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사이에 - 제12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112
김화요 지음, 오윤화 그림 / 웅진주니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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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지갑이 없어졌단 말이야. 너희들이 우리 집에 왔다 간 바로 어제!" 주목이가 험한 얼굴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거칠게 내뱉었다. 생각지도 못한 말에 아이들의 눈이 더욱 커졌다. _ 김화요, <내가 모르는 사이에> , p8

김화요의 <내가 모르는 사이에>는 주목이의 생일 파티에서 엄마의 지갑이 사라져 버린 사건과 이 사건에 얽힌 아이들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각자의 시선에서 그려진 작품이다. 이 작은 사건이 가져온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평소에는 문제 삼지 않았던 문제들이 사건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결코 작은 일이라 볼 수 없는 사건이지만, 현실에서 있을 수 있는 사건. 그리고, 친구들 간의 갈등과 심리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기에 아이들이 재밌게 읽는 것은 아닐까.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내별마을에 산다고 하면 바로 어색해지는 어른들의 표정, 아파트 단지 꼬마들이 거지 동네라고 생각 없이 부르는 곳. 그래도 나는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길고 가파른 계단도, 좁고 지저분한 골목길도, 낡아서 바람이 세게 불면 신음 소리를 내는 우리 집도 나는 부끄럽지 않았다. 내별마을은 무지개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조용히 나이 들어 묵묵해진 골목길이 있는 곳이었다. 갈 곳이 없어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 서로에게 각별히 끈끈한 곳이었다. _ 김화요, <내가 모르는 사이에> , p15

<내가 모르는 사이에>를 읽으면서 아빠는 작품에 나오는 친구들의 장점에 대해 생각했어. 다른 사람들이 꺼리는 가난한 동네에 살지만, 그곳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곳만이 갖는 장점을 발견하는 효민이. 효민이에게 경쟁심을 갖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효민이의 좋은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주먹이.

한 번도 고효민을 친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보다 가진 게 적은 것이 확실한데도 나보다 많이 가진 것 같아서 고효민을 볼 때마다 속이 배배 꼬였다... 그러나 고효민은 내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아이였다. 처음에는 단점이나 약점을 찾아낼까 싶어서 지켜봤으나 나중에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쳐다보게 되었다.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냥 고효민이라는 인간 자체가 순수하게 궁금해졌다. 나도 모르게 고효민이 신경 쓰이고, 그 애의 말에 아닌 척 귀를 기울이고, 가끔은 같이 어울리고도 싶었다. 어쩌면 나는 고효민과 친구가 되고 싶었나보다. _ 김화요, <내가 모르는 사이에> , p103

그리고, 지갑을 가져간 친구의 마음까지. 아빠는 이들 모두가 각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멋진 친구들이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이 갖는 좋은 점만 보고 자신의 것을 가볍게 여기는 마음,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하는 마음, 자신이 피해를 볼 까봐 뒤로 숨는 마음 등. <내가 모르는 사이에>의 친구들은 어른들도 하기 힘든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어서 아빠도 많이 배우게 되었단다. 아니, 어쩌면 어른들이어서 갖기 힘든 마음일 수도 있겠지.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은 없다고 하지. 더 많은 것을 가지려 채우려 하거나 남을 이겨서 앞서 가려고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아빠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로부터 배울 수 있어 좋았어. 연의는 책을 읽으면서 어떤 점이 좋았니? 이번 한 주는 부회장 선거로 바쁜 시간들을 보내겠구나. 아빠는 결과와 관계없이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의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 이번 한 주도 건강하게 잘 보내고 행복한 토요일을 맞이하자꾸나. 사랑하는 아빠가.

나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결국 말해야 하는 것은 진실 뿐이었다. 어둠이 점점 짙어졌다. 월요일에 **이가 겪을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아마 내일도 나는 지금처럼 숨죽이고 있을 것이다. 내가 잘하는 것은 그런 것밖에는 없었다. 도망치는 것, 회피하는 것, 숨어 있는 것. _ 김화요, <내가 모르는 사이에>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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