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권능을 걸고 말하노라. 내 신성한 성전을 걸고 말하노라. 네가 가지고 간 ‘메’는 네 도시의 거룩한 성소에 남아 있을 것이다. 사제장이 그 거룩한 성소에서 찬송하며 일생을 보내도록 하겠다. 네 도시 사람들은 번영을 누릴 것이다. 우루크 아이들은 기쁨이 넘치리라. 우루크 사람들은 에리두 사람들과 동지로다. 우루크는 위대한 곳으로 부활하리라!"

그러나 인안나는 자신이 저승에 내려가자마자 이내 곤경에 처할 것이며, 그 곤경은 죽음일 것이며, 그것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것이며, 그렇게 되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떤 식으로든 ‘웃어른들’에게 알려야 할 것이며, 그 역할을 할 존재는 오직 닌슈부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저승이었다.
죽은 자들의 땅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땅이었다.
한번 강을 건너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형벌의 땅이었다.
저승의 음산한 기운이 서서히 인안나에게 닥치고 있었다.

인안나가 저승으로 내려온 이유로 구갈안나의 장례식 참석을 댄 것은 그럴듯했다. 그렇지만 정작 그의 죽음을 몰고 온 장본인이 누구였던가. 길가메쉬와 엔키두가 그를 죽였지만, 에레쉬키갈의 남편을 죽게 만든 근본적인 이유는 인안나의 기질 때문이었다. 멋진 남성을 보면 참지 못하는 사랑의 병 때문이었다. 저승으로 내려온 변명은 그럴싸했지만, 여신의 앞날은 여전히 어두운 장막에 가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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