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반도체 지정학 - 21세기 지정학 리스크 속 어떻게 반도체 초강국이 될 것인가
오타 야스히코 지음, 임재덕 옮김, 강유종 감수 / 성안당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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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권의 목적은 미국에 부족한 제조 분야다.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면 외국으로부터 반도체 산업을 지킬 수도, 외국을 공격할 수도 있게 된다. 대만의 TSMC를 불러들이는 작전은 반도체 체인을 미국 내에서 완결하기 위해서다. _ 오타 야스히코, <2030 반도체 지정학> , p52/462

<2030 반도체 지정학>의 요점을 역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첨단) 세상은 반도체로 돌아가고, 반도체를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 이를 위해 각국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여기에 하나를 추가하자면 '이를 위한 일본의 전략 제언'이 책의 전체 내용이라 생각된다.

저자는 본문에서 반도체를 둘러싼 세계경제전쟁의 현실에서 일본 반도체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1980년대 이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점차 힘을 잃어가는 일본이 살아님기 위해서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반도체 설계와 제작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살리자는 방향제시와 함께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일본 공장 유치 실패에 대한 아쉬움이 책 전반에 짙게 배어 나온다.

공급망을 시장에 자율적으로 맡긴 채 국가안전을 지킬 수는 없다. TSMC와 하이실리콘 무역에서 미국이 배운 교훈이다. 반도체가 전략물자라면 정부는 그 소재를 알고 거래에 개입해야 한다. 일본은 가치관을 같이하는 미국과 연계해 소중한 기술을 지켜야 한다. 그렇다고 체인 관리를 통째로 미국에 맡기면 일본의 입지는 오히려 약해져버린다. 비록 동맹국이라도 비장의 카드를 모두 내주는 것은 좋은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 _ 오타 야스히코, <2030 반도체 지정학> , p421/462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일본의 생존전략이 주된 내용인 이 책에서 한국에 관한 이야기는 매우 적다. 그나마 비교적 자세히 언급된 내용이 일본의 한국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 금지 조치였는데, 이 글을 통해 사건을 바라보는 일본의 인식을 알 수 있게 된다. 이제는 고인이 된 아베의 조치에서 일본 반도체의 저력에 대해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그보다는 글로벌 공급망이 굳건하게 구축된 현 상황에서 개별 기업들은 정치적인 선동과 구호가 아니라 자신의 실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정경분리'의 현실을 재확인한 것이 보다 사실에 가까운 것은 아닐런지.

삼성전자와 TSMC의 투자 유치를 통해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한 미국과 차세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 중인 중국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가야할 것인가... 이에 대한 내용은 다른 책에서 확인해야 할 듯 싶다...

아베 정권의 대한 수출 규제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하나는 일본이 자랑하는 반도체 소재에 전략물자로서의 파괴적인 위력이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전문 업체가 외국 경제를 죽일 수 있다. 그런 숨은 공격 수단이 일본의 손아귀에 있음을 전 세계가 깨달았다. 미국 군사력의 우산 아래 있을 뿐 아니라 일본에는 독자적인 '무기'도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세계 각국이 '필요하다면 일본은 무기를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가진 것이다. 일본은 그런 인식을 주는 나라였다. 한번 두려움을 맛보면 경험은 트라우마가 된다. 장차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국면이 찾아오면 각국의 머릿속을 불화수소나 레지스트의 그림자가 스쳐갈 것이다. _ 오타 야스히코, <2030 반도체 지정학> , p120/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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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10-11 17: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미국이 반도체 설계만 자국에서
하고 나머지는 외주를 방식을 채택했었
는데,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더 이상 지
켜만 볼 수가 없어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게 아닌가 싶네요.

반도체 설계+생산 공정을 자국으로
돌리려는 미국의 자국 이기주의가 과연
어떤 결말을 가져오게 될지 자못 궁금
해집니다.

겨울호랑이 2022-10-11 20:14   좋아요 1 | URL
네 그렇습니다. 사실, 많은 부분에 있어 미국은 제조를 외주에 맡기고, 디자인 등 핵심역량과 본사를 두고 세계각지에 진출해왔었는데 최근에는 다시 미국으로 철수하는 흐름으로 바뀌는 듯 합니다. 이렇게 미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데 반해, 석유를 기반으로 한 달러패권은 그대로 유지하려는 상반된 힘의 작용이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