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 깊은 사람은, 루스티쿠스가 동석한 사람들을 무례하게 방해하지 않으려 했던 것처럼 남을 배려해서, 또는 다른 중요한 일을 중단하지 않으려고 새로 전달된 소식을 나중으로 미루었다가 들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자기의 개인적 관심사나 쾌락 때문에 미룬다는 것은, 특히 그가 공적인 임무를 맡은 사람이라면 식사 중이거나 나아가 취침 중이라도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양심의 힘이란 이렇게 놀라운 것이다! 양심은 우리 자신을 드러내고, 우리 자신을 고발하며, 우리 자신과 싸우게 만들어 다른 증인이 없어도 우리 자신을 우리의 반대 증인으로 세운다.

벌을 예측하는 자는 누구나 이미 그 벌을 받고 있고, 벌받을 짓을 한 자는 누구나 벌을 예측한다. 악행 자체가 스스로를 벌하는 고뇌를 만들어 낸다.

이성적인 사유나 교훈은 마음으로 기꺼이 다짐한들, 그것만으로 우리를 행동에까지 이끌어 갈 만큼 강력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에 순응하도록 실제 경험을 통해 영혼을 단련해서 조형해 놓지 않으면 말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영혼은 행동해야만 할 때 필경 당황하고 말 것이다.

고통을 느끼려면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죽는 순간이란 너무 짧고 순식간이라 필연적으로 무감각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죽음의 언저리이다. 그리고 그 언저리에 발을 디디는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남에게 호의를 베푼 사람은 그에게 사랑받는 것보다 더 많이 그를 사랑하게 됩니다. 베푼 자가 은혜를 입은 자보다 더 많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작품이 감정을 지녔다고 가정한다면, 작자는 자기 작품을, 그 작품에게서 사랑받을 것보다 더 사랑합니다. 우리는 존재한다는 것을 소중히 여기기에, 그리고 존재한다는 것은 움직이고 행동한다는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나는 어리고 연한 영혼의 교육에서 행사되는 모든 폭력을 규탄합니다. 명예와 자유를 누리는 인간이 되라고 가르치는 것인데 말입니다. 엄격함과 억압에는 뭔가 노예적인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성을 통한 교육, 신중하고 노련한 가르침으로 이룰 수 없는 것은 힘으로도 결코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렇게 키워졌습니다.

노년엔 너무 많은 결함이 있고 너무도 무력합니다. 멸시당하기 꼭 알맞은 노년에 얻을 수 있는 최상의 것은 식구들의 애정과 사랑입니다. 명령과 두려움은 더 이상 무기가 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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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러는 빈을 중심으로 바쁜 생활을 하면서 보냈는데, 알마와 연애를 하면서부터 결혼을 생각하게 되고 살아가는 것에 강한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 반면, 업무로 인한 과로 등으로 인해 1901년에 치질이 재발되어 몇 회의 수술을 받게 되었다. 이런 생활환경이 이 <교향곡 제5번>에 반영된 것은 당연하다. 즉, 근심과 걱정, 비통함, 단념 등이 밝은 생활에 대한 동경과 섞여 있다. 게다가 말러 특유의 그리스도교적인 종교관도 들어가 있다. 그런 것이 선명하게 교묘한 관현악법과 함께 펼쳐진다. _ 음악지우사, <말러>, p59


 이 곡은 형태적으로 5악장으로 되어 있는데, 제1악장을 장송행진곡으로 하고 있고 제2악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제1악장을 제2악장의 서주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904년 10월 18일의 쾰른 연주회에서 스스로 지휘하여 초연하였다. 초연 후 말러는 '<제5번>은 저주할 작품이다. 누구도 이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기록했다._ 음악지우사, <말러>, p59


 영화 <헤어질 결심>에 흐르는 말러 교향곡 제5번. 이 음악을 들으며 기도수는 마치 신선들이 산다는 장가계(張家界)에 있을 법한 구소산을 오른다. 쉬운 루트와 어려운 루트. 구소산을 오르는 두 가지 길은 말러 교향곡 5번의 근심과 걱정, 밝은 생활의 동경의 교차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장송곡으로 시작하는 교향곡5번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죽음으로의 암시일까. 쉬운 코스에서 정상에 도착하면 제4악장에 이르게 된다.


 도수 : 거의 다 왔습니다. 마지막 오버행이 문제라면 문젠데...... 하여튼 보시면 압니다. 말러 오 번을 들으면서 출발하면, 사 악장 끝날 때쯤 도착합니다. 정상에 앉아 오 악장까지 듣고 하산하면 완벽하죠. 


해준 : 송서래가 도착하기도 전에 기도수는 말러 다 듣고 하산했겠지... 


 똑같이 침니에 몸을 숨긴 서래, 휴대 전화 시계를 본다. 조금 떨어진 어려운 루트에 도수가 나타난다. 이어폰 낀 그의 귀에 말러 교향곡 5번의 4악장이 흐른다. 


해준 : 완벽한 은신처다, 한 시간이라도 머물 수 있을만큼._ 박찬욱, 정서경, <헤어질 결심 각본> , p112/196


 제4악장은 말러의 가곡과도 깊은 연관을 갖는다. <나는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다>의 가사처럼 높은 산 정상에 올라 세상과 떨어져 죽음을 부정하지 않는 도수. 결국 그는 제5악장을 채 듣지 못하고 잊혀진 존재로 세상으로 떨어진다. 말러는 제4악장을 하프와 바이올린으로 끌어가는 반면, 제5악장에서 호른과, 바이올린, 파곳 오보에 등을 활용하며 사뭇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채 4악장에서 5악장으로 넘어가지 못하면서 도수의 <교향곡 제5번>4악장은 그에게 레퀴엠(Requiem)이 되어버린 듯 하다. 그리고, 제4악장의 가사는 바다를 좋아하는 서래에게는 다른 방식으로 재현되었음도 생각하게 된다. 



 제4악장 : 아다지에토 Adagietto F장조 4/4박자. 3부 형식. 말러다운 투명한 아름다움이 넘치는 악장으로 독립적으로 연주되는 경우도 있다. 하프와 현만으로 진행되며 대위법에 철저히 입각하여 쓰여져 있다. 이 악장은 소재적으로 뤼케르트에 의한 <5개의 노래>의 제3곡 <나는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와 관련이 있다. _ 음악지우사, <말러>, p59


도수 : (소리) 오 더러운 세상은 멀리 떨어져 있다, 이렇게 죽어도 좋다.


해준, 벼랑 끝으로 기어가 내려다본다. 바닥에 누운 도수의 시체.


해준 : (소리) 오 그 벌레가 떨어져 죽으면 터진 머리에서

오 이만 마리 황금색 파리떼가 날아올라 비로소 세상을 향해 간다. _ 박찬욱, 정서경, <헤어질 결심 각본> , p116/196



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

mit der ich sonst viele Zeit verdorben, 내 많은 세월을 보냈던 곳에서

sie hat so lange nichts von mir vernommen, 이제 누구도 내게 귀 기울이지 않으니

sie mag‘ wohl glauben, ich sei gestorben! 나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Es ist mir auch gar nichts daran gelegen, 그것이 내게 상관은 없네

ob sie mich fur gestorben halt, 그들이 내가 죽었다고 생각한다면

Ich kann auch gar nichts sagen dagegen, 나는 정말로 세상에서 죽은 게 아닌가

denn wirklich bin ich gestroben der Welt. 그것을 나는 부정할 수 없네.

Ich bin gestorben dem Weltgetumme, 나는 세상의 혼잡함으로부터 죽어

und ruh’ in einem stillen Gebiet! 고요한 나라에 누워 있네!

Ich leb‘ allein in meinem Himmel, 나는 나의 천국에서 홀로 사노니

in meinem Lieben, in meinem Lied! 내 사랑 안에서, 내 노래 안에서!

[출처] http://ch.yes24.com/Article/View/28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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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08-24 08: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말러-뤼케르트, 정말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게다가 제시 노먼이라니 아침부터 귀 호강입니다.
생각난 김에 5번 교향곡 CD도 정말 몇 년 만에 먼지 좀 떨어야겠군요. 흠.... 카라얀으로 골랐습니다.

겨울호랑이 2022-08-24 08:59   좋아요 3 | URL
^^:) 저도 <헤어질 결심>을 보고 나서 오랫만에 말러를 찾아 들었네요... 번스타인으로 다시 들었습니다만, 골드문트님 말씀을 듣고 보니 카라얀의 곡도 듣고 싶어집니다. 골드문트님 좋은 아침 되세요!

Falstaff 2022-08-24 12:25   좋아요 2 | URL
카라얀의 5번을 사진 추가하셨군요.
ㅎㅎㅎ 저 판이 예전에 LP로 나왔을 때는 크리스타 루트비히가 노래하는 <죽은 아이를 기리는 노래>가 커플링 되었었습니다. 아오, 얼마나 좋았는지요. 그 판으로 루트비히 팬이 됐습니다. 당연히 아주 오래 전 이야깁니다. 제가 루트비히 빠이기도 하거니와 말입지요.
아마 DG Original 시리즈가 아니라 초기에 그냥 CD로 팔았을 때 역시 <죽은 아이....>가 커플링 되었던 걸로 아는데, Mid-price 시리즈로 나오면서 그게 빠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역시 말러의 리트는 캐슬린 페리어가 최고고 다음이 루트비히, 안네 조피 폰 오터 뭐 이런 순서 아닌가 싶은데, 당연히 제 경우에 그렇다는 것입니다요. ㅎㅎㅎㅎ

겨울호랑이 2022-08-24 13:10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골드문트님의 추천 덕분에 말러의 진수를 시행착오없이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앨범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먹으려고 살상하는 건 내가 뭐라고 못하죠.
근데 말이야, 내가 밥 주니까 고맙다고 선물을 하는 거라면 그럼 됐어. 진짜로.
나에게 선물이 꼭 하고 싶다면 그 친절한 형사의 심장을 가져다 주세요.
난 좀 갖고 싶네.

놀이터 모래밭에 쪼그리고 앉은 서래, 녹색 플라스틱 양동이로 구덩이를 판다. 자동차 뒤에 숨어 지켜보는 해준 꽤 깊이 판 구덩이에 까마귀를 조심스레 넣고 다시 양동이로 모래를 밀어 메운다. 고양이가 나타나 서래 다리에 몸을 비빈다. 서래가 중국어로 무어라 말하자 스마트폰으로 녹음하는 해준, 까마귀 있던자리에 떨어진 깃털 하나를 본다. 녹음이 제대로 안 될까 봐 전화 든 손을 살짝 내민다. 몸을 가려 주는 자동차 옆으로 슬금슬금 팔만 뻗어 나온다, 붐마이크처럼.

서래
산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해준
(끄덕이며)마침내…………. 저보다 한국어 잘하시네요.
황망하신 중에 죄송합니다만 혹시 패턴 아십니까?!

해준
이포에는 강력 사건이 안 일어나.
원자력 발전소라는 워낙 강력한 위험이 있어서 그런가.

하주
엄만 원전 완전 안전하댔는데.
아빠도 외워, 엄마원전 완전안전.

해준
엄마한텐 서울이나 부산이 훨씬 위험하지

해준
사진 태우고, 내가 녹음한 파일 다 지우고…… 그것도 참 쉬웠겠네요?
좋아하는 ‘느낌만 좀 내면 내가 알아서 다 도와주니까?

서래
우리 일을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해준
우리 일, 무슨 일이요?
내가 당신 집 앞에서 밤마다 서성인 일이요?
당신 숨소리를 들으면서 깊이 잠든 일이요?
내가 품위 있댔죠? 품위가 어디서 나오는 줄 알아요? 자부심이에요. 난 자부심 있는 경찰이었어요. 그런데 여자에 미쳐서 수사를 망쳤죠. 나는요...... 완전히 붕괴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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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 지구와 화해하는 기술
김용환 외 지음 / CIR(씨아이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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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목표까지 남은 기간은 불과 30년으로 이는 우리나라 고유의 산업 구조가 대전환을 이루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믹스 Energy Mix, 즉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석유나 석탄 같은 기존 에너지원에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에너지원을 다양하게 융합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65

UNIST(울산과학기술원) 교수진들이 집필한 <탄소중립 : 지구와 화해하는 기술>은 2050년까지 실질적인 탄소배출량을 '0'수준으로 낮추는 탄소중립(Net Zero)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 에너지기술들을 소개한다. 저자들은 본문에서 수소에너지, 태양광에너지, 핵융합에너지와 소형모듈형원자로(SMR)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기술의 현재와 개발현황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은 책이 가진 장점이다. 반면, 책이 가진 한계도 비교적 명확한데, 그것은 '탄소중립'의 무게중심이 '원자력'에 쏠려있다는 점이라 여겨진다.

각 나라마다 처한 상황과 땅 및 인구가 다르고 이웃국가와 전력의 공유 문제 등이 다른 상황에서 특정 에너지 기술, 즉 재생 에너지인 태양광, 풍력만으로 깨끗한 전기 수요 문제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우리 미래를 굉장히 어둡게 만들 수 있다. 재생 에너지 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p303)...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원자력 기술을 포기한다는 것은 마치 코로나와 같은 글로벌 재난으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백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304

<탄소중립>에서는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발전 기술이 갖는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한다. 본문에서 수소에너지원은 수소와 관련된 많은 기술이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태양광 에너지는 개발한계에 도달한 실리콘 태양전지 기술과 설치부지의 한계에 따른 환경파괴를, 풍력발전 시 발생되는 소음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지적은 막연히 이들 에너지 발전 방식을 친환경기술로 막연하게 인식해온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나름 유익한 부분이 있다.

현재 국내 수소 생산/저장/운송과 관련된 많은 기술들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사고 있어서 사실상 친환경 기술이라고 말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탄소중립에 역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화석연료 기반의 수소 생산/저장/운송 기술들은 결국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따라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화석연료에서 탈피한 고효율 및 저비용의 친환경 수소 생산/저장/운송 방법과 관련한 기술개발이 수반되어야 한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148

지금까지 보급된 태양전지는 생산을 위해 너른 벌판이나 산을 깎아서 만든 대규모 부지가 필요하다 보니,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그다지 우선해서 도입할 만한 전력원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이러한 설치 혹은 보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도시의 건물에 태양광발전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190

풍력은 태양처럼 아침에 떴다가 저녁에 지는 것이 아니라 밤낮 가리지 않고 부는 바람을 이용하기 떄문에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그러나 바람의 간섭이나 돌아가는 날개에서 나오는 저주파와 마찰에 의한 소음으로 인해 도시 가까이에 설치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이러한 큰 장점을 지워버린다. 이 때문에 풍력 발전기는 지금까지 주로 산 위에 세워졌고 최근에는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는 바다에 해상풍력 단지를 세우는 계획이 나오고 있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217

<탄소중립>에서 말하는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발전기술은 원자력이다. 본문에서 저자들은 핵융합 에너지와 소형모듈형원자로를 통해 기존 대규모 핵분열 발전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과 운영위험 등을 의미할만한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수소에너지, 태양력에너지 등에 비해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보다 상세하게 소개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에게 원자력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한다는 인상을 받게된다. 그렇다면, 과연 핵융합발전과 SMR은 완전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핵융합 에너지는 인류가 달성해야 할 궁극적인 에너지원으로 손꼽힌다. '인공 태양'이라는 비유로 많이 알려져 있어 지구상에 또 하나의 태양을 만드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핵융합 발전은 태양과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쓰이는 프라스마를 자기장 내에 가두어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방법이다... 핵융합이 매력적인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핵융합 반응으로 일어나는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생성되지 않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핵융합 반응의 연료인 중수소는 바닷물에 일정 비율로 녹아 있어 무한에 가깝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222

소형모듈형원자로 SMR : Small Moduler nuclear Reactor는 약 300MW급 이하의 출력을 지닌 원자로를 의미한다. 이 원자로는 외부로부터 전기 공급이 어려운 오지나 건설 현장 등에 트럭이나 기차, 배 등 운송 수단을 활용해 비교적 쉽게 설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p248)... 원자력 기술에서 문제로 지적되어 온 안전성 문제를 획기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소형모듈형원자로 SMR는 중/단기적으로 깨끗한 전기 공급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핵융합은 인류의 지속 발전 가능성을 더욱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304

<탄소중립>에서 저자들은 원자력을 유력한 차세대 에너지발전으로 고려하는 이유를 1) 다른 발전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현저하게 적으며, 2) 기존 핵분열 발전소의 문제를 개선할 대안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는 점을 든다. 또한, 방사성 폐기물의 경우도 재활용/재처리 기술이 개발중이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점을 강조한다.

현재 UNIST에서는 금속 방사성폐기물로부터 방사능이 높은 원소와 낮은 원소를 화학적으로 분리하여, 방사성폐기물의 부피를 줄이고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 측면에서는 용융엽 및 액체금속을 사용하여 우라늄 및 악티나이드 원소를 99.9% 이상 회수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 중이며, 방사성폐기물 및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처분을 위해 지하 처분환경에서의 방사성 물질의 침출 등의 연구를 수행중이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296

그렇지만, 과연 '인공태양'을 지구로 가져오는 핵융합발전에서 과연 초고온상태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며, 이렇게 생산된 에너지를 어떻게 보관/전송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고스란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사실 등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또한, 소규모 발전소인 SMR이 갖는 장점 뒤에는 보다 비경제적인 자원의 활용이라는 그림자가 있음에도 이러한 부분은 본문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은 원자력을 선호하는 저자들의 입장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재처리되는 방사성 물질이 많아져 폐기물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고 하지만, 이미 에너지원으로 한 차례 활용되고 남은 폐기물에 발전 이전의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보다 많은 우라늄의 채광이 지속적으로 요구될 것이고, 이에 따른 환경오염에 대한 내용 등은 책에서 찾기 어렵다. 이런 점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원자력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저자들의 의견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대량생산/소비된 플라스틱이 적절한 재활용 등 처리 과정 없이 무분별하게 폐기되면서 자연환경의 오염은 물론 생태계 교란과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총 생산된 83억 톤 중에서 재사용된 플라스틱은 7.2% 미만인 6억 톤에 불과하고, 59%에 달하는 49억톤은 단순 매립되거나 아무런 처리 없이 자연계로 방출되었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342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에서 우리는 친환경발전기술의 현재 한계와 우리나라의 탄소배출 문제가 어느 분야에 집중되어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나라 수출 효자산업으로 알려진 제철과 화학공업으로 인해 우리는 중공업을 발전시킬 수 있었지만, 반대로 대표적인 탄소배출국이 되어버린 현실을 깨닫고, 우리가 가야할 길의 장단점을 잠시나마 생각해볼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의 2018년 배출량은 1990년에 비해 2.7% 증가했는데 공공전기/열 생산 부문에서 1,700만 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 대비 석탄발전비중(40.4%, 2019년 기준)도 높은 상황으로, 주요국 석탄발전 비중을 살펴보면 일본 32%, 독일 30%, 미국 24%, 영국 2%, 프랑스 1% 순이다.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6.9%를 차지하는 에너지 분야는 에너지 산업, 제조업 및 건설업, 수송, 기타 분야로 나누어진다. 에너지 산업은 에너지 분야 탄소 배출량의 약 45.8%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배출량을 기록했는데, 특히 이 중 대부분이 공공전기 및 열 생산을 통한 배출량이었다. 제조업 및 건설업은 총 에너지 분야에서 약 29.7%를 차지했으며, 제조업 및 건설업 내에서는 철강이 51.0%, 화학이 24.6%를 배출하며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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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2-08-22 1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탄소중립을 토론하는 모임에 ‘탄소중심‘ 이라 적힌 마스크를 쓴 윤석열이 생각납니다

겨울호랑이 2022-08-22 19:34   좋아요 2 | URL
그때는 사람들이 ‘오타‘라 했지만, 100일이 지난 지금 모두가 그의 진심이었음을 알게된 것이 참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