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행복의 연금술
알 가질리 지음, 안소근 옮김 / 누멘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자신에 대한 인식은 신께 대한 인식에 이르기 위한 열쇠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아는 사람은 신을 안다˝고 말한다.(p23)... 진정한 자기 인식은 다음을 아는 것이다. 네 자신 안에서 너는 무엇이며, 너는 어디로부터 왔는가? 너는 어디를 향하여 가고 있으며, 어떤 목적을 위하여 여기에 왔고, 너의 진정한 행복과 불행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네가 지니고 있는 속성들 가운데 일부는 동물들의 것이고, 일부는 악마의 것이며, 일부는 천사의 것이다. 너는 이러한 자질들 가운데 어떤 것이 우연적인 것이며 어떤 것이 본질적인 것인지를 깨달아야 한다.(p24)
인간에게서 최고의 기능은 이성이며, 이것이 인간으로 하여금 신을 관상할 수 있게 해 준다. 어떤 사람에게서 이것이 우위를 차지한다면, 세상을 떠날 때에 그는 격정과 분노의 모든 성향들을 뒤로 하고 천사들과 결합할 수 있게 될 것이다.(p28)
신에 대한 사랑은 가장 고귀한 주제이며, 지금까지 우리가 향해 온 최종 목적지이다... 인간의 완성은 신에 대한 사랑이 그 사람의 마음을 정복하고 완전히 차지하는 데에 있다.(p121)... 이 사랑의 본질은 유쾌한 것을 향하는 성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것은 오감에서 명백하게 드러나는데, 그 각각이 감각에 즐거움을 주는 것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음 안에 심어져 있는 인지 능력은 동물에게는 없다. 이로써 우리는 영적인 아름다움과 탁월함을 인식하게 된다.(p123)
11세기 이슬람 사상가 알-가잘리의 <행복의 연금술>은 신을 향한 사랑을 드러내기 위한 영혼의 담금질을 강조한다. 이성을 통해 짐승과 다른, 신을 향한 선택을 할 때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그의 사상은 이슬람교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저자의 <행복의 연금술>은 우리에게 이슬람-기독교-유대교 공통된 지혜가 무엇인가를 알려준다. 사실, 이들 종교는 타나크(Tanakh, Hebrew Bible)를 공유하기에 통하는 바가 있는 것은 오히려 당연할 것이다. 이러한 헤브라이즘(Hebraism)의 세계관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사상이 더해지면서 이들 사상의 공통점은 더 많아졌을 것이다.
이렇게 제1원인이신 분께 돌려야 할 것을 이차적인 원인들에게 돌리는 것의 흔한 예는 소위 나태함에서 볼 수 있다.(p45)
아리스토텔레스의 부동의 동자(unmoved mover, prime mover)의 개념을 떠올리게 하는 가잘리의 문장 속에서 우리는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의 신에게로 이르는 다섯가지의 길 중 운동을 통한 증명(via ex motu)도 함께 연상하게 된다. 중동의 지혜문학의 토대 위에 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고대 그리스 사상의 영향을 공통적으로 받은 두 종교. 이들은 형제 종교라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이들 2대 종교를 통해 상생이 아닌 대립으로 세계사를 써왔다는 사실을 돌아보면, 아쉬움을 짙게 느끼게 된다. 이러한 대립과 갈등이 그들의 신, 야훼와 알라가 원하는 길인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