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쬐인다는 가을볕 좋은 날입니다.

집 밖 나무들도 조금씩 물들어가고 하늘도 높아지는 풍경을 보니 한가위가 가까이 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하늘 아래는 코로나 19로 어지럽지만 어김없이 자연은 순환하네요. 시간이 흐르면 흙탕물로 맑아지듯 일상으로 돌아감을 희망해 봅니다.

밖을 보던 중 아래에 움직임이 있어 내려다보니 사마귀 한 마리가 그늘로 지나가는 것이 보입니다. 순간 떠오르는 것이 있어 딸아이의 롤러 스케이트를 이용해서 상황극을 연출해 봅니다.

제목 : 당랑거철(螳螂車轍)
주연 : 테라스의 당랑거사

별도의 촬영동의를 얻지도 않고, 무단으로 길을 막아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리 긴 시간을 빼았지 않은 것으로 이해를 구해 봅니다. 고사성어처럼 흐르는 시간 속에서 아웅다웅 살아가는 모습과 상황극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며, 적어도 오늘 하루는 여유있게 지내보려 합니다.

이웃분들 모두 행복한 가을 오후 보내세요! 저희 가족은 딸아이 가을볕을 쬐러 놀이터로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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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9-20 15: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햇빛 따뜻한 오후에 잠시 웃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겨울호랑이 2020-09-20 15:2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바람돌이님께서도 행복한 오후 되세요!^^:)

북다이제스터 2020-09-20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무에서 벌써 가을이 느껴집니다.
반면 사마귀는 당랑권을 시현하는 듯 합니다.
월요병으로 벌써 스트레스 받는데, 따뜻한 사진 잘 봤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0-09-20 18:06   좋아요 1 | URL
벌써 한 주의 시작이네요. 그렇지만, 이번 주 지나면 한가위 연휴 시작이니 기운내 봅니다. 북다이제스터님 일요일 저녁 잘 마무리 하세요! 감사합니다. ^^:)

북다이제스터 2020-09-20 18:09   좋아요 1 | URL
네 감사합니다.
짧은 인생에서 20~30년 이상을 이렇게 보내 버리는 건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 ㅠㅠ

겨울호랑이 2020-09-20 18:19   좋아요 1 | URL
ㅜㅜ... 그렇지요... 하루 24시간 중 자신만을 위한 몇 시간을 갖는 것이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페크pek0501 2020-09-21 14: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늘이 높고 푸르고 요즘이 참 좋은 때입니다.
사진으로 잘 기록해 두셨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09-21 16: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날이 좋아서 휴대폰 사진으로도 잘 나오는 것 같아요. ^^:)

scott 2020-09-21 1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마귀는 마스크 쓰지 않고 가을 햇볕을 즐기네요. 텅빈 놀이터를 보니 아이들 건강하고 안전하게 학교에 갈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09-21 19:59   좋아요 1 | URL
코로나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처하는 인간에게만 무서운 질병인 듯합니다... 저 놀이터 사진을 찍을 때만 하더라도 아이들이 없어서 연의 엄마, 연의, 저 이렇게 셋이서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는데 20분도 되지 않아 아이들이 쏟아져 나오더군요. 노는 소리를 들어서일까요. 비록 마스크를 쓰고 놀았지만, 놀이터에 활기가 넘쳐 보기 좋았습니다.scott님 행복한 저녁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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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2학년 온책읽기 4번째. 입이 똥꼬에게...

특이한 제목의 「입이 똥꼬에게」는 여러 관점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입, 눈, 코, 똥꼬 등 몸의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에 대해 알려주면서도, 어느 것 하나 우리 몸에 필요하지 않은 기관은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냄새나는 똥꼬까지도.

아이들은 참 똥을 좋아한다. 똥 얘기만 나와도 코를 틀어쥐지만, 항상 웃음을 보여준다. 「입이 똥꼬에게」는 똥꼬 이야기를 통해 이런 아이들의 마음에 맞게 편안하게 다가간다.

내용에는「배꼽이 없어요!」처럼 몸의 일부가 없어져 벌어지는 소동이 포함되지만, 별다른 신체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 배꼽과는 달리 큰 난리가 난다. 그리고 이런 부작용을 통해 아이들에게 지각과 소화에게 각 기관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이런 면에서 책은 아이들에게 개체로서 신체에 대한 생물학적 지식과 함께 사회구성원으로서 개인의 역할, 직업에 대한 사고를 확장시켜준다.

이런 면에서「입이 똥꼬에게」는 아이즐 인체 팝업북 시리즈와 같이 인체를 설명하는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현재 절판된 책이라 구하기 어렵지만, 꼭 이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직접 만져가면서 그림으로 이해하는 책이라면 직접적으로 아이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예전에는 어려서 부모가 읽어주거나, 읽지 않았던 글 내용을 직접 읽을 수 있는 것은 부차적 성과로 여겨진다.

이처럼 인체 백과사전을 통해 지각과정과 호흡과정에 대한 지식도 함께 읽히면서, 음식이 우리에게 오는 과정을 이해하고 나아가 사회활동에 대한 공부까지 한다면 「입이 똥꼬에게」의 주제 전반을 아우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조금 욕심을 내서 DK 인체 시리즈도 꺼내놓지만, 일단 그림만 보는 것으로 만족하자. 이미 아이에게는 차고 넘칠만한 양이니까...

그림만 보던 인체팝업북의 글도 시간이 흘러 읽은 것처럼, 언젠가 관심있으면 보겠지... 마지막으로 책이 부모에게 전하는 메세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부모들 아이들의 꿈을 존중해줄 것을 넌지시 요청한다. 아이들이 커서 입이 될 지, 손이 될 지, 아니면 똥꼬가 될 지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무엇이 되기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선택을 받아들여달라는 요청은 숨겨진 메세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제 내용은 정리되었으니 아이와 함께 나눔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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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21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똥뿐만 아니라 방귀도 좋아한답니다. 누가 방귀 끼면 막 웃지요.

겨울호랑이 2020-09-21 16:16   좋아요 0 | URL
^^:) 그렇습니다. 왜 지저분한 것만 좋아하나 싶기도 하지만, 그만큼 편견이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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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과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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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연구 2-2- 인식에 대한 현상학적 해명의 기초
에드문트 후설 지음, 이종훈 옮김 / 민음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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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설이 철학을 연구하며 평생의 과제로 삼았던 것은 철학을 모든 개별 학문의 이론적인 토대가 될 수 있도록 개혁하는 일이었다. 그는 이 과제를 '철학은 그 본래의 목적상 가장 엄밀한 학문이어야 한다'는 말로 표현했다. 이때의 엄밀성은 다름 아니라 불분명한 가정이나 미심쩍은 가설은 어떠한 것이든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_ 박승억,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p28 


 하이데거가 보기에 종래의 철학은 존재를 늘 존재자처럼 다루었다. 바꾸어 말하면, 이 세상의 모든 대상들은 다 존재자, 즉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그 존재자들이 '있는 것'이기 위해서는 언제나 '존재', 즉 '있음'이 어떤 식으로든 전제되어 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는 '존재'를 '존재자를 존재자이게 해 주는 어떤 것'으로 이해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때 '존재'를 '어떤 것'으로 보면, 그것은 다시 존재를 존재자처럼 보는 것은 결국 존재를 보이지 않게 만드는 접근 방식이었다. 이러한 사정을 그는 '은폐'라는 이름으로 표현했다. _ 박승억,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p31


 현상학의 두 거장 에드문트 후설( Edmund Husserl, 1859 ~ 1938)과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 ~ 1976)의 사상을 다룬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는 이성(理性, reason)으로 대표되는 근대 유럽 문명과 과학 기술 문명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서로 다른 방법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엄밀한 학문'으로 대표되는 후설의 사상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후설이 생각하는 바는 매우 명료하다. 즉, 토대가 되는 학문이 확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토대가 되는 학문이 언제든 거짓으로 판명날 수 있는 판단들로 이루어진 체계라면, 그 학문을 기초로 해 세워진 또 다른 학문들의 체계 역시 위태로워지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그렇다면 어떤 학문이 토대의 기능을 할 수 있겠는가? 후설은 철학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해야 하며, 또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바로 후설의 학문적 꿈이기도 한 '엄밀한 학으로서의 철학'이다. _ 박승억,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p56


 후설은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명확하게 드러난 이성의 한계, 근대성의 한계를 절감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학문 체계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고, 그 중심에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객관성 위에 세워진 새로운 철학. 이것이 후설이 생각한 새로운 철학이며, 현상학이다. 

 

 철학의 새로운 방법과 관련해서 후설은 먼저 '무전제성'이라는 이념을 내세운다... 후설이 말하고자 했던 '무전제성'은 어떤 전제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가정은 결코 전제로 삼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p64)... 후설은 대상이 어떤 왜곡도 없이 있는 그대로 주어진 모습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것을 바로 '현상'이라고 부른다. 후설의 철학을 현상학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_ 박승억,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p67

 

 다만, 후설이 생각하는 객관성은 기존의 객관성과는 조금 다르다. 의식과 대상을 분리하는 기존의 객관성이 아닌, 의식과 대상을 인정하고 이들간의 지향적 상관관계를 체계적으로 해명한다는 점이 후설 현상학의 특징이다. 후설에 의하면 의식과 대상간의 유동적이며 중첩되는 관계가 저마다 의미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순수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환원'이라는 방법을 통해 수많은 현상들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것. 마치 스피노자가 <에티카>에서 말한 '영원의 상 sub specie aelernitatis' 아래서 전체를 조망하는 것 같이 순수한 관점에 이르는 것을 후설은 목표한다.


 후설은 학문의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되도록이면 주관적인 요소들을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한다. 다양한 관심들과 대상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방식들 중에 무엇이 가장 근본적이겠는가? 가장 근본적인 방식은 바로 우리가 마주하는 어떤 현상의 의미는 늘 다를 수 있음을 자각하는 태도, 즉 하나의 대상이 각 관점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의미 현상'을 현상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그리고 후설은 이러한 태도야말로 참된 의미의 객관성이라고 말한다.(p71)... 후설은 의식과 대상을 분리해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의식과 대상은 언제나 함께하는 동반자다.. 의식은 언제나 '~에 대한 의식'으로 존재할 뿐이다. 이는 대상의 방향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상 역시 의식 없이는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사정을 의식의 '지향성'이라고 부른다. _ 박승억,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p74


 그렇지만, 과연 인간이 신(神)과 같이 전체를 조망해서 현상으로부터 본질을 추출해 낼 수 있을까. 쿠르드 괴델(Kurt Godel, 1906 ~ 1978)이 불완전성 정리(Godel's incompleteness theorems)를 통해 증명한 바와 같이 가장 이성적인 학문으로 알려진 수학마저도 그 체계 내에서 증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면 후설의 선험적 현상학 또한 불가능하지 않을까. 괴델의 논증처럼 하이데거는 인간(현존재)가 결코 자신이 속한 세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며 후설과 대립한다.


 후설 스스로 말한 것처럼 이른바 '순수한 현상'을 아는 상태에 도달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며, 그와 같은 관점을 유지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 후설의 현상학이 부딪치는 일종의 한계가 드러난다. 만약 우리가 '순수한' 관점에 도달하기 어렵다면, 후설 현상학의 목표와 이념 역시 좌초되기 쉽기 때문이다. 후설은 그와 같은 관점에  '선험적'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선험적'이라는 말은 우리가 이 세계를 마주해서 겪는 경험이 어떻게 해서 가능한지를 묻는 '태도'를 말한다. _ 박승억,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p92


 하이데거는 존재(sein, be)와 존재자(seiendes, , is-ness)를 구별한다. 우리가 대상을 인식한다고 앴을 때 인식하는 것은 존재자이지 존재가 아니다. 존재가 '0'과 '1', '삶'과 '죽음' 처럼 디지털(digital)적인 것이라면, 존재자는 아날로그(analogue)적이다. 그중에서 인간은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존재자들과 구별되는 '현존재(Dasein)'가 된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현존재는 세계 속에서 그 무엇 또는 누군가와 함께 하며 존재(있음)의 의미를 찾는데, 만약, 현존재가 '없음'을 느끼게 된다면 불안이 생긴다. 존재와 비존재는 삶과 죽음과 연결되고 이 지점에서 하이데거의 철학은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 ~ 1980)의 실존철학과 접점을 이룬다.


 모든 학문의 탐구 대상은 존재자들이다. 학문은 존재자들을 분석하고, 설명하고자 한다. 그런데 '존재'가 '존재자'와 다르다면, 존재자를 다루는 학문의 방식으로 존재를 말할 수는 없다. 하이데거가 전통 형이상학을 '존재 망각의 역사'라고 평한 것은 존재를 존재자처럼 다루는 방식이 결국 존재 자체를 은폐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p100).. 하이데거에게 인간은 여타의 존재자들과는 근본적인 의미에서 구별되는 존재자다. 왜냐하면 오직 인간만이 존재의 의미를 물을 수 있는 존재자이기 때문이다. _ 박승억,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p101


 인간이 특별한 존재자인 까닭은 존재의 의미를 묻는 유일한 존재자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하이데거는 인간을 현존재라고 부른다.(p104)... 현존재는 자신에게서 존재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는 존재자다. 인간, 즉 현존재를 제외한 그 어떤 존재자도 존재를 문제시하지 않는다. 하이데거는 이러한 현존재의 특성을 실존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_ 박승억,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p106

 

 인간은 그저 상황 속에 던져진 존재자일 뿐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한계다. 그러나 그 한계는 인간을 그저 좌절하게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과 그 도전을 통해 자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순간이야말로 가장 솔직하게 자신의 삶 앞에서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는 순간일 것이다. _ 박승억,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p112


 이처럼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는 근대 유럽 문명의 한계라는 공통된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후설과 하이데거의 답을 비교 설명한다. 인식 - 대상의 상관관계로부터 순수한 현상을 보려고 한 후설과 세계와 분리할 수 없는 존재의 문제를 말한 하이데거. 이들의 관계속에서 공자(孔子, BC 551 ~ BC 479)와 맹자(孟子, BC 372 ? ~ BC 289 ?)의 '예 (禮)'가 떠오른다면 너무 무리한 연장일까. 춘추(春秋)시대의 무너진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제시한 공자의 주례(周禮)와 사단(四端)인 사양지심(辭讓之心)으로서의 맹자의 예. 공자의 예는 보편질서라는 의미에서 후설의 선험적 관점과 통한다면, 맹자의 예는 사람의 마음 속에 있다는 점에서 세계 내에 현존재를 강조한 하이데거 철학과 통하는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 후설과 하이데거 모두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 철학을 발견하게 되는데 후설의 선험적 관점은 <실천이성비판 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의 초월성을 이어받은 반면, 하이데거는 <순수이성비판  Kritik der reinen Vernunft>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의 사물을 발전시켰다는 인상을 받는다. 결국 또 칸트를 만난 것을 보면, 근대 이후 철학에서 칸트를 빼놓을 수는 없을 듯하다.  


 후설은 환원이라는 방법을 통해 우리의 이성이 특정한 관점이나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를 상정했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후설의 이른바 선험적인 태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어떤 특정한 상황속에 존재할 뿐이다. 그 상황을 벗어날 길은 없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 직면한 냉정한 사실이다. 그는 인간 실존의 이러한 상황을 '세계 - 내 - 존재'라는 말로 표현한다. _ 박승억,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p106


 후설이 하이데거는 세속적인 주관과 선험적인 주관을 철저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잘못을 범했다고 지적하고 그의 철학을 경계한 것은 정확한 판단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후설이 보기에 하이데거는 '상황'이라는 사실에 인간을 가두어버림으로써, 모든 상황적 조건을 뛰어넘는 보편타당한 학문의 세계로 진입하는 통로에 바리케이트를 쳐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데거는 후설이 의식을 절대적인 학문의 영역으로 끌고 가려 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근원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하이데거에게 중요한 것은 인간 존재, 즉 현존재를 가장 생생한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가장 근원적인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_ 박승억,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p120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에 담긴 후설과 하이데거의 철학의 큰 줄기를 잡고, 현상학에 도전한다면 어려움은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좋은 입문서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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