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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VS 실천- 19세기 찬란했던 승리와 마르크스의 테제
강신주 지음 / 오월의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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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봄 - 전2권- 불타는 유럽, 새로운 세상을 위한 투쟁 1848-1849
크리스토퍼 클라크 지음, 이재만 옮김 / 책과함께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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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제국헌법투쟁, 1848년에서 1850년까지 프랑스 계급투쟁, 독일 농민전쟁 외 - 전2권
카를 마르크스 외 지음, 이회진 외 옮김 / 길(도서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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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선집 2
칼 마르크스 외 지음, 박종철출판사 편집부 엮음, 김세균 감수 / 박종철출판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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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
칼 마르크스 지음, 최형익 옮김 / 비르투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헤겔은 어디선가 세계사에서 막대한 중요성을 지닌 모든 사건과 인물들은 반복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이는 것을 잊었다. 한 번은 비극으로 다음은 소극 笑劇으로 끝난다는 사실 말이다. _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 (칼 마르크스, p.10) 


루이 보나파르트, 훗날 나폴레옹 3세는 대통령이 되기 전 두 차례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추방과 종신형 선고를 받은 이력의 소유자다. 그런 그가 어떻게 대통령에 당선되고 쿠데타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칼 마르크스는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날카롭게 분석한다. 루이 보나파르트가 자신의 삼촌 나폴레옹 1세가 완성한 국가기구를 이어받아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에는 정치체제의 모순과 보통선거제라는 배경이 자리한다.


 국가의 시민적 통일성을 창출하기 위해 지역적, 영토적, 도시적, 지방적으로 분리된 권력을 타도하는 임무를 지닌 제1차 프랑스 혁명은 절대왕정이 착수한 중앙집권화와 함께 정부 부속기관과 그 인력의 확대를 한층 발전시켰다. 그리고 나폴레옹이 이 국가기구를 완성했다. _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 (칼 마르크스, p.138) 

 대통령의 상대편에 자리한 의회파를 구성한 두 세력은 서로 다른 경제적 기반을 가지고 있었다. 정통왕조파가 전통적인 토지 지주의 이익을 대변한다면, 오를레앙파는 금융·산업 부르주아지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이해관계가 달랐다. 그러면서도 정치적으로는 왕정복고를 희망하는 속내를 가졌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졌기에 이들은 '공화정'이라는 체제에서 불안정한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보통선거제가 의회와 대통령 모두에게 정치적 정당성을 주었다. 대통령과 의회가 모두 지지받는 체제에서 대통령과 의회는 서로 견제하는 관계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루이 보나파르트는 어떻게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는가?


1850년 5월 31일의 선거법은 파리의 프롤레타리아가 정치권력에 어떤 형태로든 참가하는 것을 봉쇄했다. 이 선거법은 모든 투쟁영역에서 파리의 프롤레타리아를 차단시켜 버렸다. 또한 그것은 노동자들을 2월 혁명 이전과 같은 하층 천민의 지위로 되돌려 놓았다. _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 (칼 마르크스, p.79) 


의회는 보통선거가 준 대중적 정당성을 스스로 잘라냈고, 대통령은 자신을 선출한 분할지 농민과 사조직으로 동원한 룸펜프롤레타리아라는 기반을 그대로 유지했다. 정치적 정당성을 스스로 약화시킨 의회와 대중적 지지를 내세워 권력을 확대해 나간 대통령의 대결. 처음에는 의회가 우위였으나 끝내 대통령에게 패했고, 이로써 루이 보나파르트는 자신의 정치적 희극을 완성할 수 있었다.


 자신들의 막강한 정적들을 제거하고 이제 그 스스로가 황제의 역할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나폴레옹의 가면을 쓴 자신을 진정한 나폴레옹이라고 상상하는 바로 그 때, 비로소 자신이 지닌 세계에 대한 고유한 개념의 희생자가 되며 세계사를 희극으로 보지 않고 자신의 희극을 세계사로 파악하는 심각한 어릿광대가 된다. _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 (칼 마르크스, p.86)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1852)과 《자본론》(1867). 15년의 간격을 두고 쓰인 두 저작은 각각 정치적 모순과 경제적 모순을 대표한다. 칼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자본주의의 내재적 모순과 위기 경향을 분석했다면, 《브뤼메르》에서는 의회의 분열과 루이 보나파르트라는 인물의 자기모순을 분석한다. 보나파르트는 스스로를 중간계급의 대변자로 자처하면서도 그 계급의 정치권력을 날마다 파괴함으로써만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인물이 된다. 그리고 이 모순은 보나파르트가 황제에 오른 뒤에도 계속될 것이었다. 그렇다면 마르크스에게 제2제정은 처음부터 붕괴의 모순을 안고 출발한 체제였을까?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 부록으로 실린 논문을 통해 마르크스의 다른 저작  《공산당 선언》과의 접점을 발견한다. 사회주의라는 유령이 지배계급의 정치적 공포를 드러낸다면, 공산주의라는 유령은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새로운 역사적 세력의 등장을 알린다. 서로 다른 맥락에서 등장한 두 유령은 계급적 지배질서가 변화의 가능성을 두려워한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부르주아지와 질서당이 자신을 국가권력의 정상에 도달하게 해준 공화정과 보통선거제를 '폐지'하고 의회독재라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이게 된 보다 근원적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사회주의라는 유령이 도처에 만연해 있고, 언제 어디서 그 어떤 모습을 출몰할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었다고 마르크스는 분석한다. _ 《계급투쟁과 보통선거제의 정치적 동학》 (최형익, p.178) 논문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_ 《공산당 선언》 (칼 마르크스)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은 정치적 모순을 안고 있는 계급과 인물들의 권력투쟁을 다룬 저작이다. 서로 다른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진 세력들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연합하고, 자신들의 지배를 지키려다 스스로 정치적 정당성의 기반을 허무는 과정은 역설적이다. 그 틈에서 권력을 쥔 루이 보나파르트 또한 부르주아지의 사회적 지배를 유지하면서 그 계급의 정치적 지배를 약화시킨다. 특정 계급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면서도 그 계급의 정치적 통제로부터 벗어나려는 행정권력의 상대적 자율성. 이것이 마르크스가 파악한 보나파르티즘의 모습이다.


경제적 이해관계는 정치적 입장의 바탕이 된다. 그러나 정치가 그 이해관계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은 아니며, 개인의 의지만으로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마르크스가 첫머리에서 말했듯, 사람들은 스스로 고른 조건이 아니라 물려받은 조건 아래서 역사를 만든다. 그 조건 속에서 계급의 이해관계와 정치적 갈등, 인물의 의지가 서로 부딪히며 새로운 현실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반복되는 역사란 같은 악보를 다시 연주하는 일이 아니라, 달라진 무대에서 악보와 달리 흘러가는 불협화음에 가깝지 않을까. 마르크스가 포착한 것은 어리석은 한 독재자의 출현이 아니라 그런 독재자를 만들어 낸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었다. 루이 보나파르트 이후에도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수많은 정치 지도자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들은 과연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던 것일까, 아니면 시대를 달리하여 과거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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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이 느끼는 피로는 계속해서 쓸모 있고, 변화에 적응할 줄 알고, 감정적으로 균형 잡혔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상당 부분 비롯된다. 바로 이것이 요즘 세상이 희한하게 자극적이면서 피로한 이유를 설명해 주는지도 모르겠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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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일본에서 배운 생산 방식을그대로 한국 공장에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았다. 생산량을 맞추려면 노동강도를 크게 높여야 했고, 현장에서는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회사와 합의한 기획과 달라진 부분도 있었다. 개발은 몇 년 동안 이어졌지만 결국 전환에는 실패했다. - P15

기정서는 누구보다 기계식 펌프의 끝을 알고 있었다. 30여 년 전부터 그 펌프를 만들어왔고, 그다음 기술인 커먼레일로 넘어가려다 실패하는 과정에도 참여했다. 그가 보기에 남은 시간은 길어야 1~2년이었다. "외부 요인을 우리가 막을 수는 없지만, 어찌 됐든 아직 고객이 있으니까. 공장이 멈추는 순간까지 우리는 최선을 다하는 거지." 언젠가 마지막 주문이 들어올 것이다. 그 주문까지 생산하고나면 기정서가 40년 가까이 돌려온 기계도 멈춘다. 그때가 언제일지는 알 수 없었다. 공장이 언제 끝날지를 결정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자신들의 잘못으로 그 끝을 앞당기지는 않는 것. 기정서가 말하는 ‘최선‘은 그런 것이었다. - P15

이런 사고를 막으려면 장기적으로 남과 북, 유엔사가 회담을 통해 MDL을 일치시켜야 할까? 이에 대해 조용근 초빙교수는 "우리처럼 남북 군사회담을 오래해온 사람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는데, ‘선‘은 협상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선‘을 ‘면‘으로 두고 ‘여기서는 싸우지 말자‘고 합의한 결과물이 DMZ였는데 북한이 이걸 무력화했다. 결국 북한의 국경선화에 대한 우리의 전략이 필요했는데, 지금까지도 그게 없다는 게 근본적 문제다.  - P19

 공적 제도가 책임을 다하지못해 생긴 공백을 개인의 희생과 헌신으로 채우는 상황은, 그의 말처럼 선례가 될 수 없다. 울릉군 보건의료원은 오늘도 불을 밝힌다.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 해에도 울릉도 유일의 병원이 이곳의 삶을 지키기 위해선 몇몇 사람의 노력 이상이 필요하다. - P22

노무현이 명확하게 가졌던 정치의 두 단계 구분이 사라졌다. 리버럴의 정치에서 깨어있는 시민‘이란 정치에 반드시 필요한 공존의 기술을 갖춘시민이다. 탈리버럴의 정치에서 ‘깨어 있는 시민‘이란 ‘영원한 비상사태에 사는 영원한 파수꾼‘으로 의미가 바뀌었다.  - P32

일부 예만 들었지만 읽기 능력의 퇴보는 전 세계적 추세다. 퇴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여러 요소 중 대부분의 나라에서 우선적으로 꼽는 것은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다.  - P35

매리언 울프는 <다시, 책으로>에서 문해력이 유전적인 것이 아니라 호모사피엔스가 6000년에 걸•쳐 이룬 가장 중요한 후천적 성취임을 강조한다. 이것은 뇌의 가소성(외부의 자극을 받아 형태나 구조가 바뀐 뒤 그 상태를 유지하는 성질)에 기반한 성취다. 읽기를 배워 뇌를 변화시킨 덕에 인간은 타인을 이해하고 경험을 전수하며 도덕적사회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읽지 못하는인간으로 구성된 사회는 위험하다.  - P36

독일 정치를 오랫동안 지탱해온 기독민주당과 사회민주당이라는 두 국민정당의 공간이 좁아지는 한편, 정치적 스펙트럼의 양쪽에서는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을 흡수하며 지지를 넓히는 정당들이 힘을 얻고 있다. 이들은 복잡한 사회·경제적 문제에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문제를 이해하기 쉬운 정치적 구도로 단순화하고 유권자의 불안과 분노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지지를 끌어모으고 있다. - P39

관심은 이제 5200m 지점에서 벌어진사건을 일으킨 배후 원인으로 옮겨간다.
무엇이 붕괴를 유도했을까. 세계 언론은 기후변화를 말했다. 하지만 정교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 만약 암반이 먼저 무너졌다면 사태의 직접적 방아쇠를 기후라고보기 힘들 수 있어서다. 암반 자체의 불안정성이 주요인이라고 보는 연구가 있다.
다만 연구에 따라서는 누적된 장기 기후영향이 암반 붕괴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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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쟁탈전
에밀 졸라 지음, 조성애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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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사카르의 재산은 절정에 오른 듯했다. 그의 재산은 파리 전체에 거대한 환희의 불처럼 타올랐다. 개들이 짖는 소리, 채찍질 소리,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햇빛으로 가득 찬 숲속 한 구석에서 뜨거운 쟁탈전이 벌어지던 때였다. _ 《쟁탈전》 (에밀 졸라, [전자책 위치 93/226]) 


쟁탈전(La Curée). 제2제정기의 파리 대개조 사업은 근대화를 명분으로, 권력과 자본이 결탁한 투기장이며, 신흥 부르주아들의 욕망의 해방구였다. 이 시기를 배경으로 아리스티드 루공은 '사카르'로 이름을 바꾸고 쟁탈전에 적극 참여한다.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이용한 부동산 감정액 조작과 수용을 통해 사카르는 매우 빠르게 부를 축적한다. 1권이 《루공가의 치부(致富) La Fortune des Rougon》였다면 2권은 '사카르의 치부'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성공을 거두지만, 《쟁탈전》이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는 사카르가 아닌 다른 주인공 르네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이해된다. 《쟁탈전》은 사카르가 돈을 쟁탈하는 이야기이면서, 르네가 욕망을 쟁탈하려다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이야기다. 사카르의 성공과 르네의 파멸이 교차하면서 제목의 의미가 비로소 온전해진다. 그렇다면, 르네는 어떻게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었을까. 


땅과 건물들은 교묘하게 계산된 명세서로 거의 2천만 프랑으로 평가되었으나 실제 그 가치는 이 금액의 4분의 1도 되지 않기 때문에, 수용이라는 요정의 금막대기가 마술을 부리지 않는다면 엄청난 파산 속에 가라앉을 수 있었다. _ 《쟁탈전》 (에밀 졸라, [전자책 위치 132/226]) 


유부남에게 강간당한 후 가문의 수치를 덮기 위해 막대한 지참금과 땅을 갖고 사카르와 계약 결혼을 한 르네. 남편에게 자신과 소유 재산 전체를 내주고 사카르의 성공에 휩쓸려 간다. 돈과 쾌락을 향한 사카르의 질주에 그녀 자신도 열광하며 적극 가담하고 사교계의 중심에 선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르네.


돈과 욕망이 들끓는 제2제정의 사회는 그녀의 상상력을 부추겼으며 당당하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엉뚱한 행동을 하도록 그녀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그녀는 후회하면서도 더욱더 자신을 내던졌고 결국 약간이나마 남아 있던 정직성마저 완전히 죽여 버리게 되었다. 그녀는 항상 들떠 있었고, 항상 알고 싶으며 느끼고 싶은 채워지지 않는 욕망 속에서 앞으로 내달렸다. _ 《쟁탈전》 (에밀 졸라, [전자책 위치 82/226]) 


그렇지만, 그녀가 추구했던 가치들이 성취감이나 만족감 대신 공허함을 안겨다 주었을 때 그녀는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새로운 자극을 끝없이 추구하며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된다. 망망대해에서 갈증을 피하기 위해 바닷물을 마시는 행위가 이와 같을까. 르네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욕망을 마셨지만, 마실수록 갈증은 더 심해졌다. 반대로 사카르는 같은 욕망의 세계에서 끝까지 살아남는다. 적어도 사카르는 《쟁탈전》에서 '성공한 악인'으로 마무리된다.


더 이상 알아볼 수 없는 풍경 앞에서, 한껏 유행 따라 멋을 낸 이 자연 앞에서, 르네는 차마 고백할 수 없는 욕망들이 올라오는 듯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떨며 다가오는 깊은 밤의 숲은 고대의 신들이 그들의 거대한 사랑, 간통, 근친상간을 숨기기에 이상적인 숲 속의 빈터처럼 신성하게 보였다. _ 《쟁탈전》 (에밀 졸라, [전자책 위치 12/226]) 


작품 안에서 인상 깊은 르네의 공간들이 있다. 의붓아들 막심과 함께 지나다닌 볼로뉴 숲, 막심과 사랑을 나누던 온실, 버려진 뒤 그녀만이 남은 방. 욕망을 바라보는 공간으로서 볼로뉴 숲, 욕망을 실현하는 온실, 욕망이 사라진 곳에서 자신과 대면하는 방이 그곳들이다.


수많은 마차들이 줄지어 지나가며 상류계급이 부와 지위를 과시하는 산책 장소인 숲을 바라보며, 르네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그리고 르네는 자신의 욕망을 투명한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인위적인 숲'에서 실현했지만, 끝내 자신의 것으로 남기지 못한 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르네가 원한 것은 단순한 쾌락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고대의 신들처럼 금기로부터 면제되어 인간에게 주어진 경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원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욕망은 태양 가까이 날아간 이카루스를 닮았다. 높이 올랐던 만큼, 그녀가 돌아온 곳은 홀로 남은 방이었다. 


숲, 온실, 방. 이 세 공간을 통해 작가는 개조된 파리를 배경으로, 인공의 자연 속에서 증폭되는 인간의 욕망과 좌절을 공간적으로 엮어낸 것은 아닐까.


르네가 기분이 좋지 않은 날, 그녀가 더욱 자극적인 사랑을 필요로 하는 날 그를 끌고 가는 곳이 있었다. 그때에는 온실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그들이 근친상간을 느끼는 곳이 바로 거기였다. _ 《쟁탈전》 (에밀 졸라, [전자책 위치 130/226]) 


신들처럼 쾌락에 대해 면죄받는 곳에서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다고 믿었던 것이 거짓된 상상임을 느끼자, 그녀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그녀는 수치의 나라에서 살아왔던 것이다. 자신의 육체를 내던졌고, 스스로를 죽음으로 이끌면서 그 대가를 치렀다.  _ 《쟁탈전》 (에밀 졸라, [전자책 위치 201/226]) 


《쟁탈전》에는 분명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다. 가해자의 자리에 계약 결혼을 통해 르네의 재산을 이용한 사카르가 있고, 르네와의 관계를 이용하다 끝내 그녀를 저버리는 막심이 있다면, 그들에 의해 이용당한 르네는 피해자의 자리에 있다. 그렇지만, 가해자의 악행에 분노하면서도, 피해자의 불행에 대해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이 일어나기에는 어떠한 주저함이 계속 막아선다. 르네가 욕망의 세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사실은 그녀가 처음부터 그 세계를 자유롭게 선택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피해자로 출발한 그녀가 점차 그 욕망의 문법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피해자와 공모자의 경계가 흐려진다. 


《쟁탈전》의 욕망 구조는 현대 자본주의의 모습과도 결코 멀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르네의 욕망을 낯선 시대의 일탈로 밀어내지 못한다. 그녀의 불행에 연민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끝까지 자신을 내던진 그녀를 바라보며 주저하게 된다.


센 강을 가로지르는 두 다리인 베르시교와 오시테를리츠교는 센 강을 붙잡고 강물이 방 안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해주는 멈춤 장치 같았다. _ 《쟁탈전》 (에밀 졸라, [전자책 위치 67/226]) 


도시에는 강물을 붙잡아 주는 다리가 있었지만, 르네에게는 욕망이 자신을 삼키기 전에 붙잡아 줄 방벽이 없었다. 그녀를 끝내 온전히 동정하지 못하게 막아서던 그 주저함, 그것이 독자인 나에게 주어진 방벽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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