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단순히 여러 인자들이 우연히 함께  일어난  결과인지도 모른다. 페름기  말은  대륙들이  완전히  하나의 초대륙으로 합쳐져 있던 유일한 시기였고, 나아가 초대륙에서 대규모 범람성 현무암 분출이 일어난 유일한 시기였다. 나중에 일어난 대규모 현무암 분출의 경우, 대륙은 서로 떨어져 있었고, 아마 각 대륙과 해양의 생명은 심각한 기후변화에 맞설 만큼 충분히 다양해졌을 것이다. 그 우연의 일치에 덧붙여야 할 한 가지가 다량의 메탄트림임은 거의 확실하다. - 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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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브리아기는 진화의 역사에서 다양한 해양무척추동물이 나타나기 시작한 중요한 시기다. 그중 일부는 눈과 강력한 턱 덕분에 최초의 적극적인 포식자가 되었다. 또한 삼엽충과 같은 다른 캄브리아기 진화동물군도 번성했다가 오르도비스기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다.(p70)... 디토모피게(Ditomopyge)를 포함한 마지막 삼엽충은 오래도록 쇠퇴기를 겪다가 페름기 말에 멸종했다._ 더글라스 파머 외, <선사시대>, p181


 오파비니아 시리즈의 4번 째 주제는 삼엽충(三葉蟲, trilobite)이다. 삼엽충들이 살았던 시대는 약 3억 년이지만 이전 시대인 원생대(Proterozoic Eon)와는 달리 생명체들의 변화가 극심했던 시기였다. 삼엽충이 살았던 시대는 동물의 다양성이 극적으로 증가한 '캄브리아기'(Cambrian Period, 약 5억 4,200만 년 전~약 4억 8,830만 년 전), 해양동물군의 속성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오르도비스기'(Ordovician Period, 약 4억 8,830만 년 전~약 4억 4,370만 년 전), 해양무척추 동물이 자리를 잡고 오르도비스기 말의 멸망으로부터 벗어난 '실루리아기'(Silurian period, 약4억 4,370만 년 전~약 4억 1,600만 년 전), '어류의 시대'이자 세계 최초로 숲이 형성된 '데본기'(Devonian Period, 약 3억 9,500만 년 전~약 3억 4,500만 년 전), 거대한 석탄 퇴적지를 만들었던 '석탄기'(carboniferous period, 약 3억 5,920만 년 전~약 2억 9,900만 년 전), 마지막 5억년 동안 최소 90%이상의 생물이 사라진 대멸종의 시대인 '페름기'(Permian period, 약 2억 8,600만 년 전 ~ 약  2억 4,800만 년 전)에 이른다. 고생대의 대부분 기간 동안 삼엽충이 존재했기에, 많은 이들이 고생대를 '삼엽충의 시대'라 부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삼엽충에 관한 사소한 진리들을 확장시키면 세계 전체와 연관지을 수 있다. 삼엽충에 관한 사소한 진리들을 확장시키면 세계 전체와 연관지을 수 있다. 에드워드 윌슨 Edward Wilson은 최근에 문화와 과학의 상호의존성을 주장하면서 지식의 통합사계를 제시했다. 그는 그것을 '통섭(consilience)'이라고 했다. 여기에 상술한 삼엽충 이야기는 더 작은 형태의 통섭을 보여준다. 종목록조차도 지자기, 판구조론과 결합되면 사라진 지구의 초상화를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_리처드 포티, <삼엽충>, p251 


 고생대의 랜드마크인 이 생물에 대해 <삼엽충 Trilobite!: Eyewitness To Evolution>의 저자 리처드 포티(Richard Fortey)는 화석을 기반으로 삼엽충에 대한 지식을 대중에게 소개한다. 오랜 기간 후손을 이어온 최초의 절지동물은 '눈'을 발달시키면서 캄브리아기에 등장한 후 빠르게 오르도비스기를 자신들의 전성기로 만들었다. 이 시기 다른 환경의 서식지에서 각각 살아왔던 삼엽충의 역사는 '눈(目)'의 역사이며, 이후 생명체 진화(evolution)의 방향을 '시각'으로 결정짓게 되었음을 <삼엽충>은 소개한다.. 


 삼엽충의 눈은 방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점에서 그들은 동물계에서 독특한 존재다.(p115)... 방주석 결정을 살펴보면 삼엽충 시각의 비밀을 알 수 있다. 삼엽충은 맑은 방해석 결정을 눈의 수정체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그들은 특이했다. 다른 절지동물에게서는 대개 몸의 나머지 부위를 구성하는 물질과 비슷한 큐티클로 이루어진 수정체, 곧 '부드러운' 눈이 발달했다. 삼엽충은 이런 한계 안에서 대단히 다양한 눈을 발전시켰다._리처드 포티, <삼엽충>, p116


 포식자, 뻘벌레, 여과섭식자는 한 군집을 이루어 함께 생활했다. 이제 물에 잠긴 대륙이라는 중심부에서 그 주변의 심해에 이르기까지, 이런 동물들이 일련의 서로 다른 군집을 이루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수심이 점점 깊어지면서 서식지가 달라지고, 각 서식지를 차지한 삼엽충들은 사냥하고 청소하고 침전물을 파고 뒤졌으며, 개흙이 부드러운 곳에서는 휘저어서 현탄액을 만들었다. 산소농도가 낮은 더 깊은 곳은 트리아르트루스 같은 전문가들이 차지했다. 그들은 풍요와 질식사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서식지에서 다른 삼엽충들보다 유리했다. 해저 바로 위에서는 작은 아그노스티드가 움직이는 렌즈콩처럼 헤엄을 치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깊은 곳으로 내려가면 눈은 쓸모가 없어졌다. 그곳은 눈먼 자들의 세상이었다._리처드 포티, <삼엽충>, p249


 오르도비스기 절정에 달한 삼엽충의 번성은 오르도비스-실루리아기 사이에 닥친 빙하기로 인해 큰 타격을 입는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빙하기가 삼엽충들을 멸종에 이르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들은 오르도비스기와 같이 생태계의 주도권을 두 번 다시 잡지 못하고 결국 페름기 말 디토모피게(Ditomopyge)를 비롯한 마지막 삼엽충들은 지구에서 사라지게 된다. 


 오르도스기 말에 생명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인 대멸종이 일어났다. 당시 북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형성된 대규모 빙하가 오르도비스기 말의 기온을 급격히 떨어뜨렸고, 아마 그것이 동물군 위기의 주된 원인이었을 것이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빙하기와 관련된 퇴적물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주위에는 삼엽충들도 있다.(p280)... 캄브리아기와 오르도비스기, 오르도비스기와 실루리아기에 비해 데본기 초와 실루리아기의 삼엽충들은 훨씬 구분하기가 어렵다. 데본기는 파콥스와 그 친척들의 전성기였다. 잠시나마 집합복안이 지배한 시기였다._리처드 포티, <삼엽충>, p281


 페름기 말이 되자 20여 속에 불과한 그리 많지 않은 삼엽충들만 남아 있었다. 그래도 흔한 화석이 될 정도로 번성한 것들도 종종 있다. 가장 마지막 삼엽충은 페름기 말의 또 한 차례의 대멸종이 일어나기 얼마 전에 사라진 듯하다._리처드 포티, <삼엽충>, p220


 <삼엽충>에서는 크게 두 번의 대멸종이 나온다. 오르도비스기의 대멸종과 페름기의 대멸종이 바로 그것이다.  삼엽충의 크기는 불과 3~10cm 정도에 불과하지만 (물론 고생물학자들이 생태계에 일어난 큰 변화를 기준으로 시대 구분을 했겠지만), 이 작은 삼엽충들이 3억년 동안 지구에 살면서 고생대의 6기와 2번의 대멸종의 시기 동안 남긴 자취를 보면서 우리 인류가 남긴 불과 600만년의 발자취는 보잘것 없음을 깨닫게 된다. 작은 <삼엽충>의 몸에 새겨졌을 지구의 역사를 떠올리면서 '(역사의) 기억 앞에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배운다. 마침 글을 마무리 하는 시간대에 들은 어느 신박한 표현에 대한 오마주를 마지막으로 글을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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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모자 2021-03-30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선사시대] 재밌어 보여서 중고로 구했습니다! 기대되네요~

겨울호랑이 2021-03-30 16:32   좋아요 1 | URL
^^:) 말 그대로 역사 이전의 시대에 대해 잘 정리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황금모자님 즐거운 독서 되세요!

bookholic 2021-03-30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 정가 마지막 반값세일 때 사두었다가 장식품이 되어버린 <선사시대>.. 이제 먼지를 털어낼 시간이 된 건가요..^^
즐거운 봄날 되세요~~^^

겨울호랑이 2021-03-30 21:00   좋아요 1 | URL
bookholic님의 <선사시대>의 새역사가 시작되는 군요! 화창한 봄날 즐거운 독서 시간 가지세요 ^^:)
 

캄브리아기가 시작되면서 진화상에 믿을 수 없는 경이로운 사건이 일어났다. 겨우 몇 백만 년 안에 벌레류부터어류까지 다양한 동물이 등장한 것이다. 이중 미생물의 화석이 뛰어난 보존상태를 보이고 있다.  작은 껍질생물화석들은 진화 사태의 증거물이다. 캄브리아기 전에 대부분의 동물들은 턱이나 소화관이 없었는데 이는 곧 항문이 없음을 의미한다. 씹는 활동, 그리고 포식의 진화를 통해 세계 곳곳의 생태계를 빠른 속도로 변화시킨 군비경쟁이 시작되었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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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빛이 필연적으로 정교한 시각을 낳았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이 행성의 생명이 취한 특정한 경로, 단세포 생물의 단순한 감광성이 정교해지고 개선됨으로써 빚어진 결과일 뿐이었다. 삼엽충의 눈은 가능한 대안들 가운데 하나의 특정한 진화가지가 선택되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바로 세계를 볼 수 있도록 한 혁신의 산물이다. 이 문턱은 일단 건너고 나면 결코 잊을 수 없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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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위안부 - 식민지지배와 기억의 투쟁, 제2판 34곳 삭제판
박유하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제국의 위안부」에서 저자가 말한 논리대로 가부장제의 구조를 그림으로 그려본다.. 다시 그려봐도, 전쟁의 책임자들인 제국의 상층부에 대한 비판 대신 하부 구조에서 책임 소재를 따진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저자의 주장을 근거로 그려본 그림은 파일로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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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3-29 09: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생각해도 해괴한 주장입니다.

최근에 NHK에서 제작한 1944년 태평양
전쟁 중 가장 무모했다는 임팔작전 다큐
를 보았는데...

일본 전쟁지도부가 얼마나 안일하고 무
책임하게 전쟁을 치렀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전략 목표 달성을
위해 전사자 5천 명 쯤은 파리 목숨처럼
도 생각하지 않는 군사령관의 말이 기가
막혔습니다.

하물며 자국민에게도 그럴진대 식민지
백성들에게 오죽했을까요.

겨울호랑이 2021-03-29 18:59   좋아요 4 | URL
그렇습니다... 레삭매냐님 말씀처럼 사람 목숨을 우습게 안 일본 군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을 비판하는 대신 비판의 화살을 전혀 다른 곳으로 돌리는 <제국의 위안부>의 논리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박유하의 논리를 보면서 제논이 ‘아킬레우스와 거북이‘를 떠올리게 됩니다. 이야기에서 아킬레우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음을 증명하며, ‘제논의 역설‘ 중 하나를 말했습니다만, 실제 아킬레우스와(굳이 아킬레우스가 아니라 제논이 뛰더라도) 거북이가 직접 시합을 뛰어보면 몇 초 안에 증명될 일이었다는 사실과 위안부 사건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여겨집니다...

청아 2021-03-29 1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걸 직접 그려서 공유해주시고 너무 멋집니다🥲👍겨울호랑이님 덕분에 배우는 것도 얻는 것도 많아 감사해요!

겨울호랑이 2021-03-29 10:3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미미님. 글로만 내용을 쓰나보니 길고 복잡해진 듯해서 그림으로 그려봤습니다. 미미님께 작은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prothoevero 2021-03-31 1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겨울호랑이 2021-03-31 19: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prothoevero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