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1 : 476 ~1000」은 움베르트 에코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중세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작품이다.
헤룰리족의 족장 오도아케르에의해 서로마의 로물루스 아우구스툴루스 황제가 폐위된 기원후 476년부터 이슬람의 침입에 서유럽이 반격을 준비하던 1000년까지의 시간에 지금의 유럽지역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움베르트 에코는 ˝야만인, 그리스도교도, 이슬람교도의 시대˝라고 이름 붙였다.
책은 역사, 정치, 경제, 철학, 과학과 기술, 연금술과 화학, 문학과 연극, 시각예술, 음악 등 중세 유럽의 모든 문화와 같은 시대의 다른 문화와의 교류 등을 포괄한다. 사실상 문화사 전반에 해당하는 매우 넓은 범위를 다루고 있다. ( 지금까지 적은 것이 대목차 제목일 정도로 다루는 분야가 넓다.)
또한, 당시 각 분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인물과 이론, 문화등은 거의 모두 거론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세에 관해 많은 자료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중세에 대해 익숙한 그림을 머리에 그리지 못한다면 페이지 넘기는 것에 부담을 느끼게 되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너무 친절하게 세세히 중세 476년부터 1000년까지의 서술을 하기에 초보자로서 핵심을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처음부터 끝까지 단일화성으로 연주되는 음악같은 느낌 또는 책 자체가 ‘그레고리안 성가‘같다고 느껴진다.
양은 1000페이지를 상회하지만, 다루는 시간과 내용적 범위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짧다고 생각된다. 이 책이 600여년의 시간 동안의 한 문명의 문화사를 다룬다 점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90년대 ˝한국을 빛낸 103명의 위인˝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단군부터 시작해 현대사까지 역사인물을 나열한 노래로 매우 길었던 곡으로 기억된다. 그렇지만. 그 노래에 나오는 인물들이 한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그 노래는 매우 짧게 한국사를 소개한 노래라할 수 있겠다. 마찬가지로 이 책을 읽을 때 어느 정도 목적을 가지지 않는다면 마치 그 노래를 듣는 듯한 느낌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움베르트 에코는 중세를 ‘어둠의 시대‘로 규정하지 않는다. 21세기에 이루어진 많은 산물들의 뿌리가 중세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제시한다. 또한, 중세가 희망의시기일 수 있는 근거로 동시대에 이루어진 다른 문명권의 성과를 제시하면서 유럽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려는 모습도 보여준다. 비록 이 책 대부분이 유럽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한계가 있지만.
그러한 큰 틀에서 넓게 중세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라 생각된다.
이번 리뷰는 전체 내용을 요약하지 않았다. 백과사전을 내용적으로 요약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인데, 대신 책 뒤에 부록 사진을 첨부하며 마치고자 한다.
최종적으로 이 책은 독립된 책으로서 가치를 가지기보다 교양차원에서 깊이 있는 중세 공부를 위한 좋은 참고서 또는 백과사전이라 생각된다.「중세」시리즈는
최소한 공동저자인 움베르토 에코 자신의 작품 「장미의 이름」,「바우돌리오」등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 대한 훌륭한 주해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