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철학적 전통을 가장 확실하게 일반적으로 특징짓는다면 그것은, 그 전통이 플라톤에 대한 일련의 각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나는 학자들이 일정한 주견도 없이 플라톤의 저작에서 끄집어낸 사상의 체계적 도식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플라톤의 저작 도처에 산재해 있는 일반적인 관념들의 풍부함을 들어 말하고 있는 것이다. - 앨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과정과 실재>, p118


 The safest general characterization of the European philosophical tradition is that it consists of a series of footnotes to Plato. I do not mean the systematic scheme of thought which scholars have doubtfully extracted from his writings. I allude to the wealth of general ideas scattered through them. - Alfred North Whitehead, [Process and Reality],p39


 앨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1861 ~ 1947)의 말 중에서 가장 널리 일반에게 알려진 것은 "서양 철학은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일것이다. 이는 <과정과 실재 Process and Reality>에서 나온 말로, 우리는 본문의 내용을 통해 플라톤(Platon, BC 428 ~ BC 348) 저작에 담겨있는 일반적인 관념들이 풍부함이 후대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출간되고 있고, 오늘도 많은 자기계발서가 나온다. 서로 다른 시대 배경에 따라 독특한 자신만의 이론을 강조하는 이들을 보면 백가쟁명(百家爭鳴)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평소 모든 자기계발서를 읽은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자기계발서는 읽었다고 생각하던 중 도서관 서가에 꽂힌 수많은 자기개발서를 보면서 매번 들었던 생각을 옮겨본다. 많은 이들이 자기계발서를 비판하지만, 자기계발서에도 긍정적인 부분이 분명 있다. 긍정적인 것은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새출발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리셋(reset)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다만, 자기계발서만 많이 읽으면 언제나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선에 설 수 있지만, 출발선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다는 점은 부정적인 요소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끊임없이 새출발하는 마음을 준다는 면에서는 <수학의 정석><성문 종합 영어>도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 이 책들로 공부하다가 도중에 중간고사 등으로 진도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그때마다 과감하게 제1장인 '집합'과 '동사의 종류'로 돌아가 초심(初心)으로 다시 시작했었는데, 자기계발서는 이런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된다.(덕분에, 수학에서 집합이 제일 자신있었다. 지금은 절대 아니지만...)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도 좋지만, 어느 정도 읽은 후에 실천을 해야한다면 좋은 자기계발서를 선정해서 읽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만약 자기계발서를 한 권만 고른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그리고, 그 한 권은 플라톤의 저작과 같은 정도의 풍부함을 담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자기계발서 중에서 일반관념의 풍부함을 담은 플라톤과 같은 책을 고른다면, 벤자민 플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 ~ 1790)의 <벤자민 플랭클린의 자서전 The Autobiography of Benjamin Franklin>과 발타자르 그라시안 (Baltasar Gracian Y Morales, 1601 ~ 1658)과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1788 ~ 1860)의 <세상을 보는 지혜>을 고르고 싶다. 전자가 개인의 내면과 자기계발을 말한다면, 후자는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사는 지혜가 담긴 책이라 생각된다. 여기에 한 명의 저자를 더한다면 새무얼 스마일즈(Saumel Smiles, 1812 ~ 1904)의 <자조론 Self-Help>, <인격론 Character>, <의무론 Duty>, <검약론 Thrift>을 더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들의 철학을 구체적으로 매뉴얼화한 책으로는 토니 로빈스(Tony Robbins, 1960 ~ )의 거인 시리즈가 정도를 들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물론 자기계발서를 다 읽은 것은 아니라 이들 서적이 최고라고 할 수 없을 것이고, 내가 알지 못한 좋은 책도 분명 있을 것이지만, 내가 아는 한에서 한 권의 자기계발서를 고르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분명하게 이들 중에서 한 권을 고민할 것이다.


PS. <과정과 실재>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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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0-07-17 1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께서 추천하신 자기계발서는 꼭 읽고 싶어요~~
수학의 정석과 성문 종합 영어에서 빵 터졌습니다^^
저도 경험한 사실이거든요 **

겨울호랑이 2020-07-17 12:0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즐거운 독서 되세요. 아마 공부를 정말 잘하는 소수의 학생들 빼고 다수가 갖는 아픈 기억이 아닐까 합니다. 더운 날 건강하게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07-18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벤자민 플랭클린, 발타자르 그라시안과 쇼펜하우어의 책을 자기계발서라고 보기엔 좀 아까운 책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저는 필독서처럼 느끼며 읽었답니다. 배울 게 많아서요.

겨울호랑이 2020-07-18 14:37   좋아요 1 | URL
페크님 말씀처럼 이들의 책을 일반 자기계발서와 같은 범주에 넣기에는 다소 무리해 보입니다. 마치 플라톤과 평범한 철학자들과 차이가 있는 것처럼요. 저는 플라톤의 저작들처럼 이들의 책들에서 다뤄진 주제들이 상황에 따라 변주된 것들이 오늘날의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기계발서를 읽을 시간에 이 책들을 재독하는 것이 더 의미있다는 생각에 페이퍼를 작성해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9-22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2 07: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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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 - 20세기 모든 이념들의 격전장
앤터니 비버 지음, 김원중 옮김 / 교양인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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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게르니카 Guernica> (출처 : https://www.pinterest.co.kr/pin/189080884326729862/)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 1881 ~ 1973)의 그림 <게르니카>는 스페인 내전 장시 게르니카 지역 일대에서 독일군의 폭격으로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스페인 지역에서 소련의 지원을 받은 공화 진영과 프랑코(Francisco Paulino Hermenegildo Teodulo Franco y Bahamonde, 1892 ~ 1975)의 국민정부간의 3년간 전쟁을 우리는 스페인 내전이라 부른다. 우리와 멀리 떨어진 스페인 내전은 얼핏 우리와 상관없어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전쟁의 성격면에서 우리에게 낯선 전쟁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데올로기적, 종교적 기원(祈願)은 폭력을 위도적으로 추상화했다.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정체성과 개인적 책임을 신비주의적이고 초자연적인 아우라를 지닌 대의명분 속에 감추도록 장려하는 그런 분위기가 분명 존재했다.(p730)... 스페인 내전은 나치 정부가 전쟁 발발 직후부터 인정했듯이, 새 무기와 새 전술의 완벽한 시험 무대가 되었다.(p731) <스페인 내전> 中


 스페인 내전은 여러 면에서 한국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이데올로기의 대립, 외세 개입이라는 공통 분모 위에 제2차 세계대전의 전술, 무기의 시험대가 스페인 내전이었다면, 종전(終戰) 후 남은 재고 처리를 한 전쟁이 한국 전쟁이기에, 길게 본다면 제2차 세계대전의 시작과 끝은 각각 스페인 내전과 한국전쟁이 자리한다 할 것이다.


 가장 논란거리가 되었던 문제는 외세의 개입이 전쟁에서 결정적 요소였는가 하는 점이다.(p732)... 프랑코를 지지하는 역사가들이 주장하듯이, 소련의 개입이 1936년 11월 공화 진영의 마드리드 수호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독일과 이탈리아 군대가 국민군이 승리하는 쪾으로 전쟁 기간을 크게 단축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p733) <스페인 내전> 中


 반면, 스페인 내전 결과 프랑코의 반란군에 의해 스페인은 통일이 되었지만, 한국은 분단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전쟁의 직접적인 결과는 차이를 보인다. 그렇지만, 한국의 분단 결과가  저자 앤터니 비버(Antony Beevor, 1946 ~ )가 예상한 미래의 스페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스페인 내전의 의미는 우리에게 보다 각별하게 다가온다.


 어떤 정부가 집권했더라도 전후 몇 년 동안 스페인은 절망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나타난 모든 것은 그때 어떤 형태의 체제가 등장했는가에 따라 달라졌을 것이다. 완전하게 민주적인 정부가 들어섰더라면 1948년 미국으로부터 마셜 플랜의 원조를 받았을 것이다. 또 그랬다면 비교적 자유로운 경제를 통해 분명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1950년경에 경제 회복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권위주의적인 좌파, 즉 공산주의 정부가 들어섰더라며 스페인은 중부 유럽이나 발칸 반도의 인민공화국들과 비슷한 나라로 1989년 이후까지 남아 있었을 것이다.(p740) <스페인 내전> 中


 <스페인 내전 The Battle for Spain>의 상세 내용에 대해서는 리뷰를 통해 상세히 살펴보도록 하고,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민간인 학살을 주제로 한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로 글을 마무리한다...


[그림] <한국에서의 학살 Masacre en Corea> (출처 : https://gr.pinterest.com/pin/686095942990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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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이 전통사회에서 자기 뜻에 반해 무시되거나, 대중적/직업적 영역에서 자신의 열등한 지위를 수용하도록 강제되거나, 종교적 억압의 베일 뒤에 숨겨야 한다면, 그들은 쉽사리 차별을 받을 것이고, 남성의 재산처럼 취급되며, 전리품으로 탈취되고, 가정 안에서 다양한 인권침해의 대상이 될 것이다.(p499) <세계 인권 사상사> 中 


 <세계인권사상사 The History of Human Rights: From Ancient to the Globalization Era>에서 저자 미셀린 이샤이(Micheline Ishay)는 여성의 문제 분석 중 하나를 전쟁의 문제와 연관시켜 분석한다. 오랜 전통사회에서 여성들은 인권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것이 책에서의 저자 분석이다. 그렇지만, 여성의 인권 침해 문제를 전통사회의 모순(Ancien Regime)으로 넘길 수 있을까? 미 투 운동(Me Too movement)이 불러온 파급효과는 여성의 인권 침해 문제가  나라, 계층, 인종에 관련 없이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미 투운동으로 폭로된 사실에 충격을 받은 듯한 세상 사람들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직장 내 성적 비행이 너무나 많은 여자들의 일상적 경험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차렸다.(p327) <페미니즘의 책> 中


 <페미니즘의 책 The Feminism Book>은 2017년부터 들불처럼 번지는 미 투 운동을 소개한다. 2006년 오프 라인에서 시작된 미 투 운동은 2017년 알리사 밀라노(Alyssa Milano)로 부터 시작된 온라인 미 투운동으로 발전하면서 힘을 받기 시작했고, 오늘날에는 여성 뿐 아니라 남성과 성소수자들의 동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책의 설명이다.


 '미 투(Me Too)'라는 용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 말은 2006년에 타라나 버크가 성범죄 생존자들의 결속을 촉진하기 위해 처음 사용했다 이것이 미투운동의 시작이었다.(p324)... 2017년 10월 5일 <뉴욕타임스>의 특집기사가 발표되고 이로부터 10일 후에 한 친구의 권유로 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에게 댓글로 '미 투(Me too)'라고 써달라고 부탁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밀라노의 게시물은 최초의 온라인 '미 투'였다.(p325)...  온라인 미 투운동이 힘을 얻자, 일부 남자들과 여러 트랜스젠더들도 자신의 직장 섬범죄 경험담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배우 케빈 스페이시는 젊은 남자들에게 고소당한 사람 중 한 명인데 자신의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성희롱이 여러 업계에서 흔히 일어난다는 사실 또한 명백해졌다.(p326) <페미니즘의 책> 中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모든 사람은 여하한의 조건과 관계없이 동등한 권리와 자유를 누린다는 세계 인권 선언(世界人權宣言,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UDHR)의 정신과도 부합한다. 모든 사람에게 부여된 등등한 권리와 자유가 억압받는다면, 이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제2조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견해 또는 그 밖의 견해, 출신 민족 또는 사회적 신분, 재산의 많고 적음, 출생 또는 그 밖의 지위에 따른 그 어떤 종류의 구분도 없이, 이 선언에 나와 있는 모든 권리와 모든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p28) Article2 Everyone is entitled to all the rights and freedoms set forth in this Declaration, without distinction of any kind, such as race, colour. sex, language, religion, political or other opinion, national or social origin, property, birth or other status,(p29) <세계 인권 선언> 中


 그렇지만, 미 투 운동에는 이와 같은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억압받는 이들이 SNS를 활용하면서 자신의 부당한 처지를 알리는 미 투는 다른 한 편으로는 다른 의미에서의 '마녀 사냥'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가지고 있기에,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존재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를 고려했을 때, 보다 신중하게 미 투의 목소리를 받아들여야 함을 생각하게 된다.


 미투운동에 대한 반대론자들은 미투운동이 전제적이면서도, 그 운동이 여자들을 영구적 피해자로 묘사할 위험이 있다고, 성범죄 혐의를 받은 남자들이 대응할 권리도 없이 '미디어 린치'를 당해왔다고 주장했다.(p327) <페미니즘의 책> 中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는 <윤리형이상학 Die Metaphysik der Sitten 1: Metaphysische Anfangsgrunde der Rechtslehre>을 통해 법이론과 덕이론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에 대해 논증한다. 여기에서 그는 법이란 서로 다른 이들의 자유가 공존할 수 있는 조건으로 정의하는데, 법정은 각자의 자유와 그 한계를 논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리를 통과한 후에야 주장들은 객관성(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AB33 VI230 법이란 그 아래서 어떤 이의 의사가 자유의 보편적인 법칙에 따라 다른 이의 의사와 합일될 수 있는 조건들의 총체이다. 행위가 또는 그 행위의 준칙에 따른 각자의 의사의 자유가 보편적 법칙에 따라 어느 누구의 자유와도 공존할 수 있는 각 행위는 법적이다/권리가 있다/정당하다/옳다(p151) <윤리형이상학> 中


 다시 세계 인권 선언을 들여다보자. <세계 인권 선언>은 모든 사람은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지키기 위해 재판을 받을 자격있음이 명시되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권리 침해를 주장했을 때, 이러한 혐의에 대해 모든 사람은 방어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 해당 조항의 내용이다.


 제10조 모든 사람은 자신의 권리와 의무가 무엇인지를 가려내고, 자신에게 가해진 범죄 혐의에 대해 심판받을 때 독립적이고 불편부당한 법정에서 다른 사람과 똑같이 공정하고 공개적인 재판을 받을 자격이 있다.(p60) Article10 Everyone is entitled in full equality to a fair and public hearing by an independent and impartial tribunal, in the determination of his rigths and obligations and of any criminal charge against him.(p61) <세계 인권 선언> 中


 <세계 인권 선언>의 내용을 가지고 '미 투'운동을 다시 생각해 보자. 이에 따르면, 피해자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권리를 가지고,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자신의 방어권을 가진다. 이들은 각자의 권리를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진위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그 전까지는 주관적인 주장이다. 성추행으로부터 느끼는 감정은 주관적인 것이기에 이에 대해서 타인은 비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동시에, 주관적인 감정이 공론장(public sphere)으로 표출된다면, 주관적인 감정이 객관적이고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타당성이 있어야 함도 당연할 것이다. 


 최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생전에 성추행으로 피소되고 이후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있지만, 우리는 성추행 피해자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되,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을 악용하는 정치적인 움직임도 분명 느껴지지만 이는 또 다른 문제라 생각되기에 다른 페이퍼에서 기회가 되면 다루기로 하자.


 우리는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주장을 경청해야 할 것이다. 피해를 주장하는 목소리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한 판단은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입증될 때까지 보류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이 상황을 대처하는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더해 박원순과 같은 뛰어난 인물도 타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안겨줄 수 있다면, 나의 말과 행동은 과연 어땠을까. 이번 일을 통해 보다 경각심을 가지고 나를 돌아보며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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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andante 2020-07-15 14: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피해자라고 주장했다고 피해자가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어떤 판단이라도 신중해야 합니다..

겨울호랑이 2020-07-15 14:30   좋아요 2 | URL
그렇습니다. 소송의 일방이 고인인 이번 사안은 더 엄중한만큼,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여겨집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07-15 2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많은 걸 생각하게 되는 리뷰입니다.
우선 칸트 주장은 보편적 법칙이 존재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만 만약 그런 전제가 타당하지 않다면 그의 주장은 쉽게 무너집니다.
그리고 박원순 같은 사람도 실수한다는 말씀에 대해 그의 사생활과 공적 일은 분리될 수 없다는 전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죄추정 원칙은 맞지만 자살 원인의 개연성이 현재 너무 높습니다. 그점이 증거가 되는 듯 합니다.

겨울호랑이 2020-07-15 22:00   좋아요 3 | URL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에 일부 공감하지만, 다르게 생각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칸트의 사상의 근간이 보편법칙에 있기 때문에 보편법칙 가정이 무너질 경우 건축물처럼 세워진 그의 사상이 무너진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그의 사상은 대륙법 체계의 근간이 된 것 또한 사실입니다. 또한, 국제법에도 그의 보편주의 영향이 적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 칸트 철학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상을 그저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사상이 현실에 깊이 영향을 미친 경우가 이 경우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이런 이유로 제 페이퍼에서는 세계 인권 선언에 담겨 있는 내용안에서 칸트 철학의 해당 내용을 인용하였습니다.
두 번째로, 북다이제스터님의 개인의 사생활과 공생활이 다를 수 있다는 말씀에도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저는 그의 사생활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제가 인식하는 박원순의 모습은 공적으로 드러난 공인(公人)으로서의 모습입니다. 그의 사생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므로 섣부르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합니다. 이처럼 공생활과 사생활이 다를 수도 있고, 같을 수도 있다면 적어도 제가 알고 있는 모습으로 판단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됩니다.
세번째로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고소가 들어간 것을 확인한 직후 자살한 정황을 봤을 때, 이들간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렇지만, 저는 현재로서 이들간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짓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오늘 쓴 페이퍼는 박원순에 대한 변명을 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그도 사람이니만큼 잘못을 저지를 수 있고 현재까지 언론에서 알려진 많은 부분이 그의 잘못을 가리키고 있어 보이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현 상황에서 언론에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가능성도 생각해 볼 때, 추후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단을 보류할 필요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느 일방의 주장으로 이미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왔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북다이제스터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