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심심할 때 읽는 EPL 영국 축구(프리미어리그) 이야기
이문익 / 유페이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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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새벽 운동을 가기 위해 일어나던 중 충격적인 사건에 정신이 들었다.

참 가슴아픈 일,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수도 서울 한복판 번화가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탄식이 절로 난다. 2014년 10월 판교 공연장 환풍구 붕괴사고에서처럼 문화행사에 많은 사람이 몰려 발생한 사건이지만, 피해 규모는 그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에 비통한 마음이 크다.

위령의 날(Day of the Dead, 11월 2일)에 젊은이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더 이상 이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힐즈버러 참사 (Hillsborough disaster)

 1989년 4월 15일 잉글랜드 셰필드에 있는 힐즈버러 스타디움에서 발생한 96명의 팬이 사망하게 된 사건이다. 당시 리버풀 FC와 노팅엄 포리스트 FC간의 FA컵 준결승전이 힐즈버러 스타디움에서 열리게 되었는데, 이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약 25,000여명의 리버풀 팬들이 찾아왔지만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이들이 몰려 킥오프 이후 96명이 압사하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의 모든 스타디움에는 기존의 입석 형태가 아닌 좌석 형태의 좌석을 갖추게 되었고, 보호 철망은 모두 철거하게 되었다. _ 이문익, <EPL 영국축구(프리미어)이야기> , p8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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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11-02 19: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희생자들이 훌리건으로 매도당해서 그 명예 회복과 보상을 위한 소송과 승소까지 20년이 걸렸다고 들었어요.
결국 과실치사로 보상을 받았지만, 길고 긴 법정싸움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압니다. ㅠ

겨울호랑이 2022-11-02 21:28   좋아요 0 | URL
네 그렇습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고 빠져나가기 위해 진실을 은폐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는 그렇게 넘어가서는 안되겠지요...
 



 민화(民畵)들은 18세기 이후 농업생산의 증대, 수공업의 발전과 시장경제의 확대 등 경제의 성장에 따른 서민대중 사이에서 생겨난 회화에 대한 욕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흔히 제작되었다. 민화는 18세기 이후에 성장한 서민문화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줌과 동시에 우리 민족의 미의식, 조형상의 특성, 색채감각 등을 보다 진솔하고 직설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_ 김원룡, 안휘준, <한국미술의 역사> , p545


 지난 주말 전남 강진에 있는 한국민화뮤지엄에 다녀왔다. <화조도>, <연화도>, <심장생도>, <책거리> 등 여러 주제의 민화들을 보면서 민화 소재들의 의미, 그림에 담긴 소망 들을 해설사의 설명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당대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염원하는 의미가 민화에 담겨있다면, 우리 시대 민화의 가장 인기있는 그림은 <부동산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민화 속에 녹아 있는 정신적인 배경도 그와 같다. 민화는 한점 한점 모두가 인간의 행복을 기원하기 위해 그려진 아름다운 소망이 담긴 그림이다. 이러한 기복 신앙의 민화는 대체로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는 오래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복 많이 받고자 하는 것이다. 장수와 복의 상징이 우리의 삶에 절대적인 표상이 된 것은 조선시대 후기로 접어들면서 사회가 안정되고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부터이다(p14)... 기복 신앙은 한편으로 기복을 방해하는 잡귀나 악귀들을 쫓는 벽사 신앙과 연결되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모든 사물에는 음양陰陽이 있으며 삶의 본질에는 선악善惡이 필연적으로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림이 지닌 주술적인 힘이 여러 재앙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주며 영적인 힘을 가진 동물 그림을 집에 둠으로써 잡귀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다. _ 윤열수, <민화1> , p16


 많은 민화에 담긴 의미가 장수(長壽)와 행복(幸福)이지만, 기록화와 같이 사실에 기반한 그림도 민화의 한 장르임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와 함께 박정혜의 <조선시대 사가기록화, 옛 그림에 담긴 조선 양반가의 특별한 순간들>는 양반들의 사가기록화를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대학 大學>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일생을 통해 실현하려고 했던 양반들의 욕망이 투영되었다는 점에서 사가기록화는 민화의 일부일수도, 그렇지만 다수 민중들과는 다른 계급의 그림이었다는 점에서는 민화가 아닐수도 있는 애매한 위치의 그림이 사가기록화라 생각된다.


 기록화는 <삼국지>의 내용이나 전쟁, 임금의 행차 및 궁궐의 의식 등 사실에 기초한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그림은 마치 사진과도 같이 풍속/의식/관제/건축 양식/복식 등의 생생한 내용을 담고 있어 민속적인 자료로도 가치가 높다. 기록화는 대개 등축도법을 이용하여 원근을 묘사하고 있는데 비교적 정확한 작도법에 의해 그려진 것으로 미루어 대부분의 기록화는 본격적인 그림 수업을 받은 도화서의 화원들에 의해 그려진 것으로 짐작된다. _ 윤열수, <민화2> , p706 


 사가기록화 私家記錄畵란 개인이 속한 집안 행사나 의례, 혹은 개인의 생애와 관련된 사건 등을 시각적으로 기록한 그림을 의미한다. 대개 사가기록화는 행사 주인공의 자취를 기념하거나 조상의 업적을 선양하며 나아가 집안의 우수성을 알리고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p11)...  사가기록화를 관통하는 핵심어는 장수, 높은 관직, 가문의 번성 등 크게 세 가지로 함축되는데, 이는 사가기록화를 분류하는 기준이 된다. 양반 관료들은 조선 사회가 자신들에게 요구했던 유교적 가치를 사가기록화라는 매체를 통해 나타내려 했다. 유교 사회에서는 어느 장소에서나 관작, 나이, 덕망[三達尊]이 존중되었으며 사람들은 '큰 덕德을 지니면 반드시 지위를 얻고 녹을 받으며 명성을 얻고 수명을 누린다'는 <중용中庸>의 가르침을 귀하게 여겼다. _ 박정혜, <조선시대 사가기록화, 옛 그림에 담긴 조선 양반가의 특별한 순간들> , p15/570


 사가기록화는 유교적인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한 본인과 조상의 자취를 그림으로 남김으로써 후손에게 본보기가 되기 위해 제작되었다. 바꾸어 말하면 조선시대 양반 관료들이 평새 이루려고 노력했던 세속적 욕망이 투영된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_ 박정혜, <조선시대 사가기록화, 옛 그림에 담긴 조선 양반가의 특별한 순간들> , p24/570


 <조선시대 사가기록화, 옛 그림에 담긴 조선 양반가의 특별한 순간들>에는 사서기록화와 함께 짝이 되는 <평생도>가 소개된다. 사서기록화가 현실화된 업적을 보여주는 그림이라면, 평생도는 양반들이 추구했던 삶을 소재로 한다. 양반들에게 평생도는 자신이 살고자 하는 미래/가능태라면, 사서기록화는 현재/현실태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자못 흥미롭다. 인생의 황혼기에 평생도와 사서기록화가 담긴 병풍을 양쪽에 펼쳐놓고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는 양반들은 지난간 세월에 후회가 없었다는 답을 할 수 있었을까.


 평생도는 조선시대 양반 사대부들이 추구하였던 이상적인 삶을 여러 장면에 나누어 그린 일종의 풍속화로 18세기 말 무렵에 제작되기 시작했다. 가장 이상적인 단계로 설정된 사대부의 일생을 시각화한 일련의 구성은 동아시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이다... 평생도에는 높은 관작, 연치, 학덕을 인생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였던 조선시대 양반사대부들의 염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는 사가기록화의 제작 목적이나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 _ 박정혜, <조선시대 사가기록화, 옛 그림에 담긴 조선 양반가의 특별한 순간들> , p424/570 


 평생도는 사가기록화의 범주에서 논의되는 여러 종류의 행사와 의례를 내용 면에서 공유하고 있으며, 부귀공명이라는 현세적인 목적 역시 그림 안에 직접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따라서 평생도와 사가기록화의 관계성을 분석하면 사가기록화 제작이 조선 후기 화단에 미친 영향과 의미의 짐작이 가능하다. _ 박정혜, <조선시대 사가기록화, 옛 그림에 담긴 조선 양반가의 특별한 순간들> , p11/570 


  죽음을 눈 앞에 둔 한 노인이 어떤 답을 내렸을지도 궁금하지만, 평생도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사가기록화를 통해 자신의 삶이 역사에 남겨질 것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았을까. 자신의 지향점이 주어지고, 그 지향점을 실천하는 과정이 정신세계에서는 감성과 지성 그리고 공통된 뿌리로부터 기원하는 것이 아닐까. 자신이 지향하고자 하는 관념의 실현이라는.


 "아마도 '공통적인 그러나 우리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뿌리'로부터 발원하는 인간 인식의 두 줄기가 있다. 즉 감성과 지성이다. 감성을 통해서는 대상들이 우리에게 주어지며, 지성을 통해서는 대상들이 사유된다." 하이데거는 칸트의 이 발언에서 감성과 지성이라는 두 줄기의 '공통된 뿌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p610)... 하이데거는 칸트가 규명하지 않고 놔둔 그 뿌리가 바로 '상상력'(Einbildungskraft)이라고 말한다. 감성의 직관과 지성의 사유의 중간에 놓여 이 둘을 종합하는 것이 상상력이라는 것이다. _ 고명섭, <하이데거 극장1>, p611


 개인적 차원에서는 '풍속화-사서기록화'가 하나의 쌍이 되어 이상-현실의 관계를 구축한다면, 조선 후기 사회적 측면에서 조선 전기 <몽유도원도>와 같은 관념적인 그림 대신 현실적인 진경산수화가 등장한 것도 역사에서의 커다란 이상-현실의 cycle은 아닐까. 이것과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 ~ 1900)의 영원회귀(Ewige Wiederkunft)를 연결지어 생각해보는 것도 나름의미있는 생각이 될 듯하다. 진리에 대립하는 예술의 의미를 주장한 니체와 그런 니체를 분석한 하이데거를 

생각한다면, 미술작품 안에서 권력의지와 영원회귀를 찾는 것도 그렇게 엉뚱하지만은 아닐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하이데거 극장> 리뷰에서 더 자세히 정리하도록 하자...


하이데거는 <권력의지>를 기본 텍스트로 삼아 니체 사상을 해석해 들어간다. 이 메모들에서 니체 자신이 논구한 가장 중요한 사사잉 '권력의지'와 '동일한 것의 영원회귀'다. 하이데거는 이 두 가지 사상이 '존재자 전체의 존재'를 부르는 두 가지 이름이라고 해석하낟. 다시말해 권력의지가 존재자 전체의 존재 성격이라면 영원회귀는 존재자 전체의 존재 방식이라고 해석한다. _ 고명섭, <하이데거 극장2>, p246


 페이퍼가 산으로 올라가버렸지만, 민화 안에는 분명 그 시대 사람들의 강렬한 욕망이 담겨 있었다. 소재의 이름과 특성에 담긴 여러 형태의 건강, 부귀의 의미는 이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염원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열망이 추상적으로, 은유적으로 표현되었던 것은 이를 구체적으로 표현할 '경험'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에 반해 '평생도-사서기록화'는 자신의 뜻을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상상력이 가문의 전통이라는 경험으로부터 나올 수 있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희망했고, 그것을 이루었던 것은 아니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조선 전기 성리학적 유교세계를 관념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면, 조선 후기에는 동아시아 유일의 소중화(小中華)로서의 자부심이 '진경산수화'로 표현되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면에서 '조선전기 북종화-평생도'와 '진경산수-사서기록화'의 유사성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관념-현실의 이러한 순환관계 속에서 영원회귀와 권력의지와도 같은 욕망을 생각하게 된다. 많이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책을 읽다보면 정리되겠지...


 문화적으로 우리보다 열등한 여진족이 무력으로 중국을 차지했다 해도 중화의 계승자가 될 수 없는데, 하물며 그 야만 풍속인 변발호목(?髮胡服)을 한민족(漢民族)에게 강요하여 중화문화 전체를 야만적으로 변질시켜 놓았으니 중국에서는 이미 중화문화 전통이 단절되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니 중화문화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주자성리학의 적통(嫡統)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조선만이 중화문화를 계승할 자격을 갖추었으므로 이제 조선이 중화가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었다.(p22)... 이로 말미암아 조선이 곧 중화라는 조선중화주의가 조선사회 전반에 점차 팽배해 가기 시작하였다. 이제 조선이 곧 중화라는 주장을 떳떳하게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어찌 조선 고유문화를 꽃피워내는 데 조금이라도 주저할 리가 있었겠는가. _ 오주석, 최완수, <진경시대1>, p23 


 이 시기(정조 대) 풍속화의 유행은 사(士)의식과 사인적 생활을 공유하는 사계층이 확산되면서 사로서의 소속감을 가졌던 화원화가들에 의해 주도되었고 풍속화에는 그들의 자아의식과 생활경험이 투영되었다. 더구나 이제는 속태를 해학적으로 묘사하는 가운데 색태를 추구하는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 점차 풍속화의 특징을 이루게 되었다. 이러한 풍속화의 새로운 면모는 순조대 이후 조선의 주자학적 질서가 전면적으로 동요하는 가운데 더욱 심화되었다. _ 오주석, 최완수, <진경시대2>,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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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0-29 11: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강진에 민화뮤지엄이 있었군요. 저는 강진 하면 정약용 선생님이 자동으로 떠오릅니다ㅎㅎ
민화의 주제는 참으로 다양한데 부동산도를 말씀하셔서 오늘날과도 연결할 수 있겠다싶어 슬며시 웃음이 났네요^^ 그렇죠 내가 사는 지역과 공간, 생태계는 중요할 수 밖에 없을듯합니다. <조선의 사가기록화~>는 담아둔 책이었는데 망설이고 있었어요. 소개해주신 글을 보니 읽어볼만하다 싶네요.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2-10-29 12:00   좋아요 3 | URL
네 거리의화가님 말씀처럼 강진은 다산관련 유적이 유명한 곳입니다. 그외에도 영랑생가, 월출산 무위사등도 좋습니다. 좋은 가을 주말이네요. 거리의화가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

레삭매냐 2022-10-29 19: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1년 전에 강진 우두봉에
죽을 고생을 하며 오른 기억
이 납니다.

앞에 흐르는 강이 탐진강
이었더군요. 그 시절에 참
좋았었는데 -

다시 강진에 갈 일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22-10-29 21:56   좋아요 1 | URL
아 그러셨군요. 저는 아직 우두봉에 못 올라가봤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가 있는 곳이라 매년 가는데 다음번에는 레삭매냐님의 추억이 어린 우두봉도 방문 후보지에 올려봐야겠습니다. 레삭매냐님 좋은 주말 되세요! ^^:)

서니데이 2022-11-09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2-11-09 20:48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

거리의화가 2022-11-09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2관왕 축하드려요*^^*

겨울호랑이 2022-11-09 20:48   좋아요 1 | URL
거리의화가님 감사합니다. 이번에 운이 좋았네요 ^^:)
 

음이온 광풍을 몰고 왔던 음이온 공기청정기는 사실 공기를 통해서 흐르는 전류의 코로나 방전을 이용한 오존발생기ozonizer였다. 공기 중에서 번개가 칠 때 공기 중의 산소가 깨지면서 오존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시간당 발생량이 아니라 실내에 누적되는 오존의 농도다. 시간당 발생량이 아무리 적다고 하더라도 좁은 실내에서 음이온 기능을 장시간 작동시키면 오존의 농도는 위험 수준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우주에는 중심이 없으므로 우주에서 우리의 위치는 특별하지 않다. 이는 ‘코페르니쿠스 원리Copernican principle’ 또는 ‘평범의 원리principle of mediocrity’라 불린다. 여기서 평범이란 특별할 것이 없다는 의미다.

도덕률이 신의 명령이라는 주장은 정말 합리적인가? 그렇지 않다. 명확한 이유가 없다면 신이 무엇 때문에 우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겠는가? 그러할 이유가 정말 있다면 우리의 행동을 옳고 그르게 하는 것은 신의 명령이 아니라 바로 그 이유다. 여기서 신은 도덕의 창조자가 아니라 그저 도덕의 중개인이나 집행인일 뿐이다. 그렇다면 중개인은 건너뛰어도 되지 않을까? 우리 스스로 그 판단의 근거들을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위와 같은 과정에 인간의 이해가 개입된다는 사실을 근거로, 많은 사람이 도덕은 결국 주관적이라고 결론 내린다. 분명 상기의 서술에 따르면 도덕 규칙은 주관적인 이해관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회적 계약이나 사회적 관습이 관련된다는 것도 물론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도덕 규칙이 근본적으로 임의성을 띌 수밖에 없음을 암시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선과 악은 사회적 맥락에서만 진정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할 수 있다. 즉, 도덕 규칙은 우리가 서로 어떻게 대하고, 우리가 개인, 가족, 종족으로서 어떻게 번영하고, 우리 사회 전체가 어떻게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도덕적 직관은 종종 이념 또는 이데올로기에 의해 장악되곤 한다. 종교적 이념뿐 아니라 세속적 이념은 일촉즉발의 도덕적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 이념은 잔인함을 거부하는 우리의 일상적인 직관을 무장해제 시켜 평소라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을 저지르도록 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게 린치를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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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표현.이해 고전의 세계 리커버
빌헬름 딜타이 지음, 이한우 옮김 / 책세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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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세계의 연관(聯關, Zusammenhang)은 주관(主觀, Subjekt)에서 시작되며, 개개의 논리적인 과정들을 서로 연결하고 있는 정신적 세계의 의의연관(意義聯關, Bedeutungs-zusammenhang)에 대한 규정에까지 이르는 정신의 운동이다. 그래서 이 정신적 세계는 파악하는 주관의 산물인데, 한편으로 정신의 운동은 그 세계 안에 있는 객관적 지식의 획득을 지향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이제 ‘주관에서 정신적 세계의 구성이 어떻게 정신적 현실〔혹은 실재〕에 대한 앎을 가능하게 해주는가’라는 물음과 마주하게 된다. _ 빌헬름 딜타이, <체험, 표현, 이해> , p25/210

빌헬름 딜타이(Wilhelm Dilthey, 1833 ~ 1911)의 <체험, 표현, 이해>는 빌헬름 딜타이의 《전집》 제7권 《정신과학에서 역사적 세계 구축》 가운데 <제3부-제1장 체험·표현·이해>를 옮긴 것으로 그리 길지 않은 내용의 책이지만, 딜타이가 생각하는 해석학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가 <순수이성비판>에서의 논의를 외부세계의 물자체를 인식의 출발점으로 삼았다면, 딜타이의 관심은 외부가 아닌 인간 내부를 지향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현재에서의 통일성을 형성하는 것은 우리가 체험 Erlebnis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가장 작은 통일성이다. 왜냐하면 그 흐름은 하나의 통일적인 의의를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 나아가 생애에 대한 공동의 의의를 통해 서로 연결되는 삶의 부분들의 모든 포괄적인 통일성을 ‘체험‘이라고 부른다. _ 빌헬름 딜타이, <체험, 표현, 이해> , p31/210

연속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은 ‘체험‘을 하게 된다. 인간의 육체와 긴밀한 관련을 갖는 체험은 유한함과 특수성을 함께 갖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설명하는 ‘언어-술어‘가 나타나는데, 개인의 특수화된 술어는 정신적 세계의 운동을 통해 보편성과 객관성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전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삶의 표출 - 표현이다.

체험에서는 체험연관의 일반적 술어들이 특정한 개인에게서 생겨난다. 그 술어들이, 이해하려는 삶의 객관화와 정신과학적인 진술의 모든 주관들에 적용됨으로써, 그 술어들의 타당성 범위는 정신적 삶이 영위되는 곳이라면 어디서건 작용연관, 힘, 가치 등이 드러날 때까지 확장된다. 그래서 이런 일반적인 술어들은 정신 세계의 범주들이 지니는 존엄성을 갖게 된다. _ 빌헬름 딜타이, <체험, 표현, 이해> , p28/210

<체험, 표현, 이해>에서 딜타이는 삶의 표출을 세 종류로 나눈다. 첫 번째 종류는 개념, 판단, 추리, 두 번째 종류는 행위, 세 번째 종류는 체험표현으로, 이러한 다양한 다양한 표출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통해 우리는 주관적인 개별 체험으로부터 객관적인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한 인간은 문학과 진리 속에서 자신의 실존과 보편적/역사적으로 관계를 맺는다. 그는 문학 운동과의 연관 속에서 자신의 시대를 꿰뚫어본다. 그는 그 시대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담담하게 자부심을 갖고 바라본다. 그래서 삶을 회고하는 고령의 작가에게 그의 삶의 모든 순간은 이중적 의미로 해석된다. _ 빌헬름 딜타이, <체험, 표현, 이해> , p40/210

정신과학에서 결정적인 개념! 정신과학이 도달하는 한에서 우리는 그것을 하나의 전체, 연관과 연결시킨다. 언제나 그 안에는 자명한 것과 같은 상태들의 존립이 포함된다. 그러나 역사학은 변화들을 이해하고 표현하려 하기 때문에 에너지, 운동 방향, 역사적 힘의 전환 등을 표현해주는 개념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역사학의 개념들은 이런 성격을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그 대상의 본성을 잘 표현하게 된다. 삶과 역사의 이 모든 범주들은, 체험 가능한 것에 대한 진술에서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신과학적인 영역에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진술의 형식들이다. 이것들은 체험 자체에서 나온다. _ 빌헬름 딜타이, <체험, 표현, 이해> , p48/210

딜타이는 <체험, 표현, 이해>에서 이해는 실천적인 삶 속에서 서로간의 대립적인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한다. 과학의 대상이 외부에 있는 자연과학의 물(物)이 아니기 때문에, 정신과학에서 대상은 원인-결과의 법칙에 따른 참-거짓의 판단 대신 진실한가와 그렇지 않은가의 판별대상이 된다. 딜타이는 본문을 통해, 엄격한 판별의 기준을 통해 우리는 문학작품으로부터 인류역사의 법칙을 도출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체험, 표현, 이해>는 앞서 언급했듯이, 전집 중 극히 일부 파트만을 옮겨왔기에, 깊이 있는 내용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다만, 자연과학에서 출발한 <순수이성비판>과는 다른 출발점에서 정신과학을 바라봐야한다는 딜타이의 관점과 현실안에서 실존, 그리고 실존으로부터 출발한 정신과학의 체험-표현-이해의 순환 구조 속에서 주관성이 객관성을 획득한다는 큰 흐름을 이해하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글을 갈무리한다...

이해는 항상 자신의 대상에 대한 하나의 개체를 갖고 있다. 그리고 더 고차적인 형태들에서 이해는 이제 하나의 작품이나 삶에 함꼐 주어진 것의 귀납적인 총괄에서부터 하나의 작품이나 인격체 또는 삶의 관계에 있는 연관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이제 우리 자신의 체험과 이해에 대한 분석에서 정신적 세계에서의 개체는 자기 가치, 즉 우리가 확실하게 확정할 수 있는 유일한 자기 가치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_ 빌헬름 딜타이, <체험, 표현, 이해> , p63/210

이제 우리가 이해의 작용에서 두 가지, 즉 정신적 삶과 그 상황을 개별화의 외적인 원리로서의 환경을 통해 변화시키는 것과, 구조의 계기들의 상이한 강조를 통해 내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작동시킬 수 있다면, 인간의 이해, 즉 문학 작품들에 대한 이해는 삶의 거대한 비밀에 이르는 통로가 될 것이다. _ 빌헬름 딜타이, <체험, 표현, 이해> , p66/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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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2-10-28 17: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게 완역이 아니라 챕터 일부만 번역한 것이지만 딜타이 사상을 맛보기에는 괜찮았던 거 같아요. 주더들이 깔끔한 번역을 빨리 번역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겨울호랑이 2022-10-28 18:22   좋아요 1 | URL
네, yanoo님 말씀처럼 딜타이 사상의 큰 흐름을 잡기에 좋은 요약서라 생각합니다. 하이데거를 보다 깊이 읽기 위해서라도 딜타이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독서였습니다. yamoo님, 즐거운 금요일 저녁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