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목표는 남자들에게 힘쓰는 직업을 되돌려주는 것이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다. 앞으로 가장 많이 성장할직업 대부분에선 여자가 압도적이다.20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기술을 요구하는 직업에 더 많은 소녀와 여자들이 들어가게 하는 지금까지의 노력은 칭찬할 만하고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여자가 지배하는 일자리에, 내가 HEAL (건강, 교육, 행정문해력)이라 부르는 일자리에 남자를 더 많이 투입하는 것이 훨씬 - P54

더 중요하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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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정직한 시간은 사춘기가 아닐까요? 어른이 되고 나면 우리는 여러 개의 얼굴을 갖게 됩니다. 상황에 맞는 말을, 관계에 맞는 표정을, 때로는 자신조차 속이는 연기를 하면서 살아가게 되지요. 그런데사춘기의 아이들은 다릅니다. 좋으면 좋다 하고, 싫으면싫다 하고, 화나면 화를 냅니다. 그 투명한 감정 앞에서어른들은 당황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자기다운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이제는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살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식으로서 부모를 이해하는 법을, 부모로서 자식을 기다리는 법을. 그리고 그 모든것이 한번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계속해서 서툴게시행착오를 겪으며 조금씩 나아간다는 것을 말입니다.

글을 쓰면서 펜대를 꽉 쥐게 만들었던 단어는 어머니가하신 ‘미안해‘라는 말이었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사과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그 한마디가 얼마나 큰마음이었는지, 당시 저는 온몸으로 받아들 - P196

였습니다. 어머니의 사과를 받아든 그 순간, 제 안의 사춘기는 조용히 끝났습니다. 더는 응석 부릴 필요가 없다는것을, 이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관계라는 것이 결국 서로를 하나의 온전한 존재로 인정하는 일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를 내아이‘가 아닌 ‘그 자신‘으로 바라보는 시선 말입니다. 그런 인정이 있을 때 비로소 아이도 자신의 고유한 모습을드러낼 용기를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 P197

이런 상황들을 생각해 보면 사랑은 단순한 양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사랑은 아이가 느낄 때 비로소 사랑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랑을 전해야 할까. 아빠는 되도록 몸으로 놀아주는 게 좋겠다. 아이와 함께 뒹굴고, 웃고, 신나게 소리 지르는 순간들, 아빠가 ‘아빠‘임을 잠시 내려놓고 친구같은 ‘아이‘가 되어줄 때, 아이들은 진정 행복해한다. 그런 순간이 아이들에게 특별한 기억으로남는다. 아빠가 친구가 되면, 아이는 말이 많아진다. 마음을 열면, 말의 문도 열리는 법이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자식들과 논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그런데도 어린 나는 알았다. 자식과의 관계에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주춤하시는 아버지의 마음을 서툴고 어색하지만, 결코 마음만은 작지 않았던 그사랑을 말이다. - P205

"사람이 나쁜 게 아니구나, 상황이 나빴을 수 있겠구나‘
하는 관점은 사람에 대한 연민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사람을 미워하는 대신 그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러면 그가 나를 향해 웃습니다. 왠지 아랫배가 따뜻해집니다. 우리는 모두 그리움에 목마른 사람들입니다." - P219

이 글에서의 핵심은 ‘눈높이‘라는 개념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같은 높이에서 바라보려는 노력 말입니다. 이는 ‘나‘와
‘너‘라는 존재론적 평등을 의미합니다. 비록 어른과 아이라는 위계가 있지만, 소통의 순간만큼은 동등한 인격체로 만나겠다는 것이죠.

어정쩡한 눈높이를 맞추느라 애쓰는 모습에서 저는 사랑 - P221

의 서툰 완벽함을 봅니다.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그 어정쩡함이야말로 사랑의 증거입니다. 기계적으로 정확한 것이 아니라, 조금 어색하고 불편해도 상대방에게다가가려는 노력, 그것이 진정한 사랑의 본모습인 것 같습니다." - P222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세상과 투쟁하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결국, 나라는 존재는 외부의 성취가 아닌, 스스로 내면에 새긴 흔적들로 단단해질수 있는 것일 테니까. 넘어지고 헤맬 때마다 나는 딱 그만큼씩 나 - P229

의 세계를 넓혀가는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계속해서 마주하는 것이다. 두려움을, 타자를,
그리고 자기 자신을 그 마주함의 순간들이 쌓여 우리는 조금씩더 온전한 존재가 되어간다. 복싱이 가르쳐 준 무엇보다 소중한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힘든 티 내지 말고, 등 돌리지 말고, 끝까지 마주하라. 그렇게 사는 사람만이 ‘내일은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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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가 권리라면 존재는 책임이다. 소유는 가볍고 존재는 무겁다. 소유는 교환과 폐기가 자유롭지만, 존재는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운명의 자기결정권을 가진다. 나는 이 아이가 온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때까지 보호하고 양육할 존재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그 엄중한 사실을 분만실에서가 아니라,
아이가 나를 ‘아빠‘라고 부른 그 순간에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한 인식의 대전환은 순식간이었다. - P147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는 타자의 언어를 통해서만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빠‘라는 부름이 저를 비로소 아버지로 만들었듯이, 우리는 누군가가 부르는 그 이름을 통해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되니까요. 존재한다는 것은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 P150

바람에 날리는 빵봉지처럼 가볍게, 그러면서 단순하고 명료하게그저 살아가는 것. 각박한 시대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첨예한 논리가 아닌, 이런 소소한 만남과 따뜻한 교감이 아닐까 싶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긴 여정을 이루는 것이 인생이라면, 나는그 길을 조금 더 걸어보고 싶다.

오늘 나는 햇살 같은 사람들을 만났다. 바람은 아직 차갑지만 마음에는 벌써 봄이 온 듯하다.
그러고 보면 내게도 참 운수 좋은 날이다. - P157

여기서 우리는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다음에‘라는 말 속에는 지금으로부터 도망치려는 마음이 있고, ‘사랑해‘라는 말 속에는 지금에 완전히 빠져들려는 마음이 있다. 하나는 관계를 미루고, 다른 하나는 관계를 생생하게 만든다. 그래서 지금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다음‘이 없는 것들이다. 지금 여기에 온전히존재하는 것들, 미뤄질 수 없는 것들,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만 빛나는 것들 말이다.

사랑은 우리에게 현재라는 시간을 선물한다. 유예할 수 없는 지금, 미룰 수 없는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갈 용기를 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다음‘이라는 말은 성립될 수 없는것이다. - P160

어쩌면 지금도 내 삶의 많은 순간이 이런 식으로 엇갈리며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건네는 미소, 말, 행동 속에 담긴진심이 상대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은 채 말이다. 그러니 당당히 표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거절당하더라도,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나의 진심을 세상에 내보이는 용기, 그것이야말로 진정내 삶을 아끼고 사랑하는 태도가 아닐까. 결과보다는 과정에 성공보다는 시도에 의미를 두며 아무것도 되지 못할지언정, 적어도내가 원하는 것을 향해 두 팔을 뻗어보는 무모하지만 아름다운사람이 되어 봐야 하지 않을까. - P164

인생을 하루에 비유한다면, 지금 저는 정오의 태양 아래를 막 지나고 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가능할 것만 같던 대낮의 강렬한 빛이 서서히 기울고, 이제는 조금 부드러운 방향으로 삶이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기울어짐이 꼭 쓸쓸하지만은 않습니다. 해 질 무렵, 노을을머금은 능선은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빛으로 물듭니다.
그것은 아침의 가능성도, 정오의 절정도 아닌, 오직 저녁만이 지닐 수 있는 깊이와 따뜻함입니다. 나이 듦이란, 어쩌면 그런 것이 아닐까요. 덜어내고, 내려놓으면서도 오히려 더 충만해지는 상태겠지요.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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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으로 접어드는 지금, 인생에서 무엇보다 큰 행운은 함께 걸어갈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고 있는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 - P90

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지혜로움을 갖는 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누군가를 견딘다는 것은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을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은 그를 완벽하지 않은 채로받아들이며, 그의 성장과 함께 ‘우리‘가 더 나아지리라는 것을 믿어 주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이기에 가능한 삶의 기적이 아닐까

십년, 우리는 이 시간을 함께 지나왔다. 그것은 기적이다. 그것은 그의 덕분이고, 그를 포함한 모두의 덕분이다. 긴 시간을 함께지나온 그와 내 삶 속에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내 모든 이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 P91

이는 우리의 지각 방식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반복되는 자극에 대해서는 둔감해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늘 곁에 있는 사람들의 존재가 희미해지는 것이죠. 하지만 의식적으로 그들을 ‘깊이‘ 보려 노력할때, 우리는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는 동료와의 십 년을 돌아보면서 이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가 변한 것이 아니라 제가 그를 보는 눈이 달라진 것이라고 말입니다. 처음에는 그의 열정만 보였다면, 이제는 그의 인내심을, 그의 배려심을, 그의 성장하는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알아봄‘의 기적입니다. 같은 사람을 보면서 - P93

도 매번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는 것, 그리고 그 발견들이 누적되어 더 깊은 이해와 애정으로 발전해 가는 것 말입니다.

모든 인간관계는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되지만 ‘알아봄‘
으로 완성되어 갑니다." - P94

"사람은 변하지만, 그 사람 안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서로가 가진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기억입니다.

그리움이란 과거를 그대로 복원하려는 욕망이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과거의 어떤 순간이 현재의 나에게 여전히의미 있는 것으로 남아 있다는 확인이겠지요. 그 시절 우리에게 음악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 빼놓을 수 없는 행복의 이유였습니다. 저는 그때의 우리가 지금의 우리에게로 이어진 길을 음악을 통해 확인합니다. 세월이 지나도석이는 석이라는 사실을요. 그가 여전히 내 인생의 중요한 의미라는 사실을요." - P111

얼굴은 그 사람만의 고유한 역사서입니다. 다른 누구도쓸 수 없는, 오직 그 사람만이 써내려간 삶의 기록이죠.
그래서 누군가의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은 단순히 외모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 전체와 마주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P137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어느 때보다 외로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혼자‘가편안해진 사람 중 하나였고, 그 편안함이 어느 순간 관계를 막는 벽이 되어 버렸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고독과 고립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고독은 선택하는 것이지만, 고립은 방치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선택된 혼자임‘이지 ‘버려진 혼자임‘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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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형이잖아요‘라고 말하며 돌아서던 6학년 아이의뒷모습을 생각해 봅니다. 그 한마디에는 책임감과 배려가 자연스럽게 체화되어 있었습니다.

그날 링 위에서 벌어진 일은 관계의 아름다운 일면을 보여 주었습니다. 상대를 아프게 한 미안함을 몸으로 표현하는 법, 자신이 더 강하다는 것을 과시하지 않고 오히려약한 상대를 배려하는 법을 아이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그것은 나이를 먹는 것도, 몸이 커지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보호하려는 마음, 약속한 것을 끝까지 지키려는 의지, 그리고 상대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날이 마음에 남는 이유는, 거기서 인간만의 소중한 미덕을 보았기 때문일 겁니다. 힘을 함부로 쓰지 않는 절제,
약해도 끝까지 해내려는 의지, 그리고 무엇보다 타인을배려하는 마음이 그렇습니다. - P59

사람은 물이어서 담는 대로 형태가 잡힌다. 아름다운 곳에 담으면 아름다워진다. 제주에 담기면, 사람은 그냥 제주가 되는 것이다. 인색했던 말의 빗장이 풀리고 느닷없이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그 마음 이해해요, 괜찮아요, 힘내요‘라는 말을 퍼붓고 싶다. 누군가에게라도 그냥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은 물이니까 사람은 원래 착하니까

내다버린 물그릇을 찾으러 온 그 밤, 한경면 용수리 포구의 하늘은 아름다웠다.
나는 달과 별을 담은 그릇 아래로 첨벙 뛰어들었다. - P71

책을 만드는 일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책을 만드는 일은 내면의세계에 형태를 부여하는 일이다. 달리기가 육체에 각인되는 경험이라면, 책을 만드는 일은 정신에 형태를 부여하는 경험이다. 이둘은 추상을 구체로, 관념을 실체로 만드는 일이며, 밤하늘의 별들이 저마다의 빛으로 어둠을 가로지르듯, 타인이 대신할 수는 여정이다. 달리면서, 또 책을 만들면서 나는 이 고독한 여정의의미를 정직하게 알아가고 있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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