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인 아내의 얼굴이 어둡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학교에 다니는 스리랑카 아이가 이제는 더이상 학교에 못 온다고 합니다. 이 친구는 우리 딸 아이와도 친하게 지냈기에 저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이유를 물어보니 우리나라에서 불법체류자인 아버지가 단속에 걸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구금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얼마 뒤에는 스리랑카로 가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딸 아이가 친언니처럼 따르고, 그 아이도 딸아이를 친동생처럼 아끼던 사이라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아직 딸아이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조만간 알게 되겠지요.마음이 무거워진 것을 느꼈을 때 국민학교 때 읽었던 「그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가 생각났습니다.당시에는 ABE전집에 수록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머니는 마녀가 아니에요」와 함께 가장 슬펐던 작품이었습니다.같은 독일인이었고 친구였지만 나치 독일 하에서 `유대인-비유대인`으로 나뉘게된 비극을 다룬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도 같은 학교를 다니며 친하게 지내던 딸아이와 언니가 원치 않게 떨어져야하는 상황이 벌써 30년 전의 이 책을 기억에서 소환시킨 것 같습니다. 1930년대의 국가사회주의 독일 제3제국과 2010년대 우리나라 현 상황이 같지 않겠지요. 불법체류 역시 법을 어긴 것이니 이에 대해 말하고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국적과 관계없이 웃고 놀던 아이들의 얼굴이 어두워질 것만을 생각하면 작품과 현실 둘 다 비극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