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길

(김정한)

오늘도 어둠과 빛을 안고 먼 길을 떠난다
사랑,
그것은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만들듯……………
너와 내가 새로운 사랑의 길을 만든다
이른 새벽 욕망의 숲으로 들어가
시퍼런 칼날에 몸이 베이고도 마음은 행복하다
선홍빛 핏방울로 물든 전신을 바라보아도……………
한 잔의 진토닉이 오렌지처럼 달콤하다
이젠,
함께하는 시간이 오래된 골동품처럼 편안하다
이젠,
함께 기댄 삶마저 저녁노을처럼 아름답다
이젠,
함께하는 고통마저 달콤하다
오랫동안 비에 젖은 손수건만 한 꿈을 헹구어 햇빛에 넌다
너와 나 마주 잡은 손으로……………
그 언제인가 내 눈물마저 따뜻해지는 날이 오면
너와 나 함께 써온 일생의 마지막 편지를 남기고 떠나리라
이 세상 기분 좋은 소풍을 마치며 당신과 먼 길 떠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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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했다는의식을 버려야 합니다.

휘면 온전해지고 구부리면 곧아지고 움푹하면 채워지고낡으면 새로워지고 적으면 얻게 되고 많으면 미혹됩니다.
그래서 성인은 하나의 원칙인 도를 품어 세상의 본보기가됩니다.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니 밝아지고, 자기를 옳다 하지 않으니 돋보이며, 자기를 자랑하지 않으니 공로를 인정받고, 자기를 뽐내지 않으니 오래갑니다.
다투지 않으니 세상에 그와 다툴 자가 없습니다. 휘면 온전해진다는 옛말이 어찌 빈말이겠습니까? 진실로 온전함에 돌아가는 것입니다.
<도덕경>, <도경 22장> - P202

자기를 알아야 밝아집니다.

하늘과 땅은 오래갑니다. 하늘과 땅이 오래갈 수 있는 까닭은 자기만 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래도록 살아갈 수 있습니다.
성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을 뒤에 두기에 앞서게 되고,
자신을 내버려두기에 보존하게 됩니다. 이것은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로 인해 오히려 사사로움을 이루게 됩니다.

<도덕경>, <도경 7장)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고, 자신을 아는 사람은 밝습니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고, 자신을 이기는 사람은 강합니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부유하고, 힘써 실천하는 사람은 뜻을 얻습니다. 자신의 자리를 잃지 않는사람은 오래가고, 죽어도 잊히지 않는 사람은 영원토록삽니다.

<도덕경>, <도경 33장> - P211

어쩌면 그 사람의 모든 지적은 타인이 아닌 자신을 향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명품 두르고 좋은 차 몰고 늘씬한 몸매에 매끈한피부 가져야 자기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여기는 거죠. 남들한테 값비싼 선물 안기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크게 한턱내고, 남들 앞에서예민하게 굴지 않아야 자기를 좋아해준다고 생각하는 거고요. 겉모습에 매여 사는 그 사람은 아마 모를 겁니다. 자신의 공허한 지적을 다 받아주고 계속 만나는 이 친구들이 진짜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걸 말이죠. - P218

선배의 이야기를 들으며 모든 상황을 나를 중심으로 해석했던것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도움 주러 온 착한 나를 홀대했으니 도움받을 자격이 없다고 평가했고, 도움 받는 사람은 도움 주는 사람한테 당연히 고마워해야 한다고 강요했던 건 아닐까 하고요. 누군가를 진정으로 도울 수 있으려면 마음의 자격부터 갖춰야 한다는 걸알게 된 날이었습니다. - P228

삼보

‘삼보‘는 노자가 말하는 도와 덕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천 덕목입니다.
첫 번째로 꼽히는 ‘자애‘는 인간의 본성에 뿌리 박혀 있어 사랑과 동정심을 일으키는 근원입니다. 합리적 사고나 문화적 배경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마음이지요. 그래서주관과 객관, 자신과 타인의 구분이 없어지게 만듭니다.
노자가 말하는 자애는 인간만이 갖고 있는 도덕개념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모든 생명체가 공유하고 있는 자연적인 감정에 가깝지요. 도가 세상만물을 낳고 기르고 보호하지만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것처럼, 그저 있는그대로 주는 마음입니다.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마음이기 때문에 어떤위험이든 무릅쓸 수 있는 용기가 발휘되는 거죠.
두 번째 ‘검소함‘은 아끼는 자세입니다. 물질적인 절약만이 아니라정신적인 절제도 포함됩니다. 인적, 물적 자원을 아끼고 정신을 맑고 고요하게 유지해 역량을 축적하는 거죠. 낭비하지 않는행위 자체만으로도 주변에 이익을 베푸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세 번째 ‘세상에 앞서려 하지 않는 것‘(불감위천하선不敢爲天下先)은 겸손과 자기낮춤으로 다투지 않는 태도를 말합니다. 자신을 감추니 드러나고, 낮추니 높아지고, 앞서려 하지 않으니 앞서게 되는 거죠.
사람들은 용감하거나 너그럽거나 영도자의 자리에 서는 결과만을 보고 환호하지만, ‘삼보‘ 없이 이루어진 결과라면 죽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자애없는 용기는 폭력이 되고, 검소함 없는 너그러움은 창고를 텅 비게 하며, 앞서려 하는 영도자는 다툼을 일으키니까요. - P235

하찮은 것이 모여 원대함을 이룹니다.

세상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것에서 생겨나고, 세상의큰일은 반드시 작은 것에서 생겨납니다. 그래서 성인은 끝내큰일을 하지 않으나 그로 인해 큰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
가볍게 수락하면 반드시 믿음이 부족하고, 너무 쉽게 여기면 반드시 어려움이 많아집니다. 이 때문에 성인은 모든일을 어렵게 여기니 끝내 어려움이 없게 됩니다.

<도덕경>, <덕경 63장> - P240

노자의 인생관은 간단합니다. 자기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명성이나 재물은 가능한 선에서 만족하며 사는 것. 자는 가진 것을모두 버리라고 강요하거나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할 줄 알고, 분수에 넘치지 않도록 멈출 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지요.
만족할 줄 아는 능력은 욕심이 적은 것과 관련 있습니다. 욕심을모두 충족해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욕심을 부리지 않기 때문에만족할 수 있는 거니까요. 남들보다 많은 부와 명성을 가지고 있 - P250

어도 스스로 만족할 줄 모르면 늘 부족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부나명성과는 거리가 있어도 스스로 만족할 줄 안다면 언제 어디서든충족감을 느낄 수 있지요. - P251

"강함을 뽐내면 약해지고, 약함에 머물면 강해집니다."

정언약반

진짜 올바른 말일수록 겉으로 보면 오히려 틀린 말 같고 세속의 정서와는 상반된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틀렸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닫힌 사고, 치우친 잣대에서 벗어나라는 충고를 담고 있습니다. 노자는 대립되는 세계의구분이나 경계를 허물고 둘의 공존을 모색하려 했으니까요.
‘정언약반‘은 <도덕경>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대표적인 표현법이기도 합니다. 아래 예시처럼 여러 가지 형태의 서로 대립되면서도 서로 어울리는 개념들을 개괄하는 말이죠.
"밝은 도는 어두운 것 같고, 나아가는 도는 물러서는 것 같고......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지고, 큰 소리는 들리지 않고." (41장)
"완전한 기교는 서툰 것 같고, 완전한 언변은 어눌한 것 같습니다." (15장)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합니다." (56장)
"뛰어난 장수는 무력을 드러내지 않고,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성내지 않습니다." (68장)
"믿음직한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믿음직하지 않습니다." (81장)
이렇게 서로 대립되어 보이는 개념들은 특정한 조건에서 서로 융합, 일치하는 과정을 거치며 통일성을 지니게 됩니다. 흐름과 변화라는 조건이 개념의 융통성을 가능하게 하는 거죠.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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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꾼 말과 행동을 일주일만 유지해 보기

당신은 이제 매우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나와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면 마음이 바뀐다. 마음을 바꾸면 말이 바뀐다. 나의 말과 행동이 달라지면 상대의 말과 행동도 바뀐다. 너무 간단명료해 보이는가? ‘이런 말은 누가 못해?"라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변화는 원래 복잡하지 않다. 단지 이제 당신이 해야할 일은 ‘원래의 마음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나쁜 버릇은고치기가 어렵다.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지 못하고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버릇을 버리고, 바뀐 말과 행동을 단 일주일만 철저하게 지켜보자. 일주일이 지난 후, 한번 놀라운 변화를 경험한 당신은 예전의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 P38

상대방의 언어를 알기 위해서는 수천, 수만 개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굳이 그렇게까지 노력해야 할까요?"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나는 분명히 이렇게 답하고 싶다.
"상대가 소중한 만큼 당신이 말에 담는 마음도 농밀해야합니다. 말은 자신의 가치를 전하는 가장 근사한 지적인 도구이니까요."
처음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멋진 사실을알고 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자는 반드시 그 다리를 건너갈것이다."

그리고 기억하라.

밀치려고 하면 밀려날 것이고,
안으려고 하면 하나로 흐를 것이다. - P46

미국의 철학자 존 롤스John Rawls는 「정의론』에서 자존감을이렇게 설명한다.
"자존감은 타인의 존경에 의해서, 즉 자신이 타인들에 의해 존중됨을 느낌으로써 형성된다. 만약 타인에 의해 존중되지않는다면 그의 목적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의 말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수록타인의 자존감도 소중하게 생각해서 존중할 줄 안다는 사실을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존감이 약한 사람은 오히려 더 큰소리를 치고 억지를 부리기 쉬운데, 자신을 증명할 방법이 결국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 P52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인가?"
"나의 내면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오늘 하루 무엇을 하며 보내야 진짜 나로 살 수 있을까?"
이처럼 내면에 집중하게 만들 질문을 찾아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들려주라. 자존감은 겉으로 보이는 행동과 말이 아닌, 자기 내면에 집중할 때 높아진다. 그렇게 높은 자존감의 소유자가된다면, 이제 당신의 입에서는 이전보다 따스한 말이 나올 것이며, 다정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세상의 칭찬에서 멀어져라.
내면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세상이 평가하는 수치로부터 멀어져라.
내면의 만족과 행복의 크기가 커질 것이다." - P57

길게 설명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건 계속하는 마음이다.
계속 써야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확장된다. 마음은 표현으로,
표현은 곧 말로 이어진다. 내가 말하고 싶은 주제를 심도 있게파헤치면서 우리가 가진 표현의 바다는 이전보다 깊고 넓어진다. 언어의 한계가 곧 그 사람의 한계이듯, 다르게 살고 싶다면다르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다른 표현이 다른 말을 하게 하고, 다른 말이 다른 삶을 살게 한다. 섬세하게 표현을 다듬고 좀더 다정하게 말하자. - P63

자기 몫의 외로움을
사랑할 수 있는 자만이
삶을 근사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자신에게 먼저 따뜻한 말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에게도
다정한 말을 들려줄 수 있다. - P69

부정의 마음은 전염성이 강해서 쉽게 그 사람의 마음을 정복한다. 반면에 긍정적인마음은 빼앗기기 쉬워서 단 한 번의 유혹에도 힘을 잃는다. 결국방법은 하나다. 한 번 부정적인 마음이 들면 열 번 긍정하는 것이고, 열 번 부정적인 마음이 들면 백 번 긍정하는 수밖에 없다.
더 자주 더 강력하게 긍정하라. 그게 긍정의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 P73

늘 겸손하게 처신하며 상대를 돕는 사람에게는 크게 세 가지 말버릇이 있다.
"당신께 늘 감사합니다."
"모든 것이 덕분입니다."
"당신이 있어서 제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이 힘들고 어렵다면 이 표현만 제대로사용해도 겸손한 태도와 시선을 유지할 수 있다. 반대로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다면, 그가 위에 제시한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사람인지 파악해 보라. 모든 상황에감사하고, 이익과 성과의 작은 공도 상대에게 돌릴 줄 아는 사람은 꾸준히 배우는 사람이다. 뛰어난 지성인이자 가장 아름다운시선을 갖고 있는 사람이며,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내면이 튼튼한사람이므로 그들 곁에서 벗어나지 말라. - P85

"다른 표현이 아닌,
‘다른 태도‘를 보여 줘야 한다."

같은 상황에서 같은 말을 물어도 태도에 따라 상대는 그 요청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인다. 먼저, ‘상대는 나의 선생님‘이라는 생각으로 다가가라. 그리고 처음에는 상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를 사용하지 말고 담백하게 조언을 요청하라. 마지막으로 그의 답변이 끝나면, 적절한 답을 들었다는 가정 아래 그를대표하는 키워드를 넣어서 그의 전문성을 증명할 수 있는 고마움의 표현을 해라.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다가와서 자신의 전문성을 인정하고감탄하는 사람의 태도에 고마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건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 아닌 그간 노력해서 쌓아 올린 상대가 보낸 세월에 대한 존중의 표시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명성이나 명예가 아닌, 그가 쌓은 시간에 경탄하라. 그는 자신의 마음을 주는 것으로 고마움을 표현할 것이다. - P91

타인을 헐뜯어서 좋을 건 하나도 없다. 하루만 지나도 모두사라질 감정에 불과하다. 오히려 우리는 내면의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괴테의 말을 기억하자.

"인간에게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가 알고 있는 다른 것들로부터
인간을 구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 P97

중요한 건 대상 그 자체가 아니라, 그걸 말로 표현하는 능 - P100

력에 있다.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지만 뭐든 다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게 습관이 된 사람이 꽤 많다. 표현을 조금만 바꿔도 다르게 들린다. 그런 능력을 갖게 되면 당신을 향한 나쁜 감정을 가진 사람도 한마디 말로 바꿀 수 있다. 늘 기분 좋은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생각은 곧 그 사람의 품격이 된다. 한 사람의 표현이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 주변에는 부정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품격있게 말하는 사람 주변에는 품격 있게 사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말은 우리가 부르는 세상이다. 말도 사람도 우리가 부르는 대로온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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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김정한)

너를 사랑하는 것은
나무가 뿌리 내린 자리에서 자라듯이
내가 네 가슴에 꽃씨를 뿌리고
꽃씨가 뿌리를 내려 예쁜 꽃이 피는 거겠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내가 항상 네 마음속에 머무는 것
모르는 사람 속에서 너를 만나고
밤하늘의 별빛 속에서
사랑스런 너의 눈빛을 만나고
늘 네 안에서 살아가는 나를 발견하는 거겠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던 나를
너의 가슴 안에 머물라 하며
너를 조금씩 알아가고 너를 이해하는 걸 거야
네 안에서 너의 체취에 취해버린 나
전생에 우린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아마도
그때도 우린 사랑하는 연인이었겠지
지금처럼・・・・・・
사랑하는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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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에는 말의 빛과어둠과 열에 관한 글들이 담겨 있다. 별의 말, 꽃의 말, 죽은것들과 교감한 말이 들어 있다. 내가 귀 기울이지 못해 뼈아팠던 마음의 말도 있고, 차마 하지 못한 사이의 언어들도 있다. 좋아서 밑줄 친 말도 있고, 너무 아려서 반사해버린 말도 있다.
직업을 가리지 않고 스며들어 별처럼 반짝이는 이를 시인이라고 지칭하듯이, 모든 말에도 사랑이며 그리움이며비탄이며 하는 감정들이 스며들어 있다. 웃음 나고 눈물 나는 것들이 모두 말의 분비물이다. 무언가에 배어들어 섞인것들은 반드시 결합해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나의글들은 ‘언어의 화학‘을 기본 원리로 삼고 있다. - P7

내가 어떤 언어를 사랑했는지,
어떤 기억으로 아프고 기뻤는지
어떤 빛이 되고 싶어 했는지. - P16

제제의 말이 맞다. 사람은 자신의 운명으로 사는 게 아니다. 타인의 가슴속에서 죽으면 죽는다. 목숨의 길이는 생명공학 기술에 달려 있을지 모르지만 목숨의 깊이는 사랑의화학에 달려 있다. 누군가 당신을 흔드는 말을 한다면, 마음깊은 곳에서 천둥소리가 들린다면 그것은 다른 목숨 하나가 결합을 시도한 것이다. 떨림이 있고 울림이 있고 열이 나고 빛이 난다면 의심할 바 없다. 그것은 분명하고 진짜다. - P32

돌이켜보면 우리의 사랑이 실패한 이유는 상대방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었다. 내가 쓰는 언어와 다르지 않다고 판단해 모든 것을 내 관점에서 말하고 내언어 체계로 이해하려 들었다. 상대의 말을 그만의 은어라고 여기지 않았다. 탐구하며 배우려 하지 않았고 시간과 인내가 소요되는 일임을 고려하지 않았다. 자꾸 다른 데서 관계의 하자를 찾으려 했으므로 실패를 반복했다. 그저 말이잘 통하는 성격 좋은 사람을 찾아 헤맸다. 생각해보라. 말이 잘 통한다는 것은 말을 잘 맞춘다는 이야기다. 맞춘다는것은 다르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다른 서로가 어긋나지 않게 조화를 도모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은어는 단지 구술하는 기술적인 언어가 아니라 학습과 탐구가 필요한 전공어에 가깝다. 둘만의 사적인 은어를 밀어(語)라고 한다. 은 - P36

어를 직역할 수준이 됐을 때, 드디어 우리는 속삭일 수 있게된다. 아주 낮은 목소리로도 몇 마디의 짧은 밀어로도 사랑의 본질에 닿을 수 있게 된다.

매혹적이지 않는가. 은어처럼 맑은 자갈돌 속에 숨는 말이 그대와 나 사이에 있다는 것. 우리 둘이서만 알아듣고 붉어지는 은어가 있다는 것. 시니피앙과 시니피에가 분리되지 않은 궁극의 언어가 있다는 것. - P37

혼자 있을 줄 안다는 것은 자신을 돌보고 아낄 줄 안다는뜻이다. 혼자일 때도 완전히 혼자가 되지는 않는다. 그리워하느라 미워하느라 밀어내느라 누군가와 있기도 한다. 치열하게 자기를 부정하고, 애써 자기를 긍정하느라 사투를벌이는 혼자도 있다. 그래서 혼자가 되면 약해지고, 또 강해진다. 고독은 어쨌든 강렬하게 나를 느끼는 것이고, 그런 혼자의 느낌은 살아 있는 동안의 ‘선물‘이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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