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 지구와 화해하는 기술
김용환 외 지음 / CIR(씨아이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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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목표까지 남은 기간은 불과 30년으로 이는 우리나라 고유의 산업 구조가 대전환을 이루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믹스 Energy Mix, 즉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석유나 석탄 같은 기존 에너지원에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에너지원을 다양하게 융합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65

UNIST(울산과학기술원) 교수진들이 집필한 <탄소중립 : 지구와 화해하는 기술>은 2050년까지 실질적인 탄소배출량을 '0'수준으로 낮추는 탄소중립(Net Zero)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 에너지기술들을 소개한다. 저자들은 본문에서 수소에너지, 태양광에너지, 핵융합에너지와 소형모듈형원자로(SMR)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기술의 현재와 개발현황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은 책이 가진 장점이다. 반면, 책이 가진 한계도 비교적 명확한데, 그것은 '탄소중립'의 무게중심이 '원자력'에 쏠려있다는 점이라 여겨진다.

각 나라마다 처한 상황과 땅 및 인구가 다르고 이웃국가와 전력의 공유 문제 등이 다른 상황에서 특정 에너지 기술, 즉 재생 에너지인 태양광, 풍력만으로 깨끗한 전기 수요 문제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우리 미래를 굉장히 어둡게 만들 수 있다. 재생 에너지 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p303)...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원자력 기술을 포기한다는 것은 마치 코로나와 같은 글로벌 재난으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백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304

<탄소중립>에서는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발전 기술이 갖는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한다. 본문에서 수소에너지원은 수소와 관련된 많은 기술이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태양광 에너지는 개발한계에 도달한 실리콘 태양전지 기술과 설치부지의 한계에 따른 환경파괴를, 풍력발전 시 발생되는 소음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지적은 막연히 이들 에너지 발전 방식을 친환경기술로 막연하게 인식해온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나름 유익한 부분이 있다.

현재 국내 수소 생산/저장/운송과 관련된 많은 기술들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사고 있어서 사실상 친환경 기술이라고 말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탄소중립에 역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화석연료 기반의 수소 생산/저장/운송 기술들은 결국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따라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화석연료에서 탈피한 고효율 및 저비용의 친환경 수소 생산/저장/운송 방법과 관련한 기술개발이 수반되어야 한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148

지금까지 보급된 태양전지는 생산을 위해 너른 벌판이나 산을 깎아서 만든 대규모 부지가 필요하다 보니,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그다지 우선해서 도입할 만한 전력원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이러한 설치 혹은 보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도시의 건물에 태양광발전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190

풍력은 태양처럼 아침에 떴다가 저녁에 지는 것이 아니라 밤낮 가리지 않고 부는 바람을 이용하기 떄문에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그러나 바람의 간섭이나 돌아가는 날개에서 나오는 저주파와 마찰에 의한 소음으로 인해 도시 가까이에 설치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이러한 큰 장점을 지워버린다. 이 때문에 풍력 발전기는 지금까지 주로 산 위에 세워졌고 최근에는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는 바다에 해상풍력 단지를 세우는 계획이 나오고 있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217

<탄소중립>에서 말하는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발전기술은 원자력이다. 본문에서 저자들은 핵융합 에너지와 소형모듈형원자로를 통해 기존 대규모 핵분열 발전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과 운영위험 등을 의미할만한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수소에너지, 태양력에너지 등에 비해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보다 상세하게 소개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에게 원자력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한다는 인상을 받게된다. 그렇다면, 과연 핵융합발전과 SMR은 완전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핵융합 에너지는 인류가 달성해야 할 궁극적인 에너지원으로 손꼽힌다. '인공 태양'이라는 비유로 많이 알려져 있어 지구상에 또 하나의 태양을 만드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핵융합 발전은 태양과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쓰이는 프라스마를 자기장 내에 가두어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방법이다... 핵융합이 매력적인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핵융합 반응으로 일어나는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생성되지 않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핵융합 반응의 연료인 중수소는 바닷물에 일정 비율로 녹아 있어 무한에 가깝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222

소형모듈형원자로 SMR : Small Moduler nuclear Reactor는 약 300MW급 이하의 출력을 지닌 원자로를 의미한다. 이 원자로는 외부로부터 전기 공급이 어려운 오지나 건설 현장 등에 트럭이나 기차, 배 등 운송 수단을 활용해 비교적 쉽게 설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p248)... 원자력 기술에서 문제로 지적되어 온 안전성 문제를 획기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소형모듈형원자로 SMR는 중/단기적으로 깨끗한 전기 공급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핵융합은 인류의 지속 발전 가능성을 더욱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304

<탄소중립>에서 저자들은 원자력을 유력한 차세대 에너지발전으로 고려하는 이유를 1) 다른 발전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현저하게 적으며, 2) 기존 핵분열 발전소의 문제를 개선할 대안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는 점을 든다. 또한, 방사성 폐기물의 경우도 재활용/재처리 기술이 개발중이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점을 강조한다.

현재 UNIST에서는 금속 방사성폐기물로부터 방사능이 높은 원소와 낮은 원소를 화학적으로 분리하여, 방사성폐기물의 부피를 줄이고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 측면에서는 용융엽 및 액체금속을 사용하여 우라늄 및 악티나이드 원소를 99.9% 이상 회수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 중이며, 방사성폐기물 및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처분을 위해 지하 처분환경에서의 방사성 물질의 침출 등의 연구를 수행중이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296

그렇지만, 과연 '인공태양'을 지구로 가져오는 핵융합발전에서 과연 초고온상태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며, 이렇게 생산된 에너지를 어떻게 보관/전송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고스란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사실 등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또한, 소규모 발전소인 SMR이 갖는 장점 뒤에는 보다 비경제적인 자원의 활용이라는 그림자가 있음에도 이러한 부분은 본문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은 원자력을 선호하는 저자들의 입장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재처리되는 방사성 물질이 많아져 폐기물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고 하지만, 이미 에너지원으로 한 차례 활용되고 남은 폐기물에 발전 이전의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보다 많은 우라늄의 채광이 지속적으로 요구될 것이고, 이에 따른 환경오염에 대한 내용 등은 책에서 찾기 어렵다. 이런 점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원자력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저자들의 의견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대량생산/소비된 플라스틱이 적절한 재활용 등 처리 과정 없이 무분별하게 폐기되면서 자연환경의 오염은 물론 생태계 교란과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총 생산된 83억 톤 중에서 재사용된 플라스틱은 7.2% 미만인 6억 톤에 불과하고, 59%에 달하는 49억톤은 단순 매립되거나 아무런 처리 없이 자연계로 방출되었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342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에서 우리는 친환경발전기술의 현재 한계와 우리나라의 탄소배출 문제가 어느 분야에 집중되어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나라 수출 효자산업으로 알려진 제철과 화학공업으로 인해 우리는 중공업을 발전시킬 수 있었지만, 반대로 대표적인 탄소배출국이 되어버린 현실을 깨닫고, 우리가 가야할 길의 장단점을 잠시나마 생각해볼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의 2018년 배출량은 1990년에 비해 2.7% 증가했는데 공공전기/열 생산 부문에서 1,700만 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 대비 석탄발전비중(40.4%, 2019년 기준)도 높은 상황으로, 주요국 석탄발전 비중을 살펴보면 일본 32%, 독일 30%, 미국 24%, 영국 2%, 프랑스 1% 순이다.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6.9%를 차지하는 에너지 분야는 에너지 산업, 제조업 및 건설업, 수송, 기타 분야로 나누어진다. 에너지 산업은 에너지 분야 탄소 배출량의 약 45.8%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배출량을 기록했는데, 특히 이 중 대부분이 공공전기 및 열 생산을 통한 배출량이었다. 제조업 및 건설업은 총 에너지 분야에서 약 29.7%를 차지했으며, 제조업 및 건설업 내에서는 철강이 51.0%, 화학이 24.6%를 배출하며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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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2-08-22 1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탄소중립을 토론하는 모임에 ‘탄소중심‘ 이라 적힌 마스크를 쓴 윤석열이 생각납니다

겨울호랑이 2022-08-22 19:34   좋아요 2 | URL
그때는 사람들이 ‘오타‘라 했지만, 100일이 지난 지금 모두가 그의 진심이었음을 알게된 것이 참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