 경제성장에 비해 미국경제는 정체하고 국제수지도 만성적이고 대폭적인 적자를 누적시켜 금 준비와 대외 단기달러채무 잔고의 비율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비롯된 달러의 지위 동요는 1960년 가을에 표면화되어 그 후 이런 경향은 만성화되고 심각화되어 금융 위기인 달러 위기(dollar 危機)로 이어졌다.'


[그림2] 금 본위제(출처 : 한미경제협의회)


나. 금본위제의 붕괴


'베트남 전쟁 등으로 인한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전비조달을 위한 통화량 증발에 의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달러 가치가 급락하자 일부 국가들이 금태환을 요구하였고, 결국 금태환 정지선언인 1971년의 8·15 닉슨 조치는 이런 달러위기의 타개를 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나 이 조치에 따라 브레튼 우즈 체제가 붕괴, 국제 통화제도는 혼란에 빠지고 세계무역은 축소화의 경향을 지지게 되며 한편 후진국에는 악영향을 주었다... 금환본위제는 국제수지 자동조절기능의 약화와 통화팽창 가능성이란 약점때문에 1929년 대공황을 계기로 1931년 붕괴하게 된다. 따라서 이때의 무역정책을 보면 강력한 보호무역조치가 만연하는 경향이 나타났었다. 특히 1930년대의 세계대공황은 국제통화질서를 회복하기 어려운 결정타를 가하였다. 주식시장의 붕괴는 급속히 전 세계로 확대되어 유럽각자의 연쇄적인 파산을 불러일으켰고, 그 후 미국마저 달러화의 평가절하를 단행하여 주요선진국은 일시적인 변동환율을 채택하게 되었다. 여기서 금본위제도는 붕괴되고 말았다.' (이상 출처 : [위키백과])


마치 금태환 정지라는 사건 이후 달러가 금으로부터 독립된 것처럼, 현대 예술은 의미 정보로부터 독립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세상 모든 것은 상호 관계 속에서 유지되기 때문에 달러와 현대 예술 역시 그 자체로 독립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이들은 각각 새로운 의미와 결합을 하게 된다. 먼저 통화부터 살펴보자.


다. 통화와 신용(信用)의 결합


통화는 금으로부터 벗어나면서 발행액의 제한으로부터 벗어났지만, 가치 평가를 위해서 다른 요소 '신용(信用)'와 결합된다. 물론 이전에도 채권등이 있지만, 현대의 채권은 단순한 채권채무관계 증서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통화정책의 수단으로도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관계가 새롭게 맺어졌다고 볼 수 있겠다. (최근 양적완화정책으로 대표되는 국채발행과 중앙은행의 국채매입은 이러한 특징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림3] 통화지표의 구성 내역 ( 출처 : 한국은행 <우리나라의 통화지표 해설>)


2. 고전 예술과 현대 예술 


그렇다면, 현대 예술은 무엇과 결합했을까? 현대 예술은 (가치 평가를 위해) 미적 정보와 결합했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 ( )안은 겨울호랑이 해석


'의미를 중요시한 고전주의 예술에선 대상의 형태가 가장 중요했다. 색채는 단지 대상의 형태를 분명히 드러내는 수단일 뿐이었다. 하지만 현대 예술에선 대상성이 사정없이 파괴된다. 형태와 색채는 대상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운 구성을 이룬다. 결국 고전주의 예술은 의미 정보를 추구한 반면, 현대 예술은 의미 정보를 단순화하는 가운데 미적 정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할 수 있다.'(p249)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K. Heisenberg, 1901 ~ 1976)의 불확정성 원리는, 세계를 확실하고 고정된 관점에서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걸 보여주었다. 현대 예술이 확실하고 고정된 필연성에서 도피하고 다의성을 띠는 경향은, 이런 의미에서 현대 사회의 위기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열린 작품이 부정적 측면만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우린 그 속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그건 바로 새로운 인간 유형이다.'(p291)


<미학 오디세이2>에서는 이처럼 현대 예술의 미적 의미와 다의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아름다움의 상징은 여신(女神)으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 미술의 아름다움은 조각으로 대표된다. 대리석안에 상(像)의 idea가 숨겨져있다는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 ~ 1564)의 말처럼 그리스 조각상에는 수학적 비례를 갖춘 많은 미의 이상이 표현되어있다.


[그림4] 아리아스(출처 : 나무위키)


반면, 고대에는 어느 정도 미의 정형성이 있었다고 한다면, 현대예술은 다양성을 인정한다. 


[그림5] 아리아스(부제: 피카츄) (출처 : 겨울호랑이 핸드폰)


 위의 사진을 보고  아리아스라고 이름을 붙였을 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성이 고대 예술과 현대 예술의 차이라 생각된다.(너무 무리했을 수도 있겠다.) 비록, 모두의 공감을 얻기 힘들더라도, 적어도 겨울호랑이가 연의를 아리아스보다 예쁘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현대예술의 열린 개방성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미학 오디세이2>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마그리트(René François Ghislain Magritte, 1898 ~ 1967)의 여러 작품을 통해 잘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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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18 17: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에 나오는 미술 작품에는 ‘정보’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예술 작품들은 색과 형태라는 형식에서 드러나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어요. 과거에 눈으로 보는 감상 행위는 무의미해졌어요. 그래서 요즘 예술 작품들은 난해해요. 예술 작품 속 심미적 가치가 좋아서 그걸 사들이는 컬렉터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대부분 컬렉터들은 경제적 가치를 보고 작품을 수집합니다. 재료비, 캔버스 크기, 호수 등 작품 거래 가격을 매기는 데 영향을 주는 특별한 ‘정보’만 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4-18 17:51   좋아요 1 | URL
^^: 네 저도 cyrus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어느 정도 ‘의미 정보‘가 공유되어야 감상자의 의견과 느낌이 나올 수 있을텐데, 예술가의 주관적인 미가 기준이 되니 이에 대한 이해 없이는 예술을 음미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 이 지점이 현대 예술을 어렵다고 느끼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인 것 같아요...

2017-04-18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8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4-18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리아스 조각상 아래 연의 아리아스 나타나서 빵ㅋㅋ 두상에서 조각상처럼 빛이 나ㅋㅋ
비교해 보다보니 닮은 듯도....호오~ 이 장르는 개념미술이군....ㅎ

겨울호랑이 2017-04-18 18:24   좋아요 1 | URL
ㅋ 뭐 장르랄 것도 없고 딸바보 아빠의 주책없는 망언이겠지요^^:

AgalmA 2017-04-18 18:26   좋아요 1 | URL
사랑하지 않으면 깊은 의미도 보이지 않는 법^^

겨울호랑이 2017-04-18 18:35   좋아요 1 | URL
^^: AgalmA님께서 잘 받아주시는군요..사실 제가 봐도 피카츄쪽에 가까워요 ㅋㅋ

서니데이 2017-04-18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예쁜 연의사진이네요.
반짝반짝하는 느낌입니다.
아이들은 볼 때마다 조금씩 크는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7-04-18 18:36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부족한 리뷰엔 연의가 언제나 구원투수로..ㅋㅋ 좀 너무한 아빠지요?

서니데이 2017-04-19 2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에서는 연의 얼굴을 조금 더 크게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은데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셨나요.
겨울호랑이님, 따뜻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7-04-19 21:21   좋아요 1 | URL
^^: 네 서니데이님 아무래도 북플 사진이 많이 적지요? 오늘은 황사가 있어서인지 조금은 목니 칼칼하네요..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서니데이님, 편안히 하루 잘 마무리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