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적 생산의 의미에서 볼 때 생산적 노동은 자본의 가변적 부분(자본 가운데 임금에 지출되는 부분)과 교환되어 이 자본 부분(혹은 자신의 노동력가치)을 재생산하는 것은 물론 자본가를 위한 잉여가치까지도 함께 생산하는 임노동이다. 오로지 이것에 의해서만 상품(혹은 화폐)은 자본으로 전화하고 자본으로 생산된다. 자본을 생산하는 임노동만이 생산적이다.  - P162

스미스는 본질적 측면에서 중금주의자들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중금주의자들에게는 오로지 화폐, 즉 금과 은을 만들어내는 노동만이 생산적이다. 스미스에게 생산적 노동은 오로지 그것을 구매한 사람에게 화폐를 만들어주는 노동뿐이다. 단지 둘 사이의 차이점은 스미스가 모든 상품에서 베일에 싸여 있는 화폐의 성격을 꿰뚫어 본 반면 중금주의자들은 교환가치의 자립적 현존재인 상품 속에서만 그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생산적 노동에 대한 이들의 이런 구별은 부르주아적 생산의 본질에 기초한 것인데 즉 부는 사용가치와 같은 것이 아니라 오로지 상품(교환가치를 지닌 사용가치, 즉 화폐로서의 사용가치) 이 부이기 때문이다.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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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연휴를 1주를 쉬고 다시 시작된 토지 독서챌린지. 개인적으로 독서감상평보다 더 어려운 3행시 과제지만, 그래도 지난 번보다 제시어가 길지 않아 어찌어찌 끝냈다. 3행 시 과제물은 페이퍼의 마지막에 슬며시 끼워 넣으며 일단 글을 시작하자.


* 2021.09.27 ~ 10.03 SNS 미션 (10월 03일 자정까지) '한가위' 3행시를  포함한 감상평을 아래의 조건을 충족하여 신청서에 적어주셨던 개인 SNS에 남겨주세요..

 

<토지 6>을 마치는 시점에 <토지>2부가 1부와는 성격이 다소 달라졌음을 느낀다.인물들간의 대화에 '역사의식', '민족의식'이 보다 많이 나타나는데, 이는 일상의 모습을 다뤘던 이전 <토지>에서는, 마치 펄 S.벅(Pearl Sydenstricker Buck, 1892~1973)이 <대지 The Good Earth>에서 왕룽 일가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최(崔)씨 가문의 흥망에 초점을 맞췄다면, 2부에서는 서희의 간도 이주와 함께 공간적 배경과 의식이 민족 차원으로 함께 넓어진 느낌이다. 이러한 이유가 <토지>를 역사소설로 분류하게 만드는 것이리라. 이처럼 2분에서는  주인공의 입을 빌려 작가의 생각이 드러나는 장면이 점차 많아지는데, 서의돈과 상현, 명빈의 대화도 여기에 해당한다. 

 

 "내가 무속도 보존할 가치가 있다 한 것은 그 속 검은 왜놈들이 저희들 미신은 뒤로 감추고서 야만이야, 미개다 하는 수작을 뻔히 알기 때문이라구. 그것이 다 이 나라 문화를 깡그리 없이하자는 수작이거든. 그러니 내가 보존하자는 것은 미신을 보존하자 그거는 아니라구. 무속도 우리 백성들이 살아온 자취요 풍속이라면, 그걸 아주 싹 지워버릴 수는 없어." _ 박경리, <토지 6> , p323/482


 작품에서는 술에 취한 취객(명빈)의 주사(酒邪) 정도로 표현되지만, 담긴 내용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나라 무속신앙을 미신(迷信, superstitio)으로 취급하고 계몽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 식민통치의 한 수단이었음을 생각해볼 때 생각이 멈추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선총독부의 이러한 방침은 당시 총독부 촉탁이었던 무라야마 지쥰(村山 智順, 1891~1968)의 저서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귀신(鬼神)을 믿으며 행복을 기원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수동성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러한 수동성이 조선 민족 성격을 결정짓는다는 그의 논리는 결국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는 흐름과 맞닿아 있음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는 총독부 뿐 아니라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서도 주장되며, 미신타파는 근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무속(巫俗)을 수동과 미신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인가,


 귀신신앙의 파지 把持와 원시종교인의 무격류의 활동이야말로, 요컨대 조선민중의 인생관이 자기 이외의 힘, 불가사의한 힘의 정령에 의하여 그 생활을 좌우할 수 있다고 하는 신앙 관념에 입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외력 外力에 의하여 그 생활을 지배당한다고 하는 관념은, 결국 자기의 생활은 다른 외력과 외물의 존재에 의하여 결정되고, 그 결정된 대로 이끌려 간다고 하는 숙명관념, 운명관념의 주요한 내용을 형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p6).... 민간신앙은 민중이 품고 있는 생활의식의 표현이다... 이것의 소위 말하는 정신적, 본질적 요소란 무엇인가. 그것은 대개 자력갱생적 기력의 왕성함이 결여되었다는 이야기이고, 이 기력이 성하지 못하므로 전통의 힘에 속박되어 운명관, 숙명관의 인생관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하는 까닭은 아닐까. _ 무라야마 지쥰, <조선의 점복과 예언> , p7


 생각건대 조선의 귀신은 사람에게 행복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재화 災禍를 주는 일이 많아 인생에 있어서 재화의 태반은 이 귀신의 소행에 의한 것으로 보았으므로 귀신신앙은 마침내 양귀신앙이 되었다. 요컨대 조선에 있어서의 귀신신앙은 양귀로써 재화를 제거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인생의 행복을 누리려는 소극적 생활 유지의 욕구에서 출발, 발달하여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그 욕구가 왕성할수록 그만큼 귀신의 활동을 왕성케 하고 있다. _무라야마 지쥰, <조선의 귀신> , p14


  이에 답은 세계적인 종교학자 미르치아 엘리아데(Mircea Eliade, 1907 ~ 1986)의 설명이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엘리아데는 아시아의 샤마니즘 속에서 세계 문화의 혼합을 발견한다. 중앙 아시아를 비롯한 북부 지역의 애니미즘, 샤마니즘, 텡그리l( Tengrism)로 대표되는 '하늘' 숭배 의식 등이 남방 불교 문화와 혼합되면서 독특한 문화양식이 창출되었다는 것이 엘리아데의 시선이다. 특히, '텡그리'의 경우 발음의 유사성을 근거로 일부에서 '단군 檀君'과 관련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에 대한 내용은 너무 길어지게 되니 다른 글에서 다루는 것으로 하고 일단 넘기자. 


 샤마니즘의 특징적인 요소는 샤만에 의한 "영신"의 체현이 아니라, 샤만의 천계상승 혹은 지하계 하강에 의해 야기되는 접신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p425)... 인도의 영향이 중앙 아시아로 미치는 과정에서, 그것을 실어다준,  말하자면 수레 역할을 한 것은 주로 불교였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는 것은, 인도가 중앙 아시아와 북아시아에 영향을 끼치기는 했지만 이 영향이 중앙 아시아나 북아시아가 경험한 유일한 남방으로부터의 영향은 아니었다고 하는 점이다. 아득한 선사시대부터 남방 문화 그리고는 그 뒤로는 고대의 근동 문화가 중앙 아시아나 시베리아의 온갖 종류의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_ 미르치아 엘리아데, <샤마니즘> , p426


 우리는 아시아적 샤마니즘을, 그 원초적 바탕 이데올로기 - 인간으로 하여금 천상계 상승으로 직접적인 관계를 가능하게 해주었던 천상계의 절대신에 대한 신앙 - 가 불교의 침투를 정점으로 하는 일련의 기나긴 외래 문화의 유입으로 끊임없이 변형되어온 고대의 접신술로 이해 해야 한다. 외래 문화와 함께 들어온 신비스러운 죽음이라는 개념은 조상신 및 "영신"과의 관계, "빙의"에서 단절되었던 이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만들었다. _ 미르치아 엘리아데, <샤마니즘> , p430


 이처럼 알레아데의 <샤마니즘>은 명빈의 주장을 지지한다. 또한, 다른 한 편으로 '검은 왜놈들이 저희들 미신은 뒤로 감추고서 야만이야'라는 그의 말은 인도의 힌두교만큼이나 많은 가미(神)을 모시는 일본 종교의 실상을 알고 나면 조선의 무속 신앙이 비(非)과학적이라는 비난은 적어도 일본인들이 할 것이 못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식민지 하에서 우리의 무속을 탄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굿에 담긴 대동(大同)의 성격 때문이 아니었을까.


 군도(群島)로 이루어진 일본은 오랜 기간 문화적 고립을 경험해왔으며, 그러한 고립은 정치적으로 강요된 측면도 있었다. 때문에 일본은 아주 독특하고 고유한 종교적 전통이 발전할 수 있었는데, 두 가지 주요 전통인 신도와 불교는 교리에서 대중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다. 신도(神道)는 고대 샤머니즘 관습에서 유래한 일본 고유의 종교다... 생활종교로서 신도는 탄생, 결혼, 출산과 관련된 통과의례를 주재하고 죽음과 같이 불결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들은 멀리한다. 그러나 고인들 중 조상과 전사자들은 가미(神)로 간주한다. 가미는 또한 산, 강, 야생동물, 심지어 돌 속에도 내재한다. 신도는 주로 의식을 통한 정화의 종교지만 대중적 차원에서는 인자함과 악의를 동시에 보여주는 가미에 대한 화해, 길조와 흉조 같은 운에 대한 믿음, 그리고 다양한 주술적 종교관습을 중시한다. _ 프랭크 웨일링 외, <종교> , p80

 

 정수미의 <한국의 굿놀이>는 '굿'으로 대표되는 무속이 단순히 개인의 길융화복을 비는 성격을 넘어서는 것임을 잘 보여준다. 개인을 넘어서 마을, 나라 굿을 통해 만나고 어려움과 걱정. 기쁨을 나누는 현장인 '굿놀이 장(場)'은 식민지배계층에게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때문에, 조선총독부는 원활한 식민통치를 위해 '과학'이라는 명목으로'집합금지명령'을 행한 것이 아닐까. 물론, 무속 안에 미신적 요소 나 샤먼(무당)의 탐욕, 혹세무민 등이 전혀 없지는 않았겠지만, 일제 식민 지배 계층에게는 불온 세력 척결을 위해서, 서구 기독교 선교사들의 교세 확장을 위해 우리나라 무속은 양쪽의 공격을 받아 점차 소멸한 것은 아니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역사를 생각했을 때 우리에게 남겨진 명절 한가위, 추석은 참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제 과제 제출 시간이 된 듯하다...


: 없이 높고 푸른 

: 을 하늘을 바라보며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 로받는다.


 글을 마무리 하기 전에 <토지 6>의 다른 대목을 소개하며 마치려한다. 지난 주에는 이 상(李箱, 1910~1937)의 시(詩)와 관련된 책을 주로 읽다보니, 이 상의 <날개>를 떠올리게 되는 <토지 6>의 아래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은 자신이 관심이 있는 것을 본다던 말을 새삼 실감하며 글을 갈무리한다.


 '날개는 무신 날개고? 내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인다.'

 '아니요. 날개가 돋쳤소. 탄탄한 날개가요. 그러니께 나는 훨훨 날아댕길라요. 구만리 장천을 훨훨 날아댕길라요. 훨훨, 훨훨-훨-훨-.' _ 박경리, <토지 6> , p383/482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_ 이 상,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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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0-02 2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제잔재가 남아 새마을 운동 등을 통해 더 억압받은 거 같아요. 무속의 한 담긴 노래들 바리데기 영동할매 등등 알고보니 구구절절 재미있고 이승과저숭을 오가는 판타지*^^* 글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님 ~

겨울호랑이 2021-10-02 21:19   좋아요 2 | URL
일제 강점기 당시도 암울했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이 그들이 저지른 전통과의 단절과 식민사관의 이식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그들의 의도대로 생각하고 움직여왔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 정말 소름이 끼칩니다. 미니님 말씀처럼 우리가 외면했던 우리 옛것에 대한 재발견이 최근 이루어지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 듯 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

바람돌이 2021-10-03 17: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글 잘 쓰시는 겨울 호랑이님이지만 3행시 내공은 좀 갈고 닦으셔야 할듯요. ㅎㅎ
너무 평범하옵니다. ^^
한달동안 제가 게을렀는데 잘 지내셧죠? 굿이나 무속에 대해서는 저 자신이 별로 관심이 없어서 잘 안보게 되는데 겨울 호랑이님 글을 통해 굿의 다른 의미들을 또 생각해보게 되네요. ^^ 남은 연휴 잘 보내세요. ^^

겨울호랑이 2021-10-03 17:41   좋아요 3 | URL
^^:) 그렇지 않아도 3행시 과제는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ㅜㅜ 본문 쓰는 것보다 더 고민하지만 잘 안 되네요 ㅋ 바람돌이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연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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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논문에선 '삼차각'이 상대론의 주 배경인 4차원 공간상에서 물체의 물리적 위치를 초구면좌표계로 나타날 때 필요한 세 개의 각도값임을, 그리고 '육면각'이 삼차각의 적분으로 얻어지는 초입체각인 동시에 4차원상에서 한 점에서 만나는 여섯 개의 면이 이루는 각임을 주장할 것이다. 이는 신범순이 '삼차각'에 대해 "더 높은 차원"을 지향하는 공간기호학적 기호"라 지적한 것과 상통하는 바이며, 또한 앞서 언급한 권희철의 아이디어, 즉 "육면각체"가 한 꼭지점마다 여섯 개의 면이 만나는 4차원 초입방체'라는 아이디어와 일부 궤를 같이한다. 마지막으로 <삼차각설계도 - 각서1>과 <건축무한 육면각체 - AU MAGASIN DE NOUVEAUTES>에 나타난 차원 확장에 대해 탐구할 것이다. _ 오상현 외, <이상 시의 4차원 시공간 설계 및 건축>, p111


 얼마 전 서재 이웃인 mini74님의 글 중에서 이상(李箱, 1910~1937)의 시(詩) <건축무한육면각체>의 일부 내용에 대한 비밀이 밝혀졌다는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개인적으로도 다른 이상의 작품 안에서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의 상대성이론의 내용이 담겨있다는 책을 읽었던 적이 있기에 더 관심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이상의 <운동>에 담긴 상대성 이론 관련 페이퍼 : https://blog.aladin.co.kr/winter_tiger/9364036#Comment_9364036


 바로 논문을 찾아 읽고 싶었지만, 때마침 프로젝트 완료일이 맞물려 며칠이 지난 후에 겨우 논문을 읽을 수 있었고, 페이퍼를 통해 해당 내용을 정리한다.


 사실, <삼차각설계도> <건축무한육면각체>를 다룬 선행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이상 전집에도 작품에 담긴 차원(次元)의 문제에 대해 해설되고, 차원 확장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짧게나마 분명하게 언급된다. 물리/수학적 해석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기존연구(권영민)에서는 더 깊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또한, <삼차각설계도>와 <건축무한육면각체> 두 연작시 내에서는 관련성을 찾지만, 전체적으로는 별개의 작품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작품의 큰 제목은 '삼차각설계도'로 표시되어 있으며, <조선과 건축>(1931,10)에 김해경(金海卿)이라는 본명으로 발표된 <선에관한각서 1-7>이라는 일곱 편의 작품이 묶인, 일종의 연작시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이 작품들은 모두 수학적 또는 물리학적 개념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우주 공간, 태양과 광선, 과학과 시간 등에 관한 새로운 지식들을 동원하여 인간의 존재에 관한 다양한 상념을 해체시켜 기표화한 것이 특징이다. _ 권영민, <이상 전집 1> , p272


 이 방법(데카르트 좌표계)은 유클리드 기하학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하였고, 또한 3차원에서 일반적인 n차원으로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이 같은 해석기하학의 원리는 뒤에 기하 도형의 평면적 2차원적 위상을 입체적이고 공간적인 3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다양한 대수 기하학의 원리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_ 권영민, <이상 텍스트 연구>, p103


 이에 대해 오상현은 이번 연구를 통해 물리학자의 입장에서 시를 접근하면서 <삼차각설계도>와 <건축무한육면각체>라는 각각의 연작시들을 통합하고 있다. 차별화된 접근법은 '삼차각'이라는 용어에서부터 드러난다. 기존 연구에서는 '삼차각'을 3차원에서 용어를 정의하려 했기에 부정확한 용어의 사용으로 해석해왔다.


 연작시의 내용과 의미를 이해해보기 위해 가장 먼저 선행 되어야 하는 작업 중 하나는 시에 드러난 물리학적 개념과 용어들에 대해 온전히 파악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연작시의 제목에 나타난 용어인 "삼차각"과 "육각면체" 등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연작시 전반에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할 것이다. _ 오상현 외, <이상 시의 4차원 시공간 설계 및 건축>, p109


 여기서 제목으로 내세운 '삼차각설계도'라는 말 가운데 '삼차각'은 수학 용어로서는 부정확한 말이다. 수학에서 말하는 '각(角)'이라는 것은 3차원 이상의 공간에서도 언제나 2차원 평면에서의 '각'이라는 개념으로 규정된다. 그러므로 '삼차각'이란 수학적 개념이라 말하기 어렵다. 다만 세 모서리가 만나는 각을 말하는 것으로 본다면 그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 _ 권영민, <이상 전집 1> , p272


 반면, 오상현의 연구에서는 이를 4차원에서 삼차각을 정의하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를 위한 근거를 이어지는 <선에관한각서 2>에서 찾는다. 1+3을 1개의 시간과 3개의 공간으로 해석하며 자신의 논증을 뒷받침한다.


선에관한각서 2

 1+3

 3+1

 3+1 1+3

 1+3 3+1

 1+3 1+3

 3+1 3+1

 3+1

 1+3... (중략)


 이제까지의 논의를 통해, 삼차각이 4차원 공간에서의 3차원 각도값이라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학적 개념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보였다. 이를 고려할 때, '삼차각설계도'의 의미는 4차원 공간상에서의 설계도로 해석된다. 이때 이상이 설계한 4차원 공간이란, 1개의 시간축과 3개의 공간축이 결합된 4차원 시공간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_ 오상현 외, <이상 시의 4차원 시공간 설계 및 건축>, p116


 논문에서 저자는 '삼차각'이 4차원 공간에서의 3차원 각도값으로 정의한 후 두 연작시의 관계를 설계-건축의 프로세스로 정의한다. <삼차각설계도>가 4차원 상의 설계라면, <건축무한육면각체>는 그것의 건축과정이라는 결론을 끌어낸다.


 설계와 건축이라는 행위가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점, 그리고 <삼차각설계도> 발표 1년 후 <건축무한육면각체>가 발표됐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삼차각설계도>에서 설계한 대상은 '무한육면각체'이며, <건축무한육면각체>는 그것을 건축하는 과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_ 오상현 외, <이상 시의 4차원 시공간 설계 및 건축>, p117


 다만, 결론을 보기에 앞서 우리는 먼저 다중선형사상(multilinear map) 또는 텐서(tensor), 벡터(vector)를 먼저 알아두는 편이 좋을 듯하다. 벡터, 텐서를 통한 차원 확장의 이해는 <건축무한육면각체>에서 사각형 중심 결합을 통한 차원 확장과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차원확장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오상현은 '사각의중의사각의중의사각의중의사각'이라는 시구에 주목한다. 삼차각의 크기는 사차원에서 최소 6개의 면이 만나 정의되는데, 시구에서는 '사각'이 4번 반복된다는 것이다. '사각 중의 사각'(편의상 띄어쓰기함)을 사각형의 중심결합으로 4번 반복을 하지만, 4번째 반복을 마지막으로 중심결합을 중단하면서 4차원 이상 고차원인 5/6차원으로의 도약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리며, 이상 시의 배경이 4차원으로 한정됨을 논증한다.



[그림] 벡터공간(출처 : 위키백과)


 

민코프스키는 허수의 시간 변수를 도입하여 4차원 연속체에서의 불변량이론을 3차원 유클리드공간 연속체에서의 불변량이론과 아주 닮은 형태로 만들었다. 따라서 특수상대성이론의 4차원 텐서이론은 3차원 공간의 텐서이론과 비교할 때 실수성과 차원의 수에서만 다르다... 성분들 가운데 첨자에 4가 한 번 들어간 것들은 순허수이고, 이것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실수이다. 3차 이상의 고차텐서들도 비슷한 방법으로 정의할 수 있다. 또한 이것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실수이다. 3차원 이상의 고차텐서들도 비슷한 방법으로 정의할 수 있다. _아인슈타인, <상대성이란 무엇인가> , p96


 정리하면, '삼면각체'란 3차원에서의 임의의 각진 도형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n-삼면각체란 n개의 점을 가진 3차원에서의 임의의 각진 도형을 의미함을 확인할 수 있다. 동일한 논리로, 무한-삼면각체란 3차원에서 무한한 점을 가진 삼면각체이며, 3차원상의 (각질 수도, 매끈할 수도 있는) 임의의 도형을 말함을 알 수 있다.(p123)... 3차원에서는 최소 세 개의 면이 만나 이차각 크기가 정의 되어 그것이 '삼면각'이라 불리듯이, 4차원에서는 최소 6개의 면이 만나 삼차각 크기가 정의되며, 자연스럽게 그것을 '육면각'이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_ 오상현 외, <이상 시의 4차원 시공간 설계 및 건축>, p125


 (<건축무한육면각체>의 "사각의중의사각의중의사각의중의사각"은 무엇일까? 3차원상에서는 더이상 xy-xz-yz 사각형 결합체의 중심에 또 다른 사각형의 중심을 온전히 결합할 수 없다. 때문에 새로운 축, 즉 4차원의 축(w축)을 도입하여야하며, 여기서 논의영역이 3차원에서 4차원으로 확장된다.(p145)... 이상은 4개 평면(xy, xz, yz, xw)의 사각형 중심 결합은 활용하지 않았다. 즉, 시에서 논의하는 공간을 4차원으로 확장시키자마자 사각형 중심 결합이라는 도구의 활용을 중단하였다. _ 오상현 외, <이상 시의 4차원 시공간 설계 및 건축>, p146


 이러한 논의 끝에 내려진 저자는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결론내린다. 마치 3D프린터에서 출력물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쌓이는 모습(stacking prints)처럼 작가 이상은 자신이 작품에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담고자 하지만, 차원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것에서 느끼는 절망과 대안이 두 작품에 표현되었다는 것이 논문의 내용이다. 그 절망은 결핵에 걸린 환자 이상, 식민지 지식으로서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작가 이상의 한계에서 오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시간(time)을 넘지 못하는 인간 본연의 절망이기도 할 것이다. 빛 조차도 광속(光速)이상의 속도를 내지 못하기에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1930년대의 '현재'에서 그가 느낀 절망은 오늘날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공통된 것이 아닐까.


 결과적으로, '육면각체'란 4차원에서의 임의의 각진 도형을 말하는 것이며, '무한육면각체'란 4차원에서의 임의의 도형을 말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이러한 해석을 인정할 경우, 이상이 언급한 '무한육면각체'란 4차원 시공간에서의 임의의 도형(즉, 3차원 물체의 시간에 따른 움직임을 4차원 시공간에서 본 것)을 말하는 것이며, '삼차각설계도'와 '건축무한육면각체'의 의미는 3차원 물체의 시간에 따른 변화까지 4차원 시공간에서 설계하고 건축함이라 볼 수 있다. _ 오상현 외, <이상 시의 4차원 시공간 설계 및 건축>, p120


 건축가는 3차원 물체를 설계하고 건축하지만, 3차원 공간에 직접 설계를 진행할 수는 없다(절망). 대신 2차원 도면에 설계를 진행하고, 거기에 3차원 정보를 담기 위해 여러 투상도와 정보를 기입하여 2차원 도면의 한계를 극복한다. _ 오상현 외, <이상 시의 4차원 시공간 설계 및 건축>, p128


 이처럼 오상현의 이번 연구는 육면각체가 일반적인 인식차원인 3차원이 아닌 4차원에서의 개념이라는 용어정의를 통해 개별 연작시로 받아들여지던 <삼차각설계도>와 <건축무한육면각체>가 실은 긴밀한 연관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논문의 내용은 여기까지이지만, 이상 연구에 있어 이들 작품 뿐 아니라 그의 작품(또는 삶) 전체가 연계성을 가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과 그의 난해한 시가 실은 치밀하게 설계된 의도적인 작품임을 밝혔다는 점에서 분명 뜻깊은 논문이라 생각된다.


 이상의 연작시 <선에 관한 각서 1~7>은 모든 사물에 대한 인식의 주체가 인간이라는 점, 그리고 사물에 대한 인식이라는 것이 결국은 시각에 의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그 시상의 결말에 도달한다(p120)... 이상은 먼저 인간의 감각 가운데 시각은 빛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삶의 모든 과정이 빛을 통한 시각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사물에 대한 인식도 시각을 통해 이루어지며, 모든 사물의 존재를 드러내는 이름이라는 것이 결국 시각의 표현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_ 권영민, <이상 텍스트 연구>, p121


 이번 이상관련 논문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피라미드 설계자' 이상을 생각하게 된다. 파라오의 무덤을 도굴꾼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피라미드 내부를 복잡하게 설계한 이들. 그들처럼 작가 이상 역시 자신의 내면 깊은 생각을 곳곳에 숨겨놓은 암호처럼 숨겨 놓은 것은 아닐런지. 그의 삶이 채 30년이 안 된 짧은 시기였지만, 한문(漢文) 파자(破字)에 능하고 많은 작품이 일본어로 씌여졌으며, 공학적 지식이 담긴 작품이 많기에 접근하기에 쉽지는 않지만, 드물게 '가슴'이 아닌 '머리'를 노래한 시인 이상의 매력은 90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음을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재밌는 주제를 던져주신 미니님께 감사드리며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ps. 논문원문을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KCI 논문 URL을 첨부한다. 본문에서 보다 충실한 저자의 설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754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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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0-01 18: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무심코 던진 돌이 이렇게 멋진 다이아몬드가 돼서 돌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진짜 열독했지만 1/10쯤 뭔가 이해한거 같습니다. 겨울호렁이님 하옇튼 멋지십니다*^^* 하지만 이상이 시에서 담고자 했다는 시간을 넘어서지 못하는 본연의 한계 지식인으로서 식민지국민으로서 또 개인의 삶에서 느꼈을 한계와 절망 등에 대해선 뭔가 어렴풋이 알듯말듯, 겨울호랑이님덕분입니다 *^^*

겨울호랑이 2021-10-01 19:35   좋아요 2 | URL
에고 과찬이십니다. 제가 미니님 덕분에 모처럼 즐겁게 이상 시집을 읽었네요. 좋은 화두를 던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만, 제가 부족해서 더 쉽게 풀이하는데는 한계가 있는 부분은 좀 아쉽네요... 좋은 저녁 되세요!^^:)

mini74 2021-10-01 21:22   좋아요 1 | URL
아니에요 호랑이님. 남편 아이도 포기한 접니다 ㅎㅎ 이정도 알아들은건 다 겨울호렁이님 글솜씨니 가능한 것. 제가 모자란 게 아니라 울 남편과 아이가 친절하지 않았음을 알게 됐습니다 ㅎㅎ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겨울호랑이 2021-10-01 21:41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미니님 행복한 주말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