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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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신>은 리처드 도킨스가 쓴 종교(특히, 유일신 또는 인격신을 믿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에 대한 비판이 담긴 책이다. 무신론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이 책에서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는 여러 논증을 통해 신(神)은 존재하지 않으며, 종교가 우리 삶에 미친 여러 부정적인 영향을 제시하면서 자신이 무신론자인 이유를 밝히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톨릭 신자인 나는 이 책을 편치 않은 마음으로 읽었다.

 리처드 도킨스가 제일 공격하는 대상이 내가 믿고 있는 가톨릭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가톨릭을 공격하는 그의 논증에 대해 (특히, 종교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부분) 크게 반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큰 틀에서는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종교의 부정적인 영향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종교인으로서 다시 생각할 부분 역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여러 생각을 하면서 <만들어진 신>을 미묘한 심정으로 읽었다. 이 책에 제기된 도킨스의 주장과 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 본다. 


리처드 도킨스가 주장하는 내용 중 하나는 신(神) 가설의 불필요성이다. 


신(神)을 배제하고도 세상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신(神) 가설은 불필요하다(p74)는 수학자 라플라스와  리처드 도킨스는 같은 입장에 서 있다. 도킨스는 이 책에서 신의 존재에 대해 철저히 과학자적인 입장에서 접근을 한다. 

일반적으로 과학적 모형을 세울 때, 종속변수(y)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모형식 내에서 변수(x)로 놓고. 그 외의 요인을 상수(constant)로 놓는 과정을 통해 일반 모형 가설을 세우게 된다. 이후 여러 실험을 통해 탈락변수와 투입변수 조정 등을 통해 최종 모형을 결정한다. 이와 같은 절차에 익숙한 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관점에서 신(神)은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될 수 없다. 그 결과 도킨스는 '신은 없다'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의 주장은 뒷받침하기 위해 그는 신학자들의 논증과 성경등의 내용을 근거로 비판한다. 


그러한 비판의 일례로 도킨스는 신(神)의 존재 증명을 한 중세 스콜라 철학자인 안셀무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존재 증명을 진정한 증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p127). 그의 논증은 논리적이지만, 스콜라 철학의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면에서는 다소 가혹한 면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 도킨스가 말한 토마스 아퀴나스의 '다섯 가지 길'을 잠시 살펴보자. 토마스 아퀴나스의 ' 신 존재 증명'은 <신학대전>제 1부, 제2문제, 제3절에 제시된다. (박승찬, <토마스 아퀴나스>, 도서출판 새길, 2012, p54) 


'그러나, 다섯 가지 길의 어느 하나에도 "그러므로 신은 존재한다." 또는 "이렇게

신이 존재하는 것은 증명되었다."라는 결론은 진술되어 있지 않다. 맺은말은 모두 "이것이 만인이 신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만인은 신으로 부르고 있다.", "이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와 같이 논증의 결론에는 어울리지 않는 애매한 말로 구성되어 있다.' (이나가키 료스케, <토마스 아퀴나스 신학대전 새로 알기>, 가톨릭 출판사 ,2013 , p50)


안셀무스나 아퀴나스가 살던 시기에는 서방 세계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다 기독교인들이었다. 스콜라 철학자들은 이미 신들의 존재를 믿는 사람을 대상으로 굳이 신(神) 존재를 증명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우리 인식 저편의 대상을 신(神)이라고 지정만해도 사람들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이처럼 스콜라 철학자들의 '신 존재 증명'은 무신론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객관적인 틀에서는 부족함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나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하에서 행해진 그들의 논증을 우리는 '과학적 증명'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들의 '인식 구조'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중세 스콜라 철학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없는 도킨스의 비판은 지나친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 대한 도킨스의 몰이해는 <성경>에 대한 내용 비판과도 맞닿아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또 다른 주장 중 하나는 '종교의 부정적 영향'이다.


도킨스는 이 책에서 '종교'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상대적으로 소수자들에게 행해지는 여러 폭력(동성애자, 여성, 아동 등)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리고,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진 이러한 폭력에 반대하면서 자신이 무신론자임을 설명하고 있다. <성경>의 내용, 광신도 집단(히틀러, 빈 라덴 등)의 해악과 여러 사회 현상에 대한 교회 입장 비판에 이르기까지 도킨스는 날카롭게 공격한다. 가톨릭 신자로서 그가 제시한 논거가 사실이기 때문에 매우 아프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와 동시에 도킨스가 가톨릭 교회를 비롯한 종교의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 역시 든다. '종교'의 긍정적인 면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는 거의 논의하지 않는 것은 도킨스의  글이 편파적이라는 한계를 느끼게 한다.


<만들어진 신>은 종교가 있는 사람들, 특히 기독교 신자들에게는 불편함을 주는 책이다. 그러한 불편함을 가장 잘 표현한 구절은 아마 아래 문장이 아닌가 생각된다.


'<구약성서>의 신은 모든 소설을 통틀어 가장 불쾌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p50) 


 이처럼 책 곳곳에 나타난 그의 기독교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 책에서 그가 제시한 내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도킨스가 비판한 해당 성경 구절은 실제로 본문에 있는 내용들이며, 그런 면에서 객관적이다. 다만, 도킨스와 교회(敎會)의 <성경> 구절에 대한 해석(解釋)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종교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이 아닌 사실에 근거한 그의 비판이 대중들의 호응을 끌어낸 원동력이 되었으리라.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그의 무신론적인 입장이 담긴 <만들어진 신>이라는 이 책을 무조건 비판하며 거부하기보다는 '종교의 문제점'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각자가 자성(自省)의 계기를 통해 도킨스가 말한 부정적인 면을 극복해 간다면, 도킨스가 말한 밈(meme)의 형태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더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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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 2016-10-04 16: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명한 책!

겨울호랑이 2016-10-04 19:53   좋아요 0 | URL
^^: Theodora님의 굵고 짧은 리뷰 감사합니다 ㅋ

북프리쿠키 2016-10-04 17: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톨릭 신자의 입장에서
이 책을 통해
종교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는
점만으로도

겨울호랑이님은
존중받아
마땅하십니다^^;

무신론자인 저도
쉽게 꺼내지 못한
내용이니까요!!


겨울호랑이 2016-10-04 17:23   좋아요 2 | URL
안녕하세요? 북프리쿠키님 과찬이십니다^^: 뼈아픈 부분도 있지만 직시할 부분도 많더는 것을 다른 분들도 많이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4 1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개인적으로 이 책 그냥 에세이로 한 10페이지 정도면 좋았을 것을 너무 분량이 많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겨울호랑이 2016-10-04 17:3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곰곰생각하는발님. 네 내용을 논문처럼 세세하게 풀어 양이 많은감이 있더군요^^ 감사합니다

yureka01 2016-10-04 17: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수천국 불신지옥 같은 매몰된 종교는 신념의 비극이더군요...믿음이 부정될 이유는 없지만, 그로 인해서 불행해지는 모든 경우에 반대하고 싶더군요.

겨울호랑이 2016-10-04 19:23   좋아요 2 | URL
동감입니다 유레카님 극단적인 신앙은 여러 갈등의 원인아 되는 것 같습니다..

cyrus 2016-10-04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안 읽은 대신에 리뷰만 보고 있습니다. 간접 독서인 셈이죠.. ^^;;

겨울호랑이 2016-10-04 18:51   좋아요 0 | URL
주제가 워낙 뻔해서 리뷰만으로도 내용 파악이 될 것 같긴 합니다 ㅋ 저도 그럴걸 그랬어요

2016-10-04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4 1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