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군국주의 간의 관계에 대해 말할 때,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국제정치에 미친 영향을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항상 전쟁을 자본주의 발전의 결과로만 보았다. 그렇지만 전쟁은 의심할 바 없이 폭넓게 영향을 미쳤다.(p7)... 전쟁이 없었다면 자본주의는 결코 없었을 것이다. 전쟁은 자본주의의 본질을 파괴했을 뿐만 아니라, 즉 전쟁은 자본주의 발전을 억제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전쟁은 자본주의의 발전을 촉진시키기도 했다. 사실 전쟁은 자본주의의 발전을 처음으로 가능하게 했다. 왜냐하면, 모든 자본주의와 관련되어 있는 중요한 조건들이 처음으로 전쟁에서 충족되었기 때문이다._ 베르너 좀바르트, <전쟁과 자본주의>, p13/147


  과연 전쟁은 자본주의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인가? 베르너 좀바르트(Werner Sombart, 1863 ~ 1941)는 <전쟁과 자본주의 Krieg Und Kapitalismus>에서 이 질문에 대해 집중하면서, 전쟁이 오히려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수행했음을 입증한다. 이를 위해 베르너는 1) 자본주의 성장에는 근대 국가가 필요하며, 2) 근대 국가는 무력(武力)의 산물이었고, 3) 무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차원에서 효율적인 시장이 필요했으며, 4) 그 결과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전쟁과 전쟁 준비는 일정 부분 기여를 했다는 것이 주된 논지다.


  국가 형성은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독특한 발전을 위한 전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대 국가는 특별히 증명할 필요는 없지만 전적으로 무기의 산물이다. 근대 국가의 겉모습, 즉 국경선도 그 내부 구성 못지 않게 무기의 산물이다. 행정과 재정은 근대적인 의미에서 전쟁이라는 과제를 수행하면서 곧바로 발전하였다._ 베르너 좀바르트, <전쟁과 자본주의>, p13/147


 내가 언제나 무엇보다도 먼저 증명하려고 하는 것은 근대 군대가 1) 재산 형성자로서, 2) 성향 형성자로서, 3) (특히) 시장 형성자로서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발전을 얼마나 촉진시켰는가이다.(p15)... 근대 군대는 상비군이며 국가 군대이다. 이미 언제나 존재한 두 가지 경향, 즉 제후를 유일한 지휘관으로 여기는 것과 그에게 지속적으로 군대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계속해서 효과를 거뒤 마침내는 보편타당한 원칙이 되었다. 이 두 원칙의 승리는 외견상으로는 말하자면, 상징적으로는 국가 상비군의 식량 조달과 장비를 위한 자금을 지속적으로 준비하거나 제공하는 것에서 표현된다... 세 가지 계기, 즉 자금 조달, 지속성 및 국가에 의한 관리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_ 베르너 좀바르트, <전쟁과 자본주의>, p21/147


  좀바르트에 의하면, 전쟁은 국가의 군수품 수요와 민간의 군수품 및 물자 공급 모두를 자극하게 되고, 생산과 유통 혁신을 가져왔다. 막대한 무기 수요는 무기 생산 시스템의 변화를 자극해 분업(分業)을 통한 생산 방식이 나타났고, 피복과 선박에 대한 수요는 경공업과 중공업 등 산업 전반에 경기호황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과정에서 독일의 푸거가와 영국의 로스차일드 가문과 같은 금융재벌이 등장하면서 금융업의 발달도 함께 나타났다는 것이 좀바르트의 분석이다.  

 

커지는 무기 수요를 완전히 또 제때에 충족시켜야 할 필요성은 경제 생활의 형성에서 이중적인 의미를 갖는다.(p60)... 다음에서 우리가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소총 산업이 그 당시에 이미 매뉴팩처 단계를 넘어 공장 방식으로 조직되었다는 사실이다. 만일 아담 스미스가 미숙한 핀 산업 대신에 이 선진 산업에 입각해서 노동 조직 관념을 얻었다면, 그는 이미 그 당시에 사회의 대기업에서 노동 성과 상승의 이유를 올바르게 인식했을 것이다._ 베르너 좀바르트, <전쟁과 자본주의>, p64/147


 증대되는 무기 수요는 경제 생활의 형성에 큰 작용을 하였으며, 이로 인해서 그것은 자본주의 발전의 진행 과정에 매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p67)... 군대의 피복은 우선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의미한다. 즉 필요한 물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가능성은 도외시하기 때문에, 피복과 피복 재료에 대한 매우 많은 수요는 이제 시장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p98)... 나는 결론으로서 조선(造船)과 자본주의라는 두 현상 간에, 넓은 의미에서는 전쟁과 자본주의 간에 존재하는 연관을 지적하고 싶다. 이 연관은 아마도 그 군사 활동의 전체적인 거대한 작용을 보여줄 것이다. 제철 공업이 특히 무기 수요에 의해 그리고 조선이 전함 수요에 의해 한층 더 높은 형태로 번형되었다면, 따라서 제철 공업과 조선이 결국 전쟁이 낳은 아이들이라면, 전쟁은 이로 인해 다시 파괴자가 되었다. 즉, 유럽 삼림의 파괴자가 되었다._ 베르너 좀바르트, <전쟁과 자본주의>, p124/147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총포와 무장된 범선, 숙련된 선원들은 대항해 시대를 맞아 전세계로 침략해 들어가면서 이전 시대까지 유럽 열위(劣位)를 한 번에 뒤집는다. 치폴라(Carlo M. Cipolla, 1922 ~ 2000)는 그의 저작 <대포, 범선, 제국 Guns, Sails and Empires: Technological Innovation and the Early Phases of European Expansion 1400~1700>에서 이렇게 생산된 무력을 바탕으로 유럽 우위를 설명하지만, 이언 모리스(Ian Morris, 1960 ~ )는 조금 관점을 달리한다.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Why The West Rules - For Now>에서 그는 서양의 압도적인 무력도 중요했지만, 보다 근원을 '에너지 활용 능력'에서 찾고 있다는 점은 조금은 다른 해석이다. 간략하게 요약하면, 서구에서의 고전 역학에 기반한 물리학의 발전과 발전이 가져온 교통혁명은 소수의 유럽인이 세계를 틀어쥐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15세기 말 유럽 팽창의 역사에서 지중해 세계의 공헌은 기술적이라기보다 재정적 · 상업적인 것이었다. 14, 15세기에 대서양 유럽이 개발한, 대포로 무장한 배는 유럽의 영웅담을 가능케 한 발명품이다. 근본적으로 그것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선원이 전례 없이 막대한 양의 물리적 에너지를 이동과 파괴를 위해 제어하는 것을 가능케 한 경제적인 고안물이었다. 어느 순간 유럽이 극적으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 비결은 모두 거기에 있었다. _ 카를로 M. 치폴라, <대포, 범선, 제국>, p166


 마운틴은 배와 항구를 날려 버리는 것은 서양의 지배를 설명하는 가장 인접한 원인, 서양의 장점이 길게 열거된 사슬의 마지막 고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해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영국의 공장들이 포탄과 뛰어난 대포, 원거리 항해가 가능한 전함을 생산해낼 수 있고, 영국 정부가 지구 반대편에서 수행되는 원정을 기획하고 자금을 대며 지휘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 모든 것은 서양인이 어느 누구보다도 에너지 대사슬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갔을 뿐 아니라 매우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자신들의 위력을 전 세계에 행사할 수 있었다는 사실로 정리될 수 있다._ 이언 모리스,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p104/472


 교통 혁명의 전체적인 효과는 일련의 부수적 효과와 연결된 직접적인 운송 개선에서 생겼다. 그러한 부수적 효과의 하나는 철도 역사의 건축에 따른 도시 경관의 개조이며, 다른 하나는 새로운 경제적 공간의 창출이다. 따라서 철도와 해운의 역사는 단순한 교통의 역사를 뛰어넘는다. 가장 중요한 결과의 하나는 이주의 성장과 변화다. 이는 몇몇 지역에서 발흥한 산업자본주의와 새로운 변경의 개척 같은 다른 자극들을 자연스럽게 흡수한 세계사의 한 과정이었다._ 세바스찬 콘라드 외 1, <하버드-C.H.베크 세계사 : 1750~1870>, p553/713


 이언 모리스는 최근의 서양의 우위가 단순한 무력에서 온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Science Technology)에서 온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하지만, 개인적으로 여기에 쉽게 수긍하기는 어렵다. 서구의 에너지 활용이 다각화 된 것은 좀바르트가 지적했듯 대형 선박 건조를 위한 무분별한 벌목 등의 사례에서 보듯 자원 고갈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 1945 ~ )가 <엔트로피 Entropy: A New World View>에서 지적했듯, 서유럽의 문명사가 거칠게 표현해서 자연파괴의 역사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현대 서양의 우위는 과학기술의 승리가 아닌 자본주의의 어두운 측면에 불과한 것은 아닐런지. 덧붙이자면, 치폴라 역시 <시계와 문명 Clocks and Culture: 1300-1700>에서 과학 혁명에 대해 말하기에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리뷰로 넘기는 것으로 하자.


 다시 좀바르트로 돌아가서, 우리는 전작 <사치와 자본주의>와 <전쟁과 자본주의>를 통해 유럽 사회의 사치품 수요와 군수품 수요가 자본주의의 탄생에 기여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사실들은 브로델(Fernand Braudel, 1902 ~ 1985)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 : 일상생활의 구조 Civilisation materielle, economie et capitalisme 1> 에서 기술, 화폐, 도시화 등 다른 요인들과 함께 역사의 하부 지층으로 보다 잘 설명된다. 이로부터 우리는 자본주의 태동기에 사치와 전쟁이 자본주의 발달에 기여했다는 좀바르트의 주장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이것으로 자본주의 발전을 설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은 일종의 소규모 "군사 케인스 주의" - 군사비 지출이 그 지출을 부담하는 국가 시민들의 소득을 끌어올리고, 그럼으로써 조세 수입을 늘리고 새로운 군사비 지출을 지불할 능력을 상승시키는 관행 - 를 수행하였다. 그러나 이후 모든 군사 케인스주의와 마찬가지로, 다른 관할권역으로의 영구적인 유효수요 누출  때문에, 또 비용 인플레이션 때문에, 그리고 점점 더 늘어나는 군사비 지출의 기타 재분배 효과들이 이런 목적을 위한 자본가 계층의 조세 납부 의지를 꺾었기 때문에, 군사비 지출의 "자기 팽창"은 엄격하게 제한된다._ 조반니 아리기, <장기 20세기> , p91


 

조반니 아리기(Giovanni Arrighi, 1937 ~ 2009), 이매뉴얼 월러스틴(Immanuel Maurice Wallerstein, 1930 ~ 2019)이 분석했고 케인즈(John Maynard Keynes, 1883 ~ 1946)가 전망했듯 이후 자본주의 국가들은 무력 사용에 의해 경쟁자들을 제압하기보다는 체제 내 안정과 안정 속에서의 번영을 추구하며 제국주의 노선을 수정했고, 그 마저도 제국주의가 효율적이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자 식민지 독립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 황금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오일쇼크 전까지.


 전쟁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국민의 열정에 부채질 하는 일을 용이하게 해주는 요인으로는 전쟁의 경제적 원인, 즉 인구의 압력과 시장 확보를 위한 경쟁적 투쟁을 들 수 있다.(p459)... 만일 여러 나라들이 그들의 국내정책에 의해 완전고용을 달성할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자국 상품을 타국에 강매하거나 이웃나라의 매출을 격퇴시켜야 할 절박할 동기는, 그것도 한 나라가 다른 나라로부터 구입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대금을 지불할 수 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역수지가 자국(自國)에 대해 유리하게 전개되도록 국제수지(國際收支)의 균형을 뒤집으려는 명백한 목적을 가지고 그렇게 할 동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_존 메이나드 케인즈,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p460


  이로부터 우리는 좀바르트가 두 저서 <사치와 자본주의>, <전쟁과 자본주의>를 통해 사치와 전쟁이 자본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봤다. 그리고, 이를 통해 좀바르트 이론이 자본주의의 변화상을 설명하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자본주의 태동에 미친 영향력에 대해서는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음도 알게 된다. 적어도, 자본주의가 근검, 절약하는 청빈하고 신앙심 깊은 프로테스탄트에 의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세속적인 물질과 영토 등에 욕심을 내던 이들의 산물이기도 하다는 좀바르트의 이론은 절대체제로서 자본주의가 아닌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눈돌릴 수 있는 관점의 전환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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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7-18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쟁이 자본주의 발달에 엄청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 한 표 겁니다. ^^

겨울호랑이 2021-07-18 17:55   좋아요 1 | URL
저 역시 대체로 전쟁 수행에 많은 비용이 소모되며, 전후 복구에 따른 유효 수요 증가 등을 고려했을 때 대체로 인접국가의 전쟁 관련 기업들을 특수를 누린다고 여겨집니다만, 범위를 넓혀 본다면 전쟁에 따른 불이익을 받는 집단도 있느니만큼 경우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북다이제스터 2021-07-18 17:59   좋아요 1 | URL
평등은 태초 이후 그리고 앞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것처럼 전쟁에 따른 불이익을 받는 집단은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맘에 들지 않지만 서글픈 현실인 것 같습니다. ㅠㅠ

겨울호랑이 2021-07-18 18:03   좋아요 0 | URL
네... 특히 자본주의 자체가 불평등을 전제로 한 시스템이다보니 더욱 그런 면이 어둡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