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의 21세기 통화 정책 - 연방준비제도 - 대 인플레이션에서 코로나 팬데믹까지
벤 S. 버냉키 지음, 김동규 옮김, 홍춘욱 감수 / 상상스퀘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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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준은 행정부의 저금리 기조에 반기를 들었고, 그 결과 1951년 5월이 되면 연준이 고정금리를 폐지하고 통화 정책을 통한 인플레이션 안정화를 포함해 거시경제적 목표 달성에 나서도록 한다는데 재무부와 연준이 합의하기에 이른다. 이른바 1951년 재무부-연준 합의 Treasury-Fed Accord of 1951라고 하는 이 역사적 합의는 현대적인 통화 정책의 바탕을 이루게 되었다. _ 벤 버냉키, <벤 버냉키와 21세기 통화 정책>, p8/320


 <벤 버냉키와 21세기 통화 정책>은 연방준비위원회(Fed)의 역사, 역할과 나아갈 길에 대해 전(前) 의장 벤 버냉키가 쓴 책이다. 2010년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부터 촉발된 세계금융위기를 대처한 리더로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학자로서 저자는 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역할과 나아갈 길에 대해 상세하게 서술한다.


 볼커의 강연은 당시 중앙은행 책임자와 경제학자, 나아가 정치인들이 대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잘 요약했다. 첫째, 인플레이션 완화는 경제를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기초다. 둘째,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심리에 대처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낮은 수준에 묶어둘 정도로 충분한 신뢰를 얻고 끈기를 보여준다면 분명히 인플레이션을 낮은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앙은행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단기적 정치 압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한 채 통화 정책을 운용할 자율권을 지녀야 한다. _ 벤 버냉키, <벤 버냉키와 21세기 통화 정책>, p47/320


 본문에서 우리는 연준의 금융정책과 관련한 두 축을 확인할 수 있다. 정책 목표치인 금리(金利)와 경기의 상황 지표인 실업률. 실업률을 통해 현 경기 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통해 향후 기준금리를 정하며, 향후 가이던스를 통해 시장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큰 역할이다. 그렇지만, 중앙은행이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기준금리지만, 실업률 통계가 발표되는 시점과의 차이, 기준금리를 바라보는 시장과의 입장차이를 조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연준의 의장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비유되곤 한다.


 정책 원칙은 한 가지 분명한 질문을 제기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인플레이션과 함께 실업률에 대한 수치 목표를 정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하는 것이었다. 둘의 차이는, 통화 정책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율의 결정인자가 되지만, 실업률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_ 벤 버냉키, <벤 버냉키와 21세기 통화 정책>, p135/320


 지난 주 금요일이었던 2일과 어제 5일은 각각 8번째와 1번째로 한국 주식시장이 폭락한 날이었다. 한국 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 미국 증시가 폭락한 세계적 주식시장 붕괴에 대한 여러 분석들이 있는데 이들 중 하나가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연준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중앙은행. <벤 버냉키와 21세기 통화 정책>은 중앙은행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주식시장 버블이 주식 투자자 개인의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경제 전체에 초래하는 위험은 어떤 것이 있을까? 물론 자산 가격의 큰 변화에서 오는 경제적 효과가 분명히 존재한다. 주가 상승은 가계의 부와 심리를 끌어올려 소비자 지출에 영향을 미친다. 또 기업의 자금 조달이 쉬워지므로 시설 투자의 촉진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같은 논리로, 주식시장이 급격하게 하락하면 지출과 투자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주가의 상승과 하락은 물론 큰 관심사이기는 하나 금융불안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역사적 증거가 확인해주는 사실이다. 그것이 신용시장의 광범위한 붕괴를 동반하지 않는 한 말이다. _ 벤 버냉키, <벤 버냉키와 21세기 통화 정책>, p25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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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국이 피해가 적었던 이유가 딱히 ‘대비를 잘해서‘는 아니다. 오히려한국에서는 망 분리와 폐쇄적인 IT 서비스 정책 때문에 보안 프로그램의 실시간업데이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편이다. 이는 보안 업계는 물론 IT 업계 전반에서도 그동안 ‘고쳐야 할 규제‘로 꼽혀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외국산 보안 프로그램이 입지를 다지기 어려운 폐쇄적 환경 덕분에, ‘최신식 보안 대비‘를 해온 나라들에 비해 피해가 적었다. - P23

종종 희화화의 대상이 됐던 힐빌리에서 성장한 사람이 이제 미국 정치의 중심에 섰다. 밴스로 대표되는 힐빌리의 정치가 ‘기득권 정치‘라는 워싱턴 DC의 중앙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당장은 바이든의 대선후보 사퇴와 차기 민주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해리스 부통령이 주요 이슈처럼 보이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밴스와 함께 힐빌리는 미국 정치의 중심에 섰고 그 파동은 단시간에 끝나지 않을 기세다. - P33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분석은 트럼프가 집권 후 전면적인 감세와 관세 인상을 도입하면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경제성장률은 하락할 것이라는 결과를 제시한다. 단기적으로는 감세와 재정확장이 경제성장을 자극할 수 있지만 높은 관세 및 중장기적인 이민자 감소의 악영향이 더 크다고 한다. 이에 따라 2027년에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 약 1.5%포인트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의 정책 중 대다수가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 P37

‘수출 호조‘는, 달러를 잘 벌어들이고 있다는 말이다. 수출로 확보된 달러는 ‘금융 채널의 작동을 원활하게 만들어 수출을 돕는다. 수출과 달러 확보가 서로를 돕는 선순환이다. 달러 조달이 여의치 않으면 강달러는 수출을 제약하는 장애물로 나타날 수 있다. 한국처럼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달러 유동성 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산업별로 다르고, 때론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것과 정반대 효과를 나타낸다면 더욱더 그렇다.  - P41

팔레스타인을 유대인에게 할양하자는 발상은 1917년, 당시의 영국외무장관 아서 밸푸어의 구상에서 비롯되었다. 영국 제국주의자들은 유대인에게 온정적이어서라기보다는 자국에 대한 아랍인의 저항을 유대인에게 돌리기 위해 팔레스타인에 유대 국가를 설립하는 묘안을 냈다. 시오니스트들은 이 구상을 반겼으나 유럽 각지의 유대인은 팔레스타인으로의 귀향을 유배나 같이 여겼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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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 - 신약개발 개념입증(PoC)을 중심으로, 2판
김성민.신창민 지음 / 바이오스펙테이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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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 산업 분야는 자본주의 체제의 정수가 담긴 주식시장에서도 가장 모험적인 부문이다. 마치 대항해시대(大航海時代) 초기 미지의 항로를 개척하고 막대한 부(富)를 축적하길 원하는 투자자들이 선단을 만들어 내보내 듯, 불사(不死)를 원하는 인류의 욕망을 향해 첨단 바이오 기술로 무장한 저마다의 바이오텍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장(場). 미 FDA의 승인이 보장하는 독점(獨占)권을 향한 무한 경쟁과 빅파마-바이오텍 간의 영토 전쟁은 과학-자본의 제국주의 패권전쟁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바이오 산업의 현 위치는 어디에 있는가?


 현재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선두주자는 한국이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바이오시밀러의 개념을 입증하고, 대량생산에 성공하고, 규제를 뚫어 임상 현장에서 처방할 수 있게 만든 과정 전체가 한국 바이오테크들의 성과였다. 셀트리온(Celltrion)은 바이오시밀러 현실화의 문을 열었다. _ 김성민, 신창민,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 p166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은 자본과 파이프라인의 규모 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셀트리온으로 대표되는 바이오시밀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탁생산(COM), 위탁개발생산(CDMO), 알테오젠의 키트루다 제형변경(SC) 등과 같이 점차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기에 바이오 산업의 전망은 밝다.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는 이러한 한국 기업의 현 위치를 빅파마와 비교해 상세히 알려준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1(glucagon like peptide-1, GLP-1)을 타깃으로 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GLP-1은 인크레틴(incretin) 호르몬 가운데 하나다. 인크레틴은 당 대사를 활성화시키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중 포도당 농도를 올리는 글루카곤을 억제해 결과적으로 혈당을 떨어뜨리는 호르몬들을 일컫는다. 인크레틴의 대표적인 종류인 GLP-1은 당뇨병 치료와 관련해 출발했다. _ 김성민, 신창민,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 p461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는 최근 바이오 산업에서 주목하고 있는 이중항체, 항체-약물 접합체(ADC), CART-T 치료제, 유전자편집, 비만치료제 등 기술과 기전 그리고 관련 시장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어 바이오 산업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최근 일반인들의 관심을 끈 비만치료제와 관련한 본문의 설명은  치료제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면서 동시에 이 시장을 양분하는 일라이 릴리와 노보노디스크의 압도적인 경쟁력을 소개한다. 이러한 세계 시장의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투자자의 몫으로 남게 될 것이다.


 암세포가 나타나면 면역 시스템의 구성원인 T세포가 이를 없애는 작용을 해야 한다. T세포는 암세포를 포함한 비정상세포를 없애는 힘이 강력한데, 너무 강력하다 보니 T세포의 힘을 통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통제 장치 가운데는 주 조직 적합복합체(MHC) 단백질이 있다. MHC는 면역 시스템이 자기(self)와 비자기(nonself)를 구분하기 위한 장치로, 세포 표면에 발현하는 당단백질이다. _ 김성민, 신창민,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 p241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라는 책의 성격 상 교양전공서적의 분위기를 담고 있어 일반인들은 낯선 용어에 묻히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여러 번 읽을 수 있다면 그만큼 지식을 깊게 가져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를 통해 용어에 대한 이해와 함께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하나는 많은 항체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RNA 치료제 등이 있지만, 이들 치료제의 근원적인 부분은 B세포와 T세포 등 우리가 가진 대응수단을 보조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항체와 항원간의 결합을 방해하는 작은 요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것이 현재까지 치료제의 본질임을 생각해본다면, 첨단 과학이 밝혀낸 생명의 신비가 얼마나 작은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이 가져올 변화 역시 우리가 가야할 시간을 줄여줄 수 있지만, 방향을 제시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AI 신약개발 부분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다. 이런 면에서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는 유용한 정보와 현대 과학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함께 제공한 책이라 여겨진다...


 2010년 초중반부터 AI 신약 발굴의 범위는 점점 더 광범위해지고 있다. 기존의 분자모델링 수준을 넘어 유전체, 단백질체, 전사체, 임상 데이터 등 여러 수준의 데이터를 통합해 새로운 타깃이나 물질을 찾는 '플랫폼 개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다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AI 신약 발굴도 일단 임상개발에 들어간 이후에는, 기존의 약물 개발과 같은 과정을 거쳐 입증된다는 점이다. _ 김성민, 신창민,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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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파성이 정체성의 근간을 이루는 상황에서 트럼프 피격의 ‘파괴적 여파‘를 최소화하는 가장 빠르고도 효과적인 방법은, 개별 정치인들이 앞서서 정치 폭력에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피격 직후 트럼프와 바이든 양측의 메시지에서일관되게 ‘어떤 형태의 정치 폭력도 반대한다‘는 의사가 담겨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일시적인 평화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한쪽이 결집할수록, 다른 쪽도 결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P15

취약한 기반 위에서 획득한 ‘좌파의승리‘는 한편으로 ‘온건 우파의 붕괴‘를 의미한다. 영국 보수당은 브렉시트 이후 경제와 복지 전 영역에서 실패의 기록을 경험했고, 프랑스는 중도우파 성향인 공화당(LR)의 몰락을 맛봤다.  - P18

나는 AI가 ‘창조‘할 수 없다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업그레이드된 AI들을 볼수록 그 생각이 오히려 강해진다. 사람은 ‘절대 지금처럼 안 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존재이지만, 인공지능은 일반적 패턴 혹은 정규분포에 나타나는 종(鐘)의 꼭대기 부분(확률이 가장 높다)에 집착한다.
창조란, 인류 전체가 쌓아 올린 지적 축적에 새로운 것을 하나 더 놓는 행위다. 개인은 인류 전체의 업적과 맞서 싸우면서 창조한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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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사상자가 30명에 이르는 대형 사고에도 국가적인 시스템 재정비까지 논의가 이르기는 커녕 사고 발생 현장의 안전시설 하나조차 바꾸기 쉽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 P27

한 동네에 살면서 같이 일자리를 구하는 중국 동포들도 이렇게 F-4 비자와 H-2 비자를 얻은 이들로 나뉘게 됐다. 경제활동 능력이나 일자리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비슷하지만 F-4 비자를 받은 중국 동포는 생계를 위해 이삿짐 운반, 택배, 건설업 같은 일용직 노동이나 도소매·가사노동 같은 서비스업 등에서 일을 할 경우 모두 ‘불법‘이 된다. 안정적인 체류 조건을 갖는 대신 진입장벽이 낮은 일자리에 대한 접근성이 막힌 셈이다. - P31

기후위기는 정말 어려운 도전 과제다. 지구온난화 과정에서 가장 커다란 피해를 입고 있는 이들은 지금까지 지구에탄소발자국을 거의 남기지 않았던 중저개발 국가, 그리고 세계 곳곳의 가난한 시민들이다. 그런데 기후위기에 대응하기위한 녹색 전환에서 또다시 이들이 그 부담을 짊어지고 있다.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화학물질의 위험에 노출되며, 사람들이 기피하는 쓰레기 더미와 온종일 싸우고, 때로는 살고 있던 곳에서 쫓겨나기까지 한다. ‘닥치고 녹색‘이 아니라 ‘정의로운전환‘이 절실하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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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7 20: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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