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금은 정부 출범 1년 만에 경제, 남북관계, 외교, 그리고 당연히 민주주의 위기가 이미 전면화되고 있어요. 작년부터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계속 하락했을 뿐 아니라 민생 부문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세수 부족에 대응하고 있어 국민의 어려움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외교적으로도 대미 편향적으로 일관하여 한국의 외교 발전 공간을 축소시키고, 한미일 군사협력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러면서 반국가세력, 공산전체주의를 운운하는데 민주주의가 안녕할 리 없겠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글로벌 패권체제라든지 국제경제, 시장 시스템 자체는 앞으로 기후패권으로 옮겨갈 겁니다. 이러한 추세는 벌써 10년, 15년 전부터 이어져왔는데도 대한민국은 아무 준비가 안 되어 있어요.

제 표현대로 하자면 ‘전망의 부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빨리 달리려고만 하지 어디로 달려갈 것인가에 대한 전망이 없어요. 이는 단순히 윤석열정부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경제정책이 제대로 수립되려면 노동정책이 그와 동등한 수준에서 함께 맞물려가야 합니다. 노동자들이나 국민들의 삶 자체가 시장임금에 매몰되고 사회적 안전망이나 사회임금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결국 노사간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거든요.

OECD 국가 중 극우 정치세력이 집권 중심부로 쑥 들어온 나라는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정도입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아무런 바리케이드 없이 정권의 중심으로 극우세력이 들어왔는데,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만들지 않으면 이런 상황이 또 반복될 수 있는 거죠.

지금 민주당은 ‘윤석열정부를 응징합시다’와 ‘총선에서 승리하겠습니다’라는 두 구호만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어요. 현재까지는 과거 박근혜정부 탄핵 이후 생성 합의가 없었던 시기의 경로와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2010년대에 이르러 민주주의지수가 굉장히 높아진 반면 출산율, 성평등 지수, 자살률 같은 사회적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지수들은 곤두박질쳐왔습니다. 한국에 이런 문제가 지속되는 이유는 전쟁정치가 계속되기 때문이에요. 이념이 다른 세력은 절멸시켜야 한다는 식의 정치형태이기 때문에 연합을 만들거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왔다는 거죠.

유권자들이 선거 때 찍을 수 있는 대안 집합을 구성하는 것은 정당들의 역할이란 말이에요. 그 대안의 집합을 구성하는 방법에 대해 시민사회 쪽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선거법 개정이나 위성정당 문제도 정치권에 모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개입할 여지가 있어야 하고요

한국사회 자체를 완전히 재건해야 하는 상황이죠. 이 재건을 어느 정도 규모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은 아무것도 없어요. 엄청난 지구적 변화나 생태계적 전환 앞에서 모든 인류의 생존을 걸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기존 시스템을 어떻게 해체하고 새로 만들어낼 것인가. 이제까지 한번도 당면해보지 못한 가장 거대한 수준의 담론 논쟁을 해야 할 겁니다.

살림은 사람과 지구를 함께 살리자는 것이니 기후위기 의제와 다른 사회개혁의 연결고리가 되고, 돌봄은 페미니즘을 사회개혁과 연결하는 의제입니다. 살림과 돌봄을 모두 연결하여 복합위기의 해결책으로 제시할 수도 있고요. 한반도평화 문제에 관해서는 왜 민주당이 반국가세력으로 몰리면서도 평화 이니셔티브를 계속 외면하고 뭉개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구호를 내걸고 진보정당들에 삼고초려 하며 정책연합이든 정치연합이든 호소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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