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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의 역사, 도덕의 이론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지음, 김민철 옮김 / 철학과현실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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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지음 / 문예출판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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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으로서의 정의 : 재서술
존 롤스.에린 켈리 지음, 김주휘 옮김 / 이학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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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스가 생각한 공리주의의 이론적인 약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부의 증가와 그 사회의 정의로움이 반드시 연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왜 한 사회의 부의 증가가 곧 그 사회의 정의로움으로 나갈 수 없을까?(p65)... 공리주의는 일단 사회 재화를 키우는 데는 일익을 담당했지만, 그로부터 발생한 사회 재화의 정의로운 분배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다. 이것이 바로 롤스가 공리주의를 공격하는 요지다. _ 이양수, <롤스 & 매킨타이어 : 정의로운 삶의 조건>, p66


 <롤스 & 매킨타이어 : 정의로운 삶의 조건>은 '정의'에 대한 롤스(John Rawls, 1921 ~ 2002)의 의견과 이에 대한  매킨타이어(Alasdair Chalmers MacIntyre, 1929 ~ )의 비판을 간략하게 정리한 입문서다. 책은 '정의 Justice'에 대한 롤스의 논리를 보다 상세히 설명하고, 이를 비판하는 매킨타이어의 입장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중심이 롤스에 다소 치우친 감이 있지만 (그래서 '불편부당'하지 않게 느껴지지만,) <정의론 A Theory of Justice>의 내용을 잘 요약정리한 입문서라는 점에 좋은 평가를 하고 싶다. 먼저 롤스의 이론을 살펴보자. 롤스의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개념은 '원초적 입장'과 '무지의 베일'인데, 본문에는 다음과 같이 소개된다. 

 

롤스는 수많은 정의관을 대조, 평가할 수 있는 어떤 상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바로 '원초적 입장'이다... 원초적 입장은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이 공정한 조건에서 정의원칙을 선택하는 상황이다. 원초적 입장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현실에서 실제로 선택하는 상황이 아니라, 사유를 통해 가상적으로 심사숙고하여 정의원칙을 선택하는 상황이다. 둘째, 이러한 선택은 아무 것도 없는 데서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정의관들에서 그 도덕적 우열을 따져보는 데서 선택이 이루어진다. _ 이양수, <롤스 & 매킨타이어 : 정의로운 삶의 조건>, p77


 '무지의 베일'은 원초적 입장의 공정성을 최종적으로 확보하는 계기다... '무지의 베일' 아래서 원초적 입장의 공정성은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선택이 어느 편에도 기울지 않음을 보여준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상태를 '불편부당함(impartiality)'이라 한다. 원초적 입장의 당사자들이 불편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는 그들의 선택이 당사자들이 이해관계에서 철저히 분리되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데에 있다. _ 이양수, <롤스 & 매킨타이어 : 정의로운 삶의 조건>, p83


마치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 ~ 1955)가 사고실험을 통해 상대성 이론을 고안해낸 것처럼, 로스는 사고실험을 통해 이상적인 낙원인 엘리시움(Elysium)과 같은 이상 사회를 생각해 낸다. 사익(私益)을 추구하지 않고 절대적인 사회법칙에 따라 운영되는 그런 이상사회를 꿈꾸는 롤스의 이론안에서 우리는 자유와 평등의 '이데아 Idea'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이데아를 통해 보편타당한 법칙을 도출해낸다는 점에서 롤스와 플라톤(Platon, BC 428 ~ BC 348) 사이에 공통점을 찾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다만,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서 죄수는 빛을 찾기 위해 죄수 자신이 보고 있던 흐릿한 모습을 버리고 동굴 밖으로 나갔다면, 롤스의 이론에서는 정의의 이데아를 위해 흐릿한 베일이 필요하다는 점은 다소 차이가 느껴진다.


 롤스의 정의관은 적어도 다음 두 가지 근본원칙에 기초한다. 1) 모두와 조화롭게 살 수 있는 평등권과 자유권이 구비된 최상의 체제에서 동등한 자격을 갖는다. 2) 사회, 경제적 불평등은 다음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받아들여진다. 첫째는 모두에게 직무와 직위가 열려 있는 공정한 기회 균등이 조건 하에서만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 혜택이 가장 높은 쪽으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p98)... 제1 정의원칙은 정치적 자유를 규정, 규제하는 원칙이다.... 제2 정의원칙은 정의로운 체제 내에서 원활한 사회/경제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원칙이다._ 이양수, <롤스 & 매킨타이어 : 정의로운 삶의 조건>, p99


 <롤스 & 매킨타이어 : 정의로운 삶의 조건>에서는 롤스의 정의관을 '자유'와 '평등'의 조화에서 찾는다. 다만, 롤스에게 '평등'은 절대적인 평등이 아니라, 차등원칙에 따른 평등으로 이를 통해 '양 量'에 치우친 공리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는 점을 정리하고 넘어가자.


 롤스 정의관의 특색은 자유와 평등 문제를 결부시키고 있다는 데 있다. 개인 선택의 자유를 옹호하는 것은 오직 '자유'를 강조할 뿐 평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정의' 문제의 독특성을 보지 못한다.(p118)... 차등원칙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그들이 사회협동을 진작하고,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더 나아가 모두가 상호 호혜할 수 있도록 모든 활동을 장려한다._ 이양수, <롤스 & 매킨타이어 : 정의로운 삶의 조건>, p125


 이에 대한 매킨타이어의 비판은 무엇일까.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이상적인 사회의 자유와 평등을 제시한 롤스의 사상이 지나치게 관념적이라는 것이다. 현실을 도외시하고 이상만 강조하고 있다는 매킨타이어의 비판 속에서 "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Gedanken ohne Inhalt sind leer, Anschauungen ohne Begriffe sind blind."라는 임마누엘 칸트( Immanuel Kant, 1724 ~ 1804)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공동체주의자들로 일컬어지는 일군의 철학자들은 현실에서 도덕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으로 바라보았다.(p132)... 롤스에 대한 매킨타이어의 주된 논지는 지나치게 인간 이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서구 근대성을 근본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p133)... 그들은 현실의 관심으로부터 의도적으로 동떨어져 있다. 오로지 개인의 진정한 관심에서만 정의원칙을 선택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개인상은 서구 전통과 동떨어질 수 없고, 따라서 그런 전통에서만 그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고 매킨타이어는 생각했다. 이렇게 볼 때, 원초적 입장은 결코 인간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_ 이양수, <롤스 & 매킨타이어 : 정의로운 삶의 조건>, p134


 매킨타이어의 입장에서 보자면 원초적 입장은 근대인의 이상에 바탕을 둔 이성적인 절차일 뿐이다. 원초적 입장이 표방하고 있는 도덕적 관점은 서구 근대사상에서 나타난 이성의 합리성을 절대적으로 신뢰할 때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신뢰에는 서구 역사상에 나타난 도덕적 이념이 다르다는 사실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_ 이양수, <롤스 & 매킨타이어 : 정의로운 삶의 조건>, p145


 정리하면, 롤스가 '무지의 베일'로  '원초적 입장'의 상황에 처한 개인들의 선택을 '정의'의 이데아로 삼는다면, 매킨타이어는 이러한 선택이 공동체와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문화적 전통을 강조한다. 이러한 이들의 관계 속에서 각각 이상과 현실을 강조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 ~ BC 322)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문화(文化)'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들의 철학을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 ~ 1939)와 칼 융(Carl Gustav Jung, 1875 ~ 1961) 심리학에 비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개별 리뷰를 통해 별도 정리하도록 하고, '정의'를 둘러싼 롤스의 매킨타이어의 내용 요약을 마무리짓도록 하자...


 롤스는 정의개념을 결국 개인과 사회제도를 연결시켜주는 핵심 개념으로 본 반면, 매킨타이어는 이러한 연결고리가 매우 추상적인 인간을 전제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결국 그 강조가 서구 근대철학의 전통을 전적으로 수용한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p148)... 롤스의 가정은 옳음의 관점이 각 개인의 삶의 구체적 내용과 방향을 제어해야 한다는 것이고, 매킨타이어의 가정은 그 울음의 관점이 보편타당한 영원의 진리라고 할 수 없으며, 오히려 구체적인 가치를 통해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인간들의 삶의 방식 속에서 정당화된 합리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_ 이양수, <롤스 & 매킨타이어 : 정의로운 삶의 조건>,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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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9-15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엘리시움>이란 영화가 생각나는데요, 그 영화에서도 자유와 평등이 균일하게 추구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유와 평등이 모순되지 않은 사회가 진정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

겨울호랑이 2020-09-15 23:11   좋아요 1 | URL
북다이제스터님께서 말씀하신 영화 <엘리시움> 속의 사회는 공중에 떠있다는 점에서만 유토피아일 뿐 극단적인 자유와 불평등이 적용되는 신자유주의 사회의 이상향이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어쩌면, 선택받은 엘리시움 시민들 사이에서는 평등이 적용되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경우에는 조금 이상하지만 자유와 평등이 그 사회 내에서는 이루어졌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09-15 22:55   좋아요 1 | URL
자유와 평등이 동시에 균일하게 추구될 수 있다는 공허하고 근거나 구체적 방법 없이 그냥 주장하는 책은 많이 봤습니다. 그렇지 않은 책, 혹시 아시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꼭 읽어보고 싶어드리는 청입니다.

겨울호랑이 2020-09-15 23:15   좋아요 1 | URL
제가 읽은 책은 대부분 북다이제스터님께서도 읽으셨을 거라 생각되기에 선뜻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자유와 평등의 문제에 있어서는 드워킨의 <자유주의적 평등>이 상세하게 이들간의 관계를 다룬 책으로 생각됩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09-16 05:35   좋아요 1 | URL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
꼭 읽어보겠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0-09-16 07:4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님 좋은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20-09-16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으니 정의롭다는 것도, 최선이라는 것도 헷갈리더군요.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현명한 판단이란 건 아예 없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겨울호랑이 2020-09-16 15:27   좋아요 1 | URL
페크님 말씀처럼 사람의 가치란 상대적이라 어느 것이 최선이라 말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서로 다른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1985년에 워런 버핏이 한 말이 옳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가치 투자를 실천해 온  35년 동안 나는 그것의 어떤 트렌드도 보지 못했다. 고집스러운 인간의 특성은 쉬운 일을 어렵게 만들길 좋아하는 듯하다." 정말로 성공적인 장기 투자는 어려울 게 하나도 없다. 성장의 함정을 피하고 신뢰할 만한 기업을 고수하는 것이 과거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그러한 전략이 미래 투자자들에게도 지속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_ 제러미 시겔, <투자의 미래>, p373


 제러미 시겔 (Jeremy J. Siegel, 1945 ~ )은 <투자의 미래 The Future for Investors>에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성장주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자신이 잘 아는 종목에 투자할 것을 강조하는 측면에서는 피터 린치(Peter Lynch, 1944 ~ )의 투자 방식을, 꾸준한 성장 동력을 가진 종목을 추천하는 측면에서는 워렌 버핏(Warren Edward Buffett, 1930 ~ `)의 투자 방식을 연상시키지만, 저자는 앞 선 두 인물보다 시장의 거시지표를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는 가치투자의 또다른 전형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저자가 <투자의 미래>에서 성장주를 피하라고 조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자자들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간과할 수 있는 성장의 측면, 일병 성장의 함정을 이해해야 한다. 성장의 함정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혁신을 주도하고 경제 확장을 선도하는 기업과 산업에 너무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만든다. 인기 주식의 매수, 새로운 기술의 추구, 가장 빨리 성장하는 국가에 투자하는 등의 끊임없는 성장에 대한 추구는 투자자들에게 결국 저수익을 가져다주게 되어 있다. 실제로 최고의 투자 성과를 기록한 많은 투자는 규모가 축소되는 산업과 저성장 국가에서 나타났다. _ 제러미 시겔, <투자의 미래>, p18


 이는 성장주에 대한 투자가 주주 이익의 극대화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분석에서 성장주는 'Star' 단계에 놓인다. 아직 시장이 성장기에 있기때문에 안정적인 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생하는 많은 비용은 사회적 기여는 높일 수 있겠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달갑지만은 않다. 반면, 가치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영역인 'Cash Cow' 단계에서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자는 이 영역에 위치한 기업으로의 투자를 권유한다. 자세한 내용은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1931 ~ )의  <마케팅 관리론 Marketing Management>을 참고하도록 하자. 


 성장에 대한 고정관념은 자산을 이와 같은 기업에 투자하도록 유혹하는 올가미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들조차도 투자자들에게 거의 최선의 투자처는 되지 못한다. 시장 수익률보다 더 나은 수익을 추구하는 많은 투자자들이 맹목적으로 좇는 기술적 혁신은 그들에게 반복적으로 실망감을 안겨 주는 동시에 경제 성장을 촉발시키는 양날의 칼로 이해할 수 있다.(p20)... 성장의 혜택은 개인 투자자들이 아닌 혁신가, 설립자, 프로젝트를 지원한 벤처 자본가, 해당 주식을 파는 투자 은행, 저가에 주식을 매입한 소비자 등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_ 제러미 시겔, <투자의 미래>, p21


 우리를 놀라게 하는 점은 잘 알려진 소비자 브랜드 산업과 제약 회사가 1957년 초창기 S&P 500 인덱스에 편입된 이래 최고의 실적을 자랑하는 20개 기업 목록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기업들은 폭넓은 인지도와 소비자 신뢰를 구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과거 반세기 동안 엄청난 정치, 경제적 환경 변화에서 생존과 번영을 이룩해 왔으며, 국제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나는 이들 기업들의 성공 신화를 '도전과 쟁취'라고 부르고 싶다. _ 제러미 시겔, <투자의 미래>, p62

 

 기업투자에 있어서(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지만) 기본적이 되는 분석이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에 근거한 NPV(순현재가치 Net Present Value)라고 본다면 높은 성장률은 현재 할인률을 낮춰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많은 투자 권유자들은 이 점을 강조하여 성장가치를 강조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러한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미래의 이익이 손상받을 수 있다는 위험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저자는 말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CORONA 19로 실물시장은 얼어붙었지만, 금융시장은 뜨거운 상황 속에서 특히 제약 주식과 2차 전지 주식, 5G 관련주식들이 성장주로 각광받고 있는 시점이다. 마치 2000년대 초반 IT 호황을 연상시키는 현재 분위기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쉽지 않아 보인다.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당시에는 IT기업에 투자 하지 않았던 워렌 버핏도 최근까지 중국 전기자동차회사 BYD에 투자했던 것을 보면 과거와는 다른 것도 같지만. 다른 한편으로 언제나 경기 사이클이 정점에 도달하기 직전에는 '이번엔과거와 다르다'는 말이 유행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더욱 판단 내리기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신이 내린 투자 판단의 결과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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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을 다루다 보면 자주 겪는 일이 시작과 끝을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식물은 반으로 갈라놔도 뿌리는 몇 년을 더 살 수 있다. 위를 모두 잘라낸 나무의 둥치는 다시 온전한 나무로 자라기 위한 시도를 매년 하고 또 한다... 전체가 하나로 기능을 하는 동물들과 달리 식물은 모듈로 만들어져서 전체는 모든 부분의 합과 정확히 일치한다. 나무는 전체를 모두 벗어던진 후 대체할 수 있고, 몇 백 년에 걸쳐 나무들은 평생 그 일을 되풀이해왔다. 결국 나무는 살아 있는 것이 너무 값비싸질 때 죽는다. _ 호프 자런, <랩 걸>, p216


 호프 자런(Hope Jahren, 1969 ~ )의 <랩 걸 Lab Girl>은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저자의 삶을 다룬 에세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전공인 식물학을 대중에게 알기 쉽게 소개하는 책이기도 하다. 또한, 과학계에서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여성으로 느끼는 어려움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사회 문제를 다룬 책이라는 느낌도 받는다. 여러 관점을 담고 있으면서도 책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작가가 주제의 무게 중심을 잘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랩 걸>안에는 어떤 모습이 담겨있을까. 이번 페이퍼에서는 함께 읽을 책들과 함께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먼저, 교양 과학서로서의 <랩 걸>은 우리에게 식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소개하는 책이다. 식물학자인 저자는 동물과 다른 생명체로서 식물을 바라보고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당연하게도 동물과는 달리 식물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여기까지 생각하고, 식물을 진화가 덜 된 생명체로 단정짓지만, 저자는 다르다. 저자는 동물과 다른 식물의 '다름'을 말한다. 동물들은 움직임(動)을 통해 공간(Space)을 살아가지만, 식물들은 정(靜)적으로 시간(Time)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고 식물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비로소 새로운 것이 보인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한다.


 실험을 위해 우리는 식물과 동물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즉, 식물 조직의 대부분이 대체 가능하고 융통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필요하면 뿌리가 줄기가 되고, 그 반대 현상도 일어난다. 하나의 배아를 조각 내도 같은 식물을 여럿 얻을 수 있기도 하다. 그것들은 유전자 청사진이 완전히 동일하다. _ 호프 자런, <랩 걸>, p154


 <랩 걸>에서 말하는 이와 같은 '다름'은 다음 주제와도 연결되지만, 그 전에 보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을 짚고 넘어가자. <랩 걸>에서는 동물과 식물의 차이부터 시작해 식물의 특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지만, 글자로만 설명되어 독자들이 이를 받아들이는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점을 <DK 식물 대백과 사전>에 나오는 상세한 사진과 설명을 통해 보완한다면, 내용이 보다 명확하게 다가온다.


 눈 속에서 사는 식물들에게 겨울은 여행이다. 식물은 우리처럼 공간을 이동하면서 여행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장소를 이동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사건을 하나하나 경험하고 견뎌내면서 시간을 통한 여행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겨울은 특히 긴 여행이다. _ 호프 자런, <랩 걸>, p154


[사진] <DK 식물 대백과 사전> 中

 

 히아신스와 대부분의 밑뿌리 식물들은 계절적으로 건기가 있는 지역에서 살아간다. 이러한 지역은 비가 많이 내리는 봄이 지나면 긴 여름 가뭄이 찾아온다. 수축근은 온도가 더 서늘하고, 건조에 덜 취약한 땅속으로 알뿌리를 더 깊이 끌어당긴다. 봄에 꽃이 피는 알뿌리는 여름 동안 건조하게 유지되면서 뿌리가 완전히 쪼그라들기도 한다. 겨울 우기가 찾아오면 다시 뿌리가 자라고 식물은 이듬해 봄에 꽃 피을 준비를 마친다.  _ DK <식물> 편집위원회, <DK 식물 대백과 사전>, p37


  다른 한 편으로 <랩 걸>은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 곳곳에는 과학계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인 '여성' 과학자로서 겪어야 하는 차별과 어려움이 담겼다. 식물과의 차이를 인정해야 연구가 가능한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과학계 주류와의 갈등이 담긴 내용은 일종의 모순상황이다. 그리고, 저자의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한 인물을 떠올리게 된다.  

 

 로잘리드 플랭클린(Rosalind Elsie Franklin, 1920 ~ 1958). DNA 발견에 거의 결정적인 공헌을 했지만, 은폐된 그녀의 삶은 과학자 집단의 폐쇄성과 모순을 잘 드러낸다. 그리고, <로잘린드 프랭클린과 DNA>는 잊혀진 과학자 프랭클린의 삶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려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연장선상에서 노벨 화학상과 물리학상을 모두 받은 유명한 마리 퀴리(Maria Sklodowska-Curie, 1867 ~  1934)와 영국 중심의 물리학계의 중심 뉴턴(Sir Isaac Newton, 1643 ~ 1727)의 물리학의 종말을 고한 독일계 유태인 출신 과학자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 ~ 1955) 평전도 비주류 과학자들의 어려움을 알게 해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가볍게 읽고자 한다면, 지식인 마을의 <퀴리 & 마이트너 : 마녀들의 연금술 이야기> <나가오카 & 유카와 : 아시아에서 과학하기>가 관련 주제를 생각하기에 좋을 책이다.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보낸 4년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듯했다. 남자 등료들보다 두 배는 더 능동적이고 전략적이어야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나는 박사학위 3년차부터 교수 자리에 지원했고, 빠른 속도로 성정하는 주립대학인 조지아 공과대학교에서 채용 제의를 받았다. _ 호프 자런, <랩 걸>, p68


 내 사무실과 종잇장처럼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위치한 휴게실에서 매일 아침 10시에서 10시 30분 사이에 내 성적 취향이나 어릴 때 겪었을지 모르는 트라우마에 관해 벌어지는 토론을 듣게 되는 영광을 누린 결과, 나는 여자 교수들과 과에서 일하는 여성 비서들은 학계의 천적과 같은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_ 호프 자런, <랩 걸>, p105


  마지막으로 <랩 걸>안에는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저자는 자신의 삶과 자신의 연구를 분리시키지 않는기에, 독자들은 <랩 걸> 안의 과학이 우리 삶과 멀리 떨어진 지식이 아닌 우리 삶의 지혜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책이 주는 이러한 다양한 매력이 <랩 걸>이 인기를 끌게된 매력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랩 걸>안의 여러 모습을 정리하다보니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 1934 ~ 1996)이 떠오르게 된다. 과학을 통해 생명에 대한 사랑과 인류 평화를 말하던 과학자이자 작가. 비록 전달하는 메세지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과학이 딱딱한 학문이 아니라 사람의 숨결이 담긴 학문이라는 것을 알려준 칼 세이건 처럼 호프 자런도 <랩 걸>을 통해 과학과 사람을 함께 보여주려 했음을 정리하면서 깨닫게 된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여러 내용을 알차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랩 걸>은 미니 쿠퍼와 같은 느낌의 책이라 평하며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사람은 식물과 같다. 빛을 향해 자라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과학을 선택한 것은 과학이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의미의 집, 다시 말해 안전함을 느끼는 장소를 내게 제공해 준 것이 과학이었다. _ 호프 자런, <랩 걸>, p18


 현재의 모든 설정을 고려하면, 우주는 영원히 확장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태양계와 그 너머 곳곳의 여러 세계들에 안전하게 흩어져 있을 우리의 먼 후손들은, 그들이 공유한 유산, 그들의 고향 행성에 대한 관심, 그리고 우주를 통틀어 다른 생물은 몰라도 인류만은 지구로부터 유래했다는 인식으로 한 가족이 될 것이다. _ 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 p423


 상호 불신의 망령은 우리로 하여금 지구도 하나의 행성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망각케 하여, 모든 국가를 죽음을 향해 서둘러 행진케 할 뿐이다. 우리가 지구에서 저지르고 있는 일들은 너무나 무서운 결과를 불러올 짓거리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초래될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 칼 세이건, <코스모스>, p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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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0-09-14 05: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꼼꼼하고 정성 가득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미니 쿠퍼 느낌이라고 비유해놓은신 것이 재미있어요.

겨울호랑이 2020-09-14 07:23   좋아요 0 | URL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nine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

페크pek0501 2020-09-14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랩 걸, 4백쪽이 넘네요. 그만큼 풍성한 내용이 담겨 있을 것 같아요. 이 리뷰를 읽으니 알 수 있어요. 잘 읽고 갑니다.

겨울호랑이 2020-09-14 12:44   좋아요 0 | URL
네. 400 페이지 정도 되지만, 어렵지 않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라 생각 됩니다. 페크님 감사합니다!^^:)

비연 2020-11-04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 책 읽고 있는데, 겨울호랑이님 글을 이제야 봤네요. 저와 비슷한 느낌이신 듯.

겨울호랑이 2020-11-04 17:12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랩 걸」안의 여러 이야기 속에서 비연님도 저와 같은 인상을 받으셨다니 반가운 마음이 드네요. 비연님 즐거운 독서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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