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안나는 신성한 권능을 갖고 있었고, 삼라만상의 총체적인 질서를 잡고 있었으며, 지혜의 정수를 누리고 있었다. 인간의 창조주이자 구세주인 엔키에게서 넘겨받은 권위와 권능이었고, ‘신물(神物)’이었다. 그랬음에도 여신은 하늘과 땅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저승으로 내려갔다. 더 큰 운명결정권을 손에 쥐기 위해 현실의 권세와 욕망을 버리고 저승으로 내려갔다. 여신은 저승에서 죽었고,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했다. 그리고 가장 위대한 신이 되었다.
태양신 미트라를 섬기고 있던 로마 제국의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유대인 예수를 새로운 태양신으로 옹립하여 그리스도교의 실질적인 창시자가 되었다. 곧이어 로마교회는 수메르의 신년 축제와 제의로부터 시작된 고대 태양신들의 탄생을 축하하는 제전을 그리스도교의 크리스마스와 부활절로 바꾸어놓았다.
세상천지의 기운을 몽땅 손아귀에 넣고도 성이 차지 않았다. 그것이 인안나였다. 권세와 부귀를 모조리 누려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것이 인안나의 심보였다. 사랑을 차지하고 야망을 이루기 위해 남신과 남성 들을 한껏 농락했어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 인안나의 삶이었다. 수메르의 운명을 제 마음대로 좌지우지했다. 그래도 속이 근질거렸고, 그래도 오금이 쑤셨으며, 그래도 안달이 났다. 그것이 인안나의 기질이었다.
‘메’의 본질은 신성한 권능이고, 삼라만상의 총체적인 질서이며, 지혜의 정수였다. ‘메’를 통해서 문명이 일어났고, 문화가 형성되었으며, 미개와 무질서가 사라졌다. 도시가 생겼고, 신전과 가옥이 높고 튼튼하게 올라갔으며, 길이 넓혀졌고, 재물이 쌓였고, 직업이 늘어났고, 강의 물줄기가 잡혔으며, 단단한 그릇을 빚어냈고, 멋진 옷을 지어 입었고, 좋은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메’로부터 얻은 혜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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