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홉 살이었을 때, 우리는 이사를 했다. 우리는 적어도 인구의 4분의 1이 독일어를 쓰는 국경 도시에 살러 갔다. 우리, 헝가리 사람들에게 독일어는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상기시켰으므로 적의 언어였고, 그것은 또한 당시 우리나라를 점령했던 외국 군인들의 언어이기도 했다.(p51) <문맹> 中


 아고타 크리스토프(Agota Kristof, 1935 ~ 2011)의 <문맹 L'Analphabete>은 헝가리 출신이며 프랑스어 작품을 쓰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여기에는 모국어(母國語)가 아닌 외국어로 작품을 쓰는 이의 어려움과 고민이 담겨있다. 


 내가 프랑스어로 말한 지는 30년도 더 되었고, 글을 쓴 지는 20년도 더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 언어를 알지 못한다. 나는 프랑스어로 말할 때 실수를 하고, 사전들의 도움을 빈번히 받아야만 프랑스어로 글을 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프랑스어 또한 적의 언어라고 부른다. 내가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하나 더 있는데, 이것이 가장 심각한 이유다. 이 언어가 나의 모국어를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p53) <문맹> 中


 크리스토프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헝가리어와 프랑스어의 다툼은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 ~ 1913)가 <일반언어학 강의 Cours de linguistique generale >에서 말한 언어의 지역절 할거 상태와 중첩현상을 연상시킨다. 


 터키어, 불가리아어, 세르비아어, 그리스어, 알바니아어, 루마니아어 등이 지역에 따라 갖가지 방식으로 혼합되어 쓰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언어가 언제나 전적으로 뒤섞여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지역 내에 공존한다 할 때, 거기에는 어느 정도의 지역적 할거 상태가 배제되지 않는다. 가령 한 언어는 주로 도시에서 쓰이고, 다른 언어는 시골에서 쓰이는 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할거 상태가 언제나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p272)... 이러한 언어의 중첩 현상은 대부분의 경우 힘센 민족의 침입에 의해 야기되었다. <일반언어학 강의> 中


 크리스토프의 경우에는 언어의 중첩이 평화로운 공존으로 이어지지 않은 듯하다. 작가 내부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일어났던 두 언어 사이의 치열한 투쟁. 그것은 언어가 단순하 의사전달의 수단이 아니라,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 ~ 1984)가 <지식의 고고학 L'Archeologie du Savoir>에서 말한 바와 같이 사람의 사고는 에피스테메(episteme)의 영향을 받고, 황현산이 말한 바와 같이 언어는 에피스테메의 전달자이기 때문에 일어난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작가의 사고를 지배하고자 하는 두 언어의 헤게모니(Hegemonie) 다툼이라 여겨진다.

 

 그들은 분명 그들의 역사, 그들의 경제, 그들의 사회적 실천, 그들이 말하는 랑그, 그들의 선조들의 신화, 그들의 부모가 어린 그들에게 이야기해 주는 우화들까지도 그들의 의식에 전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닌 규칙들에 복종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깨닫지 못했다... 그들은 그들 자신으로부터 오는 그리고 그 근원 가까이에 무한히 머무를 파롤의 신선함에 의해 적어도 그들의 <의미 意味>를 바꿀 수 있는 이 부드러운 확실성을 빼앗기기보다는, 언설이 규칙들과 분석가능한 변환들에 복종하는 하나의 복잡한 그리고 분화된 실천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자 할 것이다.(p290) <지식의 고고학> 中


 에밀 시오랑의 글을 읽다보면, 서구인들이 알고 있는 불교는 우리가 아는 불교보다 훨씬 더 염세적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서구어로 번역된 불경과 한역불경의 차이이기도 할 것 같다.(p109)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中


 한편, 소쉬르는 <일반언어학 강의>에서 기표(記表) - 기의(記意)의 관계를 언어의 다양성을 설명한다. 기표 - 기의의 관계가 자의적이며, 이를 기호로 받아들이는 체계 내에서는 필연화된다는 소쉬르의 주장은 수많은 언어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뒷받침된다.


 언어기호가 결합시키는 것은 한 사물과 한 명칭이 아니라, 하나의 개념과 하나의 청각영상이다. 이 청각영상이란 순전히 물리적 사물인 실체적 소리가 아니라, 그 소리의 정신적 흔적, 즉 감각이 우리에게 증언해 주는 소리의 재현이다.(p92)... 우리는 개념과 청각영상의 결합을 기호라고 부른다. 그러나 일상 용법에서는 이 용어가 일반적으로 청각영상 만을 지칭한다.(p93)... 우리는 전체를 지칭하는 데 기호(signe)라는 낱말을 그대로 사용하고 개념과 청각영상에는 각각 기의(signifie)와 기표(signifiant)를 대체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기표를 기의에 결합시키는 관계는 자의적이다. 또 좀 더 간략히 언어기호는 자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바, 그 이유는 우리가 기호를 기표와 기의의 연합에서 비롯되는 전체라는 의미로 사용하기 때문이다.(p94) <일반언어학 강의> 中


 그렇지만, <문맹>에서 어린 시절의 저자는 다양한 언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헝가리에 정착한 집시들의 언어를 어린시절의 저자는 언어로 인정하지 않는다. 어린시절의 저자는 언어의 단일성에 사로잡혔지만, 이런 저자는 훗날 외국어로 글을 쓰는 작가가 되면서, 언어의 지역절 할거상태를 받아들인다. 약간은 다른 이야기지만, <일반언어학 강의>에도 헝가리의 집시 언어 사례가 나오는데, 소쉬르는 이를 통해 집시들의 기원(起原)을 찾아낸다.


 처음에는 하나의 언어밖에 없었다. 사물들, 어떤 것들, 감정들, 색깔들, 꿈들, 편지들, 책들, 신문들이 이 언어였다. 나는 다른 언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어떤 인간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단어를 발음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p49) <문맹> 中


 사람들이 마을 어귀에 자리 잡은 집시들이 다른 언어로 말을 하다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나는 그것이 진짜 언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틸라가 우리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하도록 야노 오빠와 내가 그러는 것처럼 그들끼리만 사용하기 위해 고안한 언어일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집시들이 그렇게 언어를 고안해 사용하는 것은 오로지 집시들용으로 표시한 컵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p50)... 집시들이 오지그릇이나 갈대로 짠 바구니를 팔기 위해서 마을에 올 때면, 그들은 '정상적으로' 우리와 같은 언어를 썼다.(p51) <문맹> 中


 그러나 또한 식민 정치라든가 평화로운 유입의 경우도 있으며, 한편 유목민들의 경우 그 언어도 함께 이동되곤 한다. 특히 헝가리에 밀집 촌락을 형성하고 정착한 집시들이 그러했는데, 그 언어를 연구한 결과 이들이 어느 시대엔가 인도로부터 이주해 왔으리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p273) <일반언어학 강의> 中


 스위스에서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헝가리 작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글을 쓴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다른 언어 안의 공통 분모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언어의 원리 안에는 인류 공통의 보편언어가 있다는 촘스키(Avram Noam Chomsky, 1928 ~ )의 <통사구조 Syntactic Structures>의 설명을 옮겨본다.


 나는 단어들을 안다. 읽을 때는 그 단어들을 알아보지 못한다. 글자들은 아무것에도 상응하지 않는다. 헝가리어는 소리 나는 그대로 글을 쓰지만, 프랑스어는 그렇지 않다.(p109)... 2년 후, 나는 우수한 성적으로 프랑스어 교육 수료증을 받는다. 나는 읽을 수 있다. 다시 읽을 수 있다.(p111)... 나는 태어날 때부터 프랑스어를 쓰는 작가들처럼은 프랑스어로 글을 결코 쓰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쓸 것이다.(p112) <문맹> 中  


 보편언어가 있다는 촘스키의 주장은 얼핏 생각하면 모순되게 들린다. 이 세상에는 6,000가지 이상의 언어가 있기 때문이다. 보편언어라는 개념은 현상으로서의 언어가 아니라, 인간의 생물학적 조건에 의해 주어진 자연언어에 공통된 특성들의 집합을 의미한다(p216)... 촘스키는 특성 언어들, 이를테면 한국어, 영어, 스와힐리어 등의 자연언어들에서 문법규칙을 결정하는 일반원리는 상당한 정도로 모든 인간 언어에 공통된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원리들은 매우 특수하고 뚜렷하므로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이러한 원리들은 인간 본성의 일부로서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유전적으로 전달된다는 것이다.(p220) <촘스키의 통사구조, 해제> 中


 보편언어 안의 문법 규칙이 인간 본성의 일부라면, 문법 규칙 뿐 아니라 인간 본성의 공통된 감정, 의식 등도 함께 언어 안에 녹아 있지 않을까. 때문에, 비록 뒤늦게 배운 외국어라 할지라도 자신의 뜻을 상대에게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문맹> 안의 언어(言語 language) 이야기는 짧지만, 이처럼 우리에게 언어, 말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언어 안의 기표와 기의, 언어와 사회 그리고 언어의 보편성, 구조주의. 이번 페이퍼는 <문맹>이라는 얇은 한 권의 책을 통해 떠올린 여러 생각을 두서 없이 옮겨본다. 페이퍼에 이름을 올린 책들은 각권의 상세 리뷰에서 다루기로 하고 이만 줄이자. 따로 또 같이. 페이퍼와 리뷰... 


PS.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를 선물해 주신 이웃님께 감사 말씀 전합니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지나가듯 다루었지만, 리뷰를 쓰기 전 미리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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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4 08: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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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4 09: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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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1-04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아하는데, 겨울호랑이님 글 읽으니 이렇게나 풍성하게 이해될수 있네요.
잘 읽고 갑니다. 아는 책 나와서 매우 반가운 마음으로요^^

겨울호랑이 2020-01-04 10:06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께서도 「문맹」을 좋아하시는군요! 제가 단발머리님 독서에 작은 도움이 되어 기쁩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초딩 2020-01-04 1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작가죠? 우아 관심 갑니다~~!

겨울호랑이 2020-01-04 15:25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초딩님 즐거운 독서 되세요. 감사합니다~

2020-01-04 16: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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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4 22: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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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5 01: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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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5 12: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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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연금술
알 가질리 지음, 안소근 옮김 / 누멘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자신에 대한 인식은 신께 대한 인식에 이르기 위한 열쇠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아는 사람은 신을 안다˝고 말한다.(p23)... 진정한 자기 인식은 다음을 아는 것이다. 네 자신 안에서 너는 무엇이며, 너는 어디로부터 왔는가? 너는 어디를 향하여 가고 있으며, 어떤 목적을 위하여 여기에 왔고, 너의 진정한 행복과 불행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네가 지니고 있는 속성들 가운데 일부는 동물들의 것이고, 일부는 악마의 것이며, 일부는 천사의 것이다. 너는 이러한 자질들 가운데 어떤 것이 우연적인 것이며 어떤 것이 본질적인 것인지를 깨달아야 한다.(p24)

인간에게서 최고의 기능은 이성이며, 이것이 인간으로 하여금 신을 관상할 수 있게 해 준다. 어떤 사람에게서 이것이 우위를 차지한다면, 세상을 떠날 때에 그는 격정과 분노의 모든 성향들을 뒤로 하고 천사들과 결합할 수 있게 될 것이다.(p28)

신에 대한 사랑은 가장 고귀한 주제이며, 지금까지 우리가 향해 온 최종 목적지이다... 인간의 완성은 신에 대한 사랑이 그 사람의 마음을 정복하고 완전히 차지하는 데에 있다.(p121)... 이 사랑의 본질은 유쾌한 것을 향하는 성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것은 오감에서 명백하게 드러나는데, 그 각각이 감각에 즐거움을 주는 것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음 안에 심어져 있는 인지 능력은 동물에게는 없다. 이로써 우리는 영적인 아름다움과 탁월함을 인식하게 된다.(p123)

11세기 이슬람 사상가 알-가잘리의 <행복의 연금술>은 신을 향한 사랑을 드러내기 위한 영혼의 담금질을 강조한다. 이성을 통해 짐승과 다른, 신을 향한 선택을 할 때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그의 사상은 이슬람교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저자의 <행복의 연금술>은 우리에게 이슬람-기독교-유대교 공통된 지혜가 무엇인가를 알려준다. 사실, 이들 종교는 타나크(Tanakh, Hebrew Bible)를 공유하기에 통하는 바가 있는 것은 오히려 당연할 것이다. 이러한 헤브라이즘(Hebraism)의 세계관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사상이 더해지면서 이들 사상의 공통점은 더 많아졌을 것이다.

이렇게 제1원인이신 분께 돌려야 할 것을 이차적인 원인들에게 돌리는 것의 흔한 예는 소위 나태함에서 볼 수 있다.(p45)

아리스토텔레스의 부동의 동자(unmoved mover, prime mover)의 개념을 떠올리게 하는 가잘리의 문장 속에서 우리는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의 신에게로 이르는 다섯가지의 길 중 운동을 통한 증명(via ex motu)도 함께 연상하게 된다. 중동의 지혜문학의 토대 위에 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고대 그리스 사상의 영향을 공통적으로 받은 두 종교. 이들은 형제 종교라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이들 2대 종교를 통해 상생이 아닌 대립으로 세계사를 써왔다는 사실을 돌아보면, 아쉬움을 짙게 느끼게 된다. 이러한 대립과 갈등이 그들의 신, 야훼와 알라가 원하는 길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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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3 11: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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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3 17: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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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많은 사람이 생각하듯이 대륙 간 유도 미사일과 같은 새로운 병기 한 가지가 전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양차 세계대전 사이 영국과 프랑스가 이런 질문 중의 몇 가지에 그릇된 대답을 했던 것은 그들이 재래식 군사 전략 개념에 젖은 채 국력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실수는 제2차 세계대전 말엽에 양국을 거의 패전의 위기로까지 몰고 갔다. 그들이 보유한 군사적 기술을 토대로 할 때 위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달랐어야 했다. 오늘날 이와 비슷한 질문들에 우리가 어떤 대답을 내놓느냐에 따라서 장차 미국의 대외적 힘도 결정될 것이다.(p332) <국가 간의 정치 1> 中


 2020년 1월 1일 새해가 밝았지만, 정초부터 북미 간의 팽팽한 긴장을 느낀다. 우리나라 대통령 신년사보다 북한 지도자의 신년사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언론이 행태가 마땅치 않지만, 핵(核 Nuclear)과 대륙간탄도미사일(大陸間彈道 missile,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을 둘러싼 양국의 대립을 생각해보면 수긍할만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이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북한 지도자의 육성 대신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로 새로운 전략 무기를 목격할 수도 있다는 발언이 나와 주목과 우려를 함께 받고 있다. 


 전략무기를 둘러싼 이러한 현실은 고전적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인 한스 모겐소(Hans Joachim Morgenthau, 1904 ~ 1980)가 <국가 간의 정치 Politics Among Nations>를 통해 전망한 내용을 잘 반영한다. 무기체계는 발전했는데, 이를 고려하지 못한 인식의 부족을 지적한 저자의 말은 21세기 미국 지도부에도 의미하는 바가 클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물음이 제기된다. 북-미 간의 문제를 전략 무기 문제로 치환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서 케네스 월츠(Kenneth Waltz)의 <인간 국가 전쟁 Man, the State and War>가 적절한 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만약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한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전쟁은 결코 단일 요인에 의해 발생하지 않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통해 자칫 전쟁으로 갈 수 있는 북-미간의 문제가 단순히 전략무기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루소의 사상을 국제정치에 반영해보면 '전쟁은 이를 방지할 것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라는 명제를 얻게 된다. 루소의 분석은 특정 전쟁의 경우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전쟁의 지속적인 발생을 설명해준다. 하지만, 국가 A가 국가 B를 공격하도록 만드는 직접적 원인은 국가를 단위로 한 세계 체제가 아니다. 전쟁의 개시 여부는 지리적 요건, 국토의 넓이, 국력, 이익, 정부의 형태, 역사, 전통 등 여러가지 특수한 환경에 따라 결정되며 이들 각각의 요인은 관련된 양국의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 만약 두 국가가 전쟁을 벌이게 된다면 그 전쟁은 양측의 국가가 이 전쟁과 관련하여 명확히 정의내린 원인들로 인해 치러지는 것이다.(p318) <인간 국가 전쟁> 中


  전쟁과 평화. 레프 톨스토이(Lev Nicolayevich Tolstoy, 1828 ~ 1910)의 장편 <전쟁과 평화 War and Peace>에는 죽음과 삶을 갈라놓는 사선(死線)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에 표현된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모순된 태도를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미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사선을 넘기보다 보다 호기심을 접고 선 안에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산 자와 죽은 자를 갈라놓은 것 같은 이 선을 한 발짝 넘어서면 미지와 고통과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들과 나무와 태양에 빛나는 지붕 저쪽에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알고 싶다. 이 선을 넘는 것은 두렵다. 그러나 넘어보고 싶다. 그리고 머지않아 이 선을 넘어 거기에, 이 선 저쪽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은 죽음 저쪽에 무엇이 있는지 결국 알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p280) <전쟁과 평화 1> 中


 2020년 새해가 한반도 평화의 원년이자 세계 평화의 원년이 되기를 바라며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그리고,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에 따르면 아마도 이러한 평화의 출발은 평화 조약이 될 것이다. 


 1. "장차 전쟁의 화근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암암리에 유보한 채로 맺은 어떠한 평화 조약도 결코 평화 조약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 국가 간의 영구 평화를 위한 예비 조항 제1항- (p15) <영구평화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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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1-01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트럼프가 탄핵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면서 그의 지위가 흔들리게 되니까 김정은이 트럼프를 만만하게 봅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군사 전략을 거론하면서 강경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

겨울호랑이 2020-01-01 22:22   좋아요 0 | URL
cyrus님께서 말씀하신 측면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다른 요인이 있을 수도 있겠구요. 잘은 모르겠지만, 거의 모든 이들이 북-미간 외교 갈등이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으리라 생각하기에, 잘 해결되기를 바라봅니다...

2020-01-02 07: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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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2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2 1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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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2 11: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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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6 14: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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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6 16: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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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2 09: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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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2 09: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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