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재미있었을 뿐이죠. 그리고 당신은 언제나 내게 친절했어요. 하지만 우리 집은 그저 놀이방에 지나지 않았어요. 나는 당신의 인형 아내였어요. 친정에서 아버지의 인형 아기였던 것이나 마찬가지로요. 그리고 아이들은 다시 내 인형들이었죠. 나는 당신이 나를 데리고 노는 게 즐겁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놀면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요. 토르발, 그게 우리의 결혼이었어요.

즉, 그는 노라를 아내로, 아이들의 어머니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그런 상황을 은폐하고 표면상으로만 온전한 가정을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이런 ‘거짓 행복’은 그 당시의 사회가 개인에게서 요구하는 겉모습이며, 개인의 명예와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는 표면상으로 그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보수적인 사회를 대표하는 작은 사회(micro-society)인 가정은 노라에게 남성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할 것을 요구하지만, 한 집단의 관점에 따라 만들어진 관습을 사회 규범의 이름으로 다른 집단에게 강요하는 사회 통념은 이 작품에서 무효 판정을 받는다. 발표된 지 130년이 되어 가는 『인형의 집』의 시사성은 이 작품이 무조건 관습을 따를 것을 요구하는 사회, 생각이 다른 집단을 주류의 규범에 따라 판단하는 현실에 회의를 제기하는 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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