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 1~4호기가 지진에 의해 손상을 입고", 쓰나미로 인해 비상용 전원이 손실됨으로써 냉각기능을 상실하였다. 이는 핵연료의 노심용해 (melt down)와 수소폭발을 잇달아 발생시켰고 다량의 방사성물질이 방출되어 광범위하게 비산 엄청난 사고로 이어졌다. 그에 따라 십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고향과 정든 집을 뒤로 하고 겨우옷만 걸친 상태로, 언제 보금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무런 전망도 없이 오랜 시간 피난생활을 강요받고 있다. 또 일본의 많은사람들이 방사능 피폭의 공포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방사선 장애가 나타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은 앞으로 몇 년이 지나도 불식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세대를 거쳐성실하게 일궈 온 논밭은 오염되고 방치되었다.  - P7

쓰나미 규모에 대한 예측 실패나 비상용 전원배치의 실수, 폐로(廢爐, decommissioning)에 따른경제적 손실을 두려워하여 바닷물 주입을 주저하는 바람에 사태를 악화시킨 것만이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본질적인 문제는 정권당(자민당)의 유력정치가와 엘리트 관료가 주도권(initiative)을 쥐고, 돈다발의 위력으로 현지 주민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지역사회의 공동성까지 파괴하며 죽자사자 원자력발전건설을 추진해 온 것 자체에 있다. - P10

이 시점에서 원자력발전(원자로 건설)의 진정한 목표는 에너지수요에 대한 대처보다는 오히려 핵기술 보유, 즉 마음만 먹으면핵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핵무기 잠재적 보유국으로서 일본을 만드는 것이었다. - P19

단적으로 말해 일본의 원자력 개발과 원자로 건설은 전후의 권력정치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기시에게 ‘평화적 이용‘이라는 단어는 갑옷 위에 덮어 입은 옷이었다.그런데 도조내각의 각료를 지냈고 A급 전범으로 체포되었던기시의 이 발언, 그리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입은 피해를 이야기하면서 동아시아 나라들에 대한 가해의 역사를 이야기하지않는 일본이, 기시의 발언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동아시아 민중은 어떻게 보고 있었을까? - P23

사카모토에게는 핵기술 특히 무기생산과 직결되는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이라는 민감기술(sensitive technology)의 보유는 국제적인 지위의 상징(status symbol)이었다. 경제적 합리성도 없고 기술적 전망도 보이지 않는데, 일본이 아직도 핵연료사이클을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 P35

잠재적 핵무기 보유국 상태를 유지하면서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결국 전후의 일본 지배층에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원자력산업 육성의 궁극적인 목적이며 원자력발전추진의 숨겨진 진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탈(脫)원자력발전·반(反)원자력발전은 동시에 탈 원자폭탄 · 반 원자폭탄이어야할 것이다. - P37

결국 원자력발전 플랜트는 그 거대한 구조와 복잡함 때문에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사고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이렇듯부주의로 인한 사소한 조작 실수나 순간적인 판단실수 또는 시공 과실이 겹쳐졌을 때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 P74

녹아내려 으깨어진 수 톤의 우라늄연료 덩어리는 당장 냉각에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랜 기간에 걸쳐 계속 차단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자원과 에너지가 들어가며 이는앞으로 일본인들의 어깨를 짓누를 것이다. 또 광범위한 토양오염이 발생했고 그 영향은 장기간 계속된다. 원자력발전에서 시행착오를 통한 발전이 용납되지 않는 이유이다. - P83

 군과 대기업의 결합은 현저하게 강화되어 이후 산군복합체(産軍複合體)라고 불리는 세력이 생겨나 사회적 영향력을 증대시켜 갔다. 그리고 전후의 미국금융자본에 의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슬로건으로 하는 핵산업의 글로벌한 전개 역시 국가 주도라는 의미에서 발전적 계승이었다. - P113

그러나 시장원리에 위임하였다면 수익성이나 리스크의 크기로 봐서 모두 기피하리라고 여겨지는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가와 전력회사의 이상할 정도로 두터운 보호는 약자보호의 반대에 서는 것으로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다. - P123

그러나 이상화된 상황에 적용된 핵물리학의 법칙에서 현실의 핵공업까지 거리는 극한적으로 크고 거대한 권력에 지탱하여 가능해진 것이고, 그 결과는 그때까지 우수한 장인이나 기술자가 경혐주의적으로 몸에 익혀 온 인간의 능력 (capacity) 허용범위의 최대치를 밟고 넘어섰다고 본다. - P125

언젠가 우라늄 자원도 고갈될 것이다. 그러나 그 사이에 지구의 대기와 해양 그리고 대지를 방사성물질로 오염시키고 수세대 수십 세대 후의 일본인들에게, 아니 인류에게 수만 년씩이나 독성을 잃지않는 대량의 폐기물과 사람이 근접할 수 없는 다수의 폐기된 원자로, 나아가 반경 수킬로미터에 걸쳐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는토양 등을 남길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다. 그러한 것을 후세에 떠넘기는 것은 단적으로 자손에 대한 범죄이다. - P130

일본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만 피폭당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태평양을 방사성물질로 오염시킨 세 번째 나라로 세계인에게 회자될 것이다. 또한 대기권에서 원폭실험을 한 미국이나 과거의 소련과 함께 대기 중에 방사성물질을 대량으로 방출한 나라의 일원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된 이상 전세계가 후쿠시마의 교훈을 공유해야 할 터이며, 사고의 경과와 책임을 포장하고 은폐하지 말아야 한다. 밝힐 것을 밝히고 더 나아가 솔선하여 탈 원전사회, 탈 원폭사회를 선언하고 그 모델을 세계에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 P1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