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저서를 토대로 그의 철학을 정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그의 철학이 안고 있는 수많은 내부적인 모순과 변화무쌍한 전개를 집필 시기에 따라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플라톤은 이러한 방식을 상당히 경계했던 철학자다. 그가 탐구했던 것은 오히려 아름다움이나 선, 정의, 단일성이나 다양성과 같은 수학적인 개념과 보편적인 언어였다.

플라톤의 철학은 인간의 행위나 사유, 존재의 영역을 높거나 낮은 두 단계로 양극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탄생한 것이 ‘존재와 변화’, ‘하나와 다중’, ‘영원과 시간’, ‘참과 거짓’, ‘학문과 견해’, ‘선과 악’ 같은 대조적인 개념들이다.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이상적이면서 일반적인 삼각형뿐이다. 이상적인 삼각형은 항상 삼각형 자체와 일치하며 시간이 흐르고 공간이 바뀌어도 변화를 모른다. 아울러 이를 토대로 하는 공식들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주관적 의지에 좌우되지 않는다.

묘사와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문장 속에 사용된 표현들이 일차적으로 지시하는 이상적 실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플라톤이 상대주의와 거리가 먼 의미 체제를 안정적으로 확립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었다. 여기서 플라톤주의의 가장 중요한 특징들 중에 하나가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즉 담론과 지식의 안정성은 이들이 다루는 대상의 안정성에 좌우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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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정신 2 나남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441
샤를 드 몽테스키외 지음, 진인혜 옮김 / 나남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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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토, 종교, 법, 통치 규범, 과거 사례, 풍속, 생활양식과 같은 여러 가지가 인간을 지배한다. 그로 인해 그런 것들로부터 유래하는 일반 정신이 형성된다. 각 국민에게 이런 원인 중 어떤 하나가 더 강하게 작용하면 다른 원인들을 그만큼 약해진다. 자연과 풍토는 미개인을 지배하는 거의 유일한 것이다. 생활양식은 중국인을 지배하고, 법은 일본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_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3-2> , p136


 뒤이어 샤를 드 몽테스키외 (Montesquieu Charles Louis de Secondat, 1689~1755)는 <법의 정신 De l'esprit des lois 3-2>에서 풍토에 따른 민족들의 서로 다른 기질이 생겨남을 말한다. 이로부터 다양한 민족성이 설명되며 민족마다 다양한 법(法)의 형태가 가능해진다. 각자의 풍토와 민족에 맞는 정체가 성립되지만, 그러한 법과 정체가 저마다 최적의 상태라고 볼 수는 없다. 때문에, 서로 다른 상황에서 야만 상태에서는 전제정이, 문명 상태에서는 공화정이 자리잡지만 체제의 유지를 위한 여러 방안이 마련되고 구성원들은 이로부터 노예 상태 혹은 자유를 체감하게 된다.


 풍토로 인한 게으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 없이 생활하는 모든 수단을 법을 통해 없애도록 애써야 한다. 그러나 유럽의 남부 지방에서는 법이 정반대의 일을 한다. 즉, 법은 아무 일도 안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사변적 생활에 알맞은 지위를 부여하고 거기에 막대한 부를 결부시킨다. _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3-2> , p28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태어나므로, 노예제는 자연에 어긋난다고 말해야 한다. 비록 어느 지역에서는 노예제가 자연적인 이유에 토대를 두고 있더라도 말이다(p49)... 아마도 이 지구상에 자유인에게 노동을 촉구할 수 없는 풍토는 없을 것이다. 법이 잘못 만들어졌기 때문에 게으른 사람들이 생기게 되었고, 그들이 게을렀기 때문에 그들을 노예로 만든 것이다. _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3-2> , p51


 풍토가 민족의 정체를 규정한다면, 문명국 사이의 평화상태를 유지하게 만드는 것은 상업이다. 후대의 칸트( Immanuel Kant,, 1724~1804)의 영구평화론 에 앞서 몽테스키외는 자유로운 상업이 평화를 가져온다고 바라본다.


 상업은 평화로 이끄는 효과가 있다. 함께 교역하는 두 국민은 서로 의존하게 된다. 한쪽이 사는 것으로 이익을 얻는다면, 다른 쪽은 파는 것으로 이익을 얻는다. 모든 연합은 서로의 욕구에 토대를 둔 것이다... 상업 정신은 사람들에게 정확한 공평성에 대한 감각을 초래하는데, 이것은 한편으로는 약탈에 대립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도덕적 덕성과도 대립한다. _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3-2> , p172


 다만, 몽테스키외에게 상업은 국가 간의 평화만을 담보하는 장치가 아니다. 칸트가 자유로운 통상이 두 국가를 긴밀하게 연계하여 평화를 위한 인계철선으로 작동하고, 이로부터 무력사용의 불필요함으로 이어져 국가연합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면, 몽테스키외는 국가 간 통상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부(富)와 여기에 부과되는 세금(稅金)에 주목한다. 자유로운 통상으로부터 얻어지는 재원은 국가가 필요한 지출을 가능케 하며, 국가는 이로부터 인민의 고통을 경감시키고 공동체를 유지시킬 힘을 갖게 된다.


 통상이 있는 곳에는 관세가 있다. 통상의 목적은 국가를 위해 상품을 수출하고 수입하는 것이다. 관세의 목적은 역시 국가를 위한 것으로, 이 수출입에 대한 일정한 조세이다. 따라서 국가는 관세와 통상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고 그 두 가지가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때 사람들은 통상의 자유를 누리게 된다. _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3-2> , p182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3-2>에서는 서로 다른 풍토에서 만들어지는 민족정신과 법을 말하고, 야만과 문명국의 정체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자유로운 상업활동이 평화와 국가의 부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이야기된다. 다소 주제가 동떨어진 감이 있지만, <법의 정신>이 집필 준비에만 20여년의 시간이 소요된 오랜 기간을 두고 쓰여진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내용상의 어색함이 이해못할 수준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한 나라의 부는 많은 생업을 전제로 한다. 수많은 분야의 상업에는 항상 부진을 면치 못하는 분야가 있게 마련이고, 따라서 그 분야의 장인은 일시적 빈곤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바로 그때 국가는 인민의 고통을 막기 위해서든 인민이 반란을 일으키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든 신속한 구조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런 가난을 예방할 수 있는 자선시설 혹은 그에 상당하는 어떤 규정이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경우이다. _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3-2> , p344

아시아에서는 언제나 대제국을 볼 수 있었는데, 유럽에는 대제국이 결코 존속할 수 없었다. 그것은 우리가 아는 아시아가 더 넓은 평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는 바다에 의해 더 넓은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더 남쪽에 있으므로 샘이 더 쉽게 마르고 산이 눈으로 덮이는 경우도 더 적으며 물이 덜 불어나는 강은 그다지 큰 장벽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아시아에서는 권력이 항상 전제적일 수밖에 없다. - P94

자연은 모든 것을 고쳐준다... 우리를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라. 우리의 조심성 없는 품성은 우리의 악의 없는 본성과 결합하여, 우리의 사교적 기질을 방해하는 법들을 부적절한 것으로 만든다. - P137

오류에 빠질 수 있는 것은 국가의 채무를 나타내는 증권이 부(富)의 상징이라는 점이다. 그런 증권을 유지하며 몰락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부유한 국가뿐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몰락하지 않으려면, 그 국가가 다른 데에 커다란 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재난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재난에 대항하는 재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난이 이익이 된다고 말하는 것은 재원이 재난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 P289

국가의 인구가 특별한 사건, 전쟁, 페스트, 기근으로 감소할 때는 구제할 방법이 있다. 남은 사람들은 노동과 근면의 정신을 보존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그들은 불행을 만회하려고 애쓰고 재난 자체에 의해 더 근면해질 수 있다. 인구 감소가 오래전부터 내부의 악습과 악정에 의해 초래되는 경우는 거의 치유할 수 없는 병이다. 그런 경우 사람들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만성이 된 병으로 죽어갔다.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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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설립되면서 복수의 세계도 막을 내린다. 하지만 아테네가 세운 법의 세계에서 발표된 첫 번째 판결문은 오레스테스에게 무죄를 선포한다. 무죄 판결의 기준은 바로 여성들을 열등한 존재이자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로 바라보는 남성 우월주의라는 원칙이었다. "자식들을 생성하는 존재는 어머니가 아니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그저 그녀 안에 뿌려진 씨앗을 기른 모체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생성의 주체는 그녀를 수태케 한 아버지다." 이는 아폴론이 오레스테스를 변호하며 했던 말이다. 복수와 법률의 대립을 대체하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대립이 부각되었을 때 결국 우위를 점한 것은 아버지였다. 그런 식으로 오레스테스는 혐의에서 벗어난다.

언급이 필요한 또 한 가지 사실은 아테네 법이 아들과는 달리 딸을 법적 상속 대상에서 제외시켰다는 점이다. 딸들이 요구할 수 있는 유일한 재산은 혼인 지참금뿐이었다. 하지만 재산을 물려줄 아들이 없는 상태에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경우 딸이 비록 재산은 물려받을 수 없었지만 가문의 재산이 그녀의 자식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 주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여하튼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테네의 민주주의 역시 초기에는 ‘선택과 배제’의 이원론적인 원칙을 적용했다는 사실이다. 어떤 형태의 정권하에서든, 시민이 된다는 것은 특권을 누릴 수 있는 계층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했고 어딜 가든 특권 보유자들은 외부인이 특권 계층에 가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제한하려고 노력했다.
아테네 민주주의의 기반은 네 가지 원칙, 즉 (1) 평등, (2) 선거, (3) 보수, (4) 참여에 의해 구축되었다고 볼 수 있다.

패권을 장악한 아테네는 민주주의 체제를 선호함으로써 하나의 구체적인 정치적 방향을 제시했다(민주주의를 가장 우월한 정치체제로 간주했기 때문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국가들의 입장에서 가장 두려웠던 것은 델로스 동맹에서 탈퇴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이유, 즉 탈퇴가 아테네의 즉각적인 군사개입이라는 위협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정황 속에서 아테네는 장기간에 걸친 압력으로 낙소스(기원전 465년), 타소스(기원전 463년), 사모스(기원전 439년) 섬을 동맹군에 가담하도록 만들었고 그런 식으로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도 계속해서 승리를 거두었다. 페리클레스 시대의 광명은 이처럼 빛과는 정반대되는 어두운 측면들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모두 폭력적이고 냉소적인 제국주의의 특징이었다.

한편 그토록 잔혹한 전쟁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울러 스파르타의 보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귀족과 부자 들은 아테네를 정상적인 도시로 만드는 데 실패했고 중도적인 체제에 적응하는 데에도, 또 하나의 스파르타를 만드는 데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원인은 반민주주의 운동을 이끌던 아테네 귀족들의 나약함이었다고 볼 수 있다.

키레네학파와 키니코스학파는 소크라테스로부터 물려받은 행복이라는 주제와 훌륭한 삶이라는 주제를 상이한 방식으로, 하지만 모두 이론적이기보다는 양식적인 차원에서 발전시켰다. 아리스티포스는 쾌락주의를, 디오게네스는 반사회적인 고행주의를 발전시켰지만 이들의 자전적인 삶의 구축은 이들의 철학적 작업인 동시에 하나의 예술작품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들은 모두 도덕적 이상을 하나의 미학적 전략을 통해 표현했고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지혜를 이론화하는 대신 묘사하는 것으로 그쳤다.

판도라의 신화가 가진 가장 흥미로운 점은 판도라가 창조되는 과정이다. 성서의 이브와 달리 판도라는 남성의 신체 일부에서 탄생하지 않고 헤파이스토스에 의해 물과 흙으로 빚어졌다. 여기서 드러나는 남성과의 차이점은 단순히 다르다는 말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판도라는 타자성을 표상한다. 헤시오도스는 판도라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여성이라는 종족genos과 여성들만의 부족들phylai이 그녀에게서 유래"한다고 말한다. 여성은 남성 종족과 구별되는 ‘또 다른’ 종족이다. 헤시오도스는 모든 여성이 판도라의 후손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판도라의 여성은 남성의 기여 없이 자율적으로 번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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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은 쉬는 날. 레츠는 '첫 심부름'을 하기로 했다. 다섯 살인 아리사와 샤나는 엄마의 부탁으로 심부름을 했다. 레츠는 일곱 살이니까 시키지 않아도 심부름을 갈 수 있다. _ 히코 다나카, 요시타케 신스케, <레츠의 심부름> , p12

 


일곱 살 어린이 레츠는 부모님께서 TV를 보며 무심코 던진 말을 듣고 '스스로' 심부름을 나간다. 부모님 어느 누구도 부탁하지 않은 심부름. <레츠의 심부름>은 이렇게 스스로에게 심부름이라는 숙제를 내고 해결하는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바쁜 여름 방학 기간을 지나고 2학기 첫 독후감 시간. 연의가 고른 책은 <레츠의 심부름>이다. 오랫만의 독후감이라 쉬운 책으로 가볍게 몸을 풀고 가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연의가 쓴 독후감을 읽으니 7살 레츠의 생각과 행동이 귀엽게 보였나 보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나도 처음엔 그랬지'라는 문장을 보면, 아마도 예전 연의 자신의 모습을 레츠에게서 발견한 것 같아. 아빠는 <레츠의 심부름>을 읽으면서 레츠가 왜 심부름을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는지를 생각했어. TV를 보면서 다섯 살 아이가 심부름 하는 모습을 보며 기특하다고, 예쁘다고 칭찬해주는 엄마와 아빠의 말. 레츠가 듣고 싶었던 것은 엄마 아빠의 칭찬이 아니었을까.


 "쟤들, 엄마 아빠 흉내 내고 있어." 엄마 말에 아빠가 대꾸했다.

 "부모들이 하는 얘기를 들은 거지. 나도 조심해서 말해야겠군." 레츠도 한 마디 했다.

 "조심해서 들어야겠군." _ 히코 다나카, 요시타케 신스케, <레츠의 심부름> , p8


 그래서 아빠는 <레츠의 심부름>을 읽으면서 아빠는 연의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좋게 하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봤어. 너무 엄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연의가 잘 한 일에 아빠가 칭찬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는지 말이야. 필요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으면 레츠의 심부름이 엄마 아빠에게는 '가출'이 되었던 것처럼 서로 엇나가지 않을까.  


 다른 한 편으로 연의가 예전에 읽었던 <이슬이의 첫 심부름>도 떠올리게 되었어. 엄마 심부름으로 가게에 우유를 사러 간 다섯 살 이슬이 이야기. 거스름돈을 받아와야 했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심부름을 해야했던 이슬이 이야기와 책을 읽고 나서 엄마 신용카드로 심부름을 했던 연의 모습이 떠오르는 구나. 이제는 다 커서 용돈으로 알아서 가계부도 쓰는 나이까지 되었으니 아빠야말로 '연의가 그런 시절이 있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단다.


 예전에 아빠가 6학년 크리스마스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동시집을 사주시면서 동시 5개를 외우면 원하는 선물을 사주신다고 했었던 적이 있었어. 시집에서 시를 골랐는데, 아무래도 외우기 쉬운 짧거나 익숙한 시를 고르게 되더라. 그 중 하나가 <과수원 길>이었어.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얀 꽃 잎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타고 훨훨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 보며 생긋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옛날의 과수원길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얀 꽃 잎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타고 훨훨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 보며 생긋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옛날의 과수원길


 연의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이 시는 유명한 노래 가사이기도 했어. 덕분에 아빠는 시 1개는 쉽게(?) 노래에 맞춰 외우고 숙제를 할 수 있었어. 이 이야기를 왜 했느냐구? 흠, 연의가 고른 책을 보니 옛날 아빠의 <과수원 길>이 떠오르는구나. 그냥 그렇다구. 자,  그럼 이번 한 주도 활기차게 보내자!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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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3-09-04 2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우리가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던 시절이 있었는데

겨울호랑이 2023-09-04 22:01   좋아요 2 | URL
참 그리운 시절입니다...
 

도쿄전력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 1~4호기가 지진에 의해 손상을 입고", 쓰나미로 인해 비상용 전원이 손실됨으로써 냉각기능을 상실하였다. 이는 핵연료의 노심용해 (melt down)와 수소폭발을 잇달아 발생시켰고 다량의 방사성물질이 방출되어 광범위하게 비산 엄청난 사고로 이어졌다. 그에 따라 십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고향과 정든 집을 뒤로 하고 겨우옷만 걸친 상태로, 언제 보금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무런 전망도 없이 오랜 시간 피난생활을 강요받고 있다. 또 일본의 많은사람들이 방사능 피폭의 공포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방사선 장애가 나타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은 앞으로 몇 년이 지나도 불식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세대를 거쳐성실하게 일궈 온 논밭은 오염되고 방치되었다.  - P7

쓰나미 규모에 대한 예측 실패나 비상용 전원배치의 실수, 폐로(廢爐, decommissioning)에 따른경제적 손실을 두려워하여 바닷물 주입을 주저하는 바람에 사태를 악화시킨 것만이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본질적인 문제는 정권당(자민당)의 유력정치가와 엘리트 관료가 주도권(initiative)을 쥐고, 돈다발의 위력으로 현지 주민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지역사회의 공동성까지 파괴하며 죽자사자 원자력발전건설을 추진해 온 것 자체에 있다. - P10

이 시점에서 원자력발전(원자로 건설)의 진정한 목표는 에너지수요에 대한 대처보다는 오히려 핵기술 보유, 즉 마음만 먹으면핵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핵무기 잠재적 보유국으로서 일본을 만드는 것이었다. - P19

단적으로 말해 일본의 원자력 개발과 원자로 건설은 전후의 권력정치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기시에게 ‘평화적 이용‘이라는 단어는 갑옷 위에 덮어 입은 옷이었다.그런데 도조내각의 각료를 지냈고 A급 전범으로 체포되었던기시의 이 발언, 그리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입은 피해를 이야기하면서 동아시아 나라들에 대한 가해의 역사를 이야기하지않는 일본이, 기시의 발언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동아시아 민중은 어떻게 보고 있었을까? - P23

사카모토에게는 핵기술 특히 무기생산과 직결되는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이라는 민감기술(sensitive technology)의 보유는 국제적인 지위의 상징(status symbol)이었다. 경제적 합리성도 없고 기술적 전망도 보이지 않는데, 일본이 아직도 핵연료사이클을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 P35

잠재적 핵무기 보유국 상태를 유지하면서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결국 전후의 일본 지배층에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원자력산업 육성의 궁극적인 목적이며 원자력발전추진의 숨겨진 진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탈(脫)원자력발전·반(反)원자력발전은 동시에 탈 원자폭탄 · 반 원자폭탄이어야할 것이다. - P37

결국 원자력발전 플랜트는 그 거대한 구조와 복잡함 때문에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사고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이렇듯부주의로 인한 사소한 조작 실수나 순간적인 판단실수 또는 시공 과실이 겹쳐졌을 때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 P74

녹아내려 으깨어진 수 톤의 우라늄연료 덩어리는 당장 냉각에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랜 기간에 걸쳐 계속 차단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자원과 에너지가 들어가며 이는앞으로 일본인들의 어깨를 짓누를 것이다. 또 광범위한 토양오염이 발생했고 그 영향은 장기간 계속된다. 원자력발전에서 시행착오를 통한 발전이 용납되지 않는 이유이다. - P83

 군과 대기업의 결합은 현저하게 강화되어 이후 산군복합체(産軍複合體)라고 불리는 세력이 생겨나 사회적 영향력을 증대시켜 갔다. 그리고 전후의 미국금융자본에 의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슬로건으로 하는 핵산업의 글로벌한 전개 역시 국가 주도라는 의미에서 발전적 계승이었다. - P113

그러나 시장원리에 위임하였다면 수익성이나 리스크의 크기로 봐서 모두 기피하리라고 여겨지는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가와 전력회사의 이상할 정도로 두터운 보호는 약자보호의 반대에 서는 것으로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다. - P123

그러나 이상화된 상황에 적용된 핵물리학의 법칙에서 현실의 핵공업까지 거리는 극한적으로 크고 거대한 권력에 지탱하여 가능해진 것이고, 그 결과는 그때까지 우수한 장인이나 기술자가 경혐주의적으로 몸에 익혀 온 인간의 능력 (capacity) 허용범위의 최대치를 밟고 넘어섰다고 본다. - P125

언젠가 우라늄 자원도 고갈될 것이다. 그러나 그 사이에 지구의 대기와 해양 그리고 대지를 방사성물질로 오염시키고 수세대 수십 세대 후의 일본인들에게, 아니 인류에게 수만 년씩이나 독성을 잃지않는 대량의 폐기물과 사람이 근접할 수 없는 다수의 폐기된 원자로, 나아가 반경 수킬로미터에 걸쳐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는토양 등을 남길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다. 그러한 것을 후세에 떠넘기는 것은 단적으로 자손에 대한 범죄이다. - P130

일본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만 피폭당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태평양을 방사성물질로 오염시킨 세 번째 나라로 세계인에게 회자될 것이다. 또한 대기권에서 원폭실험을 한 미국이나 과거의 소련과 함께 대기 중에 방사성물질을 대량으로 방출한 나라의 일원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된 이상 전세계가 후쿠시마의 교훈을 공유해야 할 터이며, 사고의 경과와 책임을 포장하고 은폐하지 말아야 한다. 밝힐 것을 밝히고 더 나아가 솔선하여 탈 원전사회, 탈 원폭사회를 선언하고 그 모델을 세계에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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