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리 & 마이트너 : 마녀들의 연금술 이야기 지식인마을 29
박민아 지음 / 김영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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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퀴리와 리제 마이트너의 연구는 20세기 원자핵물리학의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들이 여성이었기에 그 연구의 의미가 더욱 각별하기는 하지만, 여성이 아니었다 할지라도 이들의 과학적 업적은 과학사의 중요한 자리에 기록되었을 것이다. 마리 퀴리의 방사는 연구는 ‘방사화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폴로늄과 라듐 원소를 찾아내기 위해 채택했던 화학적 분석 방법과 물리적 분석 방법의 결합은 이후 방사화학의 표준적인 방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p114)

마이트너의 연구는 퀴리가 시작하고 촉진시킨 연구 위에서 시작되었다. 마이트너와 한의 프로트악티늄 발견은 퀴리의 새로운 원소 발견을 모델로 해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분열 과정에서 손실되는 아주 작은 양의 질량으로부터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식에 따라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것을 밝혀냄으로써 마이트너는 핵 시대의 서장을 열였다. 요컨대 퀴리와 마이트너는 그들의 연구를 통해 원자핵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들은 신비로운 연금술의 세계에 속해 있던 것을 합리적인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과학자들이었다.(p115)

<퀴리 & 마이트너 : 마녀들의 연금술 이야기>는 책 표지처럼 20세기 초 열악한 여성의 지위에서 피어난 꽃처럼 세계과학사에 업적을 남긴 두 과학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리학과 화학의 결합을 통해 방사선 연구에 발자취를 남긴 마리 퀴리와 핵 분열 연구의 선구자가 된 마이트너의 이야기가 다루어졌다는 점은 다른 지식인 마을의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녀‘에 대함 이야기를 이어간다. 저자는 ‘퀴리 부인‘ 위인 전기에서도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피에르 퀴리 사후 라주뱅 스캔들을 통해 마리 퀴리가 부당하게 마녀 사냥을 당했음을 지적한다.

랑주뱅 스캔들에서 주목할 점은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는 사건이 우파 언론에 의해 사회/정치적으로 확대 해석되는 방식이다. 우파 언론들은 여성, 외국인이라는 마리 퀴리의 정체성을 교묘하게 엮어 국수주의를 강화하려는 정치적 목적에 이용했다. 마리 퀴리의 불륜을 도덕적으로 지탄하는 표면적인 논조 아래에는 타자를 설정하여 그에 대비되는 ‘우리‘의 결속을 강화하고 ‘우리 것‘의 가치를 높이려는 배타적인 국수주의적 의도가 놓여 있었던 것이다.(p143)

책의 제목 <퀴리 & 마이트너 : 마녀들의 연금술 이야기>가 말해주듯 이 책은 단순히 여성과학자의 업적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의 주된 독자층이 청소년 층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저자의 진정한 의도는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다음 세대의 변화 촉구가 아닐까. 이런 면에서 이 책은 과학사라는 역사가 현대에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좋은 입문서적이라 여겨진다.

여성 과학자들에게 과학자라는 점보다 여성이라는 점이 부각되면 그것이 여성 과학자들의 사고와 행동의 범위를 제한할 수도 있고, 여성 과학자 본인이 여성이라는 틀 속에서 스스로를 검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p155)...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보는 사회적 시각의 변화라 할 수 있고 이는 다양성의 존중과 일맥사옹한다고 할 수 있다.(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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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1 16: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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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1 19: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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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에 대한 열정 - 슐리만 자서전
하인리히 슐리만 지음 / 일빛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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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읽은 '트로이'와 관련된 <일리아드 Iliad>를 읽고 꿈을 키워오다가 미케네와 트로이 문명을 발굴한 슐리만의 자서전. 어렸을 적 자신의 꿈을 붙들고 이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슐리만의 모습은 위인전으로 접했던 어린 시절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비록, 유럽 어족(語族)이 동일 계통이라 상대적으로 익히기 쉬웠던 이유도 있겠지만, 수십 개에 달하는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 그가 기울인 노력은 어린 시절 느꼈던 감동의 크기를 짐작하게 한다... 

 

 [사진] Heinrich Schliemann (출처 : https://www.scinexx.de/dossier/heinrich-schliemann/)


 아버지가 호메로스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활약이나 트로이 전쟁 때의 사건들을 감동적으로 들려줄 때 나는 언제나 트로이에 대한 열렬한 옹호자가 되었다. 따라서 아버지로부터 트로이가 완전히 파괴되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몹시 서글픈 생각에 사로잡혔다.(p20) <고대에 대한 열정> 中


 이 곳에서 내가 주로 만나는 사람들은 사회의 최하층 사람들이었다. 나는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정신 없이 일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공부할 여유는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p30)... 나는 호메로스의 시구 가운데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선율적인 그리스 어 리듬에 더없이 깊은 감동을 받았으며 나의 불행한 처지를 생각하며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p31) <고대에 대한 열정> 中


 나는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열의를 불태우며 영어 학습에 몰두했다. 그리고 공부를 계속해 나가는 사이 자연스럽게 모든 언어를 쉽게 배울 수 있는 요령을 터득했다. 그 방법을 소개하면 일단 어학 공부는 해석에만 매달리지 말고 끊임없이 되풀이해서 소리내어 읽어야 한다. 그리고 날마다 1시간씩 꾸준히 공부하고 언제나 흥미로운 대상에 대해 작문을 해 본다. 그리고 그것을 교사의 지도를 받아 내용을 암기한 뒤 다음 수업 시간에 그 내용을 다시 한 번 외우는 것이다.(p37) <고대에 대한 열정> 中


 나는 언제나 지나친 흥분으로 잠을 충분히 잘 수 없었기 때문에 밤중에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이용해서 저녁에 읽은 내용을 다시 한 번 반복했다. 원래 낮 시간보다 밤에 훨씬 집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반복 연습에는 효과적이었다. 나는 이 방법을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 어쨌든 나는 이런 방법으로 반년만에 영어의 기초지식을 완전히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프랑스 어도 약 반 년만에 끝낼 수 있었다.... 이렇게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나의 기억력은 1년만에 눈에 띄게 향상되어 네델란드 어, 스페인 어, 이탈리아 어, 포르투갈 어도 쉽게 배울 수 있었다. 이러한 외국어로 유창하게 이야기하고 쓰는 데 6주 이상 걸리지 않았다.(p38) <고대에 대한 열정> 中


 나는 이 저술을 끝내면서 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발굴을 통한 역사 연구가 앞으로 더 발달해 하루라도 빨리 위대한 그리스 민족의 어둠에 싸인 선사 시대가 남김 없이 밝은 태양 아래 드러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발굴을 통한 연구로 숭고한 호메로스의 시가 결코 허구가 아니라 실제한 사실에 근거한다는 점이 명백해지기를 바란다.(p157) <고대에 대한 열정>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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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12: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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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12: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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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13: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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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13: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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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13: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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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19: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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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1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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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16: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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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뉴턴 한정판 세트 - 전4권
리처드 웨스트폴 지음, 김한영.김희봉 옮김, 이무현 감수 / 알마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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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0년대 아리우스 주의자이자 연금술사 뉴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데카르트 수학(기하학에 대수학 접목)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론을 정립한 뉴턴은 당대 정통으로 받아들여지던 유클리드 수학자로부터 이단아로 취급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뉴턴은 여러 면에서 비주류였음을 알게 된다.여기에 가톨릭교회의 철학이 기하학인 유클리드 수학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또한, 연금술을 통해 금을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뉴턴의 모습에서 후대 남해(South Sea)주식과 연관되어 많은 자산을 잃을 기질이 있었음도 짐작해본다. 전체적으로 우울한 과학자 뉴턴의 모습 이면에 숨겨진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된다...

이 시기 뉴턴의 삶은 기본적으로 신학과 연금술 연구로 이루어졌다.(p323)... 뉴턴이 보기에 그리스도를 신으로 숭배하는 것은 우상숭배이고, 근본적인 죄악이었다.(p226)... 1675년이 되기 훨씬 이전부터 뉴턴은 본질적인 의미에서 아리우스파가 되어 있었다. 그에게 그리스도는 신과 인간의 중보자이고, 그를 창조하신 아버지에게 종속된 자였다.(p227)「제2권」중

화학 노트는 전개 순서가 중요하다. 그는 화학을 우연히 만나 그 불합리를 발견하고 나서도, 진지하고 ˝합리적인˝화학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아니, 출발은 진지한 화학이었지만 연금술이더 심오하다고 느끼고 상당히 일찍 화학을 포기했다.(p180)「제2권」중

ps. 미적분, 무한급수와 관련된 라이프니츠와의 논쟁 부분은 뉴턴 전기 작가의 국적이 영국임을 잘 나타내준다. 기회가 되면 독일인이 쓴 라이프니츠 전기도 읽고 싶어진다.

라이프니츠의 새로운 질문들은 「후서」를 쓰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뉴턴이 편지를 쓰기도 전에 라이프니츠가 직접 10월에 런던으로 건너와 10일간 머물렀다.(p145)... 라이프니츠는 「역사 Historiola」에 대해서는 메모를 했고, 메모는 라이프니츠가 영국 수학에서 배울 수 있는 주제라고 본 무한급수에 집중되었다.(p146)「제2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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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4 15: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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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4 21: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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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뉴턴 한정판 세트 - 전4권
리처드 웨스트폴 지음, 김한영.김희봉 옮김, 이무현 감수 / 알마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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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케임브리지의 교육은 윤리학, 수사학과 함께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토대를 제공하는 묵직한 분량의 논리학으로 시작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삼각논법으로 전개되는 형식 논쟁에서 그 정점에 도달했는데, 이 형식 논쟁이 교육과정과 시험의 기준이었다.(p158)...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은 비록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었지만 결코 헛소리가 아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뉴턴은 엄밀한 사고의 표준들을 배웠고, 자연의 엄청난 다양성을 하나의 통일된 형태로 조직화하는 체계를 제공받았다.(p163) 「제1권」

뉴턴은 태양에서 나오는 보통의 빛은 단일한 성분이 아니며, 색의 현상들은 기존의 이론이 말하는 것처럼 균일한 빛의 변화가 아니라 이질적인 혼합체가 그 성분들로 분리되거나 분해되어 발생한다는 사실을 간파했다.(p178) 「제1권」중

뉴턴은 이전의 연구를 수정해서 곡률을 새로운 방법으로 표현하고, 더 나아가 최대 곡률 및 최소 곡률의 점과, 곡률의 반지름이 무한해지는 변곡점을 증명했다. 그는 곡선의 방정식이 주어졌을 경우, 그 곡선의 면적이 다른 곡선의 면적과 주어진 관계에 있을 때 그 다른 곡선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p238) 「제1권」중

사과 이야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일화가 사과와 지식을 연관짓는 유대교-기독교의 전통을 암시하면서 계속 반복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사과 이야기는 보편중력을 하나의 영리한 생각으로 취급해서 그 개념을 속되게 만든다.(p266)「제1권」중

자연철학에서 운동과 역학이 뉴턴의 주목을 끈 유일한 주제는 아니었다. 그가 후에 ˝유명한 색채 현상˝이라 부른 것도 그의 눈에는 똑같이 중요했다.(p267)「제1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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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9-06-30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유인력 때문에 색체현상인 뉴턴의 ‘빛’ 중요성이 많이 간과 된것 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9-06-30 19:17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뉴턴의 중력이론과 함께 광학에 대한 이론이 뉴턴 우주관의 두 기둥임을 생각하면 ‘빛‘에 대한 뉴턴의 업적은 과소평가된 부분이 있다 여겨집니다. 다른 한 편으로 뉴턴의 광학은 보다 철학(종교)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프리즘을 투과한 빛의 색깔을 7색으로 정한 것도 성경의 영향이 있다는 의견도 있는 것을 보면 다소 비과학적이라 생각한 과학자들의 의견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예수 평전 - ‘진리’라 불리던 사악한 사제가 예수였을까?
조철수 지음 / 김영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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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엣세네 공동체 사람들에게서 '진리'라는 호칭을 얻을 정도로 신망이 두터웠을 사제가 교만하게 되어 공동체를 떠났다는 말이다. 마음이 교만한 것은 공동체의 가르침에 준하지 않고 자신의 성경해석을 주장한다는 뜻이다.(p127)... '진리'라는 그 사악한 사제는 엣세네 공동체의 재판이 아니라 그들의 사악한 재판에 넘겨져 사형 판결을 받았는데, 그가 선동자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선동자는 죽어가면서 공포에 질려 있었으며 그의 살에 상처를 받아 시체가 되었다는 해석이다.(p128)  <예수평전> 中


 <예수 평전>의 저자 조철수의 관점은 새롭다. 일반적으로 인간 예수의 생애는 바리사이(Pharisees) 파와 많은 갈등을 일으킨 후 예루살렘 성전에서 상인들을 내쫓는 사건 후 사두가이(Sadducees)파들에게도 미움을 받게 되어, 결국 로마인들에게 넘겨진 후 죽음을 당하게 되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렇지만, <예수 평전>에서는 예수와 갈등을 일으키는 주된 집단은 에세네 파(Essenoi)다.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할 메시아가 아닌, 에세네 파의 구원자(Messias)인 예수. <예수 평전>에서 그려지는 예수의 모습이다. 


 '진리'라고 불리는 사악한 사제가 속임으로 공동체를 설립한다고 해석하는 엣세네 해석자의 관점을 예수의 전기에서 어느 정도 찾아볼 수 있다. 엣세네의 성경해석자들은 예수가 사악한 사제며 거짓 메시아임을 성경에서 입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며, 하바국서에서 그 실마리를 잡아 예수가 유다의 입맞춤으로 붙잡히게 된 과정부터 십자가형에 처해져 죽을 때까지를 해석했다고 가정해 볼 수 있다.(p136) <예수평전> 中


 <예수 평전>은 에세네 파와 '진리'라는 이름의 사제가 만든 에세네 공동체의 분열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예수가 '진리'를 강조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그가 에세네 파 출신의 사제임을 주장하면서 신약성서의 복음서를 탈무드, 미드라쉬와 에세네 파의 전승 기록을 통해 해석한다.



[그림] 에세네 생명의 나무(출처 : https://www.pinterest.co.kr/pin/139682025918538049/)


 예수 당시의 이야기로 생각해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예수가 자신을 '에메트(진리)'라고 부르는 점이다. 복음서에 전해진 한 이야기에서 이런 사실을 읽을 수 있다. 

 여러분이 내 말에 서 있으면 여러분은 진리(에메트)안에 내 제자들입니다. 여러분은 진리를 알게 될 것이며 그 진리가 여러분을 (속박에서) 풀어줄 것입니다.(요한 8 : 31 ~ 32) <예수평전> 中


 예수는 '진리'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었고 바리새와 사두개뿐 아니라 엣세네와 성경해석에 있어 서로 다른 견해로 자주 논쟁을 했다. 엣세네의 성경해석자는 하바국서를 해석하며 '진리'라고 불리는 사제를 주목하고 그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엣세네 공동체는 자신들을 유다 지파의 자손들이라고 불렀다. 엣세네 사람들은 토라를 공부하는 노고와 엣세네 창시자인 '의로운 교사'의 가르침에 대한 믿음으로 하느님의 심판의 날에 구원 받을 것이라는 해석이다.(p126) <예수평전> 中


 저자는 이러한 해석을 통해 '영원한 생명'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내용이 사실은 '토라에 대한 지식'의 은유적 표현임을 밝힌다. 본문에서 묘사된 예수의 모습은 율법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랍비의 모습이다. 다만, 폐쇄적인 에세네 파의 해석을 비판하고 개방성을 강조하는 차이만 있을뿐, 책속의 예수는 유명한 랍비 아키바(Akiva, AD 50 ~ AD135)의 수준으로 그려졌다.


 밀은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는 지식을 뜻한다. 초기 유대교 현자들은 이러한 지식은 토라 공부를 함으로써 습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p633)...  밀 빵을 먹어보지도 못할 정도로 가난한 사람은 학교에 다닐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은 학교에 다닐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은 토라에 무뢰한이 될 수밖에 없다.(p634) <예수평전> 中


 '생명의 물'은 토라의 가르침이다. 사해문헌에 나오는 '생명수의 우물'과 비슷한 표현이다. 초기 랍비 유대교의 문헌에도 생명의 물은 토라(하느님의 가르침)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낱말로 사용된다. 예수가 말하는 생명의 물도 토라를 뜻하지만 그 토라는 바리새나 엣세네처럼 모세오경뿐 아니라 모세오경에 대한 성경해석을 포함한다.(p267)... 초기 유대교 문헌에서 빵은 종종 토라를 은유하는 낱말로 사용된다. 사람들에게 빵을 먹였다는 이야기는 토라를 가르쳤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p281) <예수평전> 中


 나아가, 책은 예수가 강조한 많은 내용이 남을 위하는 사랑이 아닌, 고도로 계산된 내용임을 당대의 문헌을 통해 논증한다. 마치, 노자(老子)의 '무위(無爲)'가 목적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듯, 예수의 가르침이 사실은 당대 시대에서 볼 때 가장 현명한 처신이었음을 저자는 밝힌다. 


 예수가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 겉옷을 주라고 말하는 배경을 '솔로몬의 재판'과 비교해서 읽어볼 수 있다. 속옷을 훔쳐갔다고 고소했지만 그것을 입증할 증거나 증인을 찾지 못한 경우에 재판관은 그 속옷을 반으로 잘라 나누어 가지라고 판결을 낸다면 그 속옷은 속옷의 가치가 없어진다... 재판에 걸어 속옷을 가지려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자기 겉옷을 준다고 한다면 재판관은 누가 양심적이며 그 속옷의 주인인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p363) <예수평전> 中


 본문을 읽다보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평전(評傳)'이라는 말처럼 여기에 묘사된 예수의 모습은 인간 예수다. 그렇지만, 여기에서는 신약성서 내용만을 근거로 예수의 삶을 복원해 나간다. 당대 다른 역사적 기록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이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 전승된 복음서(gospel)를 탈무드와 미드라쉬 해석을 통해 재조명한다는 것이 인간 에수의 삶을 바라보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품게 된다. 이 책에서 밝힌 것은 인간 예수의 모습이 아닌  복음서 사가들의 관점과 의미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러한 출발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영지주의(gnosis)로 향하게 된다. 출발이 '예수가 에세네 파 출신의 사제였다'는 가정에서 출발되기 때문에, 결국 예수와 에세네 파의 대립은 '빛'과 '어둠'의 대립으로 치환된다는 것인데 이러한 저자의 해석은 예수 사후 로마 제국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던 예수 운동(또는 초기 기독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단순히 교리 해석상의 차이가 아닌, 예수 가르침 안에 무엇이 당대인들에게 다가왔던 것일까?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아쉽게도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려웠다.


 엣세네 문헌에서 '빛과 어둠'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단락에서 빛의 자식들이 어둠을 물리치는 힘은 '하느님의 진리'에 있다... 요한복음서나 고린도후서, 요한계시록 등에서 읽어볼 수 있듯이 '빛과 어둠'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예수와 그의 제자들이 엣세네의 언어에 익숙한 것을 알 수 있다. 신약성경에서 예수를 '진리'라고 부르는 점은 '진리'의 핵심이 어둠을 물리치는 힘/권능에 있다는 엣세네의 규례와 비교해 볼 수 있다.(p739) <예수평전> 中


 이와 같이 이 책은 인간 예수의 삶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는 책이지만, 인간 예수와 예수 공동체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한 한계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또, <신약성서> 중 복음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이에 대한 해석을 하는 모습에서는 '신앙고백'이라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영지주의 복음서와 같은 결론에 이른 느낌을 받게되어 조금은 혼란스럽다. 위와 같은 부분은 아쉽지만, 독창적인 저자의 시도와 당대 사회의 모습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나름의 소득이라 생각하며 이번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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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iKim 2019-04-21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수는 훌륭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를 잘못알고 있는 예알못들이 문제라 봅니다. 퀴어축제때 우리에게 무차별 폭력을 예수의 이름으로 휘두르는 그들 말입니다.

겨울호랑이 2019-04-21 10:57   좋아요 1 | URL
Nam Gi Kim님의 말씀을 들으니, ‘예수는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기독교인들은 사랑하고 존경할 수 없다‘던 마하트마 간디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저 역시 기독교(가톨릭) 신자인만큼 다른 이들에 대한 배타적인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부분에서 정말 초기 교회가 지향했던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더 고민해야겠지요. 마침 오늘은 예수가 죽음에서 부활한 ‘부활절‘입니다. 성탄절보다 더 의미가 있는 오늘, 부활의 의미에 대해 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019-04-21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21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9-04-21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랑이 님의 이 글을 읽어보니 제가 요즘 읽고 있는 『로마제국 쇠망사』 생각이 납니다.

여느 역사책과는 다르게, 『로마제국 쇠망사』에는 ‘초기 기독교의 발전 과정‘에 대해서 매우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오랜 역사를 지닌 유대인 민족종교와 신흥 그리스도교 사이에 있었던 ‘교리 갈등‘ 때문에 파생된 다양한 분파들에 대해서도 깊이있게 다루고 있더군요. 나사렛파, 에비온파, 그노시스파, 사두가이파, 바리사이파, 몬타누스파, 노바티아누스파, 에세네파 등등 문외한인 저로서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종파들도 참 많더군요.

이뿐만이 아니라, 초기 기독교의 교부, 호교가, 사제들이었던 테르툴리아누스, 키프리아누스, 락탄티우스, 유스티누스 등등에 대해서도 여러 곳에서 굉장히 자주 언급하는데, 제가 ‘로마의 역사‘를 읽고 있는지 ‘교회사‘를 읽고 있는지 착각이 들 정도로 상세히 다루고 있어서 놀랍더군요. 관심이 있으시면 그 부분(제1권 15장 및 16장, 541쪽 ∼691쪽)을 한번 참고하셔도 유익하리라 믿습니다.^^

겨울호랑이 2019-04-21 20:1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oren님. <로마제국 쇠망사>를 축약본으로만 접했는데, oren님 말씀을 듣고 보니 완역본 정주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초기 기독교 교회를 탄압하는 주체에서 제국의 종교로 바뀐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쇠망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여겨집니다. 로마에 대한 초기 기독교의 복수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전체를 포용하는 세계 종교로서 기독교의 한계를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 역사학자인 기번의 답변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