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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원론 - 가 - 평면기하
유클리드 지음, 이무현 옮김 / 교우사(교재) / 199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기하학 원론-가>는 유클리드의 <원론Στοιχε?α, 스토이케이아, Elements of Geometry>중 1권부터 4권까지의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가'에 해당하는 내용은 1권 직선/ 각/ 삼각형, 2권 도형의 넓이, 3권 원, 4권 정다각형의 원을 주제로 논의를 확장시켜 나간다.
<원론>은 앞 뒤의 내용이 체계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각권의 처음은 '뜻매김', '공리', '상식'을 통해 증명을 위한 기본사항을 약속한다. 각 권의 시작에 '뜻매김(정의)'를 통해 이름을 짓고, '공리'를 통해 사실로 받아들여야할 사항을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상식'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사항들이며, 이들은 증명을 위한 기본 사항이다.
이러한 기본 사항에 동의한 후 우리는 '도형의 작도'를 통해 본격적인 '법칙'을 증명하게 된다. 매 문제 단위로 법칙을 증명하면, 다음 법칙 증명 시 전에 입증한 법칙이 또다른 '상식'으로 다음 증명에 활용된다. 우리가 몰랐던 사실들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직선에서 정다각형으로 우리의 '앎'이 나가는 과정이 책의 목차(Index)다. 그래서, <기하학 원론>의 유기적 구성 자체에서 '건축물'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102/pimg_7026411871515492.jpg)
[그림1] 가우디 건축물 (사진출처 : http://blog.daum.net/whitebooks/6039889)
각 법칙을 증명할 때 사용하는 기본 패턴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서, 삼각형의 닮음을 증명할 때는 일단 임의의 점(點)선정, 평행한 선분, 선분의 연장, 내접 또는 외접하는 원을 그려서 증명하는 방식을 취한다. 대부분의 증명방식은 이러한 방식으로 활용하여 증명을 하는데, 사실 내용은 우리가 이미 배운 삼각형의 합동 조건인 SSS합동, SAS합동, ASA합동을 활용한 것이기에 크게 생소하지 않다. 작도를 통한 직접 증명이 어려운 경우에는 '귀류법'을 통해 결론이 모순됨을 보여서 그 역(易)이 성립함을 증명하는 간접증명 방식으로 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수학책을 읽는 것을 어렵게 느낀다. 사실,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알려고 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익힌다는 생각을 해야하는 것이 수학에 좀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는 <논어>, <순수이성비판> 등을 한 번 읽고 내려놓지 않는다. <원론> 역시 이처럼 여러 번 읽는다면 크게 어려운 내용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문학책을 읽듯이 여러 차례 부담없이 읽는다면 '기하학적인 사고'를 읽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 전에 반드시 문제를 풀면서 나가겠다는 부담을 가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험생이 아니라면, 모든 문제를 증명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받아들일 수 있는 사항만 받아들이면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이렇게 생각했구나.'하면서 친근하게 접근한다면 어느새 그들에게 동화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수학적 학습법이 궁금하다면 플라톤의 <메논>을 추천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누가 또 알겠는가. 수학에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할지.
다른 사람들은 카페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서 게임하는 동안, 가방에서 '컴파스'와 '자'를 꺼내서 취미로 수학문제를 푸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도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쓰고나서 생각해보니, 주변에서 이상하게 볼 수도 있겠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102/pimg_7026411871515493.jpg)
[그림2 ] 자와 컴파스 ( 사진출처 : http://smart.science.go.kr/scienceSubject/maths/view.action?menuCd=DOM_000000101001006000&subject_sid=286)
PS1. 스피노자의 <에티카>가 어려웠다면, 유클리드의 <원론>부터 훑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된다. <에티카>는 마치 <원론>의 인문학적으로 패러디한 느낌이 기 때문에 그 차이를 알면 은근히 재밌다. <원론>의 기본구조를 빼다 박은 구조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마치 말기암환자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처럼 <에티카>를 열어보자마자 덮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경험담이다..ㅜㅜ)
PS2. <원론>은 수학책임에도 페이지와 법칙의 순서를 표시하는 곳 이외에는 숫자가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숫자알레르기가 있어서 수학책 못보시겠다는 분들은 이러한 말씀을 이 책에서는 못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