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소년과 함께 자란 나무 이야기.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며 우정을 나누던 소년과 나무. 그렇지만, 시간이 흘러 소년이 청년이 되고, 중년과 장년 그리고 노년을 보내며 그들의 관계는 바뀌게 된다.
함께 추억을 나누던 둘 사이를 가른 것은 시간이었을까. 그럴 수도 있겠다. 소년은 시간이 흘러 점차 늙어갔으니. 이에 반해 나무의 시간은 아주 더디게 흘러가며 생긴 차이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공간 때문이었을까. 소년은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세상을 만났지만, 나무는 한 자리에서 소년만을 기다려야 했으니. 나무 곁을 떠나 세상을 만난 소년의 마음에서 나무의 자리는 점차 작아졌지만, 나무에게 소년은 한결같은 크기였을 것이다.
나무가 소년에게 자신을 내어 줄 때마다 반복되는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이 문장은 마지막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 준 뒤 다음 문장으로 바뀐다.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으나 ... 정말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낌없이 내어 주는 나무에 반해, 소년의 모습은 매정하게 보여진다. 서로에 대한 우정과 사랑의 크기는 분명 달랐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준 나무에 비해 소년의 우정의 크기는 작지만, 소년은 나무에게 진실했다. 다만, 우정의 크기가 달랐을 뿐. 오랜 옛 친구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진정성이 있지 않을까? 다만, 이 지점에서 마지막에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행복하지 못한 나무에 대해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서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떠올리게 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고 제비와 함께 불에 타며 최후를 맞이한 왕자의 마음과 친구에게 자신을 내주고 불행한 나무. 헌신적인 사랑의 다른 두 결말을 비교하면서, 어쩌면 행복한 왕자에게는 '제비'라는 또 다른 동료가 있었던 반면, 나무는 혼자였기에 사랑이 주는 울림이 달랐던 것은 아니었는지를 생각하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