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지정학 아틀라스
델핀 파팽 지음, 권지현 옮김 / 서해문집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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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는 막강했던 소련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러시아는 지도상으로도 줄어들었고 세계 인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인구 위기로도 세력이 약해졌다. 그러나 힘의 역학 관계에서는 여전히 가공할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게댜가 러시아는 새로운 무기를 내세우고 있다. 상호의존적인 세계 경제에 꼭 필요한 원자재인 에너지다. _ 델핀 파팽, <러시아 지정학 아틀라스> , p6

<러시아 지정학 아틀라스>는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다른 의미에서 세계의 중심이 된 러시아의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책이다. 러시아에 대한 상세한 인포그래픽 자료가 담긴 객관적인 책이면서, 동시에 프랑스인 저자의 서구중심주의적인 관점이 드러난 주관적인 책이기도 하다.

객관적인 데이터는 신뢰성을 높여주지만, 주관적인 해석은 냉전 이후 러시아푸틴의 '옛 소련 제국의 부활'이라는 야망이 현재의 위기를 부추겼으나, 서구 세력의 견제와 기후 위기 등의 변화된 환경이 그의 야망을 저지시키고 있다는 쪽으로 흐른다. 그렇지만, 과연 러시아의 행보를 그렇게만 해석해야 할 것인가?

12세기 몽골제국, 14세기와 15세기에는 폴란드와 독일 기사단에 의해, 17세기에는 스웨덴에 의해 눌려 지내다가 17세기 이후에야 겨우 동부 유럽의 강호로 등장했고, 다시 18세기 나폴레옹, 20세기 초에는 히틀러에 의해 큰 희생을 당했던 러시아-소련의 과거를 생각해본다면, 강국과 직접적인 국경을 마주하지 않으려는 그들의 외교정책을 단순히 팽창정책으로만 해석해야 할 것인가?

그에 앞서 90년대 냉전 종식 후 2000년대 초반 아프리카와 중동, 2010년대 이후 NATO의 세력 확대가 가상적국 러시아를 겨냥한 것임을 먼저 생각해본다면, 구 소련 해체 이후 조용하던 불곰을 자극한 것이 오히려 미-NATO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된다.

<러시아 지정학 아틀라스>에 담긴 객관적인 자료는 분명 러시아와 그 나라가 당면한 문제를 잘 알려준다. 이와 함께 본문의 해설에는 절반의 진실과 관점이 담겨있다는 점도 함께 생각하고 읽는다면, 러시아 문제를 보다 폭넓고 깊이있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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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23-04-14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토도 나토지만 조용하던 불곰을 건드리면 화를 입는 건 인지상정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제가 읽어본 책이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저런 늬앙스는 별루네요-

겨울호랑이 2023-04-15 10:40   좋아요 1 | URL
단적으로 저는 러시아, 중국을 악의 축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90년대 체제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세방세계의 태도는 일단 차치해놓더라고 하더라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자체만으로도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100도씨에서 물이 끓는다면 과연 러시아가 100도까지 온도를 다 올렸던 것인가. 그렇게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봤을 때 저는 <러시아 지정학 아틀라스>가 크림반도와 발트해를 통해 세력을 펼치려는 러시아 위협을 바라보는 서구의 관점과 사할린과 쿠릴열도에서 일본과 대립하는 러시아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은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러시아의 단편을 보여주는 한계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악의 제국=러시아‘가 아닌 ‘러시아의 복합성‘과 이해관계에 대한 고려가 그런 면에서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갱지 2023-04-15 1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악의 축을 한쪽으로 모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마따나 간단하게 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겨울호랑이 2023-04-15 12:55   좋아요 0 | URL
어느 한 쪽의 시각이 아닌 종합적인 관점에서의 관찰과 판단이 특히 분단체제를 사는 우리들에게는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참 어렵네요. 갱지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