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밀이 생각한 liberty에 대한 최대의 대립자는 society였다. 정치 권력이 liberty의 대립자였던 시대는 선진국 영국에서는 몇 차례의 정치 혁명을 거친 후 일단 지나갔다. liberty에 대립하는 것으로서 society를 생각해낸 것은 밀의 독창적인 발견이며 시대를 앞서 가는 선각자로서의 업적이기도 했다.

요컨대 한자어를 사용하지 않고 일본 고유어로 번역하겠다는 것이 후쿠자와 유키치가 세운 번역의 대원칙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평이한 일본어’로 번역해서 완성되는 번역문이 제대로 된 일본어 문장이며, 번역자의 사고도 그런 일본어에 의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번역 대상인 원서가 새롭고 이질적인 사상을 담고 있는 경우에는 종래의 일본어 문장과는 다른 방식으로 서술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번역자는 ‘평이한 일본어’를 소재로 단어의 조합을 궁리하고, 문맥상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근대’의 이른바 이면적 의미에 있는 셈이다. 이면적 의미란 전문가의 정의나 사전적 의미에는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이런 표면적인 의미가 확립되기 이전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번역어 ‘근대’가 본질적으로 떠맡고 있는 의미에 해당한다. 그것은 단어의 의미라기보다도 단어의 ‘효과’라고 하는 편이 합당할 것이다.

단어의 의미는 ‘철학자와 심미학자’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단어가 먼저 있고, ‘철학자와 심미학자’는 그 단어의 일상적 의미를 토대로 하여 그것을 상황에 맞춰 추상화하고 한정하여 쓰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 한정된 의미를 번역어로 받아들인 다음 결국 그것이 완성된 의미로 정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그 순서를 반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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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파의 특징을 살펴본 국승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무당층, 즉 스윙보터 층이 탄탄하다. 상대적으로 규모도 크고 적극적으로 왔다 갔다 한다. 핵심지지층의 양극화는 한국과 미국이 비슷한 면을 띠는데, 스윙보터의 규모와 행태는 한국과 미국이 차이가 난다. 이러한 스윙보터 때문에 한국 민주주의가 미국 민주주의보다 더 건강한 면이 있다. 이들의 움직임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 P17

연합뉴스이와 같은 방법으로 도출된 총 6개 그룹은 다음과 같다. ‘코어 진보‘ ‘코어 보수‘
‘스윙 중도보수‘ ‘스윙여성‘ ‘2030 남성‘
‘정치 무관심층‘으로 분류했다. 각 그룹의 대표적 특징으로 이름을 붙였다. 이 중 코어 진보, 코어 보수를 제외한 4개 그룹은스윙보터 성향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을 일관되게 지지하지 않는다. 정치에 관심이 깊은 코어 진보(21%)와 코어 보수(19%)를 다 합쳐도 40%에 불과하다. - P19

왜 한국의 망사용료는 높을까? 인기협은 2016년 개정된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상호접속고시)‘을 원인으로꼽는다. 상호접속고시는 통신 3사가 주고받는 데이터 비용을 정산하는 제도다. 트래픽을 많이 일으키는 기업이 다른 두 회사에 ‘데이터 전송비‘를 내는 방식이다. 이 환경은 통신사의 콘텐츠기업 유치경쟁을 느슨하게 만든다. 통신사로서는 데이터 전송비를 충당하고 남을 만한, 많은망사용료를 내는 콘텐츠 기업만 고객으로 받는 게 낫다. - P32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가장 핵심 쟁점인 ‘화석연료 퇴출‘ 문안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부터다.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은 제26차 제27차 당사국총회에서도 제안됐으나 산유국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런 만큼 격렬한 공방이 예상된 주제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사국총회 전에 영국 BBC가 폭로한 UAE 내부 문건이 의장국에 압력으로 작용해 과감한 합의가이루어질 수 있을 거란 기대도 나왔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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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오판은 미국이 국가나 집단의 분노, 상실, 충동을 이해하지 못한 채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에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즉 개발도상국들은 특히 팬데믹을 거치면서 이면계약으로 백신을 독차지하고 기후위기에 약속한 자금을 국제기구에 기부하지 않는 북반부 국가의 리더 미국의 규칙을 더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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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1-02 0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가 오고 이제 이틀째네요 2024년에 하고 싶은 거 즐겁게 하시고 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겨울호랑이 2024-01-02 09:23   좋아요 1 | URL
희선님 항상 감사합니다. 희선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원하시는 바 다 이루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
 

한국적인 다원적 정치철학을 모색한다면 ‘빨갱이‘  또는 ‘친북 좌파‘와 같은 무지막지한 낙인을 우리사회의 공론장에서 영원히 퇴출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극심한 이념 대결의 와중에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던 비극의 현대사를 체험한 나라에서 빨갱이라는 낙인은 다른 수단에 의한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인 야만적 폭력이다. 이런빨갱이 담론이 좌우를 막론하고 모든 다원주의자들에 의해 차단되고 비난되는지의 여부가 바로 한국 사회에서 다원적 공공 정치성이 최소한이라도 지켜지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실험이라고 나는 믿는다. 같은 차원은 아니지만 유사한 논리로, 우파에 대해 퍼부어지곤 하는 ‘꼴통 보수‘ 같은 언사 역시 다원적 공공 정치의 이름으로 공론장에서 배제되어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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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닷 2024-01-01 0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24-01-02 00:0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루피닷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많은 것을 성취하는 한 해 되세요! ^^:)
 

수운의 개벽사상은 시운(時運)에 따른 말세(종말)에 대한 적시가 아니었다. ‘오심즉여심’으로서의 시천주(侍天主)를 자각했기에 생각 틀 자체가 달라지는 사건이었다. 시천주란 천주이자 지극한 기운〔至氣〕을 ‘님〔主〕’으로 모신 인간, ‘내 마음이 그 마음이 된’ 개념이다. 따라서 수운의 하느님 체험이 중요하다.

종교체험에서 비롯한 ‘다시개벽’은 일상에서 사람을 한울님처럼 대하라는 사인여천(事人如天)13으로 이어진다. 사람뿐 아니라 사물 또한 그리 공경하라고 했다. 사물을 공경하고〔敬物, 경물〕, 사람을 높게 여기는 일〔敬人, 경인〕이 결국 하늘을 섬기는 일〔敬天, 경천〕인 까닭이다.

개벽사상의 백미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의 개교표어 속에 있다. 동양정신〔道〕으로 서구 물질세계를 홀대하는 척사의 변형, 즉 동도서기(東道西器)와는 차원 다른 개벽사상의 표현이다. 서구의 근대성을 인정하되 동시에 정신세계의 구축이라는 이중과제를 내포했다.

아래 인용문에서 서구 신학과 변별된 개벽사상으로서 원(圓)기독교의 일면을 살필 수 있다. "신은 우리를 위해 존재하거나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거나 우리 밑에 계시는 분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은선이 말한 대로 신학(神學)에서 신학(信學)으로의 개벽적 전회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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