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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의 본질에 관한 열 차례의 강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 지음, 서정혁 옮김 / 책세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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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의 사명에 관한 몇 차례의 강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 지음, 서정혁 옮김 / 책세상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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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국민에게 고함
J.G.피히테 지음 / 범우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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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의 사명에 관한 몇 차례의 강의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2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 지음, 서정혁 옮김 / 책세상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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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히테에게는 모든 존재와 의식의 근원은 곧 절대적 자아의 자기 정립 활동이다. 규정된 모든 현상계의 절대 근거인 '자유로운 활동적 자아'가 피히테 지식학의 중심인 것이다. 바로 이 자유로운 활동적 주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학자의 사명도 논할 수 있다.(p125) <학자의 사명에 관한 몇 차례의 강의> 中


 <학자의 사명에 관한 몇 차례의 강의>는 제목 그대로 피히테(Johann Gottlieb Fichte, 1762 ~ 1814)가 정의한 학자의 사명과 관련한 다섯 가지 강의를 모은 책이다.  본문에서 피히테는 다섯 가지 강의를 진행하면서, 학자의 사명에 대해 말하기 전 '학자란 무엇인가?', '사회 속에서 신분의 차이란 무엇인가?', '사회 속에서 인간의 사명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자신의 사명이란 무엇인가?'등의 질문을 제기한다. 인간의 사명부터 학자의 사명으로 점차 질문의 범위를 좁혀가면서 본질(本質)을 찾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피히테의 사상을 가장 잘 나타내는 강의는 첫 번째 강의라 생각하기에, 이번 리뷰에서는 첫 번째 강의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강의에서 저자는 먼저 인간을 독립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순수 자아가 비아 das Nicht Ich(非我)의 산물이라는 것은 진실이 아닙니다. 자아 외부에 있으며 자아와 구별되고 자아에 대립되는 모든 것을 저는 비아라 부릅니다. 그리고 순수 자아가 비아의 산물이라는 것은 진실이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p23) <학자의 사명에 관한 몇 차례의 강의> 中


 인간 자체를 독립적으로 고찰한다는 것은, 오히려 그와 동등한 다른 이성적 존재자와 맺는 관계를 우선은 고려하지 않고 인간 그 자체를 고찰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을 이렇게 규정할 경우 인간의 사명은 무엇입니까?(p24) <학자의 사명에 관한 몇 차례의 강의> 中


 피히테는 이처럼 자아(自我)는 비아와 독립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이러한 주장을 펼쳤을까? 피히테에 따르면 그것은 인간 스스로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피히테의 논의에서 우리는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 사상의 영향을 발견하게 된다.


 자아는 이처럼 외적 사물에 의해 규정되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스스로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즉 인간은 자기 스스로를 규정해야만 하며 결코 낯선 것에 의해 규정되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 그 자체로 존재해야 합니다.... 따라서 모든 유한한 이성적 존재자의 최종 사명은 절대적 일치성, 항구적인 동일성, 자기 자신과의 완전한 합치입니다. 이러한 절대적 동일성이 순수 자아의 형식이자 유일하게 참된 형식입니다.(p27) <학자의 사명에 관한 몇 차례의 강의> 中


 그토록 확실하게 인간에게 이성이 있다면 인간이 인간 자신의 고유한 목적이다. 즉 어떤 다른 것이 있기 때문에 인간이 있지 않고, 인간은 인간이 있기 때문에 단적으로 있다. 인간의 단적인 존재는 인간 존재의 최종 목적이며, 동시에 우리는 모순 없이는 인간 존재의 어떤 목적에 대해서도 물음을 제기할 수가 없습니다. 인간은 그가 존재하므로 존재합니다. 인간이 단적으로 이성적 존재자로 고찰되는 한, 절대적 존재, 즉 자기 자신으로 인한 존재의 이러한 특성이 인간의 특성이자 사명입니다.(p25) <학자의 사명에 관한 몇 차례의 강의> 中


칸트 사상의 영향을 짙게 받은 다음의 문단을 통해 인간의 존재 목적은 이성(理性)이 있기 때문이며, 이에 대해서는 더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다. 이 부분에 대해 역자는 해제(解題) 속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피히테에 따르면 우리가 가장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동일률의 명제, 즉 'A는 A이다'라는 것이다. 피히테는 이 동일률을 'A가 존재한다면'이라는 A를 가정하는 측면과 'A가 존재한다'라는 A를 정립하는 측면의 결합, 즉 사유의 측면과 존재의 측면이 결합된 것으로 해석한다.(p124) <학자의 사명에 관한 몇 차례의 강의> 中


  'A=A' 라는 항등식은 A를 다른 어떤 것으로 설명할 수 없을 때 표현되는 형식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처럼 좌항의 A와 우항의 A의 형태를 띤 대표적인 명제를 <성경 聖經>에서 찾을 수 있다.


  "나는 있는 나다 Ego sum qui sum" <탈출 3, 13~ 14> 영어로 "I am who I am"로 번역되는 이 명제를 충족하는 존재는,  칸트의 최고선(最高善). 도덕과 행복이 결합된 완벽한 존재인 신(God)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인간이 그 자체로 존재 목적이 된다는 피히테가 말한 의미는 인간이 이성을 통해 최고선과 일치를 이룰 수 있다는 뜻과 통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자기 자신과 완전히 일치해야 하고, 이처럼 인간이 자기 자신과 일치할 수 있기 위해서 인간 외의 모든 사물과 그 사물들에 대한 필연적인 실천적 개념들이 일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치는, 대체로 칸트가 최고선 das hochste Gut라고 칭했던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고선은 이성적 존재자의 자기 자신과의 완전한 일치입니다.(p30) <학자의 사명에 관한 몇 차례의 강의> 中


 그렇지만, 인간은 동시에 감성(感性)을 가졌으며, 이로 인해 인간은 최고선과 결코 같아질 수 없다. 칸트에 의하면 우리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특정 사물을 감성을 통해 인식할 수 있으며, 이러한 감성은 인간을 불완전한 존재로 만들게 되고, 이로 인해 인간은 존재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인간은 어떤 것인 한, 인간은 감성적 존재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대로 인간은 동시에 이성적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이성은 감성에 의해 지양되지 않으며, 감성과 이성이라는 이 양자는 서로 양립해야 합니다. 앞에서 말한 '인간은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명제는 감성과 이성의 이러한 결합에서 다음과 같은 명제, 즉 '인간은 단적으로 그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가 그 어떤 것으로 존재하기 마련이다.'라는 명제로 바뀌게 됩니다.(p26) <학자의 사명에 관한 몇 차례의 강의> 中


 순수한 물이 100도에서 끓는다면, 불순물이 섞인 물의 온도는 이보다 더 높게 된다.  이성을 가진 인간이 최고선과 일치를 이를 수 있다면, 감성이라는 불순물을 가진 인간은 최고선과 일치를 이루기위해 더 많은 노력을 투입해야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간의 사명은 이해되어야 하며, 피히테의 학자의 사명은 이의 연장선상에서 논의 된다.


 인간이 최종적인 목표에 이를 수 없으며 그 목표를 향한 도정(道程)이 끝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은 바로 인간이라는 개념 자체 내에서 성립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최종적인 목표에 이르는 것 자체가 인간의 사명은 아닙니다. 그러나 인간은 이 목표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며 다가가야만 합니다.(p31) <학자의 사명에 관한 몇 차례의 강의> 中


 <학자의 사명에 관한 몇 차례의 강의>는 제목에서 보여지는 바와 같이 많은 내용을 다룬 글은 아니지만, 피히테의 논리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칸트 철학에 대한 어느 정도의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또한, 피히테가 그의 유명한 저서 <독일 민족에게 고함 Reden an die deutsche Nation> 속에서 교육(敎育)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을 비추어 보면, 그가 말한 학자의 사명은 단순한 사명이 아니었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책에서 말한 인간의 사명의 실천과 관련하여 막스 베스(Max Weber,1864 ~ 1920)의 프로테스탄트 윤리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짧은 글이지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와 같이, <학자의 사명에 관한 몇 차례의 강의>는 단순한 직업 윤리나 사명감을 강조하는 내용의 책이 아니라, 독일 관념론(觀念論 idealism) 철학을 개략적으로나마 알려준다는 점에서 일독(一讀)할만한 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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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7 09: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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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7 10: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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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설명처럼 이 책은 ‘정치와 도덕‘, ‘권력과 지배‘, ‘종교와 정치‘, ‘개인과 사회‘, ‘국가와 세계‘의 5가지 측면에서 서양정치세계사를 조망한 책이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고대 그리스부터 중세의 시대까지 ‘정치와 도덕‘의 과제에서 출발한 정치학의 과제가 ‘종교와 정치‘의 과제로 귀결되기까지 과정을 잘 그려내고 있다. 이 시대의 사상사 흐름을 개략적으로 살펴보자.

‘탁월함이란 무엇인가‘, ‘운명이란 무엇인가‘등 사물의 정의를 내리기를 좋아한 그리스인들의 정치 사상은 플라톤이 「국가」「법률」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학」에서 6가지 정체를 제시하게 된다.

이러한 6가지 체제 중 귀족정은 공화정으로, 군주제는 제정의 모습으로 로마제국에게 계승된다. 그리고,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해 원수정-제정의 길이 열리며, 군주제로 정치와 도덕의 갈등이 봉합되었다.

그렇지만, 로마제국 후기 기독교가 제국의 종교로 자리잡게 되고, 그 시기 제국으로서의 로마는 종말을 맞게 되었다. 이러한 로마의 종말에 대해 기독교 사상가들은 ‘인간에 의한 지배‘가 아닌 ‘신에 의한 지배‘를 강조하면서 이제 정치사상사에서는 새로운 ‘종교와 정치‘라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정치철학1 : 그리스 로마와 중세」에서는 이러한 정치 사상의 전반적 흐름 속에서 구체적인 사상의 모습을 개략적으로 잘 보여주는 책이라 여겨진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의 1부는 정치철학의 독특한 성격을 보여 줄수 있는 쟁점들을 다루었다. 물론 정치와 도덕, 권력과 지배, 종교와정치, 개인과 사회, 국가와 세계는 정치철학이 당면한 수많은 난제들중 일부일 뿐이다. 그리고 7부의 현대 정치철학에 대한 설명에서 다루듯, 정치철학의 주제들은 정치사회적 문제와 함께 진화한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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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1-16 1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만나면 언젠가는 꼭 읽을거야 하며 매번 그냥 돌아서는 책인데, 호랑이님의 리뷰를 보며 전의를 불태울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 책 리뷰가 이어지나요??

겨울호랑이 2019-01-16 16:24   좋아요 1 | URL
^^:) 제가 알기로는 2권까지로 알고 있어 다음 번에 간략하게 정리하면 바로 졸업일 것 같네요. syo님께 작은 도움이나마 드린 것 같아 기분이좋네요.^^:)

2019-01-16 17: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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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6 17: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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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1-16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앞표지 디자인이 알록달록해서 보기 좋은데 거기에 혹해서 책을 펼치면 안 되겠어요. 내용이 방대해서... ㅎㅎㅎ 표지만 좋은 교과서 같은 책일 것 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9-01-16 18:01   좋아요 0 | URL
cyrus님의 교과서 의견에 동의합니다만, cyrus님 내공이면 그리 어렵지 않게 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신 스스로 경계 밖에 서서 이 땅의 건축과 도시를 바라본 한 석학의 이야기. 그가 생각하는 건축과 도시, 그리고 그 곳에서 이루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

‘Stay out, Stay alone.‘ 바깥에서 머무르며 홀로 됨을 즐기는 삶, 이게 진정한 지식인의 태도이며 적어도 바른 건축가가 사는 방법일 게다.(p13)

건축은 기본적으로 우리 삶을 영위하는 내부공간을 형성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이며 따라서 그 공간이 보다 본질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공간은 불행하게도 눈에 보이는 물체가 아니어서 설명하기가 무척 어렵다. 우리가 어떤 건축에서 감동을느낀다면 그것은 거의 다 그 건축 속에 빛이 내려앉아 빚어진 공간의 특별함 때문이다. (p29)

그러므로 건축에서 공간이 본질인 것처럼, 도시에서도 보다 중요한 것은 결코 몇 낱기념비적 건물이 아니라 그 건물들로 둘러싸인 공공영역이다. 이 또한 보이는 물체가 아니다. 그러나 이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 도시는 그 애환과 열정을 담아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하면서 존속하게 된다.(p31)

이 땅의 도시들에 프랑수아 아셰의 개념을 적용할 수는 없을까? 나는 이를 ‘메타시티‘Metacity‘ 라 이름하여 가지를 쳤다.

지리와 지형에 집착하는 메타시티이니 여기서는 기억과전통을 중요시한다. 그러나 보편성은 또한 절대적 가치여서변화와 진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우리가 살았던 터전을 깡그리 지우는 개발보다는 과거의 기억을 유지하는 재생이라는 단어가 적합하며, 외과수술을 하듯 전체를바꾸는 마스터플랜보다는 부분적 환경 개선으로 주변에 영향을 주어 전체적인 변화를 이끄는 도시침술이 더 유용하고, 일시적 완성보다는 더디지만 많은 이들이 참여하여 만드는 생성과 변화의 과정이 소중하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이루려 하지 않으며, 점진적이고 관찰적이어서 보다 사회적이고 인간적이다.(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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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5: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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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6: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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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9-01-14 1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완전히 배제되어 대로로 차단되어 접근조차 어려운 한강을 바라보면 이 잘못을 어찌할까 라는 한탄을 합니다. 올림픽대로. 강변북로를 계획한 사람은 후손에 부끄럽지도 않은지..
정책 하나를 결정할 때 왜 우리는 우리 뒤에 올 세대를 생각해야 하는지..

겨울호랑이 2019-01-14 19:58   좋아요 1 | URL
나와같다면님 글을 보니 저자가 말한 내용이 생각납니다.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건축, 도시계획은 없고 부동산만 있다는... 몇몇 사람의 이익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받아야 하는지 생각하면 한숨이 나옵니다...
 
모양 - 무질서가 스스로 만드는 규칙 필립 볼 형태학 3부작
필립 볼 지음, 조민웅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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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대칭이 자발적으로(spontaneously) 깨질 수 있을까? 어떻게 결과의 대칭성이 원인의 대칭성과 다를 수 있을까? 그리고 대칭성은 명백히 전혀 다른 계에서도 왜 그렇게 자주 비슷한 방식으로 깨지는가? 왜 어떤 패턴은 보편적인가? 이러한 질문이 패턴 형성의 핵심 질문이며, 이것은 충분히 심오해서 형태학 3부작 세 권에 걸쳐 계속된다.(p44) <모양> 中


 필립 볼( Philip Ball) 교수는 형태학 3부작을 통해 위와 같은 물음에 답해간다. 그리고, 첫 번째 책 <모양 Shape>에서 패턴이 동식물의 모양에서 어떻게 만들지는가를 여러 분야(화학, 물리, 경제 등)에서 살피고 있다. 이번 리뷰에서는 패턴과 모양의 차이, 그리고 이들이 생기는 원인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정의는 패턴(pattern)이란 개별적인 특징이 인식 가능하며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어떤 형태(form)이다. 대체로 공각적인 용어로서 패턴을 사용할 것이다.(p36)... 패턴은 특징이 모여 만들어진다. 형태는 보다 개별적이다. 형태를 같은 부류의 사물이 가지는 고유한 모양으로 느슨하게 정의한다고 했다.(p37)... 패턴은 전형적으로 공간에 끊임없이 펼쳐져 있다. 반면에 형태는 경계가 있고 유한하다. 그러나 이것을 법칙(rule)이 아닌 하나의 지침(guideline) 정도로 여겨야 한다.(p38) <모양> 中 



[사진] 다양한 패턴( 출처 : https://nikkoryandesign.wordpress.com/2012/11/20/color-book-pattern-design-2/)


 저자는 서두에 가볍게 패턴과 형태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위의 내용은 <모양>을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 여겨진다. 위의 문단에 따르면, 저자는 패턴의 공간을 개방계(開放系 open system)으로, 형태의 공간은 폐쇄계(閉鎖系, closed system)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그리고, 이들은 세포 단위에서 이루는 패턴과 생명체 단위에서 만들어지는 형태의 차이로 나타난다.


 패턴과 모양을 만드는 데 있어 문제는 패턴과 모양이 흔히 가지는 대칭성을 어떻게 생성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패턴에 보다 낮은 대칭성을 주기 위해 총무질서도가 발생하는 완전한 대칭성을 어떻게 줄이는가의 문제다. 패턴은 대칭성 깨침(symmetry breaking)의 결과이다.(p42) <모양> 中


  패턴이 일반적인 대칭의 모습을 가진다는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저자는 모양과 패턴은 '대칭성의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대칭성의 깨짐의 결과'로 파악한다.  대칭적이고 안정적이며 균형잡힌 상태를 안정 평형(stable equilibrium)이라고 했을 때, 이러한 안정상태는 '죽음'의 상태이기도 하다. 그리고, 물리학에서는 이러한 평형 상태로 이끄는 힘을 열역학 법칙을 통해 설명한다. 


 일단 '평형이 되어가는(equilibration)' 과도기가 끝나면 비커는 균일하고, 단조로운 평형 상태에 도달한다. 평형 상태에서의 계의 상태는 안정하며 변하지 않는다.(p148)... 변화의 과정을 기술하는 과학 분야의 제1법칙(열역학 법칙)에 따르면 에너지는 보존된다. 즉 우주의 총에너지는 항상 똑같다... 돌이 멈출 때 위치 에너지의 감소는 대략 열로 설명된다. 따라서 이런 과정들이 정말로 에너지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변화를 일어나게 하는 것인가? 답은 엔트로피(entropy)다.(p150)  <모양> 中


 우주 안의 모든 자발적인 변화(혹은 현상)의 방향을 결정하는 열역학 제2법칙은 닫힌계는 항상 더 큰 엔트로피를 갖는 상태로 발전해 간다고 말한다. 따라서 우주의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 이것은 상태가 분리되고 나뉘기보다 분산되고 섞이는 방향으로 이끈다.(p151)... 높은 엔트로피, 골고루 섞인 상태를 향해 가는 진화는 그것을 요구하는 어떤 우주적 명령이 있어서가 아니고 그 반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경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p152) <모양> 中


 그렇지만, 절대 안정은 영원한 죽음과 같다. 이는 살아있는 생명은 엔트로피의 법칙을 거부한다는 것과 통하는 의미가 된다. 때문에, 개체와 이들 개체가 살아가는 생태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열역학 법칙을 넘어선 새로운 법칙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 경우 생태계에서의 패턴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평형은 죽음과 같다. 거기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주의 평형은 클라우지우스의 열소멸, 즉 완전히 균일한 우주를 의미한다. 과학자들은 평형 상태에 관심이 있지만 그 외 세계에서의 평형 상태는 절대 종결을 의미한다. 모든 생명은 평형에서 벗어나 존재하고, 궁극적으로 태양에서 오는 끊임없는 에너지의 유입이 지구에 생명이 있게 한다.(p160) <모양> 中


 끊임없이 가용 에너지는 공급받는 계와 진짜 평형 상태가 아닌 어떤 불변의 정상 사태를 향해 변화해 가는 계에서, 열역학 법칙은 그 계의 최종 상태를 결정하기에 더 이상 충분치 않다. 다시 말하면 지속적인 에너지 다발(flux)이 평형에 도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p156) <모양> 中


 저자는 <모양>에서 생태계에서의 패턴과 모양을 자가 촉매와 반응 - 확산 현상의 결과로 파악한다.  자가 촉매 과정은 생명체의 생명 유지 활동으로 이해되고, 반응 - 확산 현상은 인류의 역사를 자연의 도전과 인간의 응전으로 설명하고 있는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 1889 ~1975)이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의 구체적 모습은 이미테이션 게임(Immitation game)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튜링(Alan Mathison Turing, 1912 ~ 1954)은 튜링 구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생태계는 재료가 계속 공급되고 폐기물이 계속 제거되는 연속 젓기- 통반응 장치(CSTR, continuous stirred-tank reactor)와 같다. 이것이 계가 정적이고 불변하는 평형에 도달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 대신 동적인 정상 상태에 이른다. 즉 정지하지 않고 똑같은 일이 계속 반복된다.(p164) <모양> 中


 루터(Robert Thomas Dietrich Luther, 1868 ~ 1945)는 파동이 자가 촉매 과정과 분자 확산 간의 경쟁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자가 촉매는 이용 가능한 자원을 급속히 소진시킬 수 있다... 반응 속도와 확산 속도 사이의 미묘한 균형에 따른 화학적 파동을 일종의 반응 - 확산 현상으로 말하기도 한다.(p169) <모양> 中


 튜링에 따르면 형태 형성 물질은 자기 촉매 작용 시 이를 억제하는 물질도 함께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들의 반응 - 확산 과정을 통해 일종의 구조(튜링 구조)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를 통해 세포와 세포의 패턴은 설명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패턴은 획일적으로 나타나는가?


 튜링은 다음과 같은 메커니즘(활성-억제제)을 고안해냈다. 형태 형성 물질 A가 자가 촉매 과정을 겪는다고 하면 A의 생성률은 현재 이미 만들어진 A의 양에 비례한다. 그밖에 다시 없이 중요한 요인은 A가 A의 형성을 억제하는 두 번째 복합물 B의 형성을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젠 복합물 A가 일으키는 자가 촉매 과정의 활성(activation)과 B가 만드는 억제(inhibition) 사이의 경쟁이 있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정상 패턴을 가져오려면 A와 B의 확산 속도가 반드시 달라서 B가 A보다 훨씬 더 빠르게 이동해야 한다. 이것은 A의 자가 촉매적 생성이 국소 지점에서 지배적일 수 있지만 보다 먼 거리에서는 B로 억제됨을 의미한다.(p216) <모양> 中


 <모양>에서는 임계(臨界, critical)라고 부르는 그 순간 '활성 - 억제'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게 되는데, 여기에서 생기는 작은 변화가 나비효과(The butterfly's effect)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패턴의 다양한 구조는 반응 속도와 임계값에 의해 결정된다. 


 각 세대의 크기는 그 크기가 작을 때는 이전 세대의 크기에 비례해서 성장하지만 그 크기가 어떤 임계 문턱값에 접근할 때 과밀화 때문에 성장이 억제된다. 이것은 이 모형이 비선형(nonlinear)임을 의미한다. 비선형성은 복잡 반응과 패턴 형성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유비쿼터스 인자다.(p275) <모양> 中


 약 137.5도의 황금각에서 발산각의 조금만 달라도, 잎차례 나선에서 사물의 채움은 다소 느슨한 배열로 빠르게 발전한다.... 황금각에서 수학적으로 매우 작은 편차가 피보나치 나선을 구성하는 쌍을 무너뜨리는데 반해, 실제 식물에서는 여전히 그것을 충분히 명확하게 볼 수 있다.(p320) <모양> 中


 개방계에서 만들어지는 패턴의 다양한 구조는 폐쇄계인 동식물 개체에서 더욱 극적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그것은 개체의 크기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새끼 표범의 무늬와 어른 표범의 무늬가 차이가 생기는 것도 이를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


 무늬의 복잡성이 몸이 작은 동물뿐만 아니라 큰 동물에서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점점 더 많은 특징들이 배아의 표면에 있을 때 이 특징들은 합쳐지기 시작하고 경계선은 압착되어 없어지기 때문이다.(p230) <모양> 中


 임의로 주어진 경계 사이에서 극소 면적의 표면을 찾는다는 것은 그 모양이 표면적을 극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표면의 모든 점에서 0의 평균 곡률을 가진다는 점이다. 표면의 곡률은 표면의 반지름과 관련이 있다. 즉 반지름이 작을수록 곡률은 커진다.(p117)  <모양> 中


 요약하자면, 패턴과 형태는 대칭의 결과가 아니라, 대칭에 대한 거부이며, 생명 활동의 결과가 된다. 생명체의 자기 촉매와 반응 - 확산의 과정은 반(反) 엔트로피(anti - entropy) 활동이며, 이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 세포들이 만들어 내는 패턴과 동물 무늬 형태라는 저자의 주장은 우리에게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아이들은 왜 어지르기만 할까? , 역사는 항상 진보하는가? 등의 질문 역시 이러한 패턴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물어보면서 이번 <모양>에 대한 이번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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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4 13: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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