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먹으려고 살상하는 건 내가 뭐라고 못하죠.
근데 말이야, 내가 밥 주니까 고맙다고 선물을 하는 거라면 그럼 됐어. 진짜로.
나에게 선물이 꼭 하고 싶다면 그 친절한 형사의 심장을 가져다 주세요.
난 좀 갖고 싶네.

놀이터 모래밭에 쪼그리고 앉은 서래, 녹색 플라스틱 양동이로 구덩이를 판다. 자동차 뒤에 숨어 지켜보는 해준 꽤 깊이 판 구덩이에 까마귀를 조심스레 넣고 다시 양동이로 모래를 밀어 메운다. 고양이가 나타나 서래 다리에 몸을 비빈다. 서래가 중국어로 무어라 말하자 스마트폰으로 녹음하는 해준, 까마귀 있던자리에 떨어진 깃털 하나를 본다. 녹음이 제대로 안 될까 봐 전화 든 손을 살짝 내민다. 몸을 가려 주는 자동차 옆으로 슬금슬금 팔만 뻗어 나온다, 붐마이크처럼.

서래
산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해준
(끄덕이며)마침내…………. 저보다 한국어 잘하시네요.
황망하신 중에 죄송합니다만 혹시 패턴 아십니까?!

해준
이포에는 강력 사건이 안 일어나.
원자력 발전소라는 워낙 강력한 위험이 있어서 그런가.

하주
엄만 원전 완전 안전하댔는데.
아빠도 외워, 엄마원전 완전안전.

해준
엄마한텐 서울이나 부산이 훨씬 위험하지

해준
사진 태우고, 내가 녹음한 파일 다 지우고…… 그것도 참 쉬웠겠네요?
좋아하는 ‘느낌만 좀 내면 내가 알아서 다 도와주니까?

서래
우리 일을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해준
우리 일, 무슨 일이요?
내가 당신 집 앞에서 밤마다 서성인 일이요?
당신 숨소리를 들으면서 깊이 잠든 일이요?
내가 품위 있댔죠? 품위가 어디서 나오는 줄 알아요? 자부심이에요. 난 자부심 있는 경찰이었어요. 그런데 여자에 미쳐서 수사를 망쳤죠. 나는요...... 완전히 붕괴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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