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1주를 쉬고 다시 시작된 토지 독서챌린지. 개인적으로 독서감상평보다 더 어려운 3행시 과제지만, 그래도 지난 번보다 제시어가 길지 않아 어찌어찌 끝냈다. 3행 시 과제물은 페이퍼의 마지막에 슬며시 끼워 넣으며 일단 글을 시작하자.


* 2021.09.27 ~ 10.03 SNS 미션 (10월 03일 자정까지) '한가위' 3행시를  포함한 감상평을 아래의 조건을 충족하여 신청서에 적어주셨던 개인 SNS에 남겨주세요..

 

<토지 6>을 마치는 시점에 <토지>2부가 1부와는 성격이 다소 달라졌음을 느낀다.인물들간의 대화에 '역사의식', '민족의식'이 보다 많이 나타나는데, 이는 일상의 모습을 다뤘던 이전 <토지>에서는, 마치 펄 S.벅(Pearl Sydenstricker Buck, 1892~1973)이 <대지 The Good Earth>에서 왕룽 일가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최(崔)씨 가문의 흥망에 초점을 맞췄다면, 2부에서는 서희의 간도 이주와 함께 공간적 배경과 의식이 민족 차원으로 함께 넓어진 느낌이다. 이러한 이유가 <토지>를 역사소설로 분류하게 만드는 것이리라. 이처럼 2분에서는  주인공의 입을 빌려 작가의 생각이 드러나는 장면이 점차 많아지는데, 서의돈과 상현, 명빈의 대화도 여기에 해당한다. 

 

 "내가 무속도 보존할 가치가 있다 한 것은 그 속 검은 왜놈들이 저희들 미신은 뒤로 감추고서 야만이야, 미개다 하는 수작을 뻔히 알기 때문이라구. 그것이 다 이 나라 문화를 깡그리 없이하자는 수작이거든. 그러니 내가 보존하자는 것은 미신을 보존하자 그거는 아니라구. 무속도 우리 백성들이 살아온 자취요 풍속이라면, 그걸 아주 싹 지워버릴 수는 없어." _ 박경리, <토지 6> , p323/482


 작품에서는 술에 취한 취객(명빈)의 주사(酒邪) 정도로 표현되지만, 담긴 내용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나라 무속신앙을 미신(迷信, superstitio)으로 취급하고 계몽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 식민통치의 한 수단이었음을 생각해볼 때 생각이 멈추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선총독부의 이러한 방침은 당시 총독부 촉탁이었던 무라야마 지쥰(村山 智順, 1891~1968)의 저서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귀신(鬼神)을 믿으며 행복을 기원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수동성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러한 수동성이 조선 민족 성격을 결정짓는다는 그의 논리는 결국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는 흐름과 맞닿아 있음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는 총독부 뿐 아니라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서도 주장되며, 미신타파는 근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무속(巫俗)을 수동과 미신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인가,


 귀신신앙의 파지 把持와 원시종교인의 무격류의 활동이야말로, 요컨대 조선민중의 인생관이 자기 이외의 힘, 불가사의한 힘의 정령에 의하여 그 생활을 좌우할 수 있다고 하는 신앙 관념에 입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외력 外力에 의하여 그 생활을 지배당한다고 하는 관념은, 결국 자기의 생활은 다른 외력과 외물의 존재에 의하여 결정되고, 그 결정된 대로 이끌려 간다고 하는 숙명관념, 운명관념의 주요한 내용을 형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p6).... 민간신앙은 민중이 품고 있는 생활의식의 표현이다... 이것의 소위 말하는 정신적, 본질적 요소란 무엇인가. 그것은 대개 자력갱생적 기력의 왕성함이 결여되었다는 이야기이고, 이 기력이 성하지 못하므로 전통의 힘에 속박되어 운명관, 숙명관의 인생관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하는 까닭은 아닐까. _ 무라야마 지쥰, <조선의 점복과 예언> , p7


 생각건대 조선의 귀신은 사람에게 행복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재화 災禍를 주는 일이 많아 인생에 있어서 재화의 태반은 이 귀신의 소행에 의한 것으로 보았으므로 귀신신앙은 마침내 양귀신앙이 되었다. 요컨대 조선에 있어서의 귀신신앙은 양귀로써 재화를 제거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인생의 행복을 누리려는 소극적 생활 유지의 욕구에서 출발, 발달하여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그 욕구가 왕성할수록 그만큼 귀신의 활동을 왕성케 하고 있다. _무라야마 지쥰, <조선의 귀신> , p14


  이에 답은 세계적인 종교학자 미르치아 엘리아데(Mircea Eliade, 1907 ~ 1986)의 설명이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엘리아데는 아시아의 샤마니즘 속에서 세계 문화의 혼합을 발견한다. 중앙 아시아를 비롯한 북부 지역의 애니미즘, 샤마니즘, 텡그리l( Tengrism)로 대표되는 '하늘' 숭배 의식 등이 남방 불교 문화와 혼합되면서 독특한 문화양식이 창출되었다는 것이 엘리아데의 시선이다. 특히, '텡그리'의 경우 발음의 유사성을 근거로 일부에서 '단군 檀君'과 관련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에 대한 내용은 너무 길어지게 되니 다른 글에서 다루는 것으로 하고 일단 넘기자. 


 샤마니즘의 특징적인 요소는 샤만에 의한 "영신"의 체현이 아니라, 샤만의 천계상승 혹은 지하계 하강에 의해 야기되는 접신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p425)... 인도의 영향이 중앙 아시아로 미치는 과정에서, 그것을 실어다준,  말하자면 수레 역할을 한 것은 주로 불교였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는 것은, 인도가 중앙 아시아와 북아시아에 영향을 끼치기는 했지만 이 영향이 중앙 아시아나 북아시아가 경험한 유일한 남방으로부터의 영향은 아니었다고 하는 점이다. 아득한 선사시대부터 남방 문화 그리고는 그 뒤로는 고대의 근동 문화가 중앙 아시아나 시베리아의 온갖 종류의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_ 미르치아 엘리아데, <샤마니즘> , p426


 우리는 아시아적 샤마니즘을, 그 원초적 바탕 이데올로기 - 인간으로 하여금 천상계 상승으로 직접적인 관계를 가능하게 해주었던 천상계의 절대신에 대한 신앙 - 가 불교의 침투를 정점으로 하는 일련의 기나긴 외래 문화의 유입으로 끊임없이 변형되어온 고대의 접신술로 이해 해야 한다. 외래 문화와 함께 들어온 신비스러운 죽음이라는 개념은 조상신 및 "영신"과의 관계, "빙의"에서 단절되었던 이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만들었다. _ 미르치아 엘리아데, <샤마니즘> , p430


 이처럼 알레아데의 <샤마니즘>은 명빈의 주장을 지지한다. 또한, 다른 한 편으로 '검은 왜놈들이 저희들 미신은 뒤로 감추고서 야만이야'라는 그의 말은 인도의 힌두교만큼이나 많은 가미(神)을 모시는 일본 종교의 실상을 알고 나면 조선의 무속 신앙이 비(非)과학적이라는 비난은 적어도 일본인들이 할 것이 못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식민지 하에서 우리의 무속을 탄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굿에 담긴 대동(大同)의 성격 때문이 아니었을까.


 군도(群島)로 이루어진 일본은 오랜 기간 문화적 고립을 경험해왔으며, 그러한 고립은 정치적으로 강요된 측면도 있었다. 때문에 일본은 아주 독특하고 고유한 종교적 전통이 발전할 수 있었는데, 두 가지 주요 전통인 신도와 불교는 교리에서 대중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다. 신도(神道)는 고대 샤머니즘 관습에서 유래한 일본 고유의 종교다... 생활종교로서 신도는 탄생, 결혼, 출산과 관련된 통과의례를 주재하고 죽음과 같이 불결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들은 멀리한다. 그러나 고인들 중 조상과 전사자들은 가미(神)로 간주한다. 가미는 또한 산, 강, 야생동물, 심지어 돌 속에도 내재한다. 신도는 주로 의식을 통한 정화의 종교지만 대중적 차원에서는 인자함과 악의를 동시에 보여주는 가미에 대한 화해, 길조와 흉조 같은 운에 대한 믿음, 그리고 다양한 주술적 종교관습을 중시한다. _ 프랭크 웨일링 외, <종교> , p80

 

 정수미의 <한국의 굿놀이>는 '굿'으로 대표되는 무속이 단순히 개인의 길융화복을 비는 성격을 넘어서는 것임을 잘 보여준다. 개인을 넘어서 마을, 나라 굿을 통해 만나고 어려움과 걱정. 기쁨을 나누는 현장인 '굿놀이 장(場)'은 식민지배계층에게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때문에, 조선총독부는 원활한 식민통치를 위해 '과학'이라는 명목으로'집합금지명령'을 행한 것이 아닐까. 물론, 무속 안에 미신적 요소 나 샤먼(무당)의 탐욕, 혹세무민 등이 전혀 없지는 않았겠지만, 일제 식민 지배 계층에게는 불온 세력 척결을 위해서, 서구 기독교 선교사들의 교세 확장을 위해 우리나라 무속은 양쪽의 공격을 받아 점차 소멸한 것은 아니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역사를 생각했을 때 우리에게 남겨진 명절 한가위, 추석은 참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제 과제 제출 시간이 된 듯하다...


: 없이 높고 푸른 

: 을 하늘을 바라보며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 로받는다.


 글을 마무리 하기 전에 <토지 6>의 다른 대목을 소개하며 마치려한다. 지난 주에는 이 상(李箱, 1910~1937)의 시(詩)와 관련된 책을 주로 읽다보니, 이 상의 <날개>를 떠올리게 되는 <토지 6>의 아래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은 자신이 관심이 있는 것을 본다던 말을 새삼 실감하며 글을 갈무리한다.


 '날개는 무신 날개고? 내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인다.'

 '아니요. 날개가 돋쳤소. 탄탄한 날개가요. 그러니께 나는 훨훨 날아댕길라요. 구만리 장천을 훨훨 날아댕길라요. 훨훨, 훨훨-훨-훨-.' _ 박경리, <토지 6> , p383/482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_ 이 상,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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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0-02 2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제잔재가 남아 새마을 운동 등을 통해 더 억압받은 거 같아요. 무속의 한 담긴 노래들 바리데기 영동할매 등등 알고보니 구구절절 재미있고 이승과저숭을 오가는 판타지*^^* 글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님 ~

겨울호랑이 2021-10-02 21:19   좋아요 2 | URL
일제 강점기 당시도 암울했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이 그들이 저지른 전통과의 단절과 식민사관의 이식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그들의 의도대로 생각하고 움직여왔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 정말 소름이 끼칩니다. 미니님 말씀처럼 우리가 외면했던 우리 옛것에 대한 재발견이 최근 이루어지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 듯 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

바람돌이 2021-10-03 17: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글 잘 쓰시는 겨울 호랑이님이지만 3행시 내공은 좀 갈고 닦으셔야 할듯요. ㅎㅎ
너무 평범하옵니다. ^^
한달동안 제가 게을렀는데 잘 지내셧죠? 굿이나 무속에 대해서는 저 자신이 별로 관심이 없어서 잘 안보게 되는데 겨울 호랑이님 글을 통해 굿의 다른 의미들을 또 생각해보게 되네요. ^^ 남은 연휴 잘 보내세요. ^^

겨울호랑이 2021-10-03 17:41   좋아요 3 | URL
^^:) 그렇지 않아도 3행시 과제는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ㅜㅜ 본문 쓰는 것보다 더 고민하지만 잘 안 되네요 ㅋ 바람돌이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연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