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 진입해서도 임차 가구의 문제는 '집 없는 설움', '치솟는 전/월세값', '정부 정책 시급' 등의 키워드로 신문 기사에 수없이 등장했다. 이에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 되는 주택의 전세 가격은 시장 기능에 맡겨 자율화하는 대신, 소규모 전/월세 입주자에 대해서는 과도한 보증금 인상으로부터 보호해 주도록 임대 가격의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전세금 융자를 확대해 주거비 부담을 덜어 주는 방안, 주택의 공급 물량을 대폭 늘려 주택 수급을 원활히 하고 주택 임대 사업을 활성화하는 방안, 장기적으로 아파트 분양가를 자율화해 주택건설을 유도하고 주택건설업체에 대해 일정 비율의 소형 주택건설을 의무화하는 방안, 재개발 이익 환수제, 매입 임대 주택 방안 등이 제시되었다. 또한 임대차 사이에 발생하는 분쟁을 줄이기 위해 1981년 최초로 제정된 임대차 보호법이 1990년대를 거치면서 수차례 개정되었다. _ 전남일 외 3인, <한국 주거의 사회사>, p351
얼마전 임대차 3법이라 불리는 법안 통과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세입자가 더 힘들어졌다는 보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불행히도(?) 12월 달에 이사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 몇 주간 부동산 시장을 샅샅이 살펴보게 되었고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물론, 내가 사는 수도권 남부 지역 상황에 한정되겠지만, 수요자 입장에서 살펴본 시장 상황은 다음과 같다.
1) 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없는 것은 기존 계약들이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시장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고, 그 결과 부동산 공급건은 급감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신규계약건도 줄어들었다.
2) 또한, 2+2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대상 건이 아닌 부동산의 경우에도 매매가 잘 되지 않는다. 이는 향후 4년동안 기대 이익을 계약 초기에 실현하려는 임대인의 생각이 공급가격을 상승시킨 반면, 전월세 수요자에 해당하는 세입자들은 향후 2~3년 후에는 신규 공급 물량 확대 등으로 가격 하락을 예상하기에 이동을 최소화하고 관망세에 있기 때문에 거래가 되지 않는다. 또한, 물량을 내놓았던 이들도 주변의 눈치를 보며 기왕에 내놓았던 임대인들마저 물건을 거둬 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타격을 받는 이들은 누구일까?
우선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의 행사 등으로 재계약 건수 증가가 부동산 신규 계약을 위축시켰으며, 이로 인해 매해 높은 임대료 인상으로 이익을 보던 임대인과 재계약 수수료보다 높은 신규계약 수수료 수익을 얻던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일차적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으로, 이동을 불가피하게 해야 하는 세입자들도 높아진 가격 부담을 받게 되었다. 이들은 타지에 자신의 집이 있는 이들은 자신의 집으로 옮겨가거나, 아니면 보다 저렴한 비용의 주변으로 나가는 선택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시장의 혼란이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어느 날을 생각하면서 이러한 혼동이 정리될 것임을 기대해 본다.
2004년 버스 전용차로제와 버스 노선 개편이 시작되었던 첫 날이었다. 바뀌어진 교통정책으로 교통체증이 심해서 을지로에서 강남역까지 3시간 넘게 걸렸던 날을 지금도 기억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나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렸고, 인터넷 게시판에는 새로 도입되는 버스 색깔인 Green/ Red/Yellow/Blue의 앞자리를 따서 이 정책을 GRYB(지랄염병)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결국 이 정책은 성공적으로 정착했고, 당시 서울시장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한 축이 되었다.(다른 축은 청계천 사업)...
이러한 역사를 생각해봤을 때 누가 또 알겠는가. 이 정책이 YS 의 금융실명제 이후 최대의 경제개혁으로 평가될런지.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PS. 조금 고생했지만, 다행히 아내와 아이가 다니는 학교 근처로 집을 구할 수 있었다. 덕분에, 아이가 친구들과 더 가까이 지낼 수 있게 되었고, 집에 있는 차 한대를 정리할 수 있게 된 점을 생각한다면, 오늘 집값 이상을 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신승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