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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정신
샤를 드 몽테스키외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5월
평점 :
<법의 정신>은 몽테스키외가 저술한 법과 관련한 책이다.
일반에는 최초로 삼권분립을 주장한 책으로 미국 연방헌법제정과 그대 법치국가의 정치 이론에 깊은 영향을 준 명저로 알려져 있다.(출판사 소개글)
몽테스키외에는 이 책 서두에서 공화정체와 군주정체, 전제정체로 체제를 크게 구분한다. 이후 본문에서 각 정체(政體)의 원리, 법과 국가 조직과의 관계, 법과 국가을 이루는 요소(풍토성, 노예제, 토질, 국민 정신 등)과의 관계, 법과 상업, 종교 등과의 관계와 지난 유럽의 역사를 살펴보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법의 정신> 여러 내용 중 몽테스키외가 생각하는 이상 정체(政體)와 삼권분립(三權分立)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이번 리뷰를 작성해본다.
1. 몽테스키외에게는 민주정치가 최상의 정치다.
플라톤은 철인(哲人)에 의한 정체, 아리스토텔레스는 귀족정체, 과두정체, 민주정체의 '혼합된 정체'를 이상적인 정체로 생각했다. 반면, 몽테스키외는 민주정치를 최상의 정치로 생각한다.
'정체에는 세 종류가 있다. 공화정체와 군주정체, 전제정체가 그것이다.'(p29)
몽테스키외는 자연법에 근거한 유럽의 법체계가 다른 문명과 차별화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럽 문명이 다른 문명보다 전제적이지 않은 이유는 바로 기독교 때문이다.
'기독교는 순수한 전제정체와 거리가 멀다. 복음서가 힘주어 역설하는 온화함이 군주가 신하에게 벌을 내리거나 잔인한 행위를 저지를 때의 전제적 분노와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이다... 이슬람교국 군주들이 끊임없이 죽이고 죽는 동안 기독교인 사이에서는 종교가 군주를 덜 비겁하게, 따라서 덜 잔혹하게 만든다... 에티오피아에서 제국의 광대함과 풍토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전제 정체가 확립되는 것을 방해하고 아프리카 한복판에 유럽의 풍속과 법을 이식시킨 것은 기독교다...기독교 덕분에 통치에는 어떤 정비법이, 전쟁에는 어떤 만민법이 주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p286)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게 태어났으므로 노예제가 어떤 나라에서는 자연적 이유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자연에 어긋난다. 그리고 그런 나라를, 다행히도 그런 제도가 이미 폐지된 유럽처럼 자연적 이유로 그것을 거부하는 나라와 분명하게 구별하지 않으면 안된다.'(p171)
몽테스키외에 따르면 민주정치는 '덕성'이 필요한 정체이고, 덕성은 '사랑의 고취'가 중요하다. 그리고, 민주정체에 있어 교육은 '사랑의 고취'를 하는 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된다. 결국, 몽테스키외에 따르면 '사랑'을 바탕으로 한 정체가 가장 우수한 정체이고, 기독교가 이러한 사랑을 잘 나타내기 때문에, 기독교를 일찍부터 받아들인 유럽문명은 다른 문명과 달리 민주정체가 발달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요약된다.
군주정체에서는 법의 힘이, 전제정체에서는 항상 높이 들어 올린 군주의 팔이 모든 것을 처리하거나 억제한다. 그러나 민중국가에서는 앞의 두 정체와 달리 "덕성(德性)"이라는 원동력이 더 필요하다.(p45)... 공화정체에서는 교육이 갖는 힘을 전부 다 발휘할 필요가 있다... 공화정체에서는 모든 것이 이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느냐 못 불러일으키느냐에 좌우되며, 교육은 이 사랑의 감정을 고취하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p59)
위와 같은 몽테스키외의 주장은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연상시킨다. 다른 문명에 대한 바른 이해 없이 이루어진 비판은 그의 주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생각된다.<孟子>에 나타난 민본(民本)사상을 비롯한 여러 문명권에서 인간평등사상이 언급되고 제도가 정착되었다는 점등을 비춰볼 때 그의 주장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다.
2. 삼권분립 : 국가의 세 가지 권력 형태(영국의 국가 조직)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에서 삼권분립과 관련된 내용은 영국의 국가 조직을 설명한 부분에서 언급된다. <법의 정신>은 입법권, 재판권, 국가 집행권으로 분류되는 권력의 세 가지 종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각 국가에는 세 종류의 권력이 있다. 입법권, 만민법에 속하는 것들의 집행권, 그리고 민법에 속하는 것들의 집행권이다. 첫 번째 권력을 통해 군주나 행정관은 일시적이거나 항구적인 법률을 제정하고, 또 이미 정해진 법률을 수정하거나 폐지한다. 두 번째 권력을 통해 그는 평화를 이룩하거나 전쟁을 하고, 대사(大使)를 교환하고, 안전을 보장하고, 침략을 예방한다. 세 번째 권력을 통해 그는 죄를 처벌하고, 개인들의 분쟁을 심판한다. 우리는 세 번째 것을 재판권이라 부르고, 다른 하나는 그냥 국가 집행권이라 부른다.'(p133)
가. 사법권
몽테스키외의 삼권 분립의 핵심은 '사법권의 독립'이다. 재판권이 분리되지 않고 입법권과 집행권과 결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재판권이 입법권과 집행권에서 분리되어 있지 않을 때에도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재판권이 입법권에 결합되어 있다면 시민의 생명과 자유에 대한 권력은 자의적일 것이다. 왜냐하면 재판관이 곧 입법자일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재판권이 집행권과 결합되어 있다면 재판관은 압제자의 힘을 갖제 될 것이다.'(p133)
나. 입법권
몽테스키외는 입법권과 집행권(행정권)을 서로 상이한 성격의 권력으로 해석한다. <법의 정신>에서 입법권과 관련한 중요한 내용은 '대의 민주 정치(입법권)'이다. 몽테스키외가 주장한 '투표에 의한 대표자 선출'은 고대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와도, 오늘날의 투표제도와도 차이가 있다. 대표자를 선출한다는 측면에서는 고대 그리스 민주정치와 차이가 있지만, 투표권의 부여를 신분에 따라 차별을 두자는 그의 주장은 오늘날의 선거와도 차이가 있다.
'자유국가에서는 자유스러운 영혼을 가졌다고 간주되는 모든 인간이 스스로에 의해 통치되어야 하므로 집단을 이룬 국민이 입법권을 소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큰 나라에서는 아예 불가능하고 작은 나라에서도 상당한 불편을 일으키므로 국민은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을 대표자를 통해서 해야만 한다.(p135)... 모든 시민은 각자 자신의 선거구에서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투표권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거기서 자기 자신의 의사를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여겨질 만큼 지위가 낮은 사람을 제외된다....'
다. 집행권(행정권)
몽테스키외는 집행권(행정권)의 행사는 입법권과는 다르게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군주에 의해 실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의 대통령제도와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몽테스키외는 삼권분립을 주장하면서도 집행권 행사에 대한 입법권의 견제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전제적인 성격의 집행권'을 연상하게 된다.
'집행권은 군주의 수중에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통치의 이 부분은 거의 항상 순간적 행동을 필요로 해서 여러 사람보다는 한 사람에 의해 더 잘 처리되기 때문이다.(p136).. 로마 호민관들의 권력은 입법뿐만 아니라 집행까지도 저지했다는 점에서 결함이 있었다. 그래서 많은 피해가 야기 되었다.'
'한편 자유국가에서 입법권은 집행권을 저지하는 기능을 가져서는 안 되지만, 그것이 만들어낸 법이 어떤 방법으로 집행되고 있는지를 심의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또 이 같은 권리를 가져야만 한다. 하지만, 어떤 심의에서든 입법부는 집행자의 일신을, 따라서 그의 행위를 재판하는 권리를 가져서는 안 된다.'(p138)
결국, 몽테스키외의 삼권 분립 사상은 위와 같이 권력의 견제와 각 권력의 독립성 문제로 정리되는 것 같다. <법의 정신>의 의의는 권력의 분립과 상호 견제라는 측면에서 오늘날 민주주의의 뼈대를 갖추는데 기여했다는 점이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그의 주장 모두가 다 오늘날의 민주주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에는 항상 출생과 재산 또는 명예로 따져보아 뛰어난 사람들이 있다. 만약 그들이 국민 속으로 흡수되거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한 표 밖에 갖지 못한다면, 모두가 똑같이 누리는 자유가 그들에게는 노예제가 될 것이고, 그들은 그 자유를 지키는데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입법에 참여하는 비율은 그들이 나라 안에서 갖는 다른 이점과 비례해야 한다.'(p136)
투표의 4원칙 중 보통선거(연령 이외의 다른 제한 금지)와 평등선거(1인 1투표권)의 원칙은 몽테스키외의 이론과 충돌한다는 점에서 현대 민주주의와 차이가 있지만, 최근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세대간 갈등과 이로 인해 새롭게 주창되고 있는 투표권 제한 문제는 몽테스키외가 <법의 정신>에서 제기했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관련기사) 영국의 노인 투표권 제한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7/06/0200000000AKR20160706070200009.HTML
또한, 최근 청문회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대법원장 사찰 문제 등을 돌아보면서, 사법권의 독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던 중 '탄핵(彈劾)'과 관련한 내용이 있어 여기에 옮겨 본다.
특히 절제와 신중을 필요로 하는 탄핵
'마술이나 이단을 기소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중요한 원칙이다. 이 두 가지 법죄에 대한 기소는 만일 입법자가 그것을 제한할 줄 모른다면 자유를 크게 침해하고 무한한 폭정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직접적으로 시민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시민의 성격에 관해 품고 있는 관념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의 무지에 비례해 위험한 것이 될 수도 있다(p146)... 나는 절대 이단을 처벌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단을 처벌하는 일에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말이다.(p147)'
PS. cyrus님 덕분에 좋은 책을 읽게 되어 감사합니다.^^: 요즘 건강이 안 좋으신 듯한데, 몸조리 잘 하셔서 행복한 크리스마스와 연말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