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 한국 200만 부 돌파, 37개국에서 출간된 세계적 베스트셀러
마이클 샌델 지음, 김명철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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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우리는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접근법을 탐구했다. 첫 번째 방식은 정의란 공리나 복지의 극대화, 즉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 방식은 정의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선택은 자유 시장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행하는 선택일 수도 있고, 사람들이 원초적으로 평등한 위치에 있을 경우 '하게 될' 가상의 선택일 수도 있다. 세 번째 방식은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_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p37를


  정의(Justice)란 무엇인가. 이 물음을 위해 저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의미를 찾아간다. 그 과정에 세 갈래 길 - 복지의 극대화, 개인의 자유 그리고 미덕(좋은 삶) - 이 제시되고 천천히 정의를 향해 가지만, 끝에 이르러서는 난관에 부딪친다. 저자는 제시하는 도덕적 딜레마 상황들을 통해 세 가지 접근법 모두를 시험대에 올린다. 명확한 답을 유보하는 저자의 방식은 독자들을 마치 '아포리아(Aporia)'에 놓인 것처럼 느끼게 하며, 스스로 정의를 고찰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아포리아'의 경험은, 샌델이 제시한 세 가지 접근법이 '정의=분배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공리주의가 효용을 측정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의가 측정 불가능한 가치와 미덕의 영역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GDP로 측정되지 않는 문제들에 대한 고려가 추가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정의에 대한 총괄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저자의 생각은 아래의 한 문장에 담겨있는 듯하다.  


 정의는 올바른 분배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올바른 가치 측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_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p381


 저자는 이를 위해 측정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동선을 위한 사회구성원들의 숙의와 정치적 행동을 통해 보다 정의로운 사회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향점일 것이다. 그렇지만, 무지의 베일을 벗어나 이미 자신의 처지에 대해 사후적으로 알고 있는 개인들이 자본주의의 토대 위에 세워진 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 과연 얼마나 공동선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어쩌면, 인류에게 정의는 영원한 아포리아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란 무엇인가>가 의미를 갖는다면, 어쩌면 손에 닿지 않는 도망가는 희망과 같은 정의지만,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좋은 삶'에 대해 토론하고, 측정할 수 없는 가치들을 함께 고민하는 정치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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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8-18 2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명확한 답이 아닐지라도 이렇게 고민하는 것 자체가 너무 너무 필요한 시대를 지금 살아가는거 같아요

겨울호랑이 2025-08-18 22:04   좋아요 1 | URL
말씀처럼 우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선과 개인의 미덕, 자유를 조화시키려는 개인의 노력과 함께 이를 공론의 장에서 풀어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여겨집니다. 그렇지만, 최근개인과 사회 모두 인식과 해결하는데 미온적인 부분이 있어 아쉽게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