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물리학자인 로저 펜로즈 교수가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초끈이론, M이론과 같이 일정시기에 유행처럼 쏟아지는 연구 흐름에 좌우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 그의 연구가 드디어 대중적으로도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벅찬 감동과 기쁨을 느낀다. 이런 감정은 1994년 「뷰티플 마인드」의 실제 인물인 존 내쉬가 게임 이론과 관련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이후 오랫만이다.

개인적으로는 로저 펜로즈의 책 중에서는 「실체에 이르는 길」이 가장 방대하면서도 폭넓은 그의 이론과 사상을 담은 책이라 생각된다. 다만, 책 안의 수많은 방정식과 기호는 다수의 독자들을 절망케 하기에 이 부분은 아쉽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수식을 제외한 해설과 설명을 따라가서 이해해도 현대 물리학의 큰 줄기를 잡는데는 무리가 없다고 생각된다는 점에서 천체 물리학에 관심있는 이들에게는 조심스럽게 추천한다 .

이 책을 읽고 닌 후에는 「시간과 공간에 관하여」를 읽는다면 조금 더 명확하게 펜로즈 이론을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 책은 로저 펜로즈와 스티븐 호킹의 토론을 정리한 책으로 두 위대한 석학들의 사상을 비교해볼 수 있는 책이지만,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이 없다면 선문답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실체에 이르는 길」과 함께 호킹의 다른 저서 「시간의 역사」, 「호두껍질속의 우주」를 먼저 읽고 난 후 접하면 좋을 듯하다.

다시 한 번 로저 펜로즈 경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페이퍼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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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크 2020-10-12 0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체에 이르는 길을 서점에서 훑어보고 바로 포기했어요. ㅎㅎ 이건 마치 인디아나존스2에서 자격 없으면 길을 뚫을 수 없다...난이도에요. ^^

겨울호랑이 2020-10-12 06:40   좋아요 0 | URL
쿼크님 말씀에 매우 공감합니다. 「실체에 이르는 길」을 읽으며 실체에 다가가는 길 또한 얼마나 멀고 험한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바람돌이 2020-10-12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꾸준히 자기 일을 묵묵히 한 공을 인정받는건 축하받아 마땅하고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저는 이분이 누군지 모르지만 저렇게 한 때의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소신을 지켜 연구하시는 분 좋아요. ^^

겨울호랑이 2020-10-12 14:05   좋아요 0 | URL
노벨상 수상자들 다수가 상을 받기 수십 년 전에 달성한 업적을 뒤늦게 인정받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인정해 주는 이가 드문 시기에 꺾이지 않고 나간다는 점에서 대단한 분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참 쉬운 길이 아님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

나와같다면 2020-10-12 1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존 내쉬를 존경하는 이유는
그가 이루어 낸 업적이 아니라
정신분열증을 극복해 내는 의지

2015년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벨상 Abel Prize 수상 하신다는 기사에 너무나 감격했었는데

그 수상식을 다녀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너무나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겨울호랑이 2020-10-12 18:31   좋아요 0 | URL
나와같다면님께서도 존 내쉬를 기억하고 계셨군요. ^^:) 저는 수학을 경제학에 접목시켜 경제학을 보다 현실학문으로 만든 선구자로서 내쉬에 감탄했습니다만, 말씀처럼 인간적으로도 위대한 인물임에도 분명합니다. 제게도 갑작스런 교통사고의 비극은 참 충격적이고도 가슴아픈 일이었습니다...
 

자네의 시작은 보잘 것 없었지만 자네의 앞날은 크게 번창할 것이네.「욥」(8:7)

「성경」을 읽지 않는 이들도 아는 유명한 구절. 때문에 많은 이들이 「욥기」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으며, 직접 읽었을 때 혼란을 겪게된다.

많은 사람들은 욥기의 목적이 고통(악)의 문제를 논하고 절대적인 선과 절대적인 능력이 하느님의 본성안에서 어떻게 화해할 수 있느냐는 철학적 문제를 제기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찾으리라고 기대하면서 욥기에 접근하는 독자들은 실망할 것이다.(p225)

이에 대해「구약성서의 이해 3」의 저자 앤더슨은 우리가 「욥기」에 대해 갖는 오해를 지적하고 지혜 문힉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욥기」의 핵심을 이해하는 길을 본문에서 제시한다.

욥에 대해 이야기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이 어떤 책인지 너무나 피상적인 이해만 하고 있다... 일반인들의 마음에는 욥이 신앙인의 모델이다. 그러나 이러한 묘사는 산문으로 된 서문과 결문에만 해당하는 말이다. 이 책의 주요 부분은 운문으로 씌여졌는데 여기서의 욥은 인내심의 전형과는 아주 다르다. 그는 자기가 난 날을 저주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폭풍우같은 분노를 몰아 하느님께 울부짖으며 저항한다. (p217)

「구약성경」내에서도 신명기계와 역대기계 역사서 저자들의 시대상황, 집필 목적에 따라 역사관의 차이를 보이듯, 산문과 운문으로 구성된 「욥기」는 서로 다른 저자들이 작품 안에서 같은 인물을 다른 성격으로 그려넣는다. 산문 안에서 차분한 욥과 운문 안에서 절규하는 욥.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듯한 욥의 행동과 생각은 차이가 있기에 우리는 마치 욥의 자아분열을 보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되고, 우리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과연 이 모습이 우리가 생각하는 의인 ‘욥‘의 모슴인가. 저자는 이러한 혼돈을 걷어냈을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주제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운문 부분의 저자와 서문과 결문의 저자는 같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해설 부분의 저자는 야훼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데 반해 운문 부분의 저자는 신에 대한 일반적 용어인 엘로아(Eloah) 또는 샷다이(Shaddai)란 말을 쓴다. 또한 해설은 매력적인 우화식으로 씌어진 데 반해 운문 부분은 잠언이나 전도서의 지혜문학에 가깝다.(p219)

저자는 「욥기」를 통해 세 친구들의 정통주의 자세가 아닌 욥의 프로메테우스적인 도전과 회오리 바람을 통해 나오는 소리를 통한 자신의 무지와 겸손을 통해 비로소 화해가 이루어졌음을 말하면서 「욥기」의 올바른 이해를 위한 길을 제시한다. 마치 「욥기」안의 욥이 의로운 자신의 삶의 한계를 인정했을 때 비로소 새로운 화해와 길이 열리듯, 독자들은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기존 의식에서 벗어났을 때 비로소 지혜의 지평이 보이는 체험하는 것이 아닐까.

예언자다운 방식으로 욥기의 저자는 이단의 창조적인 힘을 대변했다. 신앙은 가끔 신학적 교의를 과감하게 파괴하고 미지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을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항 수 있기 때문이다.(p227)

욥기의 열쇠는 욥의 회개에 있다. 맨 처음부터 근본적인 문제는 하느님과 욥의 관계였다. 이 시의 절정은 마지막에 가서 이루어지는데 그때에 자만심에 기초를 둔 그릇된 관계가 인격적인 신뢰와 헌신의 관계로 바뀐다.(p233)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욥기」는 단순히 의인이 축복을 받는다는 주제의 단순한 축복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를 넘어섰을 깨 비로소 지혜서의 최고봉이 보인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라 해석된다. 이와같은 「욥기」에 대한 현대 해석에 대해 과연 교부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교부 주해 구약 성경」에서 확인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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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10-10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유원작가님의 고전읽기 시리즈를 읽고 욥기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신학과 철학적 접근도 그렇고, 파우스트의 원형질같은 문학적 접근도 그렇구요!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겨울호랑님께서 좋은 글로 도와주십시요!ㅎ 즐건 주말되시구요!

겨울호랑이 2020-10-10 19:28   좋아요 1 | URL
.... ‘파우스트의 원형질‘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제게 막시무스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ㅜㅜ 막시무스님께서도 좋은 주말 되세요! ^^:)

레삭매냐 2020-10-10 2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경에 담긴 패러블은 정말
옳바른 가르침이 없다면 위험하게
해석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겨울호랑이 2020-10-11 06:52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모든 책이 그렇지만 전체 흐름에 대한 이해없이 부분 발췌 인용, 이해는 잘못된 길로 이끈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레삭매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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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 천사, 쉼, 쾌유, 치유, 평온, 감사, 오늘, 고요, 위로 등 10가지 주제에 대한 짧은 글들. 작은 판형의 책과 그 안을 큰 글씨로 채운, 얼마 안되는 내용의 책은 선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작아 보인다.

그렇지만, 삶의 무게가 너무도 힘들어 위로가 필요할 때, 책에 담긴 지혜가 너무도 바른 소리를 내어 내 마음에 다가오지 않을 때, 주위의 위로가 사랑없이 울리는 징과 같다 느껴질 때, 이 책이 건네는 짦은 몇마디가 큰 울림이 되어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짧긴 해도 가톨릭 교리와 전례, 베네딕토 수도회 전통을 배경으로 씌여진 책이기에 종교가 다른 이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수도 있을 듯하다.

책에서 다룬 10가지 주제는 지금 이 순간 상처입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모두 필요하겠지만, 저자는 이들을 한번에 다루지 않고 나눈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각각의 상태에 잠시 머무르고 그 안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함이 아닐까. 이 안에서도 작은 선물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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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약자가 강자에게 피해를 받지 않도록 제정된 인류 최초의 법전. 수천 년이 지나 강자의 권익을 보호하여 공동체를 유지토록 하는 것이 당연시 되는 요즘 세태를 돌아보게 된다. 법의 정신이 진화한 것일까, 아니면 인류 공동체가 퇴보한 것일까.

우리가 야만적이라고 배운 ‘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적용되었던 고대 법이 진정한 정의를 품은 제도는 아니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신들을 경외하는 나 함무라비가 정의를 이 땅에 세워 악한 자들과 사악한 자들을 없애고 약자들이 강자에게서 상해를 입지 않도록 나는정의와 공정을 이 땅에 선포하였으니, 그것은 이 땅의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려는 것이다. - 합무라비 법전 서언 -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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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10-07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딱 그 정도만 하라는 가르침이 항상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옛날에서 배움을 얻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10-07 23:21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기본에 충실하기보다 예외를 만들고, 임의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점차 본래의 뜻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Redman 2020-10-08 0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대 근동의 법전들을 분석한 책이군요! 이 책도 읽어봐야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10-08 05:38   좋아요 0 | URL
김민우님, 즐거운 독서 되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