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읽고 있었던 `3대 만화책`이 있었다.「베르세르크」, 「유리 가면」, 「파이브 스타 스토리」가 그들이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여러 이유로 미완결 상태인 작품들이다.
「유리가면」은 아내가 어린 시절부터 읽은 작품으로 애장판, 소장판 등 여러 이름으로 최근까지 총 47권까지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최근까지 미완결된 작품으로 알고 있다. 작가가 사망했다는 유언비어도 돌고 있어 새로운 작품이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팬들을 기다리게 하는 작품으로 알려뎌 있다.
「베르세르크」도 워낙 대작이고 새로운 작품이 나오기까지 시간도 많이 소요되어 지난 2000년 추석 즈음부터 손을 놓은 작품이다. 이 두 작품이 신간 출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악명 높지만, 단연 최고는 「Five star stories」라 생각한다.
1권이 나온 것이 1988년(일본판 기준)이니 거의 30년이 다되어 간다. 그럼에도 최초 구상에서 절반도 안 되는 진도를 보이고 있고, 그나마 작가가 최근 모든 구상을 뒤집었다고 하니 내 평생 완결을 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작품이다.
내가 이 작품에 대해 처음 접한 것은 1995년 여름 훈련소였다. 그 해 여름은 클론과 BB라는 그룹이 인기가 있었던 시절이었다.(당시를 기억하시는 분은 아마 아실 것이다.) 당시 친구에게 스케일이 다른 만화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1권 만화 중 절반이 시대적 상황 설명으로 모든 스토리에 대한 구상이 끝난 계획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개 보병의 소총에까지 세세한 묘사를 한 `전대미문의 작품`, `공부를 해야 읽을 수 있는 만화책`이라는 극찬과 함께 나는 이 만화를 알게 되었다.
이 만화는 당시 나에게 충격이었다.
만화에 구현된 과학 기술의 수준은 `기동전사 건담`을 능가하는 것이었고, 등장인물에 부여된 신격은 전례없는 것이었다. 주인공이 `아마테라스 오오노카미`라는 일본 최고신에 `아트로포스`,`클로소`, `라키시스` 운명의 3여신 등 그리스 신화의 결합은 작품에 품격을 더해주었고, 이 작품은 어린 나에게 큰 기대를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는 제대를 했고, 직장 새내기에서 다시 직장을 옮기기까지 10년의 시간 동안 모두 12권의 책이 나왔다.
처음에 기대를 가지고 작품을 접했을 때의 기대는 내가 청년에서 중년으로 들어서는만큼의 시간속에서 많이 사그라진 것 같다.
독자의 기대를 사그라들게 한 30여년의 시간은 작가의 열정 또한 빼앗아간 듯하다.
작가의 새로운 구상에 대한 소식을 최근 접하고 소장해 두었던 12권을 꺼내 보았다. 지난 10여년의 시간을 돌아보면서 12권의 책을 다시 보니, 책의 느낌과 당시의 추억이 떠오른다. 또한, `나는 큰 사랑을 가지고 작품을 기다려왔는데 작가에게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구나.`하는 작은 배신감(?)도 느꼈다. 첫 사랑의 아련함과 같은..
「파이브 스타 스토리」를 통해 작품은 작가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비록 작가는 과거의 스토리를 부정하고 새롭게 작품을 구상하지만, 독자들의 마음속의 내용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을 생각하며 어린 시절 추억의 책을 덮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