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저서를 토대로 그의 철학을 정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그의 철학이 안고 있는 수많은 내부적인 모순과 변화무쌍한 전개를 집필 시기에 따라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플라톤은 이러한 방식을 상당히 경계했던 철학자다. 그가 탐구했던 것은 오히려 아름다움이나 선, 정의, 단일성이나 다양성과 같은 수학적인 개념과 보편적인 언어였다.

플라톤의 철학은 인간의 행위나 사유, 존재의 영역을 높거나 낮은 두 단계로 양극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탄생한 것이 ‘존재와 변화’, ‘하나와 다중’, ‘영원과 시간’, ‘참과 거짓’, ‘학문과 견해’, ‘선과 악’ 같은 대조적인 개념들이다.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이상적이면서 일반적인 삼각형뿐이다. 이상적인 삼각형은 항상 삼각형 자체와 일치하며 시간이 흐르고 공간이 바뀌어도 변화를 모른다. 아울러 이를 토대로 하는 공식들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주관적 의지에 좌우되지 않는다.

묘사와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문장 속에 사용된 표현들이 일차적으로 지시하는 이상적 실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플라톤이 상대주의와 거리가 먼 의미 체제를 안정적으로 확립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었다. 여기서 플라톤주의의 가장 중요한 특징들 중에 하나가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즉 담론과 지식의 안정성은 이들이 다루는 대상의 안정성에 좌우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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