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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집- 성리학의 이상향을 꿈꾸다
이이 지음, 김태완 옮김 / 한국고전번역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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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집- 사람됨의 학문을 세우다
이황 지음, 이광호 옮김, 황상희 감수 / 한국고전번역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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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몽요결
이이 지음, 김원중 옮김 / 민음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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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
김영두 옮김 / 소나무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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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단(四端)은 <맹자 孟子>에 나오는 말로,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을 말한다... '단'이란 실마리(緖)란 뜻과 시작(始)이란 뜻, 두 가지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학자는 실마리로 해석한다. 실마리를 따라가다 보면 마침내 실패를 찾듯이 사단을 궁구하다 보면 네 가지를 미루어서 타고난 본성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p42)... 칠정(七情)은 <예기 禮記>에 나오는 것으로, 기쁨(喜), 분노(怒), 슬픔(哀), 즐거움(樂), 사랑(愛), 미움(憎), 욕망(慾) 등을 말한다. 사단이 도덕적인 감정이라면 칠정은 일반적인 감정을 뜻한다. _ 조남호,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 p43


 리(理)는 선진시대에는 옥에 난 무늬, 결 등을 의미하다가 점차로 발전해 개별적 법칙을 의미하고, 나아가서는 법칙을 포괄하는 원리로 확정되었다. 그것이 송대에 들어와서는 마땅히 있어야 할 본래의 모습을 의미하는데, 주로 도덕적인 원리나 법칙을 뜻하게 되었다. 기(氣)는 매우 포괄적인 것으로 처음에는 숨(호흡)을 뜻하다가 점차로 생명으로 발전했다. 생명은 숨과 관련을 맺는 것이라고 여겨졌다... 송 대 이전에는 기가 중심이고 리는 그에 부속되었는데, 송대 이후에는 리와 기가 함께 논의되고, 리가 중심적인 역할로 바뀌었다. _ 조남호,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 p45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는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2 ~ 1571)과 율곡 이이(栗谷 李珥, 1537 ~ 1584)로 대표되는 조선 성리학(性理學)의 입문서다. 조선 성리학의 두 거목들의 사상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에서 퇴계 이황의 심성론(心性論)은 '리기호발(理氣互發)'로 요약되는데, 사단을 리(理)의 발현으로, 칠정을 기(氣)의 발현으로 보는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이다.


 이황은 사단과 칠정을 병행(혹은 대립) 관계로 보았다. 그래서 "사단은 리가 발동한 것이고, 칠정은 기가 발동한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사단은 리가 드러난 것이고, 칠정은 기가 드러난 것이라는 의미다... 이황이 사단과 칠정을 리와 기로 나누어 설명하려고 하는 것은, 사단은 순수하고 칠정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것에 기인한다. 사단은 도덕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순선무악한 것이고, 칠정은 감정 일반을 가리키기 때문에 선한 경우도 있고 악한 경우도 있다. 사단은 완전한 것이고, 칠정은 불완전한 것이다. 그래서 이황은 리와 기에 분속시켰던 것이다. _ 조남호,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 p48


 반면, 고봉 기대승(高峰 奇大升, 1527 ~ 1572)과 율곡 이이는 리와 기를 구분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며, 퇴계의 사상과 대립한다. 특히 율곡은 기발이승일도(氣發理昇一道)를 통해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을 주장하며, 고봉보다 더 큰 대립각을 세운다.


 기대승은 사단과 칠정을 서로 무관한 병행관계로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단과 칠정은 대립관계가 아니라 사단이 칠정의 일부분인 포함관계라는 것이다. 사단이 칠정의 일부분이지만 둘이 서로 평등한 감정임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리와 기는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현상 사물에는 리와 기가 함께 있는 것이지, 리 따로 기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_ 조남호,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 p50


 이이는 이황을 비판하면서 기대승을 옹호한다. 사단과 칠정의 관계는 대립관계가 아니라 포함관계라는 것이다. 칠정 가운데 리가 발동한 것이 사단이라고 한다. 이는 절도에 맞는 것이 사단이라는 것이지, 칠정 이외에 달리 사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이는 기대승의 원칙을 고수했다. 사단이나 칠정 모두 기가 발동한 것이라고 하는 원칙을 주장한다. 그렇게 된다면 이황의 사단은 리를 주로 한 것이고, 칠정은 기를 주로 한 것이라는 주장도 폐기된다. 사단이나 칠정 모두 기가 발동해 리가 탄 것이 되기 때문이다. _ 조남호,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 p55


 현재의 시각에서는 이러한 논쟁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보여질 수도 있지만, 당대에는 리와 기의 문제가 유교의 조선(朝鮮)이 불교의 고려(高麗)를 대신해야하는 명분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를 간단하게 생각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의 연장선상에서 예송논쟁(禮訟論爭)을 바라봐야 함을 생각하게 된다. 


 이황의 '사단 - 리', '칠정 - 기' 라고 하는 도식은 사단과 칠정, 리와 기의 관계 설정에서 나온 것이다. 사단과 칠정을 구분하지 않으면 리와 기를 하나로 보는 것이고, 그것은 기에 대한 리의 우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고려 시기의 불교적인 사고는 기를 중심으로 삼는 마음(心)에 기초한 사고이고, 그 때문에 고려가 망했다는 것이 성리학의 관점이다. 따라서 리를 우위에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_ 조남호,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 p53


 


성리학의 국가이념에 대해서 섣부르게 정리하기는 조심스럽기에 이 정도만 옮기도록 하자. 그렇지만, 유교에 형이상학(形而上學)의 개념을 도입한 성리학의 틀 속에서 우리는 보다 폭넓게 사고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에서는 이와 같은 퇴계와 율곡의 사상 차이를 사단과 일반감정과의 관계로 정리한다. 사단이 본성에서 발현된다는 퇴계의 사상과 외부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마음이 발현되다는 율곡의 사상 속에서 본유 관념( 本有觀念, innate idea)라는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 ~ 1650)와 이에 반대하는 경험주의자 존 로크(John Locke, 1632 ~ 1704)의 사상을 떠올린다면 무리한 연상일까. 


 이황이 사단과 칠정의 분리를 주장한다면 이이는 사단을 칠정이 절도에 맞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황과 이이 모두 칠정이 아니라 사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사단이라고 하는 도덕적인 감정이 일반적인 감정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에 따라 논지가 결정된다... 이황은 사단이 나의 본성에서 발현한다고 주장하고, 이이는 외적인 대상에 대해 나의 마음이 발현한다고 주장한다. 전자는 내적인 발동을, 후자는 외적인 발동을 주장한다. _ 조남호,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 p61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에서는 리에 대한 퇴계와 율곡의 사상을 비교한다. 퇴계 사상에서는 리를 천(天, 하늘)의 위치까지 높이는데, 이는 '너의 의지의 준칙이 항상 동시에 보편적 법칙 수립의 원리로서 타당할 수 있도록 그렇게 행위하라'는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의 <실천이성비판>과 도덕이 필연적으로 종교에 이른다는 <이성의 한계안에서의 종교>를 연관지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율곡의 리는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 ~ BC 322)의 부동의 동자(unmoved mover)와 비교한다면 어떨까.


 이황은 리의 자발성이 있다고 하고, 이이는 리의 자발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리의 운동성 여부가 두 사람을 판별하는 기준이 된다.(p63)... 리의 발동이 창조적인 힘이고 그것은 인간의 자율적인 도덕 실천과 연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리의 창조적 성격을 강조하다 보면 리의 종교적 성격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황의 리동설은 때로는 종교적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황은 리를 천의 지위에까지 높이고 있다. 리는 절대적 존재로서 사물에 명령하는 주체이고, 사물의 명령을 받지 않는 주재적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리의 자발적인 운동은 인간 개체의 적극적인 자기 수양을 통한 리의 실현에 논점이 있지, 리가 신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_ 조남호,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 p66


 개인의 수신원리로부터 시작하여 국가의 통치이념에 이르는 방대한 철학체계를 구축한 조선 성리학을 정리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황 & 이이 :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에서 언급된 내용을 바탕으로 큰 줄기를 잡고 간다면 어느 정도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물론, 페이퍼에서 소개한 서양철학자들의 사상이 완벽하게 퇴계와 율곡의 사상과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비교해서 본다면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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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20-10-05 15: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추석 연휴는 잘 보내셨지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10월 되시길 바랍니다.^^

겨울호랑이 2020-10-05 16:11   좋아요 0 | URL
추석을 지내니 늦가을이 느껴지네요. 후애님 쌀쌀한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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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기록
마르티나 도이힐러 지음, 김우영 옮김 / 서울셀렉션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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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교화 과정- 신유학은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꾸었나
마르티나 도이힐러 지음, 이훈상 옮김 / 너머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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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의 눈 아래에서- 한국의 친족, 신분 그리고 지역성
마르티나 도이힐러 지음, 김우영.문옥표 옮김 / 너머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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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이 구체화되어 있는 모든 장소들은 종교적, 정치적, 상징적 성격과 아울러 역사 및 족보 편찬의 성격을 띠기 마련이다. 그 기억의 주요한 측면들이 '유산(heritage)' 이라는 기호(記號) 아래 재편되어 나타나는 것은, 그런 기억이 펼쳐지는 바로 그 시대에 그것 자체가 스스로 시대를 초월한 하나의 의례처럼 표현되는 것에 관심을 쏟으며, 시간적으로 유한한 자신의 흔적을 초시간성 또는 초자연성의 낙인으로써 확증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 기억 속에는 아직 민족은 없지만 민족적 신성성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것은 이후에 나타난 민족적 기억의 온갖 형태들에 그러한 성격을 물려줄 것이며, 또 그런 신성성이 그 기억에 영속적인 정당성을 부여한다. _ 피에르 노라 외, <기억의 장소 2 : 민족>, p494


 <기억의 장소 Les Lieux de Memoire>는 민족적 기억(memoire nationale)과 사람들의 행동이 상호작용을 통해 특별한 표상과 뚜렷한 상징물로 남은 물질적, 비물질적 장소를 통해 프랑스 역사를 삶 속에서 발견하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기억들이 현재적인 것이라면, 역사는 과거의 산물이며 재해석되어야 한다는 차이가 있는데, <기억의 장소>에서는 장소 속에서 이들을 펼쳐낸다. 특히, <기억의 장소 1 : 공화국>에서 '전사자 기념비'는 이런 역사의 흔적이 잘 남겨진 기억의 장소로, 우리는 애국심의 전형을 여기서 발견할 수 있다. 역사의 자취가 남겨진 장소에서 찾는 현재의 의미 또는 기억. 때로는 역사와 기억의 가치가 일치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경우에는 충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기억의 장소>는 장소를 통해 역사와 기억의 대화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자신의 의무를 다했던 시민들을 기념하는 것은 각자에게 자신의 의무를 다하라고 권고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공민적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것을 수행했던 사람들은 결코 망각되어서는 안 되고, 역으로 국가(la cite)를 위해 죽은 시민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은 공민적 의무의 위대함을 분명하게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억하는 이 일은 곧 공민으로 개조하고 교육시키는 일이었다.(p226)... 교육하지 않고 기념하지 않는 공화국은 죽은 공화국, 다시 말해 사람들이 그것을 위해 더 이상 죽으려고 하지 않는 공화국이다._ 피에르 노라 외, <기억의 장소 1 : 공화국>, p227


 <기억의 장소>의 주저자 피에르 노라(Pierre Nora, 1931 ~ )는 기억은 곧 삶이고 언제나 살아있는 집단에 의해 생겨나 끝없이 진화해 가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조선시대의 조상묘(祖上墓) 재발견 역시 집단 기억의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차이를 찾는다면, <기억의 장소>의 기억 집단은 국가, 민족인데 반해 <조상의 눈 아래에서>는 가문(家門), 문중(門中) 이라는 정도일까.


 기억의 문화는 조상숭배의 본질적 요소였다. 추모적인 실천행위로서, 조상숭배는 주요 선조의 무덤이나 가모에서 공동의 출계에 대한 기억을 의식화했다. 직계의 재구성을 위한 문서적 증거가 없었을 때, 조상의 묘는 유력한 기억 환기 장소로 기능할 수 있었다. 이런 통찰이 주요 조상의 무덤을 찾으려는 노력의 동기가 되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옛 무덤들은 관리가 되지 않았을 경우 서서히 사라졌기 때문에, 자손들은 "산양과 소가 짓밟고 다니는" 곳이 선조들의 무덤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였다. _ 마르티나 도이힐러, <조상의 눈 아래에서>, p358


 마르티나 도이힐러(Martina Deuchler, 1935 ~ ) 교수는 <조상의 눈 아래에서>를 통해 15세기까지 조선 사회에서 크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던 조상묘가 친족 이데올로기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16세기부터 '조상 장지'를 찾아내고 보호하는  일이 중요해졌음을 지적하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성묘가 과거 기억의 결과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정해진 족보상의 관계에 따라 남계친을 가묘 앞에 모이게 하는 당내와 대조적으로, 문중은 명백하게 '결사체적 associational'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특정 조상의 모든 남계 후손을 포함했고 그들에게 동등한 혜택을 주었다. 공동자산의 혜택은 적어도 처음에는 경제적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인 것이었을 터이다. 그렇지만 걸출한 선조의 무덤에서 개혁된 의례를 과시적으로 봉행하는 것이나 대종을 확실하게 지원하는 것은 단지 극진한 효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집단 전체의 이익을 위해 조상의 위세를 이용하는 행위이기도 했다... 전자가 직계라는 유교적 원리에 입각한 수직적인 친족관계를 강조했다면, 후자는 평등한 형제관계라는 토착적 전통을 떠올리는 친족의 수평적 측면을 만족시켰다. _ 마르티나 도이힐러, <조상의 눈 아래에서>, p356


 이러한 기억이 전통으로 자리잡게 되는역사적 과정에는 임진왜란(壬辰倭亂, 1592 ~ 1597)과 정유재란(丁酉再亂, 1597 ~ 1598), 정묘호란(丁卯胡亂, 1627)과 병자호란(丙子胡亂, 1636)으로 인해 흔들리는 사회질서에 대한 반발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나, 여기에 더해 문중의 이익이라는 경제적 문제도 관여되었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하게 된다. 극기복례(克己復禮)라는 유교 본연의 정신을 강조하고 흔들리는 사회질서를 바로 잡고자한 조선 후기 지배층의 노력 뒤에는 결국 그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한 숨은 의도가 있던 셈이다. 그 과정에서 가문의 '직계'는 강조된 반면, 이들을 제외한 이들 - 여성, 서출 등 - 은 철저하게 배제되어 왔고, 기억이 만들어 낸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평소 여러 곳에서 각자의 삶은 살던 후손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데 모이고 화합을 다지는 것이 긍정적인 영향이라면, 이러한 명절의 후유증을 겪는 이들도 있다는 것은 부정적인 영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남계로 연결된 친척들이 결국 특정 장소 한 곳에 집중적으로 매장됨에 따라, 묘지는 점차 비남계친에게는 폐쇄되었다... 남계친과 비남계친의 무덤들이 종종 섞여 있었다는 사실은 이따금 후손들 사이의 장기적인 토지 분쟁을 불러일으켰고, 그 결과 중요한 묘지의 발견을 지연시켰다. _ 마르티나 도이힐러, <조상의 눈 아래에서>, p361


 주요 조상의 장지를 보호하려면 당연히 새로운 부계 친족모델에 일치하도록 묘지를 정비해야 했다. 비남계 후손과 서출은 명시적으로 배제되었다. 정리된 묘역의 조성은 분명히 '직계'의 의미를 후손의 마음에 심어주는 추가적인 수단이었다. _ 마르티나 도이힐러, <조상의 눈 아래에서>, p363


 민족의 명절인 추석을 맞이해 성묘를 다녀왔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준 선조들을 생각하고, 이들의 후손들이 한데 모여 서로 안부를 확인하는 것. 이것은 분명 역사를 기억하는 작은 노력이라 여겨진다. 동시에, 시대에 따라 이제는 지키기 어려운 전통들(가문에 따라 다르겠지만)에 대해서는 후손들이 함께 고민하고 고쳐나가야하지 않을까도 생각하게 된다. 전통으로 내려져 온 것들이 현재의 우리에게 심한 갈등과 본목을 가져다 준다면, 이제는 그것을 재해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처음부터 전통(傳統)이란 존재한 것이 아니라, 발명된 것이기에.


 전통을 발명해낸다는 것은, 한 마디로 무엇이냐 하면, 여기서 가정하듯이 과거에 준거함을 특징으로 하면서 다만 반복되는 것만으로도 공식화되고 의례화되는 과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_ 에릭 홉스봄, <만들어진 전통>, p25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 CH, 1917 ~ 2012)이 <만들어진 전통 The Invention of Tradition>에서 말한 바처럼 오늘날 우리가 전통으로 알고 있는 것들도 끊임없이 재해석된 최근의 결과물임을 생각해본다면, 맹목적인 전통 유지가 아닌 전통 인식에 대한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명절을 맞아 누군가에게는 '우울한 연휴'가 된다면, 그것은 아마도 조상님들이 원하시는 바는 아닐것이다. 기억은 곧 삶이고 언제나 살아있는 집단에 의해 생겨나 끝없이 진화해 가는 것이라면, 명절에 대한 인식도 꾸준히 바뀌어져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분명, 과거 명절보다는 나아졌지만, 명절 후유증을 겪는 이들이 더이상 없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통상 낡은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 낡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전통들(traditions)'은 실상 그 기원을 따져 보면 극히 최근의 것일 따름이며, 종종 발명된 것이다.(p19)... '만들어진 전통'은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통상 공인된 규칙에 의해 지배될 뿐만 아니라 특정한 의례나 상징적 성격을 갖는 일련의 관행들을 뜻하는 것으로 간주되는데, 그것들은 특정한 가치와 행위 규준을 반복적으로 주입함으로써 자동적으로 과거와의 연속성을 내포한다. 기실 그런 관행들은 가능하다면 언제나 역사적으로 기념하기에 알맞은 과거와의 연속성을 확립하려고 든다. _ 에릭 홉스봄, <만들어진 전통>,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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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10-03 0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우리의 경우에도 전통이라는 것 중 그 기원이 오래지 않은 것들이 많지요. 장자우선의 제사 문화라는것이 자리잡는 것도 따지고보면 16세기밖에 안되면서 5천년 전통인것처럼 과시되는데 그건 그 과시를 통해 이익을 보는 집단이 권력을 잡았었기 때문이고요. 근데 이런 얘기 백날 알고 말해봤자 저의 신세는 8대 장손집 며느리입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20-10-03 08:03   좋아요 0 | URL
일단 주류로 받아들여진 전통과 도덕 등이 새롭게 바뀌는 것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그 시간은 사람들의 인식이 널리 받아들여지는 시간이 아닌 사회의 구성원 다수가 바뀌는 시간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2020-10-13 0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3 0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20-10-13 10:44   좋아요 1 | URL
생활을 바꿔야하는데 그게 늘 어렵네요. 머리야 뭐 우리남편 말대로 ‘개념없어 보이는‘ 모양이었으니 전혀 신경쓰지 않아요.

겨울호랑이 2020-10-13 15:30   좋아요 0 | URL
^^:) 좋은 일을 하셔서 작은 일은 samadhi 님 눈에 안 들어오는 듯 합니다.

samadhi(眞我) 2020-10-13 18:09   좋아요 1 | URL
그런 건 아니고요. 다른 사람 시선을 신경안써서 그래요. 신경 좀 써야 할 때도요^^ 굳이 자랑처럼 알린 것은 많은 이들이 동참하길 바라서예요.
 

흐린 날이라 쪽빛 가을 하늘을 볼 수 없지만, 모처럼 함께 하는 가족들이 있어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추석입니다. 행복하고 여유로운 하루 되세요!


오다가다 길가에 돋아 자란 풀포기도 그 자신의 삶에 충실할 적에나는 무엇으로 시간을 보냈던가? ... 크나큰 뉘우침과 자각의 눈이 열리리라. 가을볕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익어가는 고추처럼 가을 열매처럼 저절로 그냥 철이 들어 겸허한 생활의 자세도 배워 좋은  가족이 되고 아끼는  이웃이 되어  더불어  힘껏 살  용기를 얻으리라.
- P31

끝없는 사랑과 희생과 용서를 요구하는 자식들, 어찌 제 몫의 재산, 제 몫의 사랑과 희생만 주겠는가? 부모는 그 이상을 주고도 다시주고 싶어한다. 자식은 가장 슬프고 가장 고독하고 무력할 때 부모를 찾는다. 애정에 실패하고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사업에 실패하고, 병들고 좌절 당할 때 달려가는 품안, 그곳은 언제나 부모의 품안이 아니었던가? - P34

우리는 친구의 배신에 아파하지만, 그 상처는 세월이 지나면 지워질 수 있다. 배신한 친구에겐 애정을 철회하고, 친구 관계를 단절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부모와 자식의 관계, 조상과 자손의 관계 그것은 단절되거나 철회될 수 있는 관계인가? 절대로 아니다. 비록 자식이 살인 강도라 하여도, 그는 자기의 자식일 수밖에 없다. 자식과의 관계는 취소되거나 단절될 수가 없다. 그래서 혈연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것일까?
이토록 아름다운 인연을 의지하지 않으면 외롭고 서러워서 마음붙이고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일까? 어찌하여 신은 인간에게 이토록 아프고 아름다운 인연을 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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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10-01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0-10-01 16:56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연휴 되세요!^^:)

scott 2020-10-01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이랑 행복하고 풍성한 추석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0-10-01 22:5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scott님께서도 풍요로움을 느끼는 한가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