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선택 - 지배인가 리더십인가
Z.브레진스키 지음, 김명섭 역주 / 황금가지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미국이 지닌 전 지구적 호소력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자 미국이 보유한 힘의 가장 중요한 근원이 되는 것은 미국식 민주주의 체제의 매력이다.(p325)... 전 지구적으로 압도적인 힘을 지닌 미국이 이슬람주의 국가들을 민주화시킨다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이 시점에서 위와 같은 사실을 되새기는 일은 중요하다. 민주주의의 확장이 전 세계의 평화에 기여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실이므로 이 목표는 숭고한 것이며 또한 실용적인 가치마저 지닌다. _ 지비그뉴 브레진스키, <제국의 선택>, p319

지비그뉴 브레진스키(Zbigniew Brzezinski, 1928 ~ 2017)의 <제국의 선택 The Choice: Global Domination or Glabal Leadership>에는 ‘좋은 제국‘을 자처하는 미국인들이 자신과 세계를 바라보는 세계관이 잘 드러난다. 카터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 출신의 저자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민주주의는 의심할 수 없는 절대우위의 제도이며, 미국은 (자신과) 세계 평화를 위해 이를 수호하고 확산시켜야할 사명을 부여받고 있다. 따라서, 절대선(善)인 미국은 다른 나라들을 압도할 군사력을 보유해야 하며 이를 통해 세계 평화를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 이러한 제국의 논리는 언뜻 논리정연한 것 같지만 헛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례 없는 전 세계적 편재성과 전 지구적 안보 역할로 인해 미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더 확고한 안보를 추구할 권리가 있다. 미국은 전 세계 어느 곳에도 배치 가능한 군사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가오는 위협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도록 정보력을 더 향상시켜야 한다. 그리고 미국은 전략적 군사 능력이나 재래식 군사 능력 모두에서 잠재적인 적대 국가들보다 포괄적인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여야 한다. _ 지비그뉴 브레진스키, <제국의 선택>, p326

브레진스키의 논리(제국의 논리)의 모순을 지적하는 것은 유클리드 수학의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유클리드 기하학(Euclidean geometry)의 수많은 정리가 5공리, 5공준에서 시작되었고 이들의 논리가 무너졌을 때 비(非)유클리드 기하학이 등장했던 것을 생각해보자. 과연 서양의 도시국가에서 일부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체제를 기원으로 하는 민주주의 체제가 보편적 국제정치 체제로서 문제는 없는 것인지. 그리고 이를 수호할 사명을 과연 미국이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이제는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아닐까. 이러한 질문을 통해 제국의 기하학의 공준과 공리를 무너뜨렸을 때 우리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역학관계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산 위에 있는 요새는 단지 홀로 서 있을 뿐이다. 그것은 위협의 그림자를 사방에 드리운다. 이런 식으로 미국은 전 지구적인 증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산 위에 있는 도시는 인류의 진보를 소망하며 전 세계에 빛을 비출 수 있다. 미국이 빛을 비추도록 하자._ 지비그뉴 브레진스키, <제국의 선택>, p326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0-09-14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국은 (자신과) 세계 평화를 위해 이를 수호하고 확산시켜야할 사명을 부여받고 있다˝
- 이건 좋은데 말이죠.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가, 하는 문제가 중요해요. 세계를 지배하는 권력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만 또는 대통령 자신을 위해서만 휘두를 수 있거든요.

겨울호랑이 2020-09-14 12:49   좋아요 0 | URL
자신이 선의를 갖고 있으며, 사명을 부여받고 있다고 믿는 힘센 나라가 미국이 아닐까 합니다. 이때문에 세계평화가 오히려 위협받는 현실에서 차라리 예전처럼 고립주의를 택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도 생각합니다. 당시에도 라틴 아메리카를 착취하긴 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