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에 워런 버핏이 한 말이 옳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가치 투자를 실천해 온  35년 동안 나는 그것의 어떤 트렌드도 보지 못했다. 고집스러운 인간의 특성은 쉬운 일을 어렵게 만들길 좋아하는 듯하다." 정말로 성공적인 장기 투자는 어려울 게 하나도 없다. 성장의 함정을 피하고 신뢰할 만한 기업을 고수하는 것이 과거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그러한 전략이 미래 투자자들에게도 지속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_ 제러미 시겔, <투자의 미래>, p373


 제러미 시겔 (Jeremy J. Siegel, 1945 ~ )은 <투자의 미래 The Future for Investors>에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성장주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자신이 잘 아는 종목에 투자할 것을 강조하는 측면에서는 피터 린치(Peter Lynch, 1944 ~ )의 투자 방식을, 꾸준한 성장 동력을 가진 종목을 추천하는 측면에서는 워렌 버핏(Warren Edward Buffett, 1930 ~ `)의 투자 방식을 연상시키지만, 저자는 앞 선 두 인물보다 시장의 거시지표를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는 가치투자의 또다른 전형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저자가 <투자의 미래>에서 성장주를 피하라고 조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자자들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간과할 수 있는 성장의 측면, 일병 성장의 함정을 이해해야 한다. 성장의 함정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혁신을 주도하고 경제 확장을 선도하는 기업과 산업에 너무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만든다. 인기 주식의 매수, 새로운 기술의 추구, 가장 빨리 성장하는 국가에 투자하는 등의 끊임없는 성장에 대한 추구는 투자자들에게 결국 저수익을 가져다주게 되어 있다. 실제로 최고의 투자 성과를 기록한 많은 투자는 규모가 축소되는 산업과 저성장 국가에서 나타났다. _ 제러미 시겔, <투자의 미래>, p18


 이는 성장주에 대한 투자가 주주 이익의 극대화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분석에서 성장주는 'Star' 단계에 놓인다. 아직 시장이 성장기에 있기때문에 안정적인 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생하는 많은 비용은 사회적 기여는 높일 수 있겠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달갑지만은 않다. 반면, 가치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영역인 'Cash Cow' 단계에서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자는 이 영역에 위치한 기업으로의 투자를 권유한다. 자세한 내용은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1931 ~ )의  <마케팅 관리론 Marketing Management>을 참고하도록 하자. 


 성장에 대한 고정관념은 자산을 이와 같은 기업에 투자하도록 유혹하는 올가미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들조차도 투자자들에게 거의 최선의 투자처는 되지 못한다. 시장 수익률보다 더 나은 수익을 추구하는 많은 투자자들이 맹목적으로 좇는 기술적 혁신은 그들에게 반복적으로 실망감을 안겨 주는 동시에 경제 성장을 촉발시키는 양날의 칼로 이해할 수 있다.(p20)... 성장의 혜택은 개인 투자자들이 아닌 혁신가, 설립자, 프로젝트를 지원한 벤처 자본가, 해당 주식을 파는 투자 은행, 저가에 주식을 매입한 소비자 등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_ 제러미 시겔, <투자의 미래>, p21


 우리를 놀라게 하는 점은 잘 알려진 소비자 브랜드 산업과 제약 회사가 1957년 초창기 S&P 500 인덱스에 편입된 이래 최고의 실적을 자랑하는 20개 기업 목록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기업들은 폭넓은 인지도와 소비자 신뢰를 구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과거 반세기 동안 엄청난 정치, 경제적 환경 변화에서 생존과 번영을 이룩해 왔으며, 국제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나는 이들 기업들의 성공 신화를 '도전과 쟁취'라고 부르고 싶다. _ 제러미 시겔, <투자의 미래>, p62

 

 기업투자에 있어서(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지만) 기본적이 되는 분석이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에 근거한 NPV(순현재가치 Net Present Value)라고 본다면 높은 성장률은 현재 할인률을 낮춰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많은 투자 권유자들은 이 점을 강조하여 성장가치를 강조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러한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미래의 이익이 손상받을 수 있다는 위험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저자는 말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CORONA 19로 실물시장은 얼어붙었지만, 금융시장은 뜨거운 상황 속에서 특히 제약 주식과 2차 전지 주식, 5G 관련주식들이 성장주로 각광받고 있는 시점이다. 마치 2000년대 초반 IT 호황을 연상시키는 현재 분위기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쉽지 않아 보인다.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당시에는 IT기업에 투자 하지 않았던 워렌 버핏도 최근까지 중국 전기자동차회사 BYD에 투자했던 것을 보면 과거와는 다른 것도 같지만. 다른 한편으로 언제나 경기 사이클이 정점에 도달하기 직전에는 '이번엔과거와 다르다'는 말이 유행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더욱 판단 내리기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신이 내린 투자 판단의 결과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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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을 다루다 보면 자주 겪는 일이 시작과 끝을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식물은 반으로 갈라놔도 뿌리는 몇 년을 더 살 수 있다. 위를 모두 잘라낸 나무의 둥치는 다시 온전한 나무로 자라기 위한 시도를 매년 하고 또 한다... 전체가 하나로 기능을 하는 동물들과 달리 식물은 모듈로 만들어져서 전체는 모든 부분의 합과 정확히 일치한다. 나무는 전체를 모두 벗어던진 후 대체할 수 있고, 몇 백 년에 걸쳐 나무들은 평생 그 일을 되풀이해왔다. 결국 나무는 살아 있는 것이 너무 값비싸질 때 죽는다. _ 호프 자런, <랩 걸>, p216


 호프 자런(Hope Jahren, 1969 ~ )의 <랩 걸 Lab Girl>은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저자의 삶을 다룬 에세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전공인 식물학을 대중에게 알기 쉽게 소개하는 책이기도 하다. 또한, 과학계에서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여성으로 느끼는 어려움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사회 문제를 다룬 책이라는 느낌도 받는다. 여러 관점을 담고 있으면서도 책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작가가 주제의 무게 중심을 잘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랩 걸>안에는 어떤 모습이 담겨있을까. 이번 페이퍼에서는 함께 읽을 책들과 함께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먼저, 교양 과학서로서의 <랩 걸>은 우리에게 식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소개하는 책이다. 식물학자인 저자는 동물과 다른 생명체로서 식물을 바라보고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당연하게도 동물과는 달리 식물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여기까지 생각하고, 식물을 진화가 덜 된 생명체로 단정짓지만, 저자는 다르다. 저자는 동물과 다른 식물의 '다름'을 말한다. 동물들은 움직임(動)을 통해 공간(Space)을 살아가지만, 식물들은 정(靜)적으로 시간(Time)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고 식물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비로소 새로운 것이 보인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한다.


 실험을 위해 우리는 식물과 동물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즉, 식물 조직의 대부분이 대체 가능하고 융통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필요하면 뿌리가 줄기가 되고, 그 반대 현상도 일어난다. 하나의 배아를 조각 내도 같은 식물을 여럿 얻을 수 있기도 하다. 그것들은 유전자 청사진이 완전히 동일하다. _ 호프 자런, <랩 걸>, p154


 <랩 걸>에서 말하는 이와 같은 '다름'은 다음 주제와도 연결되지만, 그 전에 보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을 짚고 넘어가자. <랩 걸>에서는 동물과 식물의 차이부터 시작해 식물의 특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지만, 글자로만 설명되어 독자들이 이를 받아들이는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점을 <DK 식물 대백과 사전>에 나오는 상세한 사진과 설명을 통해 보완한다면, 내용이 보다 명확하게 다가온다.


 눈 속에서 사는 식물들에게 겨울은 여행이다. 식물은 우리처럼 공간을 이동하면서 여행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장소를 이동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사건을 하나하나 경험하고 견뎌내면서 시간을 통한 여행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겨울은 특히 긴 여행이다. _ 호프 자런, <랩 걸>, p154


[사진] <DK 식물 대백과 사전> 中

 

 히아신스와 대부분의 밑뿌리 식물들은 계절적으로 건기가 있는 지역에서 살아간다. 이러한 지역은 비가 많이 내리는 봄이 지나면 긴 여름 가뭄이 찾아온다. 수축근은 온도가 더 서늘하고, 건조에 덜 취약한 땅속으로 알뿌리를 더 깊이 끌어당긴다. 봄에 꽃이 피는 알뿌리는 여름 동안 건조하게 유지되면서 뿌리가 완전히 쪼그라들기도 한다. 겨울 우기가 찾아오면 다시 뿌리가 자라고 식물은 이듬해 봄에 꽃 피을 준비를 마친다.  _ DK <식물> 편집위원회, <DK 식물 대백과 사전>, p37


  다른 한 편으로 <랩 걸>은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 곳곳에는 과학계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인 '여성' 과학자로서 겪어야 하는 차별과 어려움이 담겼다. 식물과의 차이를 인정해야 연구가 가능한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과학계 주류와의 갈등이 담긴 내용은 일종의 모순상황이다. 그리고, 저자의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한 인물을 떠올리게 된다.  

 

 로잘리드 플랭클린(Rosalind Elsie Franklin, 1920 ~ 1958). DNA 발견에 거의 결정적인 공헌을 했지만, 은폐된 그녀의 삶은 과학자 집단의 폐쇄성과 모순을 잘 드러낸다. 그리고, <로잘린드 프랭클린과 DNA>는 잊혀진 과학자 프랭클린의 삶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려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연장선상에서 노벨 화학상과 물리학상을 모두 받은 유명한 마리 퀴리(Maria Sklodowska-Curie, 1867 ~  1934)와 영국 중심의 물리학계의 중심 뉴턴(Sir Isaac Newton, 1643 ~ 1727)의 물리학의 종말을 고한 독일계 유태인 출신 과학자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 ~ 1955) 평전도 비주류 과학자들의 어려움을 알게 해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가볍게 읽고자 한다면, 지식인 마을의 <퀴리 & 마이트너 : 마녀들의 연금술 이야기> <나가오카 & 유카와 : 아시아에서 과학하기>가 관련 주제를 생각하기에 좋을 책이다.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보낸 4년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듯했다. 남자 등료들보다 두 배는 더 능동적이고 전략적이어야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나는 박사학위 3년차부터 교수 자리에 지원했고, 빠른 속도로 성정하는 주립대학인 조지아 공과대학교에서 채용 제의를 받았다. _ 호프 자런, <랩 걸>, p68


 내 사무실과 종잇장처럼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위치한 휴게실에서 매일 아침 10시에서 10시 30분 사이에 내 성적 취향이나 어릴 때 겪었을지 모르는 트라우마에 관해 벌어지는 토론을 듣게 되는 영광을 누린 결과, 나는 여자 교수들과 과에서 일하는 여성 비서들은 학계의 천적과 같은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_ 호프 자런, <랩 걸>, p105


  마지막으로 <랩 걸>안에는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저자는 자신의 삶과 자신의 연구를 분리시키지 않는기에, 독자들은 <랩 걸> 안의 과학이 우리 삶과 멀리 떨어진 지식이 아닌 우리 삶의 지혜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책이 주는 이러한 다양한 매력이 <랩 걸>이 인기를 끌게된 매력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랩 걸>안의 여러 모습을 정리하다보니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 1934 ~ 1996)이 떠오르게 된다. 과학을 통해 생명에 대한 사랑과 인류 평화를 말하던 과학자이자 작가. 비록 전달하는 메세지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과학이 딱딱한 학문이 아니라 사람의 숨결이 담긴 학문이라는 것을 알려준 칼 세이건 처럼 호프 자런도 <랩 걸>을 통해 과학과 사람을 함께 보여주려 했음을 정리하면서 깨닫게 된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여러 내용을 알차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랩 걸>은 미니 쿠퍼와 같은 느낌의 책이라 평하며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사람은 식물과 같다. 빛을 향해 자라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과학을 선택한 것은 과학이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의미의 집, 다시 말해 안전함을 느끼는 장소를 내게 제공해 준 것이 과학이었다. _ 호프 자런, <랩 걸>, p18


 현재의 모든 설정을 고려하면, 우주는 영원히 확장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태양계와 그 너머 곳곳의 여러 세계들에 안전하게 흩어져 있을 우리의 먼 후손들은, 그들이 공유한 유산, 그들의 고향 행성에 대한 관심, 그리고 우주를 통틀어 다른 생물은 몰라도 인류만은 지구로부터 유래했다는 인식으로 한 가족이 될 것이다. _ 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 p423


 상호 불신의 망령은 우리로 하여금 지구도 하나의 행성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망각케 하여, 모든 국가를 죽음을 향해 서둘러 행진케 할 뿐이다. 우리가 지구에서 저지르고 있는 일들은 너무나 무서운 결과를 불러올 짓거리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초래될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 칼 세이건, <코스모스>, p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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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0-09-14 05: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꼼꼼하고 정성 가득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미니 쿠퍼 느낌이라고 비유해놓은신 것이 재미있어요.

겨울호랑이 2020-09-14 07:23   좋아요 0 | URL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nine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

페크pek0501 2020-09-14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랩 걸, 4백쪽이 넘네요. 그만큼 풍성한 내용이 담겨 있을 것 같아요. 이 리뷰를 읽으니 알 수 있어요. 잘 읽고 갑니다.

겨울호랑이 2020-09-14 12:44   좋아요 0 | URL
네. 400 페이지 정도 되지만, 어렵지 않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라 생각 됩니다. 페크님 감사합니다!^^:)

비연 2020-11-04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 책 읽고 있는데, 겨울호랑이님 글을 이제야 봤네요. 저와 비슷한 느낌이신 듯.

겨울호랑이 2020-11-04 17:12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랩 걸」안의 여러 이야기 속에서 비연님도 저와 같은 인상을 받으셨다니 반가운 마음이 드네요. 비연님 즐거운 독서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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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선택 - 지배인가 리더십인가
Z.브레진스키 지음, 김명섭 역주 / 황금가지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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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닌 전 지구적 호소력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자 미국이 보유한 힘의 가장 중요한 근원이 되는 것은 미국식 민주주의 체제의 매력이다.(p325)... 전 지구적으로 압도적인 힘을 지닌 미국이 이슬람주의 국가들을 민주화시킨다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이 시점에서 위와 같은 사실을 되새기는 일은 중요하다. 민주주의의 확장이 전 세계의 평화에 기여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실이므로 이 목표는 숭고한 것이며 또한 실용적인 가치마저 지닌다. _ 지비그뉴 브레진스키, <제국의 선택>, p319

지비그뉴 브레진스키(Zbigniew Brzezinski, 1928 ~ 2017)의 <제국의 선택 The Choice: Global Domination or Glabal Leadership>에는 ‘좋은 제국‘을 자처하는 미국인들이 자신과 세계를 바라보는 세계관이 잘 드러난다. 카터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 출신의 저자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민주주의는 의심할 수 없는 절대우위의 제도이며, 미국은 (자신과) 세계 평화를 위해 이를 수호하고 확산시켜야할 사명을 부여받고 있다. 따라서, 절대선(善)인 미국은 다른 나라들을 압도할 군사력을 보유해야 하며 이를 통해 세계 평화를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 이러한 제국의 논리는 언뜻 논리정연한 것 같지만 헛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례 없는 전 세계적 편재성과 전 지구적 안보 역할로 인해 미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더 확고한 안보를 추구할 권리가 있다. 미국은 전 세계 어느 곳에도 배치 가능한 군사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가오는 위협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도록 정보력을 더 향상시켜야 한다. 그리고 미국은 전략적 군사 능력이나 재래식 군사 능력 모두에서 잠재적인 적대 국가들보다 포괄적인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여야 한다. _ 지비그뉴 브레진스키, <제국의 선택>, p326

브레진스키의 논리(제국의 논리)의 모순을 지적하는 것은 유클리드 수학의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유클리드 기하학(Euclidean geometry)의 수많은 정리가 5공리, 5공준에서 시작되었고 이들의 논리가 무너졌을 때 비(非)유클리드 기하학이 등장했던 것을 생각해보자. 과연 서양의 도시국가에서 일부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체제를 기원으로 하는 민주주의 체제가 보편적 국제정치 체제로서 문제는 없는 것인지. 그리고 이를 수호할 사명을 과연 미국이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이제는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아닐까. 이러한 질문을 통해 제국의 기하학의 공준과 공리를 무너뜨렸을 때 우리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역학관계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산 위에 있는 요새는 단지 홀로 서 있을 뿐이다. 그것은 위협의 그림자를 사방에 드리운다. 이런 식으로 미국은 전 지구적인 증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산 위에 있는 도시는 인류의 진보를 소망하며 전 세계에 빛을 비출 수 있다. 미국이 빛을 비추도록 하자._ 지비그뉴 브레진스키, <제국의 선택>,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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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14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국은 (자신과) 세계 평화를 위해 이를 수호하고 확산시켜야할 사명을 부여받고 있다˝
- 이건 좋은데 말이죠.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가, 하는 문제가 중요해요. 세계를 지배하는 권력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만 또는 대통령 자신을 위해서만 휘두를 수 있거든요.

겨울호랑이 2020-09-14 12:49   좋아요 0 | URL
자신이 선의를 갖고 있으며, 사명을 부여받고 있다고 믿는 힘센 나라가 미국이 아닐까 합니다. 이때문에 세계평화가 오히려 위협받는 현실에서 차라리 예전처럼 고립주의를 택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도 생각합니다. 당시에도 라틴 아메리카를 착취하긴 했습니다만...
 
솜사탕 결사대 즐거운 동화 여행 103
김점선 지음, 이예숙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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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헌이가 학교 공포증에 걸렸구나 싶었지. 학교 공포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어. 새로운 환경, 새로운 친구, 새로운 사람을 만나 적응한다는 것은 어린이에게도 어른에게도 힘든 일이거든. - 작가의 말 에서 -

학교 공포증에 걸린 조카처럼 <솜사탕 결사대>의 두 주인공은 학교 공포증에 걸린 초보 선생님과 1학년 학생이다. 유치원에서 막 올라와 모든 것이 낯선 1학년 아이들과 누구보다도 선생님의 손길이 필요한 상황이 당황스러운 선생님. 작가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새로움‘이 가져다 주는 ‘기대감‘과 ‘두려움‘이 아이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한다. 앞에 서 계신 선생님도 학교 가는 것을 어려워 한다는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학부모들에게도 왜 1, 2 학년 선생님들이 멋지고 예쁜 초임 선생님이 아닌 노련한 선생님들이 배치되는가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설명하는 효과가 담긴 책이다.

다만, 이러한 작가의 좋은 의도와 뜻을 아이들이 충분히 이해하기에는 내용이 다소 어렵다. 두 주인공 중에서도 특히 선생님의 학교 공포증이 이야기되다보니, 주된 독자인 저학년 아이의 공감을 얻기 어렵게 되버렸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작품을 통해 선생님의 고충을 느낄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학교에서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선생님이 어려워한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학교 공포증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작가의 원래 의도와는 달리, 자칫 ‘너만 힘들어? 선생님인 나도 힘들어‘라는 메세지로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기에, 부모의 추가 설명과 독서 지도가 필요하다 여겨진다.

요약하자면, <솜사탕 결사대>는 선생님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목적으로 쓴 동화다. 학교 가기를 두려워하는 아이들과 함께 ‘가고 싶은 학교‘로 만들고 싶어하는 저자의 생각이 잘 담긴 책이지만, 선생님의 입장에서 씌여지다 보니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했던 책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이 아쉬운 부분을 채우는 것은 함께 읽는 부모의 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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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09-11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께서 쓰신 아동도서의 리뷰도 뭔가 철학적이군요!ㅎ 즐거운 주말되십시요!

겨울호랑이 2020-09-11 21:17   좋아요 1 | URL
막시무스님께서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

페크pek0501 2020-09-14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초등학생 저학년일 때 선생님이 방학식 날에, 너희들과 헤어지는 게 섭섭하다고 그러셔서 정말 그런 줄 알았어요. 선생님은 방학을 싫어하는 줄 안 거죠. 그런데 제가 20대일 때 초등학교 선생을 이웃으로 알고 지냈는데 그 선생 말이 충격이었죠. 자기는 해가 바뀌어 새 달력을 받으면 얼마나 쉬는 날이 많은지 빨간 날짜를 찾는다는 거예요. 그리고 자기뿐만 아니라 선생들 대부분이 그렇다는 거예요.

이 동화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힘들다는 걸 알게 해 주는 책이군요. 제가 어릴 때 이런 책을 봤어야 하는 건데 싶네요. ㅋ

겨울호랑이 2020-09-14 12:52   좋아요 0 | URL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도 일이 되면 그때부터 짐이 되는 듯합니다. 그런 면에서 책임감을 넘어설 정도의 사랑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하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