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어떤 동물도 현존하는 다른 동물에서 진화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대신 현존 동물들은 지질학적 역사의 (원리적으로는 식별 가능한) 특정 순간에 살았던 공통조상을 갖는다.

추세선이 보여주는 경향은 명확하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종교는 쇠퇴하고 비종교인의 수가 늘고 있다. 침묵의 세대Silent Generation(1928~1945년 출생)는 11퍼센트,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출생)는 17퍼센트, X 세대(1965~1980년 출생)는 23퍼센트, 전기 밀레니얼 세대(1981~1989년 출생)는 34퍼센트, 후기 밀레니얼 세대(1990~1996년 출생)는 36퍼센트로 감소 폭은 깊고도 넓다.

하느님이 글을 통해 인간에게 직접 뜻을 전했다는 믿음이 약해지는 현상은 개인과 사회의 책임을 중시하게 된 분위기를 반영하는 또 하나의 지표다. 더 나은 세상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도덕을 실천하는 일은 기도와 간청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달려 있다. 또한 우리는 하늘의 천국이 아닌 지구 위에서 천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이상 기독교에 열정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종교가 허황되다는 확신을 가져서가 아니다. 단지 종교가 그들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종교에 무관심해졌을 뿐이다." 이런 현상을 일컫는 단어가 바로 ‘무관심apathy’과 ‘유신론theism’을 합성한 ‘유신론에 대한 무관심apatheism’이다.

장기적 추세는 역시 종교와 멀어지고 세속화로 나아가는 것이다. 만약 이런 추세가 계속되어 지금껏 삶의 의미를 제시하던 전통적인 토대가 완전히 사라지면, 우리는 앞으로 그것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한동안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유사역사학은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은 닫힌 논리 구조 속에 있다. ‘우리의 역사는 시간적으로 오래되어야 하고, 공간적으로 거대해야 한다. 세계인들이 우러러볼 정도로 위대한 역사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고 하는 역사는 식민사학이요, 매국사학이 된다.’ 이렇게 유사역사학은 건조하게 사실 관계를 따져야 할 역사 연구에 이데올로기적 당위와 윤리성을 뿌려 섞어버린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연구가 불가능하다.
학문의 목적은 객관적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지, 쇼비니즘적 욕망과 환상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라는 공산주의 국가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가에 대한 강한 충성심이 담보되어야 하는데, 이 강한 충성심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위대한 국가가 있어야 그에 대한 강한 충성심이 따라오는 것이다. 유사역사를 만든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교육에 있다. 세계사적 흐름에 따라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집안의 가족사를 보듯이 한국사를 살피면서 아프게 느껴지는 역사적 순간들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축적하게 된다.

뜻밖에도 이렇게 한국사를 위조하고 비하하려는 근본적인 원인은 일제강점기의 식민사학에 그 뿌리가 있다. 일제의 식민사관은 식민지 조선을 열등하고 무능한 존재로 격하시켰다. 우승열패의 세계에서 조선은 열등했기 때문에 우등한 일제의 식민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식민지 조선인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해방 후에도 조선은 열등한 나라라는 이미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열등하지 않았다면 식민지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단순명쾌한 논리가 있었다. 조선은 무려 500년을 존속한 나라임에도 말기의 혼란과 무능을 전 조선에 뒤집어 씌워도 무방했다. 이런 시각을 가장 잘 보여준 사람은 60~70년대 대통령이었던 박정희였다

박정희에게 한국사는 "남에게 밀리고 거기에 기대어 살아온 역사"이고 "세계에서도 드물 만큼 소아병적이고 추잡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이 모든 악의 창고 같은 우리의 역사는 차라리 불살라버려야 옳은 것"이었다. 박정희의 역사관은 일제강점기 식민사관에 의해서 규정되어 있었다. 타율성론, 당파론, 만선사관(지리적 결정론)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 외피는 민족주의를 표방했다.

역사학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고 새로운 해석에 의해서 과거의 모습을 더 잘 볼 수 있게끔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유사역사가들은 대수롭지 않은 변화라고 빈정거리거나 무시한다.

역사가들은 이런 복잡성을 이해하고 있다. 그 덕분에 역사가들은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쉽게 단정하지 못하고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애매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반면에 유사역사가들은 딱 잘라서 단정적으로 이야기한다. "낙랑군이 평양에 있었다는 단 한 가지 증거만 가져오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창조론자들은 "진화의 증거가 되는 화석 하나만 가져와라."라고 말하고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는 "유대인이 가스실에서 죽임을 당했다는 증거 하나만 대보라."라고 말한다. 이들은 이런 방법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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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은 환자가 사망한 후 부검으로만 확진할 수 있다. 임상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은 환자 상당수는 실제로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치매에 걸린다. 아직은 초기에 진단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진단법이 없으며, 일단 진단이 내려져도 질병의 진행을 막을 방법이 없다.

우리는 알츠하이머병을 확실하게 예방할 수는 없지만,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할 수는 있다. 또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완벽히 늦추거나 멈출 수는 없지만, 증상을 잘 조절해서 삶의 질을 최대한 높일 수는 있다.

인류학은 그 초창기부터 피부색이나 키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인류가 각자 다른 환경에서의 선택압에 적응한 결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인류학자들은 인간에게 나타나는 방대한 다양성이 사실은 아주 작은 유전자 변이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인간은 다르기보다는 서로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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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 2022-10-12 2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무엇보다 알츠하이머가 무섭더라구요ㅜㅜ 혹시 이번호에 (적어주신 내용 이외의) 예방과 관련한 내용도 다루고 있나요?

겨울호랑이 2022-10-12 22:59   좋아요 1 | URL
아쉽게도 제가 읽은 <스켑틱> 본문에서는 알츠하이머를 치료할 수 있다는 유사의학에 대한 비판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건강한 생활 습관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네요... 다른 호에서 관련 내용이 있으면 주의 깊게 살펴보겠습니다. ^^:)

등대지기 2022-10-12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렇군요!! 그렇다면 다른 의미로 보기는 해야겠네요
호랑이님 덕분에 계간지 월간지 이것저것 꾸준히 챙겨보게 되네요 ㅎㅎ

겨울호랑이 2022-10-12 23:06   좋아요 0 | URL
^^:) 제가 읽고 있는 권에서는 전체 주제를 ‘사이비‘로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과학이 추구하는 진실과 이를 위한 열린 마음이 통하지 않는 편협한 세계에 대한 경고가 의학부터 역사학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등대지기님 즐거운 독서 되세요! ^^:)
 

1990년대에 금융위기를 학습한 한국의 경우 2008년 국가 재무 상태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고 무역수지는 흑자 진행 중이었다. 또한 유럽과는 달리 한국의 은행들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와 크게 엮여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결정적으로 1990년대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국제화되어 있었고 여기에 수출 주도형 국가로서의 재정적 필요와 특히 대금을 회수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자본재의 거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이런 두 세계의 갈등은 훗날 NATO 회원 가입을 희망하던 또 다른 동구권 국가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대대적 공격, 그리고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서 러시아의 개입에 대한 과도한 추측 등을 통해 최고조에 이르렀다.

러시아와 한국은 여러 신흥시장국가 중에서 2008년의 금융위기로 가장 고통을 겪었다. 수출 강국이라는 사실 이외에 두 국가는 유럽, 그리고 미국과 금융 측면에서 깊게 연대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이 사실은 두 국가가 겪은 어려움을 설명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러시아와 한국은 단지 수출에서만 어려움을 겪은 것이 아니라 아예 자국 금융권에 대한 자금조달이 "갑자기 중단되는" 경험을 했다.

세계 교역의 흐름을 이끄는 것은 각 국가경제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여러 다국적기업이 협력해서 만들어내는 훨씬 더 광범위한 개념인 이른바 "가치사슬(value chain)"이다.

1944년 체결된 브레턴우즈 합의에 따르면 전 세계 화폐시스템을 떠받치고 있는 달러화는 금과 일정한 교환 비율을 유지해야 했지만 합의는 합의일 뿐이었다. 디플레이션의 우려 속에 더는 이 합의를 지켜나갈 수 없게 된 미국은 결국 1971년 8월 15일 닉슨 대통령이 나서서 브레턴우즈 체제의 종식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기에 이른다. 그야말로 역사적 순간이었다.

"서로 맞물리는 구조"에만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거시금융 경제학은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모호하거나 완곡한 표현들을 모두 다 바꿔버렸다. 예컨대 국가경제력의 총계는 금융시스템 안에서 일어나는 실질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기업의 대차대조표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민간의 신용창조(private credit creation)" 시의 절대 다수는 견고하게 엮인 일부 거대 기업이 만들어내는 것으로 이들이 바로 신현송이 이야기하는 "서로 맞물리는 구조" 안의 핵심 구성 요소이며 전 세계적으로 보자면 20~30여 개의 은행이 여기에 해당한다. 각 국가의 주요 은행들까지 포함한다면 이런 거대 금융기관이나 업체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대략 100여 개에 이를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소수의 사업체나 기업이 지배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럼에도 금융위기 동안 그리고 그 이후, 위기의 실체와 정부정책의 우선순위가 의미하는 바가 다시 한번 낱낱이 드러났다. 대서양 양안 국가들의 민주 정치는 결국 그 민낯을 드러내고 말았으며 그것이야말로 금융위기를 통해 알려진 참을 수 없이 불쾌한 진실의 실체다.

사람들의 소망과는 달리 세계 경제는 독일식으로 말해 "미텔슈탄트(mittelstand)" 즉 중소기업들이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불과 몇 천 곳에 불과한 거대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으며 역시 극소수의 자산관리자들이 운용하면서 서로 영향을 미치는 주식보유량이 결정한다.

민주주의의 합리성을 포기하면서 좌파에 대항한다는 냉혹한 견제 전술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지만 우파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했고 그런 사실은 영국의 브렉시트와 폴란드, 그리고 헝가리의 사례가 증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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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반도체 지정학 - 21세기 지정학 리스크 속 어떻게 반도체 초강국이 될 것인가
오타 야스히코 지음, 임재덕 옮김, 강유종 감수 / 성안당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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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권의 목적은 미국에 부족한 제조 분야다.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면 외국으로부터 반도체 산업을 지킬 수도, 외국을 공격할 수도 있게 된다. 대만의 TSMC를 불러들이는 작전은 반도체 체인을 미국 내에서 완결하기 위해서다. _ 오타 야스히코, <2030 반도체 지정학> , p52/462

<2030 반도체 지정학>의 요점을 역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첨단) 세상은 반도체로 돌아가고, 반도체를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 이를 위해 각국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여기에 하나를 추가하자면 '이를 위한 일본의 전략 제언'이 책의 전체 내용이라 생각된다.

저자는 본문에서 반도체를 둘러싼 세계경제전쟁의 현실에서 일본 반도체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1980년대 이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점차 힘을 잃어가는 일본이 살아님기 위해서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반도체 설계와 제작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살리자는 방향제시와 함께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일본 공장 유치 실패에 대한 아쉬움이 책 전반에 짙게 배어 나온다.

공급망을 시장에 자율적으로 맡긴 채 국가안전을 지킬 수는 없다. TSMC와 하이실리콘 무역에서 미국이 배운 교훈이다. 반도체가 전략물자라면 정부는 그 소재를 알고 거래에 개입해야 한다. 일본은 가치관을 같이하는 미국과 연계해 소중한 기술을 지켜야 한다. 그렇다고 체인 관리를 통째로 미국에 맡기면 일본의 입지는 오히려 약해져버린다. 비록 동맹국이라도 비장의 카드를 모두 내주는 것은 좋은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 _ 오타 야스히코, <2030 반도체 지정학> , p421/462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일본의 생존전략이 주된 내용인 이 책에서 한국에 관한 이야기는 매우 적다. 그나마 비교적 자세히 언급된 내용이 일본의 한국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 금지 조치였는데, 이 글을 통해 사건을 바라보는 일본의 인식을 알 수 있게 된다. 이제는 고인이 된 아베의 조치에서 일본 반도체의 저력에 대해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그보다는 글로벌 공급망이 굳건하게 구축된 현 상황에서 개별 기업들은 정치적인 선동과 구호가 아니라 자신의 실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정경분리'의 현실을 재확인한 것이 보다 사실에 가까운 것은 아닐런지.

삼성전자와 TSMC의 투자 유치를 통해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한 미국과 차세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 중인 중국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가야할 것인가... 이에 대한 내용은 다른 책에서 확인해야 할 듯 싶다...

아베 정권의 대한 수출 규제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하나는 일본이 자랑하는 반도체 소재에 전략물자로서의 파괴적인 위력이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전문 업체가 외국 경제를 죽일 수 있다. 그런 숨은 공격 수단이 일본의 손아귀에 있음을 전 세계가 깨달았다. 미국 군사력의 우산 아래 있을 뿐 아니라 일본에는 독자적인 '무기'도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세계 각국이 '필요하다면 일본은 무기를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가진 것이다. 일본은 그런 인식을 주는 나라였다. 한번 두려움을 맛보면 경험은 트라우마가 된다. 장차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국면이 찾아오면 각국의 머릿속을 불화수소나 레지스트의 그림자가 스쳐갈 것이다. _ 오타 야스히코, <2030 반도체 지정학> , p120/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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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10-11 17: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미국이 반도체 설계만 자국에서
하고 나머지는 외주를 방식을 채택했었
는데,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더 이상 지
켜만 볼 수가 없어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게 아닌가 싶네요.

반도체 설계+생산 공정을 자국으로
돌리려는 미국의 자국 이기주의가 과연
어떤 결말을 가져오게 될지 자못 궁금
해집니다.

겨울호랑이 2022-10-11 20:14   좋아요 1 | URL
네 그렇습니다. 사실, 많은 부분에 있어 미국은 제조를 외주에 맡기고, 디자인 등 핵심역량과 본사를 두고 세계각지에 진출해왔었는데 최근에는 다시 미국으로 철수하는 흐름으로 바뀌는 듯 합니다. 이렇게 미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데 반해, 석유를 기반으로 한 달러패권은 그대로 유지하려는 상반된 힘의 작용이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요약하자면 과학은 열린 마음으로 잠정적이거나 사실적 지식에 대한 새로운 증거와 정보를 끊임없이 추구한다. 그러나 과학이 ‘잠정적’ 본성을 가진다고 해서, 과학자들이 과학이 밝혀낸 세계의 많은 사실을 신뢰하지 않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종종 닫힌 마음으로 창조론 공동체를 무시한다. 그 이유는 창조론자들이 진화론을 지지하는 수많은 증거를 무시하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젊은 지구창조론자들은 많은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는 진화를 열린 마음으로 검증하려 들지 않는다. 이런 태도는 지구가 대체로 둥글고, DNA가 생명의 유전물질이며, 얼음이 액체인 물보다 밀도가 낮다는 점을 확신하는 합리적인 사고와 다르다. 모든 경험적 증거가 우리에게 이 명제들이 참이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왜 미국인들은 그토록 과학에 무지한가? 리얼리티 쇼, 사이비과학, 유명 연예인에 관한 가십 같은 쓸모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는 미디어에 큰 책임이 있음은 확실하다. 그들이 다루는 과학조차도 흔히 왜곡되거나 완전히 틀린 내용일 정도로 희석되고 지나치게 단순화된다. 대부분의 과학자가 이를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음은 분명하다.

사회학자 그레고리 폴Gregory Paul11과 종교사회학자 필 주커만Phil Zuckerman12 등의 학자가 지적한 대로 종교적 영향력이 가장 낮은 유럽 국가들은 생활수준이 매우 높고 웰빙well-being에 대한 인식이 강한 국가들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강력한 사회안전망(공공 의료보험, 직업 안정성, 은퇴 및 휴가에 대한 우수한 복지, 훌륭한 보육 프로그램 등)을 갖추고 있다. 이들 국가(특히 스칸디나비아 3국과 독일)의 국민들 대부분은 더 이상 세속적인 생존의 문제를 걱정하지 않는다.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원자는 산소다. 지각의 거의 모든 물질은 산화물의 형태로 존재한다. 산화는 생명이 에너지를 얻는 방법이기도 하다. 무생물은 규소를 뼈대로 한다. 생물은 탄소가 뼈대다. 규소와 탄소가 모두 14족 원자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물리학자의 입장에서 궁금한 것은 이들은 어떤 원자로 되어 있을까하는 거다. 지구의 생명체는 주로 산소, 탄소, 질소, 수소의 네 가지 원자로 되어 있다. 반면, 지구 자신은 산소, 규소, 알루미늄, 마그네슘, 칼슘, 철의 여섯 가지 원자가 질량의 98%를 구성한다. 생물과 무생물 모두에서 산소가 등장한다. 산소야말로 ‘모든 물질은 원자로 되어 있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우주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수소도 공통으로 등장하지만, 너무 가벼워서 쉽게 날아가 버린다. 질소는 대기의 75%를 이루고 있으니 지구의 중요한 일원이다. 그래서 지구의 무생물과 비교할 때 생명만이 갖는 특별한 원자는 바로 탄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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