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난 연의는 아빠에게 '킨더 조이'를 달라고 조릅니다.
평소 연의 간식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연의엄마와는 달리 아이와 친해줄 별다른 것이 없는 연의에게 저는 버튼을 누르면 간식이 나오는 '자판기'에 가까운 편입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저는 킨더조이 초콜렛을 내주었습니다. 참고로, '킨더조이'는 초콜렛과 장난감이 같이 있기에 연의는 좋아하는 간식인 반면, 연의엄마 불량식품 리스트(Black List)에 올라있는 품목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연의는 제게 '엄마한테는 비밀이야.'라고 말하면서 조용히 먹었고, 저는 그런 연의를 그냥 웃으면서 바라보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비밀이라고 자신이 말해 놓고 아침식사 중 엄마에게 자기가 먼저 "엄마, 아빠가 나한테 킨더 조이 줬어!" 하고 먼저 이야기를 하네요....ㅜㅜ :
잠시동안 우병우를 능가하는 아내의 레이저 공격을 받았습니다. 공격을 받으면서 '과연 연의의 행동은 합리적인 선택이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연의의 선택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하 내용에서는 그 결론에 대한 설명을 적어보겠습니다.
[그림] 킨더조이(이미지 출처 : http://byeolx2.tistory.com/977)
리처드 도킨스는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 속에서 '죄수의 딜레마'를 통해 유전자의 최적 선택 행동을 설명합니다. 반복되지 않는 게임에서 게임 참가자들은 '배신'이라는 카드를 선택했을 때, 최선의 결과를 얻게 됩니다.
'만일 당신이 "배신"카드를 낸다면 나 또한 "배신"을 내야 내가 최선의 결과를 얻게 된다. 상호 배신으로 벌을 받지만, 만일 "협력"의 카드를 낸다면 나는 봉이 되어 뜯기게 되므로 이보다 나을 것이다..... 당신이 어느 카드를 내든 간에 나의 최선의 수는 항상 "배신" 카드를 내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p342)
[표1]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나온 여러 가지 결과로부터 내가 얻는 이득(p341)
반복되지 않는 게임에서는 "배신"이라는 카드가 가장 효율적이지만, 반복되는 게임에서는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몇 번 게임을 반복함으로써 우리는 서로에게 신뢰 또는 불신을 쌓고, 보복하거나 회유할 기회를 갖게 된다.'(p344)
'배신'을 방지하는 전략으로 가장 효율적인 전략은 "Tit for Tat"(TFT :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전략으로 이러한 보복 전략이 배신을 방지할 수 있다고 언급됩니다. 다시 연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살펴보면, 연의가 '킨더 조이'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표2] 킨더 조이 게임에서 연의가 얻는 이득(겨울호랑이 추정)
어떤 경우에도 연의는 킨더조이는 확보합니다. 이 경우, 나중에 엄마에게 들키는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요? 추가적인 판단을 위해서는 들켰을 때의 손해와 아빠의 배신(아빠가 먼저 고자질할 가능성)에 대한 고려 역시 필요합니다.
예상되는 손해의 경우, 몰래 킨더조이를 먹었다가 나중에 엄마에게 들킬 경우 추가적인 간식을 제공받을 수 없는 위험이 예상됩니다. 반면, 아빠는 결코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때 최선의 전략은 엄마에게 미리 말하고 '착한 어린이 인증'을 받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6년이라는 시간동안 관찰된 아빠의 행동은 연의에게 '배신하지 않을 것'임을 충분한 빅데이터(Big data)를 통해 입증되고 있습니다. 이에 '아빠의 배신'은 논외로 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혹시 있을지 모르는 아빠의 배신에 대한 보험으로 '엄마에게는 비밀이야.''라고 인증을 요청한 것이 아닐런지..지난 주 일요일 1회성 게임에서 연의의 행동은 전략적/합리적 선택임이 입증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연의는 이러한 행동을 계속할까요?
이런 질문에 추가적으로 '연의는 반복되는 게임(보복가능성)을 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아닐까? '라는 질문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반복되는 게임에서도 연의의 선택은 합리적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6년동안 동쪽에서 해가 뜰 확률이, 갑자기 내일 서쪽에서 해가 뜰 가능성보다 높기 때문에', 딸바보인 아빠로부터의 보복 가능성은 '0'이라고 판단해도 확률적으로 무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따라가보니, 연의의 모든 행동은 게임의 반복성과 비반복성을 떠나서 모든 경우에지극히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연의가 뛰어난 전략가인지, 아니면 연의의 순진한 행동을 겨울호랑이가 어렵게 해석했는지는 이웃분들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ㅋ
날이 많이 추운 날입니다. 별로 대단하지 않은 일상의 내용을 다르게 생각해봤습니다.
이웃분들 가볍게 읽으시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PS. 내용을 정리하던 중 보복가능성(TFT)을 추가하여 실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나, 부녀(父女)관계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빠질 수 있으므로 자제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