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많은 사람이 생각하듯이 대륙 간 유도 미사일과 같은 새로운 병기 한 가지가 전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양차 세계대전 사이 영국과 프랑스가 이런 질문 중의 몇 가지에 그릇된 대답을 했던 것은 그들이 재래식 군사 전략 개념에 젖은 채 국력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실수는 제2차 세계대전 말엽에 양국을 거의 패전의 위기로까지 몰고 갔다. 그들이 보유한 군사적 기술을 토대로 할 때 위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달랐어야 했다. 오늘날 이와 비슷한 질문들에 우리가 어떤 대답을 내놓느냐에 따라서 장차 미국의 대외적 힘도 결정될 것이다.(p332) <국가 간의 정치 1> 中


 2020년 1월 1일 새해가 밝았지만, 정초부터 북미 간의 팽팽한 긴장을 느낀다. 우리나라 대통령 신년사보다 북한 지도자의 신년사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언론이 행태가 마땅치 않지만, 핵(核 Nuclear)과 대륙간탄도미사일(大陸間彈道 missile,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을 둘러싼 양국의 대립을 생각해보면 수긍할만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이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북한 지도자의 육성 대신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로 새로운 전략 무기를 목격할 수도 있다는 발언이 나와 주목과 우려를 함께 받고 있다. 


 전략무기를 둘러싼 이러한 현실은 고전적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인 한스 모겐소(Hans Joachim Morgenthau, 1904 ~ 1980)가 <국가 간의 정치 Politics Among Nations>를 통해 전망한 내용을 잘 반영한다. 무기체계는 발전했는데, 이를 고려하지 못한 인식의 부족을 지적한 저자의 말은 21세기 미국 지도부에도 의미하는 바가 클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물음이 제기된다. 북-미 간의 문제를 전략 무기 문제로 치환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서 케네스 월츠(Kenneth Waltz)의 <인간 국가 전쟁 Man, the State and War>가 적절한 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만약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한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전쟁은 결코 단일 요인에 의해 발생하지 않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통해 자칫 전쟁으로 갈 수 있는 북-미간의 문제가 단순히 전략무기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루소의 사상을 국제정치에 반영해보면 '전쟁은 이를 방지할 것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라는 명제를 얻게 된다. 루소의 분석은 특정 전쟁의 경우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전쟁의 지속적인 발생을 설명해준다. 하지만, 국가 A가 국가 B를 공격하도록 만드는 직접적 원인은 국가를 단위로 한 세계 체제가 아니다. 전쟁의 개시 여부는 지리적 요건, 국토의 넓이, 국력, 이익, 정부의 형태, 역사, 전통 등 여러가지 특수한 환경에 따라 결정되며 이들 각각의 요인은 관련된 양국의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 만약 두 국가가 전쟁을 벌이게 된다면 그 전쟁은 양측의 국가가 이 전쟁과 관련하여 명확히 정의내린 원인들로 인해 치러지는 것이다.(p318) <인간 국가 전쟁> 中


  전쟁과 평화. 레프 톨스토이(Lev Nicolayevich Tolstoy, 1828 ~ 1910)의 장편 <전쟁과 평화 War and Peace>에는 죽음과 삶을 갈라놓는 사선(死線)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에 표현된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모순된 태도를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미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사선을 넘기보다 보다 호기심을 접고 선 안에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산 자와 죽은 자를 갈라놓은 것 같은 이 선을 한 발짝 넘어서면 미지와 고통과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들과 나무와 태양에 빛나는 지붕 저쪽에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알고 싶다. 이 선을 넘는 것은 두렵다. 그러나 넘어보고 싶다. 그리고 머지않아 이 선을 넘어 거기에, 이 선 저쪽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은 죽음 저쪽에 무엇이 있는지 결국 알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p280) <전쟁과 평화 1> 中


 2020년 새해가 한반도 평화의 원년이자 세계 평화의 원년이 되기를 바라며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그리고,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에 따르면 아마도 이러한 평화의 출발은 평화 조약이 될 것이다. 


 1. "장차 전쟁의 화근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암암리에 유보한 채로 맺은 어떠한 평화 조약도 결코 평화 조약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 국가 간의 영구 평화를 위한 예비 조항 제1항- (p15) <영구평화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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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1-01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트럼프가 탄핵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면서 그의 지위가 흔들리게 되니까 김정은이 트럼프를 만만하게 봅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군사 전략을 거론하면서 강경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

겨울호랑이 2020-01-01 22:22   좋아요 0 | URL
cyrus님께서 말씀하신 측면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다른 요인이 있을 수도 있겠구요. 잘은 모르겠지만, 거의 모든 이들이 북-미간 외교 갈등이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으리라 생각하기에, 잘 해결되기를 바라봅니다...

2020-01-02 07: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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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2 08: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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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2 1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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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2 11: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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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6 14: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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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6 16: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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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2 09: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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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2 09: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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