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공개성과 정치 지도자 선출 외 고전의 세계 리커버
막스 베버 지음, 이남석 옮김 / 책세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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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의 정치 사상은 주료 관료제와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양자는 서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항상 연관돼 있는 것이라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 그의 정치 사상을 요약해본다면, 관료제의 장점은 버릴 수 없지만, 그것이 정치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발전 없이는 국가의 발전도 없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중에서도 의회가 정치의 중심이 되는 의회 민주주의를 이룩해야만 한다고 베버는 주장한다. _ 막스 베버, <행정의 공개성과 정치 지도자 선출 외> 해제 中, p204/266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는 관료제를 최상의 조직 운영방식으로 규정한다. 정확성, 속도, 명확성, 지식, 지속성, 신중함, 통일성, 상명하복, 갈등 축소 등을 특징으로 하는 관료제의 특성 상 하나의 ‘머신‘으로 기능하며, 모든 조직의 관료제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료제는 행정이 아닌 정치를 운영하는 제도로서는 한계점을 갖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때문에 베버의 정치 체계에서 행정에서의 관료제와 정치에서의 민주주의는 그의 사상을 받치는 두 기둥이 된다.

관료제는 다른 어떤 지배 구조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우수하게 작동한다는 말이다... 생명력이 없는 머신은 객관적인 정신이다. 이 머신은 인간을 자신에게 복종하도록 강요하고, 인간의 일상적 노동 생활을 압도적으로 결정하는 권력을 지닌다. 실제로 이런 예를 이미 공장에서 보지 않았는가? 객관적인 정신은 또한 살아 있는 정신으로서, 훈련받은 세부 작업의 전문화, 관할 영역의 분화, 규칙, 서열화된 복종 관계를 생명으로 하는 관료제적 조직을 의미한다. _ 막스 베버, <행정의 공개성과 정치 지도자 선출 외> , p48/266

정치에서의 관료제 한계는 분명하다. 정권을 획득하기 위한 투쟁을 정치(政治)라 했을 때, ‘갈등 축소‘와 ‘상명하복‘을 추구하는 관료제는 목적에 적합한 수단이 되지 못한다. 결국, 최상의 정체(政體)는 관료제와 구분되는 제도에서 찾아야겠지만, 어떤 형태의 정체이든 전문가로 이루어진 관료제보다는 전문성은 결여된다. 이러한 한계에서 베버는 민주주의 - 의회민주주의 - 에 주목한다.

의회는 영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데 결정적인 조직이 되었다. 오늘날 지도적인 행위의 실질적 담당자는 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산문적인 음성의 높낮이와 잉크 방울, 즉 기술된 문장과 언급된 말로 개입한다. 중요한 것은 재능과 정보, 강력한 의지와 특수한 경험이 의회 내에서 명령 또는 선거용 연설, 외교상의 기록 또는 공식적 설명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_ 막스 베버, <행정의 공개성과 정치 지도자 선출 외> , p94/266

정치 운영이라는 당면한 요구의 본성으로 인해 모든 민주화된 의회와 정당에서 한 종류의 직업, 즉 변호사가 국회의원의 충원을 위해 특히 중요한 역할을 떠맡게 된다. 변호사는 법에 관한 지식, 더 중요하게는 고용된 법률가의 관직과 대립해 갖고 있는 투쟁을 위한 훈련, 순수하게 물질적 계기인 독자적 사무실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들이 중요하다. _ 막스 베버, <행정의 공개성과 정치 지도자 선출 외> , p141/266

베버는 왜 민주주의에 주목하는가. 그것은 ‘투표‘로 인해 정치가들이 투표권을 가진 다수의 견제를 받기에, 지속적인 집권을 위해 ‘법(法)‘에 근거한 정치를 펼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 결과 ‘법률가‘라는 법전문가들의 역할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투쟁의 정치장(場)에서 전문가들에 의한 정치가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베버의 설명은 왜 의회에서 법률가 출신의 의원이 많은가를 잘 설명해주며, 법전문가들에 의한 의회 구성은 ‘준관료제화‘를 가능케한다.

국가 관료제가 고유한 경제를 통제하면 할수록, 전능한 관리에게 공개적인 표현과 답변을 요구하고 그들을 문책하는 권력을 소유한 의회와 같은 독립적인 통제 조직의 부재가 점점 더 치명적으로 느껴진다. 거대 국가 내에서 순수한 인민 투표적 민주주의의 특수한 수단, 예컨대 국민 직접 선거와 투표, 해임을 위한 국민 투표는 전문 관리의 선출과 그들에 대한 비판의 수단으로 부적합하다. _ 막스 베버, <행정의 공개성과 정치 지도자 선출 외> , p159/266

또한, 베버는 ‘의회 조사권‘을 통해 법전문가들이 행정 관료들의 전문분야 지식 독점권을 나누어 견제할 수 있다고 보았다. ‘기밀‘이라는 명목하에 보호되어온 관료들의 지식독점권이 붕괴되었을 때, 비로소 행정의 관료제와 정치의 민주정이 서로 견제하며 설 수 있고, 정치에서 ‘관료제화‘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베버는 주장한다.

관료제의 가장 중요한 권력 수단이 ‘근무 기밀‘이라는 악명 높은 개념에 의해 근무 지식을 비밀 지식으로 전환시키는 데서 비롯된다. 물론 이것은 통제로부터 행정을 보호하는 수단이다... 이른바 의회가 ‘조사권 Enquetetecht‘이라는 수단을, 즉 행정과의 지속적 협력과 행정에의 지속적 영향을 가능하게 해주는 사실과 기술적인 전문 시각을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조사권은 적절한 조력 수단으로서 꼭 필요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채찍을 제공함으로써 그 존재만으로도 행정 수장이 조사권 사용 이전에 먼저 해명을 하게 만든다. 영국 의회의 최고 업적은 이러한 권리의 사용 방식에 있다. _ 막스 베버, <행정의 공개성과 정치 지도자 선출 외> , p159/266

결국 베버의 정치 사상은 ‘관료제‘와 ‘민주주의‘ 하에서 견제와 균형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가 복잡화되면서 전문가 집단에 의한 지배는 불가피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를 부정하지 않고 해결책을 인간의 다른 욕망인 정당의 권력욕에서 찾는 베버의 정치 사상의 대강을 본문을 통해 파악하게 된다.

얼마전 코로나 19로 인한 방역패스 정책에 사법부가 제동을 걸면서 방역패스 정책이 중단되었고, 방역정책이 기로점에 서게 되었다. 전문가들의 판단에 의거한 행정 정책에 대해 비전문가들인 법률가들이 유효성 판단을 하는 우리의 현실을 베버가 보았다면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라는 물음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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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19 0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행정관련 수험서인줄 알았어요. ㅎㅎ 베버가 원론적인 면에서만이 아니라 이렇게 구체적으로 관료제를 설명한 것도 오늘 처음 알았네요.

겨울호랑이 2022-01-19 08:27   좋아요 0 | URL
^^:) 바람돌이님 말씀을 듣고 다시 보니 그런 인상도 주네요. 별도의 저작이 아닌 발췌 번역본이라 내용에 맞는 제목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수험서화(?) 된 것 같아요 ㅋㅋ 그럼에도, 관료제와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베버의 전반적인 관점, 이를 통해 자본주의를 인식하는 그의 인식을 유추해본다면 베버의 다른 주요 저작을 읽기 전에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01-19 19:36   좋아요 1 | URL
ㅎㅎ
 

손대봉이 말하였다. "나는 처음부터 유대부(劉大夫, 유전)를 좇았고 조서를 받들어서 군진(軍鎭)으로 오자 어떤 사람이 내가 반란하였다고 말하였지만 이공(李公, 이장용)이 군사를 일으켜서 유대부를 없앴는데 지금 또 이공이 반란하였다고 하오. 이와 같다면 누가 반란한 사람이 안 되겠으며 끝까지 남을 사람이 있겠소? 나는 차라리 죽게 되더라도 다른 사람이 죄를 짓지 아니한 것을 가지고 무고할 수는 없소." 드디어 그를 참수하였다.

무진일(13일)에 신라왕 김억(金?)이 들어와서 조현하면서 이어서 숙위(宿衛)하게 해달라고 청하였다.

가지는 논의를 하였다. "지금 경학을 시험 치는 사람은 첩자(帖子)에 정통하고, 문장을 시험 치는 사람은 성조(聲調)의 병통으로 시비를 가리니, 풍류는 퇴폐하여지므로 진실로 마땅히 고쳐야 합니다. 그러나 동진시대 이후로 사람들은 대부분 교우(僑寓)하여 선비로 향토에 살고 있는 사람은 백 가운데 한둘도 없으니, 청컨대 겸하여 학교를 넓히시고 상재(桑梓)를 지키는 사람은 향리에서 천거하게 하고, 유우(流寓)하는 사람은 상서(庠序, 학교)에서 천거하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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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적(敵)이 서로 균형을 이루면, 진격하는 것을 귀하게 여기고 후퇴하는 것을 꺼리는데, 지금 연고도 없이 500리의 땅을 내버리면 도적들의 세력이 더욱 커지게 됩니다. 하양으로 군대를 이동하여 북쪽으로는 택로(澤潞, 산서성 長治市)와 연결하여 유리하면 전진하여 빼앗고, 불리하면 물러나 지키면서 겉과 속이 서로 응하게 하여 도적들에게 감히 서쪽으로 나아가서 침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만 못하니, 이것이 원비의 형세[猿臂之勢]라 하겠습니다.

세 종류의 전(錢)이 통행되고 점점 오래되었는데 기황(饑荒)이 발생하는 해에는 쌀값이 1말[斗]에 7천 전에 이르렀고, 사람들이 서로 잡아먹었다. 경조윤 정숙청(鄭叔淸)이 사사로이 주전(鑄錢)한 자를 붙잡았는데 몇 달 사이에 매질을 당하여 죽은 자가 800여 명이었지만, 금지시킬 수가 없었다.

황상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성황(聖皇, 현종)께서 자비롭고 어진데,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받아들이시겠는가?" 대답하였다."상황께서는 진실로 이런 마음이 없으시겠지만, 그 여러 소인배들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폐하께서는 천하의 주인이 되시니, 마땅히 사직의 큰 계획을 만들어 아직 싹이 트지 않았을 때에 반란을 없애야지, 어찌 필부들의 효도만을 주창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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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재미있었을 뿐이죠. 그리고 당신은 언제나 내게 친절했어요. 하지만 우리 집은 그저 놀이방에 지나지 않았어요. 나는 당신의 인형 아내였어요. 친정에서 아버지의 인형 아기였던 것이나 마찬가지로요. 그리고 아이들은 다시 내 인형들이었죠. 나는 당신이 나를 데리고 노는 게 즐겁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놀면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요. 토르발, 그게 우리의 결혼이었어요.

즉, 그는 노라를 아내로, 아이들의 어머니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그런 상황을 은폐하고 표면상으로만 온전한 가정을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이런 ‘거짓 행복’은 그 당시의 사회가 개인에게서 요구하는 겉모습이며, 개인의 명예와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는 표면상으로 그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보수적인 사회를 대표하는 작은 사회(micro-society)인 가정은 노라에게 남성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할 것을 요구하지만, 한 집단의 관점에 따라 만들어진 관습을 사회 규범의 이름으로 다른 집단에게 강요하는 사회 통념은 이 작품에서 무효 판정을 받는다. 발표된 지 130년이 되어 가는 『인형의 집』의 시사성은 이 작품이 무조건 관습을 따를 것을 요구하는 사회, 생각이 다른 집단을 주류의 규범에 따라 판단하는 현실에 회의를 제기하는 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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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너가 대체로 유럽과 이슬람 세계를 대상으로 민족주의의 본질을 구명(究明)했다면, 스미스는 유럽과 이슬람은 물론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민족/민족주의 문제를 넓게 그리고 깊이 파고들어간 인물이라고 비교해서 말할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이 두 사람은 최근의 민족주의 연구의 진정한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양자의 근본적인 입장은 서로 다르지만, 겔너가 없었다면 스미스가 없었을 것이고, 또 스미스가 없었다면 겔너의 위상이 지금보다 낮아졌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겔너에게 민족주의는 근대 산업사회의 문화이다. 즉 서구에서 그야말로 ‘기적’적으로 성공한 근대화가 마치 해일과도 같이 전 지구를 불균등하게 휩쓰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 민족주의이고, 그 민족주의의 핵심 내용은 근대 산업사회가 필요로 하는 언어문화(linguistic culture)로 설명된다. 겔너의 말을 직접 빌리자면, "민족주의는 근본적으로, 이전에는 저급문화들(low cultures)이 주민의 다수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주민 전체의 삶을 차지하고 있던 사회에 고급문화(a high culture)를 전반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그것은 학교가 주선하고 국가교육기관이 감독하는 이디엄(Idiom, 언어)의 확산, 즉 상당히 정확한 관료제적·기술적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조건에 맞게 기호 체계화된 이디엄의 전반적인 확산을 의미한다. 그것은, 극소집단들에 의해 지역적으로 그리고 특이하게 재생산된 민속문화들(folk cultures)에 의해 지탱되던 지역집단들의 이전의 복잡한 구조 대신에, 무엇보다도 이런 종류의 공유된 문화에 의해 하나가 된, 서로 대체 가능한 원자화된 개인들로 구성된 익명의 비인격적 사회의 수립이다. 그것이 바로 실제로(really)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스미스에게 민족주의는 "근대적 이데올로기들 가운데서 가장 중요하고 장기지속적인 이데올로기"이고, 그것은 "하나의 특유한 공동체를 위한 프로그램을 문화집단들에 대한 더 보편적인 비전과 결합시킨다."3) 즉 과거에 전통과 종교가 해오던 구원(salvation)의 길 가운데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인 길을 추구하는 것이 근대 이데올로기들이고 그 근대적 이데올로기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장기지속적인 것이 민족주의이다. 요컨대 스미스에게 민족주의는 과거에 전통과 종교가 해오던 일을 근대사회에서 하는 대행자로서, 하나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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